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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지 따먹기 (책 + CD) - 아이들 시로 백창우가 만든 노래 ㅣ 보리 어린이 노래마을 1
초등학교 아이들 23명 시, 백창우 곡, 강우근 그림 / 보리 / 2002년 12월
평점 :
보리 어린이 노래마을 딱지 따먹기-아이들 시로 백창우가 만든 노래
학교 다녀온 둘째 놈을 붙들고 앉아 호기롭게 시디를 컴퓨터에 넣었는데, 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한 십여 분을 온갖 미디어 플레이어를 틀어 가며, 씨름하다 드디어 성공. 아이는 그새 좀 지루한 얼굴. 그러나 자신 있다 이거야. 일단 듣기 시작해 보시라.
엄마 : (이오덕 선생님의 추천 글을 읽어주며) 어때?
아이 : 할아버지가 왜 어떤 노래는 나쁘다고 하는지 잘 모르겠어.
(별 관심 없는 표정으로 ‘우리 집 강아지’를 보며) 음, 그림이 되게 재미있네?
(제비꽃 노래를 들으며) 조르크릉이래 엄마, 히히.
(연필 노래를 들으며) 나 이런 적 되게 많아. 에이 얜 노랑을 샀대.
나 같으면 빨강을 살 텐데. 아니다. 결정 못하겠어. 어휴.
(내 자지 노래를 들으며) 자지가 뭐지?
엄마 : 사내아이들 고추.
아이 : 히힉, 웃긴다. 되게.
: (감홍시 노래를 들으며) 와, 감홍시다. 난 던져 보시롱 여기가 제일 재미있어.
: (가을 노래를 들으며) ‘하마 다 문나.’ 외할머니가 그러잖아.
그 하마야. 벌써라는 거지?
낙엽 소리를 들려주네. 그런데 너무 오래 들려준다.
우에 사꼬도 나 알아. 어떻게 살지? 그런 거지? 나 사투리 잘 알지.
: (비 오는 날 일하는 소 노래를 들으며) 우와 소 그림 좀 봐. 힘든 모습으로 그렸어.
나도 휴일에 공부하라 그러면 짜증나는데... 김장훈 노래야? 목소리가 닮았어.
:(문제아 노래를 들으며) 맞다! 이 노래 3학년 때 선생님이 들려주신 노래야.
선생님 생각난다.
:(시험 노래를 들으며) 맞아, 맞아. 시험지 바꿔서 채점하면 나도 그래.
:(복숭아 노래를 들으며) 이상하다. 복숭아가 왜 맛이 없었지?
:(아버지 얼굴 예쁘네요 노래를 들으며) 그래도 탄가루로 화장하면 안 예뻐.
그런데 엄마. 이야기나 노래에 나오는 아이들은 처음에는 나빴다가
끝에는 다 착해진다?
:(사람이나 새나 노래를 들으며) 얘네들은 정말로 새가 죽은 일이 있었나 봐.
:그런데 엄마 뭐 써?
엄마 : 응. 시 써.(사실은 아이의 말을 기록하고 있다.)
아이 : 시가 뭐 그렇게 썼다 말았다 길게 해?
어? 끝났네? 나중에 또 듣고 지금은 그만 들을래. 시 보여 줘.
엄마 : 안 그래도 노래 다 끝났어. 시는 나중에 보여줄게. 어떤 노래가 제일 좋아?
아이 : 감홍시가 단연 일등이야. 던져 보시롱~ 던져 보시롱~
나는 아름다운 노래를 들으며, 가슴이 울렁거렸고, 우리 아이의 반응을 보며 행복감에 젖었다. 특히 아이는 별 감흥 없어 한 ‘아기 업기’ 노래를 들을 때는 먼 과거, 지금 노처녀가 된 막내 동생을 업고 저물녘까지 공기놀이를 하곤 했던 나를 다시 바라보는 시간이 되었다.
아기 업기
경북 문경 김룡 초등 6학년 이후분
아기를 업고
골목을 다니고 있다니까
아기가 잠이 들었다.
아이가 잠이 들고는
내 등때기에 엎드렸다.
그래서 나는 아기를
방에 재워 놓고 나니까
등때기가 없는 것 같다.
동심, 추억. 그런 것들이 몰려온다. 아이에게도, 어른에게도 좋은 노래와 시, 악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