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입양되던 날 저학년을 위한 꼬마도서관 44
프란츠 요제프 후아이니크 글, 베레나 발하우스 그림, 김경연 옮김 / 주니어김영사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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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입양을 정면으로 다룬 책.
33쪽의, 짧고, 그림이 글보다 더 많은 책. 

홀트아동복지회에서 추천사를 썼는데 추천사의 제목이 '내 인생 최고의 선택'이다. 내 인생에서 최고의 선택이라... 나라면 무얼 꼽을까. 이 책에서는 토마스의 입양을 의미하겠지만, 나로서는 두 딸의 출산이라고 하고 싶다. 그러고보면 나의 출산과 토마스의 입양은 똑같은 것이구나 싶다. 부모 자식의 인연 맺기.  

토마스의 네 살 생일에 가족은 토마스에게 입양 사실을 알리고, 그 과정을 설명해 주고, 서로 맺은 인연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를 이야기한다. 파티에 참석한 클라우디아 아줌마는 임신을 하고 있는데, 출산하여 부모가 되는 것과 입양하여 부모가 되는 것이 똑같이 귀하고 아름다운 것임을 자연스럽게 이해시킨다. 

아빠는 토마스가 '아주 특별한 아이여서 특별한 길로 엄마 아빠에게 왔다.'고 이야기한다. 사회복지사를 찾아가 부모가 없어서 새 가족을 찾는 아이들과 연결시켜 달라고 요청하고, 만남을 기다리는 동안 엄마 아빠가 부모들 강좌에 다니며 몇 년이나 전화기를 끼고 살았다는 것. 처음 만난 날 조심조심 안아주고 처음으로 기저귀를 갈아주었던 순간이 너무나 뿌듯했다는 것, 낳아준 엄마가 아기를 키울 수 없어 더 알맞은 엄마 아빠를 찾아주기를 바랐다는 것,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아기를 집에 데려오면서 얼마나 조심조심 운전했는지 모른다는 것.

그리고 그들은 이런 이야기를, 끊임없이 안으며, 서로의 발가락을 간질여주며 했다.
가슴이 차분히 적셔져 오는 짧은 이야기.  

참 놀라운 대목은 이튿날 토마스가 자기를 낳아준 엄마를 그렸고, 엄마와 아빠는 기뻐하면서 그 그림을 앨범에 붙여주는 부분이다. 얼핏 속상할 수도 있으련만, 이 준비된 엄마 아빠는 그것이 아이가 자신을 긍정하는 밝은 태도라는 걸 미리부터 알고 있었던 것이다. 아, 토마스는 행복하겠다. 친부모 밑에서 자라는  수많은 아이들보다 어쩌면 더욱 더. 아니, 똑같이. 가슴으로 낳은 아이라는 말이 새삼 떠올랐다. 

행복한 가족의 모습이 노란 색 위주의 밝은 그림으로 시종일관 그려져 있어 보는 내내 마음이 따뜻하다. 토마스는 말한다.
"우리가 서로를 발견해서 정말 좋아요!" 

'발견하다'라는 말이 좀 서양적이어서 '찾아내다' '만나다' 등의 단어를 생각해 보기는 했지만 좋은 태도를 일러주는 고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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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8-05-15 1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이 궁금했어요. '입양의 날 페이퍼'에 올린 책인데 안 읽은 책이라서...
조카를 입적하고 키우는 이웃이 있어서 입양에 관심이 많답니다. 언제 알아도 상처가 되는 일이라...자연스럽게 알려주고 싶어하는 엄마라, 아이 생일에 '초코 엄마 좀 찾아주세요' 선물했어요.

파란흙 2008-05-16 11:44   좋아요 0 | URL
이 책을 읽으면서, 어릴 때, 말을 알아듣는 나이가 되면 자연스럽게 알려주는 것이 최선이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사고방식의 틀을 바꾸는 일, 어렵지만 조금씩 해나가야 하지 않겠나 싶더라고요.
늘, 어떻게 이리 활동적이실 수 있을까 감탄의 눈길로 바라고보 있습니다.순옥님.^^

도서관 2008-05-26 2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 제목에 감탄하고 갑니다~

파란흙 2008-05-27 12:11   좋아요 0 | URL
음~ 제목이, 혹은 제목만 ㅎㅎ
 
연보랏빛 양산이 날아오를 때 창비아동문고 240
알키 지 지음, 정혜용 옮김, 정지혜 그림 / 창비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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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잔잔하고도 여운이 있는 동화책이다. 

잔잔히 높아지는 감정의 물결이 부지불식간에 절정에 다다르는데, 그걸 독자가 눈치 채지 못한다. 다만 책을 덮으며 아, 자유를 위한 절규의 순간이, 지나갔구나 하고 느낀다. 마치 작중 화자인 10살 엘레프테리아(쌍둥이 남동생들이 줄여서 레프티라고 부르는)가 순식간에 쌍둥이 손자들의 할머니로 돌아와 이야기를 맺는 것처럼. 

레프티는 중하류층 쯤 되는 집안에서 나고 자라는 그리스 소녀다. 가부장적 권위의 화신과도 같은 아버지와 그에 순종하는 어머니, 말썽계의 장인이라고 할 두 쌍둥이 남동생과 함께 산다. 이 아이에게는 권위적인 아버지, 이웃나라를 침략하는 독일군, 부유하지만 편헙된 히파티아 부인으로 대별되는 폭력 및 억압의 백그라운드가 있고, 다정한 이층의 마르쎌 아저씨(프랑스인), 늘 유쾌한 작은아버지, 꿈을 지니고 살아가는 연극배우인 리처드씨 등의 평화와 자유를 상징하는 백그라운가 있다.

그리고 이야기는 레프티가 억압에서 자유로 향해 나아가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여자는 책을 읽거나 공부를 많이 할 필요가 없다고 믿는 아버지의 딸에서, 안티고네로 상징되는, 자주적 의지를 지닌 강한 여성으로 성장해 가는 성장 동화이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그 과정이 그렇게 부드럽고 차근차근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가부장적 이데올로기라든가, 반전의식이라든가 하는 것들까지 폭넓게 담겨 있다. 옆집 노부인의 연보랏빛 양산을 쟁취하는 일이 큰 사업인 레프티 남매에게 이 양산은 자유의 쟁취였을 거라 싶다.

할머니가 된 레프티가 나왔다가, 어린 소녀 레프티가 나왔다가, 다시 할머니인 레프티가 나와 이야기를 맺는다. 레프티는 강한 의지와 진취적 기상을 가진 당돌한 어린 소녀였는데, 말썽쟁이 손자들에게는 결국 할머니로 비쳐진다. 손자들은 레프티를 할머니로만 여긴다. 마치 어린 시절이나 풋풋한 꿈 따위는 아예 없었던 사람인 것처럼. 마치 프랑스 소년을 향한 푸르디 푸른 사랑 따위 한 적이 없었던 사람인 것처럼. 사람이 늙어간다는 것이 무엇일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매우 강한 메시지인데도 문장 사이사이에 깊이 녹진녹진 녹아 있어, 읽다 보면 어느새 끝나 있고, 그런데 점점 되새겨지는 것이다. <작은 아씨들>을 연상케 하는데, 이유가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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쨍아 우리시 그림책 12
천정철 시, 이광익 그림 / 창비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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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의 우리시 그림책 열두 번 째. <쨍아>
쨍아는 잠자리의 사투리라 한다.
어린 시절 "장다리 날아다니다, 장다리 꽃에 앉았다."라는 노래에서 장다리가 잠자리랬는데.
쨍아라는 이름도 감칠맛이 난다.
'쨍아'는 1925년 <어린이> 잡지 공모에 입선된 동요란다.
당시 열네 살이던 천정철 시인의 작품이다.
그래서인가, 어른이 쓴 동요에서는 느낄 수 없는 파릇파릇한 감성,
새롭게 느끼는 죽음에 대한 더 처연한 감정이 전해져온다.

쨍아. 

뜰앞에서 쨍아가
죽었습니다. 
과-꽃 나무 밑에
죽었습니다.
개미들이 장사를
지내준다고
작은개미 앞뒤서서
발을맞추고
왕개미는 뒤에서
딸-랑딸랑 
가을볕이 따뜻이
비초이는데
쨍아장례 행렬이
길게갑니다.
 

잠자리는 날개가 커서인가, 그 몸이 유난히도 가벼워 보인다.
잠자리의 주검은 더더구나 더 가벼워 보인다.
잠자리 죽은 걸 보면 모든 죽음이 가벼운 듯해서 마음이 짠하다.
그럴 때 개미들이 몰려와 어느덧 해체되는 모습은 참
슬프고도 아름다운, 상반된 느낌일 것이다.
아마, 시인도 그랬으리라 싶다.
죽음이 자연스럽고, 자연이란 그렇게 돌고돈다는 느낌을 깊이 받아들였을 것이다.
이 시, 참 아름답다.
그저 가을날의 한 풍경을 묘사하는 서경시 같은데,
짙은 서정이 녹아 오래오래 울린다.

이광익 그림작가의 그림이 이처럼 잘 녹아들 수가 없다.
판화 위에 감자, 무, 지우개로 도장을 찍어 표현한 그림이 그야말로
깨끗한 시에 날개를 달아주었다.
어느 하나도 반복의 느낌이 없이 자연스럽고,
색이 무척이나 아름답고 정감어리다.
햇살 아래 아롱지는 꽃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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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젤 엔젤 엔젤 메타포 5
나시키 가호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 / 메타포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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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엔젤이란 물고기를 찾아보았다. 정말 천사같이 생겼는지, 정말 악마같이 구는 면이 있는지.
과연 그렇다는 글이 드문드문 눈에 띄었다. '약한 물고기를 공격하는 성향이 있다.' 
조금 소름이 돋았다. 이 책을 읽으며 잠깐 돋았던 그런 소름이다.
인간이나 혹은 다른 무엇이나, 상반된 모습을 동시에 지니고, 그런 특성이 극대화되면
보는 이는 소름이 돋는다.
천사같은 외모 속에 들어 있는 악마성. 물론 그게 인간의 본질일 거다.
이 책은 그런 인간을 조명한다.
치매에 걸린 할머니의 여고시절의 비밀이 그녀를 화자로 하는 글에서 서서히 드러나고.
그러나 겉보기에 그녀의 여고시절은 한없이 천사같다.
그 할머니의 손녀인 고코는 모범생인 겉모습에서 비밀스럽게 탈출하고자 열대어를 기른다.
열대어 어항은 그녀가 창조한 세계이고, 그곳에서 벌어지는 엔젤의 살육극은 
치매로 인해 과거의 기억에 사로잡힌 할머니 사와짱의 내면을 들쑤신다.
치매는 어쩌면, 기억의 상실이 아니라 진실을 드러내는 연극의 막처럼도 보인다.
책은 두 사람의 입장에서 두 이야기가 나란히 전개된다.
고코, 즉 고짱과 할머니 사와짱.
서체가 달라서 구별해 읽을 수 있지만 반복되는 경계를 어느새 잊어버리게 된다.
두 사람은 다른 시대를 살아가지만 동일한 내면을 지니고 있다.
마치 우리 모두가 그런 것 처럼.
두 사람의 이야기는 평행선으로 나란히 달리다가 어느 순간 가까워졌다가 마침내 겹쳐진다.
노인과 고등학생 사이의 넓디 넓었던 간극은 어느새 좁혀지고,
이야기는 그들의 것이 아니라 내 것으로 들어온다.
할머니는 내면의 악마성 역시, 인간의 본성이며, 때로 제어되지 않을 때가 있지만
결국 용서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편안히 눈을 감는다.
아마 고짱은 모범생의 탈을 조금은 헐겁게 쓸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대단한 문제의식으로 다가오지 않고, 참 평범한 이야기로 다가온다.
하지만 매우 예리하게 일상을 들여다본다.
조금은 내면을 들여다볼 기회를 가져다 준다.
악마성을 어떻게 다스려 가며 내것으로 편안히 받아들일 것인가 하는 생각의 여지를 준다.
악마성을 지닌 것은 죄가 아니며, 그로 인해 타인을 괴롭히면 죄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용서는 언제든 가능하다. 너무 괴로워하지 말라,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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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왕실의 보물 보림한국미술관 5
김경미 외 지음 / 보림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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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왕실이라고 말하면 뭔가 매우 신비스럽고, 우아하고, 범접하지 못할 포스 같은 것이 느껴진다. 이 책을 다 읽고 본 후의 느낌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서문에 써 있듯이 우리는 수많은 왕실 중에 조선에 대해서만은 다소간 폄하해온 것이 사실이고, 조선의 왕실을 다 아는 것처럼 느낀 것도 사실인 듯하다. 그것이 일제에 의한 이데올로기인지 아니면 다른 요소가 있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이 책으로, 적어도 나는, 조선 왕실에 대해 다소간 신비하고 귀한 느낌을 되살리게 되었다. 여기 실린 보물들을 찬찬히 훑어 보면서 그처럼 공들여 만들고 쓰고 보관한 행위가 왕실 일족의 잘난 척이 아니라 왕실로 대변되는 나라의 존귀함에 대한 경건한 태도였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왕실의 존엄이야말로 그 백성의 자긍심의 뿌리였으리라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인지 이 책에 실린 보물 하나 하나가 내게는 다 깊은 의미로 다가왔다. 

'일월오봉도'는 왕을 상징하는 그림이라 한다. 이 그림이 선비들의 그림과 달리 매우 강렬한 초록과 빨강과 파랑과 금색 등을 쓰고 있다는 사실에 처음으로 주목했다. 마치 포스터처럼 강렬하고 다소 도식적이기까지 한데, 그게 모두 임금의 권위와 왈실의 번영을 기원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한다. 

'수원 화성 행차도'는 참으로 예사롭지 않게 보였다. 기록화이면서도 예술적으로 보이고, 도식적이면서도 역동적인 아름다움을 지녔다. 그리고 배를 잇대어놓고 그 위로 임금의 행렬을 지나가게 한 배다리 부분은 발상이나 기술, 규모 등 어느 모로나 놀라웠다.  

조선의 스물일곱 분 임금님 중 초상화인 어진이 남아 있는 분이 여섯 분이고 실제 당대에 그려진 어진이 거의 없다는 사실은 좀 충격이었다. 그러나 뒷면에서 채색하여 앞으로 색이 배어나오게 하는 배채에 대한 설명은 와~ 하는 탄성을 자아냈다. 

어보는 임금의 도장이다. 책에는 태조 임금과 고종 황제의 어보가 실려 있는데, 재료와 모양은 물론 조그만 장식 하나에도 일일이 깊은 의미가 실려 왕의 결정이 얼마 만큼의 무게를 지니는지 표현하고 있다.  

용상이나 가마도 마찬가지다. 임금에게만 쓰는 상서로운 빛깔인 붉은 색, 임금을 상징하는 용의 그림, 그 용의 발가락 수 등등 어느 하나 예사로운 것이 없다. 또 접이식 의자인 용교의는 그럼에도 실용성을 버리지 않은 조상의 지혜를 엿보게 했다. 

임금의 평상복인 곤룡포는 세종 26년에 중국에서 처음 들여온 이후 조선의 국왕들은 황제보다 한 단계 낮은 홍룡포를 입었단다. 영친왕의 홍룡포 사진이 실려 있는데, 스러져가는 나라의 왕이었던 영친왕의 옷은 남다른 감회로 다가왔다. 

비녀와 떨잠, 노리개, 보자기 등은 아름다움의 극치를 보여주었고, 벼루와 필통 책가도를 통해서는 군왕의 자격을 갖추기 위해 밤낮으로 공부에 매진해야 했던 선조들의 반듯한 생활을 구경하는 뿌듯함이 느껴졌다. 

과연 여기 실린 유물들은 그야말로 보물이라 이름붙일 만하다. 그저 아무 생각 없이 보면 한낱 오래된 물건일 수 있으나 이렇게 책을 읽고 나서 다시 보니 참 귀하고 고맙다. 다음에 박물관이나 고궁을 갈 때는 이 책을 들고 한 번 나서 보리라 싶다. 아마 감동이 두 배가 될 것 같다.  

늘 느끼는 건 보림의 한국미술관 시리즈는 책날개를 벗겨 내고 양장표지의 디자인을 보아도 헉, 숨을 몰아쉴 만큼 아름답다는 것이다. 용상이 마치 눈앞에 있는 듯 실린 표지 그림을 보며 어느새 용의 발가락을 세어 본다. 오조룡이다. 그럼 그렇지. 중국보다 덜할 게 뭐 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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