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 사쿠라 - 일본에서 건너온 서울대공원 인기짱 사쿠라 이야기
김황 지음, 박숙경 옮김 / 창비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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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를 위한 감동 논픽션 대상 최우수작품상. 책 띠지에 적힌 글이다.

어린이, 감동, 논픽션이란 단어의 어울림은 책을 읽기도 전에 가슴을 울리는 무엇이 있었다. 게다가 동물 이야기. 동물은 그 삶이 사람의 손에 휘둘리기 시작한 이래로 늘 짠한 느낌을 불러일으킨다. 더구나 몸집이 가장 크고 유순하다고 알려진 코끼리임에랴.

  저자는 일본의 한 동물원이 폐쇄되면서 우리나라의 서울대공원으로 보내진 사쿠라라는 코끼리를 찾아 바다를 건너기를 서슴치 않는다. 코끼리가 행복하게 살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도대체 코끼리의 안위가 왜 그토록 궁금했던 걸까.

  그건 그가 재일 한국인이기 때문이다. 다른 나라에서 삶을 일구어가며 겪는 이런저런 마음자락이 사쿠라에 이입되었던 것일 거다. 한일간의 불편하고도 오랜 관계는 심지어 일본 군국주의를 상징한다는 이유로 왕벚나무까지 베어버리게 하는, 말하자면 동물과 식물에까지 감정을 개입시키는 불행을 낳았기에, 그로서는 사쿠라가 매우 걱정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김황 씨. 그는 조선 초에 일본에서 처음으로 우리나라로 보내졌던 코끼리가 적응하지 못하고 사람들에게 짐이 되다가 결국 불행한 운명을 맞았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 또한 일제강점기에 두 번째로 일본에서 건너온 코끼리마저 일본의 명령에 의해 죽임을 당했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 사쿠라에 대한 걱정에 휩싸일 수 밖에 없었다.

  사쿠라의 안녕과 행복은 마치 한일관계의 행불행과도 연관 있어 보이고, 그건 특히 일본에 사는 한국인들에게는 자신들의 삶의 투영처럼도 느껴졌던 것이다. 결국 그는 조금 외롭지만 행복하게, 사랑받으며 살고 있는 사쿠라의 소식을 일본에 전해줄 수 있었다.

  "자, 한국인들은 일본을 무조건 미워하지는 않아요. 사쿠라라는 이름을 바꿔버리지 않은 한국 사람들의 마음을 아시겠지요? 그렇게, 우리 조금씩 더 친해져 갑시다." 이런 얘기였을 것이다. 그가 하고 싶었던 말은.  그리고 그는 아이들을 믿는다. 아이들은 사쿠라라는 이름만으로, 또 코끼리가 일본에서 건너왔다는 이유만으로 코끼리를 미워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사육사가 되고 싶었던 저자가, 사육사라는 직업이 공무원인 일본에서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꿈을 이루지 못했다는 후기에 마음이 아팠다. 그는 일본에서 태어났고, 한국인으로 살아가지만 일본을 사랑하고, 또 한국을 사랑하는 사람이다. 우리나라에 살고 있는 많은 외국인들에게 우리는 어떤 나라인가 하는 생각도 해보았다. 다큐멘터리가 지니는 잔잔한 감동이 전해졌다. 나도 사쿠라가 행복했으면 좋겠다.

  다음 주 쯤, 동물원에 아이들과 함께 이 책을 들고 가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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