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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어, 목을 비트는 아이 ㅣ 메타포 3
제리 스피넬리 지음, 최지현 옮김 / 메타포 / 2008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Wringer, 목을 비트는 아이.
참 묘한 제목이라고만 생각했다. 검은 하늘을 이루고 있는 수많은 비둘기둘. <향수> 류의 책일까, 그러고보니 파트리크 쥐스킨트는 <비둘기>라는 책도 썼다.
몇 살 때였던가. 개를 나무에 매달아 때려 죽이는 광경을 본 일이 있다. 나는 집으로 달려와 구역질을 하며 눈물을 흘렸고, 며칠 동안 음식을 먹지도 못했다. 그들은 웃으며 그 일을 했는데, 어렸던 나는 이해할 수 없었다. 왜 그 개가 그런 일을 당해야 하는지. 왜 누군가가 누군가의 즐거움의 희생물이 돼야 하는지. 세상이 그런 것들로 가득차 있을 거라는 무언의 암시와도 같았던 그 일은 내 삶의 많은 부분을 지배해 왔다. 심지어 나는 어떤 경우에도 다수에 끼어 소수를 향해 소리쳐 본 적이 없다.
파머의 심경이 나는 참 이해되었다. 사람들이 5천 마리의 비둘기를 잡아 상자에 담아와서 축구장에서 풀어준 뒤 총을 쏘고, 미처 죽지 않은 비둘기들의 목을 비틀어 고통을 덜어준답시고 하는 그따위 축제가 파머에게 어떤 느낌을 주었을지 알 수 있었다. 10살이 되면 링어, 즉 비둘기 목 비트는 아이가 될 수 있고, 남자아이라면 당연히 자랑스럽게 여기는 링어 되기가 남몰래 고통스러운 아이 파머.
니퍼는 그런 파머의 방문 앞에 날아든 비둘기다. 파머는 또래 집단에 속해야 했고, 그 일은 인생이 걸린 문제지만, 아홉살 열살 또래집단에서는 비둘기를 사랑하는 아이를 용납하지 않는 분위기다. 마치 좀비 세상에서 홀로 정상인 것을 숨기고 살아야 하는 기분으로, 파머는 고통스러워한다.
니퍼를 안고 축구장 한가운데 선 파머. 사람들의 차가운 시선을 이기는 순간 파머는 성장할 것이다. 삶은, 남은 삶 역시 수많은 그런 굴곡을 지나는 것이겠지만 그렇게 파머는 성장해낼 것이다. 그러나 그 아이는 비둘기를 죽이지 않는 어른으로 성장할 것이다. 잘 잘못으로 가려지지 않는 불온한 인생를 견디는.
"왜 걔네들은 니퍼를 내버려 두지 않는 거지?"
"니퍼가 걔네들에게 무슨 짓을 했는데?"
"비둘기로 태어난 것, 그게 니퍼가 한 짓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