화승총을 가진 사나이 - 조선을 뒤흔든 예언서, <귀경잡록>이야기
박해로 지음 / 북오션 / 2022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제목: 화승총을 가진 사나이

글쓴이: 박해로

펴낸곳: 북오션


 

공포 스릴러 《신을 받으라》를 읽고 신선한 충격을 받은 후, '박해로'라는 이름은 믿고 읽어도 좋다는 확신이 생겼다. 그 후로 몇 번이나 더 그의 작품을 손에 들었지만, 한 번도 후회한 적은 없었다. 그런데 이번엔 뭐랄까... 머리를 한 대 세게 얻어맞은 느낌. 늘 신선한 충격을 선사하는 작가이기에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솔직히 말하면, 소설 초반엔 집중하지 못하고 속았다는 기분에 알 수 없는 배신감까지 느꼈다. (예상과 달라도 너무 달랐으므로!) 한데, 책장을 넘길수록 그가 쌓아 올린 견고한 세계는 하염없이 나를 빨아들였다. 누구도 간 적 없는 특별한 시공간에서 펼쳐지는 엄청난 이야기. 이 책의 장르를 뭐라 딱 규정하긴 어려울 듯하다. SF소설, 판타지소설, 호러, 스릴러. 이 중 어떤 장르를 붙여도 이 작품은 고개를 저으며 꿀꺽 삼켜버릴 것이다. 이 책 《화승총을 가진 사나이》는 말한다. 자신의 장르는 '박해로'라고.

 

 

 

귀경잡록과 원린자

 

 

박해로 작가가 구축한 방대한 세계관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귀경잡록》과 원린자 그리고 추종자의 존재를 꼭 집고 넘어가야 한다. 세종 20년, 건국 신화를 부정하고 백성을 미혹한다는 이유로 금서로 지정된 《귀경잡록》. 이 책은 미래의 모습과 예언을 담은 책으로, 시공간을 초월한 우주의 창업자가 있으며 그 존재가 부리는 원린자들이 호시탐탐 세상을 노린다고 말한다. 이 원린자는 오늘날의 외계인과 같은 존재라고 한다. '뱀 껍질의 선비'로 알려진 《귀경잡록》의 저자 탁정암은 인류를 위기에 눈 뜨게 하려는 의도로 이 책을 지었지만, 탐욕에 눈이 먼 인간들이 이 책을 악용한다. 《귀경잡록》이 백성에겐 혁명의 증거로, 탐관오리들에겐 원린자에게 자기 죄를 뒤집어 씌을 근거로 사용되는 바람에 저자 탁정암은 혹독한 고문 끝에 끔찍한 최후를 맞이한다. 하지만 온 나라를 뒤져, 찢고 태운 《귀경잡록》은 끈덕지게 유포되고 후대로 전해져 유구한 천수를 누린다. 이 희대의 금서이자 불멸의 책인 《귀경잡록》을 둘러싼 다양한 사건을 담은 시리즈 중 한 권이 바로 이 책 《화승총을 가진 사나이》다. 총 100편 완성이 목표라는 이 시리즈의 흥미로운 귀추가 주목된다!

 

 

 

 


 

 

 

 

<화승총을 가진 사나이>와 <암행어사>

 

 

이번 책에선 두 편의 연작소설이 이어진다. 《귀경잡록》이란 공통점을 지니고 펼쳐지는 두 이야기는 눈에 띄는 접점은 없지만, 언제 어느 순간 연결될지 모르니 주의 깊게 지켜봐야 한다. 앞서 출간된 귀경잡록 시리즈에서도 간간이 지난 이야기가 연결된 적이 있다고 하니, 시리즈가 더 진행되면 나중에 접점을 찾는 재미가 쏠쏠할 듯. 표제를 차지한 <화승총을 가진 사나이>에서는 불시에 이상한 부름을 받은 사람들이 하나둘 사라진다. 신분과 재산에 상관없이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한 괴이한 실종 사건은 훗날 그들이 존비 대군이 되어 나타나며 경악을 금치 못하게 한다. '귀하거나 비천하거나 죽어서는 똑같은 물괴'란 뜻의 존비는 우리 시대의 매니아층이 열광하는 좀비와 같은 존재다. 영화 속에서 느릿느릿 쓰러질 듯 걷던 좀비들이 어느 순간 뛰기 시작했을 때의 공포란! 이 작품에 등장하는 존비들은 그보다 더 강력하고 기상천외하다. <암행어사>에서는 '귀경잡록'을 해독하고 세상이 불허하는 지식을 추구하는 15명의 양반 사대부 집단 '토린결'이 등장한다. 신분을 숨기기 위해 늘 얼굴에 탈을 쓰고 모였지만, 다툼이 벌어지며 두 사람의 얼굴이 공개되는 불상사가 발생한다. 얼마 후, 사또와 암행어사로 마주한 두 사람은 뜻밖의 결말을 맞이하게 되는데... 누구 하나 믿을 수 없는 상황 속에서 쾌락과 탐욕 그리고 잘못된 선택에 빠진 인간의 처절한 말로에 씁쓸함을 금할 길이 없었던 이야기.

 

 

 

 


 

 

 

"영원히 죽지 않는 자가

살육의 새벽을 피로 물들인다!"

- 박해로, 《화승총을 가진 사나이》

 

 

 

 

신선한 충격와 흥미진진한 전개!

 

 

어느 시대에나 종말론과 공포의 대상은 존재한다. 이 소설의 배경인 조선시대의 물괴, 즉 존비는 K-좀비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영화 <부산행>과 전 세계를 열광하게 한 드라마 <킹덤>을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박해로 작가의 세계관에 존재하는 존비는 일종의 모방품이 아닌 오리지널의 느낌을 풍긴다. 그들이 어떤 사특한 힘에 의해 조종되고 타락하는지, 책에서 넌지시 알려주는 사실만으론 아직 이 세계관을 완성할 순 없다. 작가는 분명 자신이 지닌 수많은 패를 하나씩만 보여줄 것이다. 100편 완성이 목표인 시리즈니, 적어도 100개 이상의 패를 쥐고 있을 테고 따라서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일 거다. 당혹스러웠던 첫 만남이 탐독으로 이어지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귀경잡록' 시리즈, 이게 바로 '박해로'라는 장르 그 자체다. 그는 어떻게든 마블 시리즈 만큼이나 방대한 세계관을 완성해낼 거다. 애독자로서 그 한 걸음, 한 걸음을 놓치지 않고 함께할 예정. 100편 완성 갑시다!

 

 

출판사 지원 도서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