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커의 영역 새소설 10
이수안 지음 / 자음과모음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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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시커의 영역

지은이: 이수안

펴낸 곳: 자음과모음

 

 

 

마녀란 존재를 떠올려 보라. 매부리코에 사마귀 가득한 얼굴로 소름 끼치게 끽끽 웃으며 아이를 잡아먹는 노파가 떠올랐다면 고정관념에 잠식당한 상상력을 안타까워하자. 탐스러운 밤색 머리에 우윳빛 피부를 가진, 치명적으로 아름다운 여인을 떠올렸다면 그나마 낫다. 그동안 친해지려야 친해질 수 없었던 마녀라는 존재. 어쩐지 꺼림칙한 그 선입견을 단번에 바꿔준 이야기를 만났다. 시크하지만, 실은 따스한 마음을 가진 마녀들이 등장하는 특별한 마녀 연대기 《시커의 영역》. 여기서 '시커'란 '찾는 사람(seeker)'이란 의미로 타로점을 보러 온 사람을 뜻한다. 어디서도 보지 못했던 새로운 마녀 이야기를 만나고 싶다면, 그 지름길은 바로 이 책이다!

 

 

 

이 신비로운 이야기는 타로 카드 점술사이자 마녀인 엄마(이연)를 둔 16살 소녀 이단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엄마보다 15살 어린 생물학적 아빠 에이단, 프랑스 혈통의 백인이지만 뼛속까지 한국인인 로운, 그런 로운을 사랑으로 키운 할머니 은길 씨, 윤문식 배우를 닮은 동네 할아버지 준배, 이연의 친구이자 마녀인 레이디 벨라도나, 그리고 이단에게 참 의미 있는 남자 류이. 어느 하나 예사롭지 않은 인물들이 모여 가슴 뭉클한 따스함을 선사한다. 이단이 엄마가 운영하는 '이연타로'에 찾아온 손님들의 이야기를 엿듣고, 에이단에게 영어를 배우고, 동짓날 겨우살이 아래서 로운과 나눈 아찔한 첫 입맞춤, 목숨이 사그라져가는 소중한 이를 살리기 위해 행한 마법 의식, 갑작스레 떠난 미국 생활에서 이단의 인생과 함께 교차하는 엄마 이연의 어린 시절 이야기, 그리고 이단에게 진짜 사랑이 뭔지 알게 해준 소중한 인연 류이와의 연애와 갑작스러운 위기까지. 영화처럼 펼쳐지는 이 모든 이야기가 그저 허구라 느껴지기보다는, 오히려 너무 사실적이라 세상 어디선가 이들이 정말 존재하며 언젠가 나를 만날 날을 숨죽여 기다리는 듯했다.

 

 

 

 


 

 

 

 

"세상에 나쁜 마녀는 없단다, 얘야."

"그럼 어떤 마녀예요?"

"마녀는, 마녀의 삶을 사는 사람이지."

따스한 연애소설 & 성장소설 《시커의 영역》 p93 중에서...

 

 

 

작은 세상에서 소탈하게 살아가는 소녀의 이야기인 줄 알았다가, 몇십 년에 걸쳐 이어지는 마녀들의 삶과 미국까지 확장하는 배경에 살짝 놀랐다. 이 이야기의 끝이 어디로 향할지 궁금해서 소설 중반부터는 아껴 읽고 싶은 마음과 어서 결말을 마주하고 싶은 조바심 사이에서 갈팡질팡. 내내 밝기만 한 이야기는 아니었다. 뜻밖의 상실과 가슴 아픈 이별. 하지만 그 슬픔보다 더 큰 우정과 사랑, 연민 그리고 뭐라 말할 수 없는 뭉클한 특별한 감정이 모든 아픔을 딛고 또 내일을 살아가게 만든다. 그동안 마녀라는 존재를 오해해서 머쓱했고, 이런 마녀라면 얼마든지 가까이 지내고 싶다는 엉뚱한 생각이 들기도. 10대 중반에서 20대 초반까지 이단이 겪는 운명의 소용돌이는 어쩌면 이단이 엄마를 진심으로 이해하고, 자신만의 '그림자의 서'를 채워 단단한 성인이자, 더 나아가 어쩌면 택하게 될 마녀의 삶을 위한 주춧돌이었을 거다. 세상에, 무슨 마녀들이 이렇게 따스하담? 잔잔한 듯 흐르다가 이내 소용돌이로 치닫고, 눈물 글썽일 만큼 슬프지만, 더없이 따스하고 행복했던 이야기. 훌륭한 성장소설이자 연애소설로 인정! 어디에서도 만날 수 없었던 특별한 이야기를 찾는다면 꼭 추천하고 싶은 한국소설이다.

 

 

출판사 지원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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