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컷 ㅣ 메타포 4
패트리샤 맥코믹 지음, 전하림 옮김 / 메타포 / 2008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깊이와 울림이 있는 책이다. 읽는 동안 내면으로의 짧은 여행을 떠났다 온 느낌을 가졌다. 디킨스의 <크리스마스 캐럴>을 읽을 때, 그 어둡고 긴 터널을 지나 마침내 난로불 켜진 따뜻한 방으로 돌아온 그런 느낌. 그러나 유령을 따라 여행한 사람이 마치 나인 듯한 그런 느낌이 되었다.
캘리는 열다섯 살이고 육상선수였던 아이고, 손목을 긋는 일로 seapines 정신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그곳에 갇힌 아이들은 그곳을 sickminds라 부른다. sick mind라.
우리 모두는 아픈 마음을 지니고 산다. 요행히 큰일 없이 인생을 걸어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결국 슬픈 결말로 끝나는 인생도 있다. 대부분, 극단적 선택을 하는 이들 주변에는 사람이 없다. 아니, 당사자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다. 끝내 도움을 요청하는 손을 내밀지 못하는 이들의 마음은 그야말로 아플 것이다.
맨발로 병원을 뛰쳐나갔던 캘리가 아버지의 손을 잡고 치료를 마치러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갑자기 먼 옛날의 친정아버지가 떠올랐다. 무슨 일이었던가. 내가 상심하여 오후 내내 눈물 속에서 방문을 닫고 웅크리고 앉았던 날 밤, 아버지는 새벽까지 열다섯 번이나 화장실을 왔다갔다 하셨다. 그리고 그때마다 슬쩍 내 방문을 열며 이렇게 말하셨다. "오늘따라 소변이 자꾸 마렵네. 그런데 넌 안 자니?"
그런 것들이 아닐까? 사람을 버티게 하는 힘은? 모든 일의 책임이 자기에게 있다고 여겨 손목을 긋고 침묵 속으로 잠겨 버린 캘리의 희망은 내게도 희망이 되었고, 무기력하게 울던 소녀가 아니라 아이 엄마로서 스스로를 다잡아주는 힘이 되어 주었다.
중2인 딸아이에게는 어쩐지 걱정되어 읽히기 저어되지만, 많은 사람들이 읽어보면 좋겠다 싶은 책이다. 마음이 아픈 아이들의 내면을 비추는 거울같은 책. 이 세상 일 중에 누구 한 사람의 잘못으로 일어나는 일은 거의 없다는 메시지를 전해주는 책. 그걸 많은 아이들이 알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