쨍아 우리시 그림책 12
천정철 시, 이광익 그림 / 창비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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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의 우리시 그림책 열두 번 째. <쨍아>
쨍아는 잠자리의 사투리라 한다.
어린 시절 "장다리 날아다니다, 장다리 꽃에 앉았다."라는 노래에서 장다리가 잠자리랬는데.
쨍아라는 이름도 감칠맛이 난다.
'쨍아'는 1925년 <어린이> 잡지 공모에 입선된 동요란다.
당시 열네 살이던 천정철 시인의 작품이다.
그래서인가, 어른이 쓴 동요에서는 느낄 수 없는 파릇파릇한 감성,
새롭게 느끼는 죽음에 대한 더 처연한 감정이 전해져온다.

쨍아. 

뜰앞에서 쨍아가
죽었습니다. 
과-꽃 나무 밑에
죽었습니다.
개미들이 장사를
지내준다고
작은개미 앞뒤서서
발을맞추고
왕개미는 뒤에서
딸-랑딸랑 
가을볕이 따뜻이
비초이는데
쨍아장례 행렬이
길게갑니다.
 

잠자리는 날개가 커서인가, 그 몸이 유난히도 가벼워 보인다.
잠자리의 주검은 더더구나 더 가벼워 보인다.
잠자리 죽은 걸 보면 모든 죽음이 가벼운 듯해서 마음이 짠하다.
그럴 때 개미들이 몰려와 어느덧 해체되는 모습은 참
슬프고도 아름다운, 상반된 느낌일 것이다.
아마, 시인도 그랬으리라 싶다.
죽음이 자연스럽고, 자연이란 그렇게 돌고돈다는 느낌을 깊이 받아들였을 것이다.
이 시, 참 아름답다.
그저 가을날의 한 풍경을 묘사하는 서경시 같은데,
짙은 서정이 녹아 오래오래 울린다.

이광익 그림작가의 그림이 이처럼 잘 녹아들 수가 없다.
판화 위에 감자, 무, 지우개로 도장을 찍어 표현한 그림이 그야말로
깨끗한 시에 날개를 달아주었다.
어느 하나도 반복의 느낌이 없이 자연스럽고,
색이 무척이나 아름답고 정감어리다.
햇살 아래 아롱지는 꽃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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