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린과 열여덟 번째 낙타 중학년을 위한 한뼘도서관 10
요시다 미치코 지음, 오타카 이쿠코 그림, 김난주 옮김 / 주니어김영사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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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친구, 가족, 상처의 치유 같은 이야기를 초등 중학년에게 어떻게 들려주면 좋을까. 아슬아슬하게 유치함이나 지나친 무거움을 피해 살살 이끌어 가려면 어떤 내용과 문장과 어휘가 필요할까. 이 책은 그런 좋은 본보기다. 초등 5학년이 중심인물이고, 딱 그만큼의 이야기가 담겨 있지만, 매우 진지하고 흥미롭다. 

전학을 자주 다니는 코우타는 친구 사귀기를 좀 두려워한다. 헤어짐의 상처도 두렵고, 쉽게 사귀는 사이의 얕음도 두렵다. 그러나 결국 코우타는 새로 전학 간 학교에서 처음으로 마주친 구와가타에게 “우리, 친구하자.”고 말해 버린다. 말 없는 아이로 통하는, 다리를 조금 저는 구와가타는 이후 학교에 1주일이나 결석한다. 

내가 코우타라면 어땠을까? 구와가타가 왜 말이 없어졌는지 알아보기 위해 도서관에 가서 자료를 뒤져봤을까? 구와가타의 집에 찾아갔다가 문전박대를 당할 용기를 냈을까? 기껏 찾아낸 하늘색 새알을 서슴없이 구와가타에게 주었을까? 자신이 없다.

스포일러가 되기로 작정하고 말하자면 코우타와 구와가타는 친구가 되었다. 누구라도 코우타 같은 아이와는 친구가 되었을 것이다. 두려움을 떨치고 마음을 열 줄 아는 코우타는 그저 아이들에게뿐 아니라 손해나 상처를 두려워하는 어른들의 관계에도 많은 가르침을 주는 아이다. 그리 슬픈 이야기가 아닌데도 마음 한끝이 잔잔히 저려오는 느낌.

이야기는 결말을 향해 가면서 마치 추리소설처럼 흥미진진함을 더해주며, 대반전으로 달려간다. 깜짝 놀랄 만한 반전. 그리고 열여덟 번째 낙타 이야기는 묘하게도 남아서 울린다. 17마리 낙타를 절반, 9분의 1, 3분의 1씩 나눠 가지는 방법. 아는 사람? 힌트는 이 책의 제목이다. 그리고 코우타가 바로 열여덟 번째 낙타, 관계를 맺는 방법을 아는 열린 마음의 소유자이다. 그럼 기린은? 긴 목으로 얼굴만 흔들흔들 사람들과 만나지만 몸과 마음은 저 뒤편에 감춰둔, 우리 모두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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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포 4
패트리샤 맥코믹 지음, 전하림 옮김 / 메타포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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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와 울림이 있는 책이다. 읽는 동안 내면으로의 짧은 여행을 떠났다 온 느낌을 가졌다. 디킨스의 <크리스마스 캐럴>을 읽을 때, 그 어둡고 긴 터널을 지나 마침내 난로불 켜진 따뜻한 방으로 돌아온 그런 느낌. 그러나 유령을 따라 여행한 사람이 마치 나인 듯한 그런 느낌이 되었다. 

  캘리는 열다섯 살이고 육상선수였던 아이고, 손목을 긋는 일로 seapines 정신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그곳에 갇힌 아이들은 그곳을 sickminds라 부른다. sick mind라. 

  우리 모두는 아픈 마음을 지니고 산다. 요행히 큰일 없이 인생을 걸어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결국 슬픈 결말로 끝나는 인생도 있다. 대부분, 극단적 선택을 하는 이들 주변에는 사람이 없다. 아니, 당사자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다. 끝내 도움을 요청하는 손을 내밀지 못하는 이들의 마음은 그야말로 아플 것이다. 

  맨발로 병원을 뛰쳐나갔던 캘리가 아버지의 손을 잡고 치료를 마치러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갑자기 먼 옛날의 친정아버지가 떠올랐다. 무슨 일이었던가. 내가 상심하여 오후 내내 눈물 속에서 방문을 닫고 웅크리고 앉았던 날 밤, 아버지는 새벽까지 열다섯 번이나 화장실을 왔다갔다 하셨다. 그리고 그때마다 슬쩍 내 방문을 열며 이렇게 말하셨다. "오늘따라 소변이 자꾸 마렵네. 그런데 넌 안 자니?" 

  그런 것들이 아닐까? 사람을 버티게 하는 힘은? 모든 일의 책임이 자기에게 있다고 여겨 손목을 긋고 침묵 속으로 잠겨 버린 캘리의 희망은 내게도 희망이 되었고, 무기력하게 울던 소녀가 아니라 아이 엄마로서 스스로를 다잡아주는 힘이 되어 주었다.  

  중2인 딸아이에게는 어쩐지 걱정되어 읽히기 저어되지만, 많은 사람들이 읽어보면 좋겠다 싶은 책이다. 마음이 아픈 아이들의 내면을 비추는 거울같은 책. 이 세상 일 중에 누구 한 사람의 잘못으로 일어나는 일은 거의 없다는 메시지를 전해주는 책. 그걸 많은 아이들이 알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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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의 아버님께 진경문고 1
안소영 지음, 이승민 그림 / 보림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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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림의 진경문고에서 나온 책. 제목처럼 다산 정약용의 유배시기에 관한 여러 정황을, 특히 당대를 겪어냈던 다산과 그 일가의 마음 속 풍경을 아들인 학유의 입을 빌어 소설 형식으로 재구성한 이야기이다. 

갑작스러운 정조의 승하 이후 남인에 대한 숙청이 서학, 천주교에 대한 탄압과 맞물려 돌아가면서 정국은 혼란스러웠고, 억울한 죄인도 숱하게 생겨났던 때였다. 결국 정약용은 셋째 형님이 천주교 신자이고, 한때 서학에 관심을 가졌다는 이유로 경상도 장기에서 전라도 강진으로 옮겨다니며 유배되었고, 18년이란 세월을 유배지에서 보내야 했다. 다산의 둘째 형님인 정약전은 흑산도로 유배되었다가 결국 그곳에서 삶을 마쳤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또, 딸과 사위가 천주교도로서 처형당했으나 그 자신은 철저하게 유교적 가르침을 따라 살았던 다산의 큰형님 일가에 대한 풍경도 자주 보인다.  

말하자면 이 책은 정치, 사회적 환경이 한 일가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에 대한 가족사이기도 하고, 서양의 문물이 중국을 통해 처음으로 소개되고 실학 등을 통한 사회변혁이 서서히 급물살을 타기 시작하던 조선 후기의 혼란스러운 가치관을 보여주는 사회사이기도 하다.

그러나 문체나 이끌어나가는 방식은 지극히 서정적이다. 그저 아버지가 나라의 죄인으로 몰려 먼 타지로 유배되고 난 후 긴 세월을 아버지 없는 집을 지키며, 생활을 해결해 가며, 아버지의 해배 운동을 벌여가며 지내야 했던 아들의 회고록이다. 화자는 학유이지만, 이야기 속에 자주 등장하는 학유의 형님, 맏아들인 학연의 마음자락이 더욱 감겨왔다. 멀리 계신 아버지가 편지로 보내오는, 대가를 받고 의료행위를 하는 아들에 대한 강한 꾸지람이 그의 마음에 어떻게 받아들여졌을까. 아버지는 멀리서 제자를 가르치고 책을 쓰고, 남은 가족들은 먹고 살아야 하고... 지금 우리에게 귀중한 다산의 많은 책들이 그 가족들의 눈물 위에 씌어졌구나, 하는 새삼스러운 느낌에 마음이 저려왔다. 

참 많은 이야기가 들어 있다. 그리고 정갈하다. 그리고 최선을 다해 시대를 살아낸 여러 사람들의 삶이 눈물겹다. 천주교 신자였던 셋째 아버님의 아들 철상 형이 끝내 자신의 아버님과 하느님을 버리지 않고 셋째 아버님이 돌아가신 자리에서 참형을 당하자, 학유는 이렇게 느낀다. 

-아, 핏줄이란 단지 몸 안으로 흐르는 붉은 액만이 아니었다. 내 뼈, 내 살갖은 내 핏줄인 그들과 함께 나눈 것이다. 그러하기에 내 핏줄의 고통은 나의 고통이기도 하다. 철상 형의 소식을 뒤늦게 듣는 순간, 내 목에도 서늘한 칼날이 와 닿는 것처럼 온몸이 다 저려왔다.- 

결국 셋째아버님의 다른 가족, 즉 새 큰어머님과 하상, 정혜 등의 다른 사촌들은 학유네 집 행랑채와 붙은 끝 방에서 몸을 의지하다가 스스로 나갔고, 끝내 처형되었다. 그게 당시로서는 어쩔 수 없는 삶의 모습이었으리라. 하지만 마음 아팠다. 또, 다산의 아내인 학연, 학유의 어머니 홍씨가 맏며느리를 언짢아하자 동서인 학유의 아내가 더 마음 불편해 하는 모습을 보면서도 많이 공감했고, 다산이 곤장을 맞아 가며 아버지의 유배를 풀려 노력한 큰아들 학연에게 '너는 사람이 해야 할 일을 이미 다 했다. 그것은 내가 잘 알고 있다.'고 편지해 온 대목에서는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

사람 사는 모습, 사람 사이의 정은 시대를 막론한다. 그게 우리네 사람 사는 모습이다. 처음으로, 그저 큰 인물로만 여겨 멀게 느꼈던 다산과 그 가족에게 가까이 간 기회가 된 책, 당시 사회를 처음으로 속부터 바라볼 수 있게 만들어준 책,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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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어, 목을 비트는 아이 메타포 3
제리 스피넬리 지음, 최지현 옮김 / 메타포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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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ringer, 목을 비트는 아이.

참 묘한 제목이라고만 생각했다. 검은 하늘을 이루고 있는 수많은 비둘기둘. <향수> 류의 책일까, 그러고보니 파트리크 쥐스킨트는 <비둘기>라는 책도 썼다. 

몇 살 때였던가. 개를 나무에 매달아 때려 죽이는 광경을 본 일이 있다. 나는 집으로 달려와 구역질을 하며 눈물을 흘렸고, 며칠 동안 음식을 먹지도 못했다. 그들은 웃으며 그 일을 했는데, 어렸던 나는 이해할 수 없었다. 왜 그 개가 그런 일을 당해야 하는지. 왜 누군가가 누군가의 즐거움의 희생물이 돼야 하는지. 세상이 그런 것들로 가득차 있을 거라는 무언의 암시와도 같았던 그 일은 내 삶의 많은 부분을 지배해 왔다. 심지어 나는 어떤 경우에도 다수에 끼어 소수를 향해 소리쳐 본 적이 없다.

파머의 심경이 나는 참 이해되었다. 사람들이 5천 마리의 비둘기를 잡아 상자에 담아와서 축구장에서 풀어준 뒤 총을 쏘고, 미처 죽지 않은 비둘기들의 목을 비틀어 고통을 덜어준답시고 하는 그따위 축제가 파머에게 어떤 느낌을 주었을지 알 수 있었다. 10살이 되면 링어, 즉 비둘기 목 비트는 아이가 될 수 있고, 남자아이라면 당연히 자랑스럽게 여기는 링어 되기가 남몰래 고통스러운 아이 파머.

니퍼는 그런 파머의 방문 앞에 날아든 비둘기다. 파머는 또래 집단에 속해야 했고, 그 일은 인생이 걸린 문제지만, 아홉살 열살 또래집단에서는 비둘기를 사랑하는 아이를 용납하지 않는 분위기다. 마치 좀비 세상에서 홀로 정상인 것을 숨기고 살아야 하는 기분으로, 파머는 고통스러워한다.

니퍼를 안고 축구장 한가운데 선 파머. 사람들의 차가운 시선을 이기는 순간 파머는 성장할 것이다. 삶은, 남은 삶 역시 수많은 그런 굴곡을 지나는 것이겠지만 그렇게 파머는 성장해낼 것이다. 그러나 그 아이는 비둘기를 죽이지 않는 어른으로 성장할 것이다. 잘 잘못으로 가려지지 않는 불온한 인생를 견디는.

"왜 걔네들은 니퍼를 내버려 두지 않는 거지?"
"니퍼가 걔네들에게 무슨 짓을 했는데?"
"비둘기로 태어난 것, 그게 니퍼가 한 짓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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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이 되기 전에 꼭 읽어야 할 만화 한자 교과서 2 되기 전에 시리즈 11
권욱 글 그림, 박원길 감수 / 스콜라(위즈덤하우스)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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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기 전에' 시리즈 열한 번째. 이 시리즈의 승승장구가 길다. 그 만큼 사랑받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겠다. 책 표지에 승승장구라는 말이 보여서 생각해 본 것. 승승장구, 주경야독, 타산지석, 화룡점정, 호연지기 등의 말이 표지 상단을 장식하고 있는 걸 보니, 과연 고사성어에 대한 책이라는 느낌이 팍팍 온다. 책을 아이에게 먼저 읽으라고 건네 준 지 좀 됐다 싶어 오늘 가져오라고 하여 물어보니 다 읽었다고 했다. 물론 다 읽은 것이 고사성어를 기억한다는 의미와는 거리가 멀지만 적어도 재미있었다는 뜻이려니 한다. 약간 코믹한 만화로 이어지는 이야기이니 당연히 재미있었을 것이다. 

  -첩첩산중에 자리 잡은 동물의 왕국에서 벌어지는 사고뭉치 토토와 호랭군, 치킨 걸, 그리고 인자하지만 돌연 4차원의 세계 속에 곧잘 빠지곤 하는 바다사자 선생님, '군계일학' 이무기 군의 얼렁뚱당 수업 기행-이라고 저자가 서문에 써 놓았다. 그러고보니 이 인물들의 캐릭터가 만화 속에 잘 반영되어 있다. 코믹한 설정의 만화를 읽다 보면 자연히 고사성어와 만나게 되다니 아이들로서는 당연히 환영이겠다. 

 게다가 이 책의 원래 기획의도인, '중학생이 되기 전에 꼭~'에 맞추느라 흔히 초등학생용으로 나온 다른 책보다 고사성어의 가짓수가 많아서 나조차도 생소한 교자채신 등 대부분의 고사성어를 망라하고 있는 점도 특장점이다. 물론 빼곡히 글만 실어 놓은 성인용과도 차별된다. 수많은 고사성어를 테마 별로 묶어 9개 장으로 분류해 놓았고, 3개 장이 끝나는 곳에는 꼭 풀어야 할 한자 문제가 배치되어 읽은 부분을 짚고 넘어갈 수 있게 되어 있다. 무엇보다 비슷한 고사성어를 소개해 준 부분이 그저 솎아내기 바쁜 책이 아니구나 하는, 남다른 느낌이다.  

한 고사성어 당 대개 한 페이지가 할애되어 있어, 유래에 대한 자세한 소개가 아쉬운 부분이 없지 않고, 만화 연결이 좀 급한 느낌도 있으며, 캐릭터의 그림이 개인적으로 호감가지는 않지만, 중학생 되기 전에 한 번 접하고, 중학생이 되어서도 테마에 따라 필요할 때마다 찾아보기 좋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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