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꼬치의 기쁨
남유하 저자 / 퍼플레인(갈매나무) / 2021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제목: 양꼬치의 기쁨

지은이: 남유하

펴낸 곳: 퍼플레인


 

학창 시절 내 사랑이었던 공포 영화. 한데 잔상으로 남은 무서운 장면이 어찌나 오래 가던지 매일 악몽을 꾸기 일쑤였다. 결국 눈물을 머금고 이별을 고했지만... 여러 영화에서 주인공으로 활약했던 각종 귀신과 살인마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쫓아오며,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를 외쳐대기가 3년. 그래도 역시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 했던가? 내가 그들은 잊은 건지, 그들이 날 포기한 건지... 그렇게 난 악몽에서 벗어나게 되었다. 이미 끝난 사랑 뒤도 돌아보지 말아야 옳거늘, 가끔 그 감성이 그리워 슬그머니 눈을 돌리곤 했다. 근데 대체, 왜, 어째서 만나는 책마다 B급 감성으로 흘러가는지, 쥐어짜는 공포에 실망하기 연속. 하지만 운명은 불현듯 찾아온다. 이젠 정말 아닌가 싶었던 순간 만난 내 운명의 빨간 실. 이토록 오싹하고 잔혹하며 끔찍하게 재밌는 이야기는 처음이다. 남유하 작가의 단편 모음집 《양꼬치의 기쁨》, 호러 장르를 좋아한다면 꼭 읽어야 할 한국 단편소설!

 

 

 

재밌게 읽다가, 문득 소름이 돋아 뒤돌아보는 오싹한 단편소설

 

 

짧은 분량 안에 기승전결을 갖춰야 하기에 재밌고 잘 짜인 단편소설을 만나기란 여간해선 쉽지 않다. 시시하게 마무리되기 십상이라 조마조마하며 읽는 경우가 많은데, 남유하 작가의 이야기는 이런 조바심을 느낄 새가 없달까? 방문 하나가 잠긴 집에서 서서히 미쳐가는 여인의 잔혹함이 돋보였던 <닫혀 있는 방>, 작가가 꿈에서 본 공간을 담아냈다는 <초신당>, 양꼬치의 정체를 알고 나니 다시는 먹지 못할 듯한 <양꼬치의 기쁨>, 시간이 거꾸로 흐르며 자기 손으로 죽였던 아내를 다시 마주한 남자 <뒤로 가는 사람들>, 죄의 무게에 따라 신체를 제거하는 끔찍한 형벌과 알 수 없는 잔혹한 진실 <상실형>, 남편의 군대 후임을 집에 들이게 된 부부에게 벌어지는 끔찍한 악몽 <초대받은 손>, 얼굴에 흉터를 남긴 언니에게 복수를 꿈꾸는 여동생 <흉터>, 시간을 역으로 거스른 완성도 높은 좀비 스릴러 <기억의 꿈>과 <내 이름의 제니>, 지구 멸망까지 앞으로 2시간이 남은 상황에서 살인을 꿈꾸는 주인공 <두 시간 후, 지구 멸망>. 군더더기 없이 매끄럽게 흘러가는 짜릿한 단편소설을 무려 10편이나 만나다니. 이런 행운이 있나!

 

 

 

 


 

 

 

 

악몽의 세계로 가는 초대장!

 

 

추운 겨울, 예열이 필요한 자동차처럼, 보통은 이야기에 빠져들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남유하 작가의 글엔 예열이란 필요 없다. 첫 문장을 만난 순간 부르릉~ 명쾌하게 쾌속 질주! 흥미진진한 내용에 푹 빠져 감탄하며 읽다가, 문득 다시 떠올리면 정말 잔혹하기 짝이 없다. 살인, 악령, 좀비, 심지어 외계인 침공까지. 대체 어떻게 이런 상상력을 지녔을까? 이 모든 이야기가 그녀가 평생 달고 사는 악몽의 연장선이란 사실이 더없이 놀랍다. 무서운 것과 기괴한 것을 사랑하며 즐거운 악몽을 즐기는 작가는 얄궂게도 이런 말을 건넨다. '오늘 밤에는 베개를 꼭 안고 주무세요. 악몽이 당신을 찾아갈 수도 있으니까요.' 맙소사. 이 책을 만난 순간 나는 이미 악몽의 세계에 발을 들인 것이다. 하지만 그 달콤한 속삭임과 짜릿함에 취해 이번만큼은 즐거운 악몽을 꿀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자신 있게 외쳐보는 단편소설 추천! 무엇을 상상하든 기대 이상인 《양꼬치의 기쁨》 꼭 읽어보시길!

 

 

출판사 지원 도서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