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꽃을 몹시 좋아하는 한 선비가 중국 땅에 살고 있었습니다.
그 선비는 얼마나 연꽃을 좋아했던지 자기 집 뜰을 연꽃 밭으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수십 명의 일꾼을 써서 연못을 파고,연꽃을 심었습니다.
선비는 연꽃 피기만을 기다렸고,연꽃이 피면 연꽃 피는 소리에 잠이 깨어,연꽃이 잠들 때 잠을 자는 선비였습니다.
이 선비가 하는 일은 이 밖에 연꽃을 보며 시를 짓는 것과,가야금을 타고,묵화를 그리는 것이 하루의 일이었습니다. 어느 날,선비는 낮잠이 들었습니다.
그리고는 꿈을 꾼 것입니다. 그 꿈에서 이상한 것을 보았습니다.
연못 한가운데 있는 제일 큰 흰 연꽃 속에서 거짓말처럼 아름다운 소년이 머리를 조용히 내밀어 사방을 바라보는 것이었습니다.
연꽃 속에서 사사사 사람이 나오다니!”
꿈속에서 선비는 깜짝 놀랐습니다. 선비는 숨을 죽였습니다.
저녀석이 누굴 부르잖아.”
아닌게아니라 연꽃 속에서 얼굴을 내민 소년은 저만치 떨어져 피어 있는 연꽃을 보고 손짓을 하였습니다.
저것이 무슨 신호지?"
궁금해서 유심히 보고 있자니,저 건너편 연꽃 사이에서 그중 붉은 연꽃이 다시 신호를 하였습니다. 그러고는, 붉은 연꽃 속에서 예쁜 소녀가 머리를 내밀었습니다.
이상도 해라·······꼭 사람의 장난 같은데, 저것이 무슨 곡절인고?”
선비는 그만 꿈을 깼습니다.연꽃 속에서 사람이,그것도 예쁜 소년 소녀가 나왔다가 숨어 버리다니,참으로 신기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선비에게는 연꽃만 바라보는 즐거움보다 오히려 꿈속에서 연꽃을 보는 즐거움이 더 컸습니다.
내일도 또 그럴텐가? 고것들이 또 무슨 일을 저지를 것 같은데······허허······."
그 이튿날도 낮잠을 자고,또 연꽃 꿈을 꾸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붉은 연꽃 속에서 소녀가 수줍은 듯 고개를 드는 것이 아닙니까.
허허······참말 묘한 노릇이고······."
 살금살금 사방을 둘러보더니,한가운데에 있는 흰 꽃을 보고 손짓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자,기다리기라도 했다는 듯이 다시 손짓을 하는 소년. 그들은 누가 볼세라 수줍은 듯이 연꽃 속으로 숨어 버렸습니다.
 “허참 신기하다.저것들이 무엇을 알아서 저런다지?”
선비는 잠이 깨었습니다.연꽃밭을 둘러보니 연꽃은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이 한낮의 고요만 흘렀습니다. 또 변해야 할 이유도 없는 일이었습니다.
왜냐하면 선비의 꿈속에서 일어난 일이기 때문입니다.
 다음날도 선비는 또 꿈을 꾸었습니다.
꿈속에서 선비는 가야금을 타고 있었습니다.
가야금 소리에 깨어난 듯이 흰 연꽃과 붉은 연꽃 속에서 똑같이 소년 소녀가 나타났습니다.수줍은 듯하면서도 그들은 오랜 친구라도 되는 양 정답게 웃었습니다.
두 소년 소녀는 다시 연꽃 속에서 비집고 나와 연못 위에 섰습니다.
그러고는 선비가 타는 가야금 소리에 맞추어 춤을 추기 시작했습니다.
너무나 뜻밖의 일이라,선비는 정신나간 사람처럼 외마디 소리만 질렀습니다.
,잘 춘다.잘 춰!’
 그 춤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선비도 신이 나서 가야금을 탔습니다.
물매미보다도 더 가볍게 떠돌아다니는 연꽃 속의 소년 소녀는 엷은 파문을 그리며 꽃 사이 사이로 숨바꼭질하듯 정답게 다녔습니다. 소년 소녀의 춤은 그치지 않았습니다.
선비는 팔이 아파 잠시 쉬려고 가야금을 내려놓자,소년과 소녀는 춤을 멈추고 서로서로 자기의 꽃 속으로 돌아갔습니다.
안녕!” “안녕!”
 오래 된 친구가 헤어지듯 그들은 서운해 하였습니다.
선비는 꿈을 깨어 흰 연꽃과 붉은 연꽃을 찾아보았습니다.
틀림없이 연못 속에는 흰 연꽃과 붉은 연꽃이 있었습니다.
 “그렇다면,꿈이 사실이란 말인가?”
 선비는 날마다 꿈을 꾸었습니다.
꿈을 꿀 때마다 선비는 가야금을 탔고 소년 소녀는 연꽃 속에서 나와 춤을 추었습니다.
그러다가 가야금 소리가 그치면 다시 헤어져 꽃 속으로 들어가곤 했습니다.
며칠이 지난 뒤, 선비는 연못 속의 연꽃을 보았습니다.
이상하게도 흰 연꽃과 붉은 연꽃의 거리는 하루하루 가까워지고 있었습니다.
허허,이대로 가다간 안 되겠군.두 꽃의 간격이 완전히 없어질 것 같은데···"
선비는 그렇게 되면 좋지 않은 일이 생길 것이 두려워,그만 흰 연꽃 잎을 한 잎 따서 버렸습니다.
조심하라는 뜻에서 꽃잎을 하나 뜯은 것입니다.
그 다음날 꿈에,소년은 팔소매가 없는 옷을 입고 나타났습니다.
 “?웬일이야,팔소매가 없으니·····"
선비는 어제 꽃잎 하나를 떼어 버린 것을 깜박 잊었습니다.
소년은 어제보다 풀이 죽어 있었습니다.
소녀를 보기가 민망한 눈치였습니다.
자기의 떨어진 옷이 마음에 걸린 모양입니다.
꽃잎 하나가 떨어진 연꽃은 생기를 잃었습니다.
생기를 잃으니 하루에 꽃잎 하나씩 날마다 떨어졌습니다.
꽃잎이 떨어질 때마다 꿈속의 소년의 아름다운 옷이 하나씩 떨어져 나가는 것이었습니다
그 뒤부터 소년은 점점 병들어 물 위에 나타나지 않았고,연꽃도 시들고 말았습니다.
선비는 자기가 한 짓을 후회했으나 때는 이미 늦었습니다.
소녀는 그 후부터 혼자 춤을 추는데,차마 그 모양이 외로워 눈물 없이는 볼 수 없었습니다.
선비는 죽은 소년을 위해 슬픈 곡조를 타 주었습니다.
마침내 선비도 가야금 타는 데 정신이 팔려 그만 병들어 죽고 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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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애(厚愛) 2010-05-21 07: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꽃말 - 순결과 청순, 군자, 신성, 청정, 당신은 참 아름답습니다, 번영, 환생이랍니다.

마녀고양이 2010-05-21 1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고, 선비는 나쁜 뜻은 아니었으나, 천년의 사랑을 방해한 장본인이 되었군요...
이긍.... 안타까와라~

후애(厚愛) 2010-05-22 05:19   좋아요 0 | URL
슬픈 전설이에요..ㅜ.ㅜ

L.SHIN 2010-05-21 14: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소심한 연꽃왕자....그 정도로 순수하다고 해야할지.
왠지 머리 속에서 이 이야기가 만화로 그려지는 듯 했습니다.^^

후애(厚愛) 2010-05-22 05:23   좋아요 0 | URL
연꽃을 좋아하는 난 전설이 있는 줄도 몰랐어요.
읽으니 너무 슬퍼서 괜히 읽었다는 후회를 한 접니다.
꽃의 관한 전설들을 모아서 책으로 내고 싶어요.^^

순오기 2010-05-22 11:16   좋아요 0 | URL
후애님, 꽃에 대한 전설과 설화 모음집은 많이 나와 있어요.
하지만 동양과 서양의 꽃 설화는 좀 차이가 있을테니
열심히 자료 모아서 준비해보세요.^^
우리집에도 네 권 있는데... 물론 어린이책이에요.

L.SHIN 2010-05-22 12:46   좋아요 0 | URL
그렇다면 만화로 내보는 건 어때요?
후애님은 글을, 나는 그림을 그리는 거에요. 으하하핫.^ㅡ^
(...라고 덥썩 일을 저질러도 될까..그림 1장 그리는데 걸리는 시간이..덜덜)

꿈꾸는섬 2010-05-22 2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연꽃에 이런 전설이 있었군요. 너무 안타까워요.

후애(厚愛) 2010-05-25 06:36   좋아요 0 | URL
네 저도 전설이 있다는 걸 처음 알았는데 넘 슬프네요.
 

 
 
 
 
 
 
 
 
 
 


아 넘넘 멋진다. 이런 작품들은 정말 처음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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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SHIN 2010-05-21 0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혼을...가슴을 잃어버린 현대인들의 모습 같습니다.

그런데, 아, 전 선글을 끼고 있는 남자의 빨간 신발에 꽂혀 버렸어요, 어쩜 좋아 ㅋㅋㅋ

후애(厚愛) 2010-05-21 10:49   좋아요 0 | URL
빨간 신발이 마음에 드셨군요. ㅎㅎ
빨간 신발을 보고는 참 귀엽게 생긴 신발이라고 생각했었어요. ㅋㅋㅋ
 



연꽃 / 최태준 

 안의 그대는
누구를 연모하고 있음을
모르지는 않습니다.
그대 있는 곳에는언제나
온화한 그리움 하나 품고 있었고
 그리움 속에는 
불심 고여 있음도 말하게 하십시오.
때로는역겨운 악연도
고우신 미소로 인연 지으시고 
세상을 품으시니
그대는연등이시고 연좌이시더니
엎드리는 이의 소원마다 
밑줄 그어둔 욕망의 언덕에서 
옷을 벗을 때까지
 정갈한 정성 포개어 
곱게 태우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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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여기까지의 사진이 비가 내리기 전의 저녁 노을이다. 정말 오랜만에 보는 노을이다. 노을이 얼마다 아름답던지...

화요일. 비가 내리고 있었다. 전에 올린 물방울 사진이 생각이 나서 나도 물방울을 찍어 보려고 했는데 실패를 하고 말았다. 다음에는 꼭 성공을 해야지...
 
 

병원에서 나오는데 피어있는 이 꽃을 보았다. 너무 이뻐서 찍었는데 사진이 잘 나와 주어서 기쁘다. 비 오는 날 활짝 핀 꽃... 비 오는 날 사진을 찍은 것 처음인 것 같다. 근데 이 꽃 이름이 뭘까... 궁금하다.. 아시는 분 계시면 알려 주세요~~~
 
 

어제 비가 내린 후 찍은 노을이다. 비가 내리니 모든 식물들이 좋아서 춤을 추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오늘 오전에 파랗던 하늘이 지금은 먹구름이다. 이번주 내내 비가 내릴거라고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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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0-05-20 0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 후애님의 사진이 점점 멋져지는데요...
이렇게 실력이 늘다가 사진 전시회 하셔도 될 듯.
마지막 사진... 너무 좋네요. 크게 뽑아서 집에 걸어놓고 싶을 정도로.

후애(厚愛) 2010-05-21 05:12   좋아요 0 | URL
아마도 선물로 받은 디카라서 그런가봅니다.
칭찬 받으니 기분이 최고에요 >_<
감사~~~ ^^

루체오페르 2010-05-20 1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마녀님 처럼 그 생각 했어요.
후애 님 사진이 점점 멋있어 진다고요.^^

후애(厚愛) 2010-05-21 05:13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디카 덕분이지요.^^

L.SHIN 2010-05-20 2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을..나도 보고 싶다.
꽃 중에 두 번째 사진, 정말 이쁩니다. 잘 나왔어요.^^
후애님 나중에 나랑 취미 사진가 활동 안 할래요? 멋진 사진 찍으며 돌아다니는 거죠.
마지막 사진 구도가 아주 좋습니다.(웃음)

후애(厚愛) 2010-05-21 05:18   좋아요 0 | URL
노을을 보내 드리고 싶당~ ^^
옆지기도 보더니 사진 잘 나왔다고 하더군요.
그러면서 자기도 새로 디카 장만해야겠다고 해요. ㅎㅎㅎ
꽃이 너무 이뻐서 그냥 지나 칠 수가 없었어요.
네 취미로 사진가 활동 하고 싶어요.
못 가본 곳을 구경 삼아서 멋지게 사진도 찍고요..
아 생각만 해도 마음이 들뜨네요. ㅎㅎㅎ
감사~~~ ^0^

같은하늘 2010-05-25 0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웅~~ 넘넘 멋져요~~~
후애님이 찾아서 올려주시는 것들도 멋지지만 직접 찍으셨다니 더욱 멋져요~~

후애(厚愛) 2010-05-25 06:36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외출을 할 때마다 디카들고 나갑니다. ㅎㅎ

blanca 2010-05-25 1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늘이 정말 예술이네요. 진짜 후애님 사진 작가 되시는 것 아녜요? 한 번 더 보고 갈게요.6^
 

 

 

 

 

 

 

 

 

 

 

 

 

 

 

 

 

 

 

 

 

 

 

 

 

 

 

 

 

 

 

 

 

 

 

 

 

내가 관심가는 책들은 보명 <산사의 들꽃이야기> 그리고 제운, 한민 <산사의 주련>, 고산스님의 <지리산의 무쇠소>다. 법정스님의 책들을 읽고 난 뒤로 난 불교에세이에 관심이 많아졌다. 읽으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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