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경제 수첩 양철북 청소년 교양 1
크리스티아네 오퍼만.한대희 지음, 신홍민 옮김 / 양철북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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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 내 수준이다!

우리집에 오는 청소년 관련 책은 대개 중1인 큰아이가 바로 바로 소화할 능력이 못되어 우선 내가 읽고 곱게 모셔둔다. 곧 아이가 읽으리라 기대하면서. 그래서인지 주독자인 나는 내 수준에 맞춘 청소년 책을 발견하면 무척이나 반갑고 고맙다. 특히 내게 치명적 불가해함을 주는 과학, 지리, 경제 쪽에 대해서.

  이 책은 청소년을 타겟으로 하여 경제 전반에 관한 상식을 알려주는 책이다. 그야말로 경제 전반이어서 얼마나 시원스럽게 개괄할 수 있는지 모른다. 생산과 소비, 노동과 소득, 저축과 투자, 나라 경제와 세계 경제에 대해 간략하지만 요점만, 쉽게 총망라해 놓았다.

  처음 몇 장은 좀 더딘가 싶고, '역시 경제 상식 재미없어.'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내 술술 읽혔다. 책장 넘어가는 속도가 기분 좋게 달리는 느낌. 그건 내용이 쉽고, 그러면서도 꼭 필요한 내용이 다 들어 있어서이기도 하고, 편집이 편안해서이기도 하고, 종이의 두께나 펼쳐짐의 정도가 알맞아서이기도 하다.

  그러나 기본적인 것은 글의 흐름이다. 지식과 상식을 갖춘 많은 필자들의 재미없고 지리멸렬하며, 장황하면서 어려운 글이 아니라는 점. 게다가 감격스러운 것은 국내 저자 단독이거나, 번역 단독일 때, 특히 경제 관련 서적이 빠지기 쉬운 편향됨이 이 책에서는 거의 모두 해소되고 있다는 점이다. 원론적인 이야기는 독일, 스위스와 미국의 세 나라에 걸친 생활반경과 경제학도, 저널리스트라는 알맞은 조건을 갖춘 크리스티아네 오퍼만이 들려주고, 많은 부분 우리 경제 현실과 관련되는 내용은 출판에 일가견 있는 경력의 한대희 저자가 매우, 매우 잘 써주었다.

  이 책을 읽으니 수요와 공급은 시장이 조절하지만, 빈부격차는 정부의 몫(p.32)이라는 사실을 모른 채 나는 애덤 스미스에 대한 짧은 지식으로 자유경제를 오해하고 있었던 것 같다. 마케팅이 오로지 광고와 판촉인 줄로만 알았더니, 브랜드 가치를 형성시키는 시장조사, 제품설계, 광고, 판매(p.52)라는 사실도 일목요연하게 알 수 있었고, 재고처리로 매우 싸게 산 '반품불가' 딱지가 붙은 상품도 결함을 모른 채 구매했을 때는 반품할 수 있다(p.70)는 것도 확인했다.

  요즘 일반적 추세인 팀 작업이 분업에 따른 부작용을 해소하기 위한 새로운 분업 방식으로서 포스트포디즘으로 불린다는 것(p.83), 고용 없는 성장이 왜 일어나는가(p.86), 대부분의 아파트가 화재보험에 가입되어 있다는 사실(p.119), 기준금리, 콜금리가 무엇이며 왜 이들 이자율이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가하는 것(p.135) 등등을 부끄럽지만 나는 그저 애매하고 모호하게만 이해하고 있었다. 이 나이 되도록!

  요컨대, 이 책은 내가 한 자도 빠짐없이 다 읽은 몇 안되는 경제상식 책이다. 경제에 관해 청소년 수준을 결코 넘지 못하는 내게 어필했으니 정작 청소년들에게도 엄청난 도움이 되리라 여겨진다. 경제에 대한 기본 흐름을 이해하고, 차근차근 깊이를 더해가면 그야말로 일사천리이리라 싶다. 다시, 경제의 세계화와 지역화가 동시에 이루어지며, 둘이 서로 다른 듯하면서도 한 길로 간다는 것이 내게 얼마나 새로운 지식으로 느껴지는지 모른다.

  얼마 전 읽은 <청소년 경제 사전>이 그야말로 드라이한 사전이라면 이 책은 적당히 드라이하지만 매우 소프트한 느낌의 먹기 좋은 교양, 상식이다. 대단히 뛰어나지 않은 대부분의 청소년들에게 강력추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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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덩이 창비청소년문학 2
루이스 새커 지음, 김영선 옮김 / 창비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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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스 쌔커(창비식 표기에 따름)라는 이름은 지인이 추천해 준 중급 오디오북에서 처음 들었다. 너무 기발하다고 들었기에, 얼른 <마빈 레드포스트>와 <웨이싸이드> 원서를 두 권 샀다. 과연 평이하면서도 흥미로운 내용. 상상력과 문장 표현의 위트에 놀라고, 무엇보다 얇아 좋았다.

  이어 그에게 뉴베리를 안겨준 장편 <Holes>도 읽어보리라 했지만, 두께에 눌려 마음만 먹고 있었다. 그리고 창비 청소년 문학 두 번째인 <구덩이>가 나올 때까지 나는 이 책의 제목을 '구멍'이라고 혼자 여기고 있었다. 참내~ 구덩이는 구멍에 비해 널찍하고, 무엇을 위한 목적의 느낌이 강하다.

  각설. <구덩이>는 마치 마르께스를 청소년용으로 변용해 놓은 듯한 환상성과 현실감각의 버무려짐이 두드러지는 책이다. 어디까지가 전설이고, 어디까지가 역사인지, 혹은 현실인지 경계도 없이 넘나들며, 그럼에도 지독히 현실적이다. 현실의 부조리와 비틀림을 꼭꼭 후벼파는 느낌이 있다. 절대로, 음울하고 가라앉지는 않는다. 매우 유머러스하고 톡톡 튄다.

  늘 잘못된 시간에 잘못된 장소에 있는 스탠리 옐내츠. Stanley Yelnats. 철자를 거꾸로 뒤집어 읽어도 스탠리 옐내츠라서 그 아버지도, 그 아버지, 또 그 아버지도 이 이름을 좋아하여 4대가 이름이 똑같다. 그는 물론 그 가족의 재수 없음은 가히 전설적이다.

  여기서 잠깐. 그들 가족의 이름이 같다는 사실은 두 세 겹의 복선을 깔아놓은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후 등장하는 모든 사물이나, 단어, 상황도 모두가 필연적으로 얽힌 사건의 실마리이자 복선이다. 그 생뚱맞은 장소, 상황에서 하나도 별개로 존재하는 사물이 없다. 작가는 그저 이 모든 얽힘이 생의 본질이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걸까! 우연은 없다. 똑바로 살아라.

  스탠리는 학교에서도 선생님이나 친구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가난하고 뚱뚱한 소년. 그가 어느 날 하늘에서 뚝 떨어진 냄새 지독한 운동화를 신은 바람에, 유명한 야구선수 클라이드 리빙스턴이 노숙자를 위한 기금 마련에 내놓은 운동화를 훔쳤다는 누명을 쓰고 초록호수 캠프에 가게 된다. 언젠가 초록 호수였다던 황무지에 마련된 캠프는 일종의 소년원이다. 소년들은 매일 구덩이를 파야 한다. 인격 수양을 위해. 왜 하필 구덩이일까 싶지만 그 모든 것에는 필연적 이유가 있다.

  스탠리가 늘 생각하는 잘못 된 자리, 잘못된 시간이란 바로 그 자리, 바로 그 시간이었을 수 있다. 왜냐하면 냄새나는 운동화, 초록호수 캠프 모두가 몇 대를 이어 내려온 인연의 산물이었으므로. 이 책에 등장하는 모든 것은 일종의 복선이며, 그 미스터리는 하나씩 풀려가다 마지막엔 악! 하는 비명을 내지르게 한다.

  도저히 줄거리를 옮겨 쓸 수 없을 만큼 겹겹이 둘러싼 이야기들. 그리고 그것들 사이의 정확한 얽힘, 그 모든 걸 가능하게 하는 루이스 쌔커의 상상력이 놀라운 책. <웨이싸이드>에서는 체육교사로 등장하는 루이스 자신의 모습이 이 책에서는 어디에 숨어 있을까, 궁리하다가 초록호수 캠프에서 스탠리가 차지하게 된 잠자리의 이전 주인, 별명이 ‘멀미봉투’였던 아이의 이름이 루이스라는 사실을 발견하고 혼자 웃었다.

  이 책에서는 빈부의 이야기, 청소년 범죄에 대한 새로운 시각, 왕따, 인종 문제 등등의 이야기를 뽑아낼 수 있지만, 그보다는 기발하고 재미있다. 그리고 통쾌하다. 이 작가의 책 한 권쯤 우리말로 옮겨보고 싶다는 도전의식이 생긴다. 원문의 그 기발함을 잘 옮길 수 있으려나 싶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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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
김진기 지음, 김재홍 그림 / 푸른책들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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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둑한 저녁, 나무 몇 그루 심어진 비 오는 마당을 내다 보며, 함석 지붕으로 떨어지는 또르락 또르락 소리에 귀기울이곤 했던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 이 책을 펴들면서.

'바로 그 집이다! 나 어릴 때 살던 집.' 이런 소리를 조그맣게 내뱉었다. 그 기억 속의 집에서 아이는 턱 괴고 밖을 보고 있고, 엄마인 듯한 사람은 조금 떨어져 그저 듣고 있는 듯한 그림. 그럴 거라... 어른들은 비에 크게 감동받지 않으니까.

  그런데 다음 페이지에서는 아이가 귀로만 빗소리를 느끼는 모습이 이채롭다. 아이 나이치고는 깊은 느낌으로 빗소리를 듣고 있는 것 같아서이다. 사실 아이는 앞이 보이지 않는 엄마의 마음을 느끼고 있는 것이었다. 마음으로 듣는 법을 벌써부터 알고 있는 조그만 아이.

  엄마는 눈을 감고도 무지개를 느낄 수 있지만, 친구들은 그저 엄마가 앞 못 본다고만 놀리니까 아이 얼굴은 빨개지고, 눈에는 그렁그렁 눈물이 고인다. 갑자기 나도 눈물이 그렁그렁 고인다. 이 조그만 아이의 다친 마음을 생각하니 가슴이 아려왔다.

  몇 번이나 책을 다시 들여다보았다. 책 속, 마치 숨쉬는 듯한 아이의 뺨에 손을 대보고 싶어서다. 그 엄마도 아이의 뺨에 손을 가만히 대보면서 많은 밤을 보냈을 거라는 느낌. 자식을 둔 어미의 마음, 엄마 치맛자락을 놓지 않는 아이의 마음이 잔잔히 전해져 오는 그림책.

  무지개는 꼭 눈으로 보지 않아도 아름답다. 엄마와 아이는 함께 있을 때 늘 아름답다. 잠 잘 때 가만가만 머리 쓰다듬으며 읽어주고픈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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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 사쿠라 - 일본에서 건너온 서울대공원 인기짱 사쿠라 이야기
김황 지음, 박숙경 옮김 / 창비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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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를 위한 감동 논픽션 대상 최우수작품상. 책 띠지에 적힌 글이다.

어린이, 감동, 논픽션이란 단어의 어울림은 책을 읽기도 전에 가슴을 울리는 무엇이 있었다. 게다가 동물 이야기. 동물은 그 삶이 사람의 손에 휘둘리기 시작한 이래로 늘 짠한 느낌을 불러일으킨다. 더구나 몸집이 가장 크고 유순하다고 알려진 코끼리임에랴.

  저자는 일본의 한 동물원이 폐쇄되면서 우리나라의 서울대공원으로 보내진 사쿠라라는 코끼리를 찾아 바다를 건너기를 서슴치 않는다. 코끼리가 행복하게 살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도대체 코끼리의 안위가 왜 그토록 궁금했던 걸까.

  그건 그가 재일 한국인이기 때문이다. 다른 나라에서 삶을 일구어가며 겪는 이런저런 마음자락이 사쿠라에 이입되었던 것일 거다. 한일간의 불편하고도 오랜 관계는 심지어 일본 군국주의를 상징한다는 이유로 왕벚나무까지 베어버리게 하는, 말하자면 동물과 식물에까지 감정을 개입시키는 불행을 낳았기에, 그로서는 사쿠라가 매우 걱정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김황 씨. 그는 조선 초에 일본에서 처음으로 우리나라로 보내졌던 코끼리가 적응하지 못하고 사람들에게 짐이 되다가 결국 불행한 운명을 맞았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 또한 일제강점기에 두 번째로 일본에서 건너온 코끼리마저 일본의 명령에 의해 죽임을 당했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 사쿠라에 대한 걱정에 휩싸일 수 밖에 없었다.

  사쿠라의 안녕과 행복은 마치 한일관계의 행불행과도 연관 있어 보이고, 그건 특히 일본에 사는 한국인들에게는 자신들의 삶의 투영처럼도 느껴졌던 것이다. 결국 그는 조금 외롭지만 행복하게, 사랑받으며 살고 있는 사쿠라의 소식을 일본에 전해줄 수 있었다.

  "자, 한국인들은 일본을 무조건 미워하지는 않아요. 사쿠라라는 이름을 바꿔버리지 않은 한국 사람들의 마음을 아시겠지요? 그렇게, 우리 조금씩 더 친해져 갑시다." 이런 얘기였을 것이다. 그가 하고 싶었던 말은.  그리고 그는 아이들을 믿는다. 아이들은 사쿠라라는 이름만으로, 또 코끼리가 일본에서 건너왔다는 이유만으로 코끼리를 미워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사육사가 되고 싶었던 저자가, 사육사라는 직업이 공무원인 일본에서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꿈을 이루지 못했다는 후기에 마음이 아팠다. 그는 일본에서 태어났고, 한국인으로 살아가지만 일본을 사랑하고, 또 한국을 사랑하는 사람이다. 우리나라에 살고 있는 많은 외국인들에게 우리는 어떤 나라인가 하는 생각도 해보았다. 다큐멘터리가 지니는 잔잔한 감동이 전해졌다. 나도 사쿠라가 행복했으면 좋겠다.

  다음 주 쯤, 동물원에 아이들과 함께 이 책을 들고 가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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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지 따먹기 (책 + CD) - 아이들 시로 백창우가 만든 노래 보리 어린이 노래마을 1
초등학교 아이들 23명 시, 백창우 곡, 강우근 그림 / 보리 / 200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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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 어린이 노래마을 딱지 따먹기-아이들 시로 백창우가 만든 노래

 

학교 다녀온 둘째 놈을 붙들고 앉아 호기롭게 시디를 컴퓨터에 넣었는데, 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한 십여 분을 온갖 미디어 플레이어를 틀어 가며, 씨름하다 드디어 성공. 아이는 그새 좀 지루한 얼굴. 그러나 자신 있다 이거야. 일단 듣기 시작해 보시라.


엄마 : (이오덕 선생님의 추천 글을 읽어주며) 어때?

아이 : 할아버지가 왜 어떤 노래는 나쁘다고 하는지 잘 모르겠어.

       (별 관심 없는 표정으로 ‘우리 집 강아지’를 보며) 음, 그림이 되게 재미있네?

       (제비꽃 노래를 들으며) 조르크릉이래 엄마, 히히.

       (연필 노래를 들으며) 나 이런 적 되게 많아. 에이 얜 노랑을 샀대.

       나 같으면 빨강을 살 텐데. 아니다. 결정 못하겠어. 어휴.

       (내 자지 노래를 들으며) 자지가 뭐지?

엄마 : 사내아이들 고추.

아이 : 히힉, 웃긴다. 되게.

     : (감홍시 노래를 들으며) 와, 감홍시다. 난 던져 보시롱 여기가 제일 재미있어.

     : (가을 노래를 들으며) ‘하마 다 문나.’ 외할머니가 그러잖아.

       그 하마야. 벌써라는 거지?

       낙엽 소리를 들려주네. 그런데 너무 오래 들려준다.

       우에 사꼬도 나 알아. 어떻게 살지? 그런 거지? 나 사투리 잘 알지.

     : (비 오는 날 일하는 소 노래를 들으며) 우와 소 그림 좀 봐. 힘든 모습으로 그렸어.

       나도 휴일에 공부하라 그러면 짜증나는데... 김장훈 노래야? 목소리가 닮았어.

     :(문제아 노래를 들으며) 맞다! 이 노래 3학년 때 선생님이 들려주신 노래야.

       선생님 생각난다.

     :(시험 노래를 들으며) 맞아, 맞아. 시험지 바꿔서 채점하면 나도 그래.

     :(복숭아 노래를 들으며) 이상하다. 복숭아가 왜 맛이 없었지?

     :(아버지 얼굴 예쁘네요 노래를 들으며) 그래도 탄가루로 화장하면 안 예뻐.

       그런데 엄마. 이야기나 노래에 나오는 아이들은 처음에는 나빴다가    

       끝에는 다 착해진다?

     :(사람이나 새나 노래를 들으며) 얘네들은 정말로 새가 죽은 일이 있었나 봐.

     :그런데 엄마 뭐 써?

엄마 : 응. 시 써.(사실은 아이의 말을 기록하고 있다.)

아이 : 시가 뭐 그렇게 썼다 말았다 길게 해?

       어? 끝났네? 나중에 또 듣고 지금은 그만 들을래. 시 보여 줘.

엄마 : 안 그래도 노래 다 끝났어. 시는 나중에 보여줄게. 어떤 노래가 제일 좋아?

아이 : 감홍시가 단연 일등이야. 던져 보시롱~ 던져 보시롱~


나는 아름다운 노래를 들으며, 가슴이 울렁거렸고, 우리 아이의 반응을 보며 행복감에 젖었다. 특히 아이는 별 감흥 없어 한 ‘아기 업기’ 노래를 들을 때는 먼 과거, 지금 노처녀가 된 막내 동생을 업고 저물녘까지 공기놀이를 하곤 했던 나를 다시 바라보는 시간이 되었다.

 

아기 업기

 

경북 문경 김룡 초등 6학년 이후분

 

아기를 업고

골목을 다니고 있다니까

아기가 잠이 들었다.

아이가 잠이 들고는

내 등때기에 엎드렸다.

그래서 나는 아기를

방에 재워 놓고 나니까

등때기가 없는 것 같다.

 

동심, 추억. 그런 것들이 몰려온다. 아이에게도, 어른에게도 좋은 노래와 시, 악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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