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짜 심리학 - 생각의 오류를 파헤치는 심리학의 유쾌한 반란
리처드 와이즈먼 지음, 한창호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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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뒤집어 놓은 괴짜들의 심리에 대한 책일까? 아니면 인간 심리에 대한 기상천외한 여러 실험들을 담고 있는 책일까? 암튼 제목부터가 괴짜와 심리학의 만남이니 무언가 재미있는 이야기가 실려 있을 것 같은 기대감으로 읽은 책이다.  

몇몇 내용, 예를 들면 스키너의 권위에 대한 복종 실험이라든가, 혈액형이나 별점에 대한 이야기들은 이미 다른 책들에서 많이 접해 본 내용이었지만, 유령에 대한 심리 실험이라든가, 거짓말을 탐지하는 방법, 혹은 어느 계절에 태어난 사람이 운이 좋을까, 어떤 농담에 사람들이 많이 웃을까 등등.. 참 기발한 심리 실험이 많이 소개되어 있었다.  

심령 체험이나 약간 무언가 존재하는 듯한 신비 체험을 저주파와 연관된 현상으로 설명하는 점은 너무.. 과학이라는 미명하에 모든 것을 합리적, 이성적으로만 접근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지만, (특정한 장소에 저주파가 흐른다는 자체가.. 어쩌면 신령이 나오기 좋은 조건일 수도 있지 않을까.. 또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믿는 것을 보기에... 과학을 신봉하는 사람이 경험하는 것과 신이나 영혼, 혹은 신명의 존재를 믿는 사람이 체험하는 것은 다를 수 밖에 없을 듯 하다. 라디오 채널을 어디에 맞추는가에 따라 들을 수 있는 음악이 달라지는 것처럼 어쩌면 우리 삶 전체도 우리가 믿고자 하는 바, 경험하고자 하는 바에 따라 내용이 달라지는 건데, 그걸 일률적으로 자신이 경험한 것이 맞다고만 주장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대부분의 실험들은 재미있기도 했지만, 알아두면 좋을 법한 내용도 많이 있었다.   

거짓말을 구별하기 위해서는 눈 보다는  귀에 의존하는 게 더 좋다거나, 여름에 태어난 사람이 겨울에 태어난 사람보다 운이 더 좋은 이유가 아무래도 더 살기에 좋은 계절에 태어난 사람들이 더 낙관적이기에 인생의 기회를 더 쉽게 잡을 수 있다는 이야기는 공감이 많이 갔다. 몇년 전부터 자기 계발 서적에 끊임없이 강조되는 긍정적인 감정이 성공한 삶을 불러온다는 이야기와도 일맥 상통하는 이야기이다.   

또 과거에 대한 기억이 사실 그대로가 아니라, 끊임없이 현재와의 상호 작용을 통해 재구성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실험도 재미있었다. 예를 들자면 어린 시절 아빠가 자신을 안고 있는 평범한 사진의 배경을 놀이기구 위나 열기구으로 슬쩍 바꾸어서 보게 하면서 그 때 일을 떠올려보라고 했을 때,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경험하지도 않았던 체험을 늘어놓았다. 드러난 증거 앞에서 자신의 정체성, 혹은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쉽게 과거 기억이 조작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실험이었다. 꼭 어떤 악의적인 의도가 있어서 기억을 왜곡하는 것이 아니라, 기억 자체가 굉장히 유동적이고 가변적이라는 것을 말해주는 거였다.  

하긴, 사람은 누구가 과거 체험의 총합으로서 현재를 살아가고 있다. 현재의 내가 끊임없이 변하는 것처럼.. 과거의 내 체험 역시도 끊임없이 재해석되고 재구성되어.. 현재 속에 녹아 있을 것이다. 물질의 화학 변화가 그 반대 방향으로의 변화와 같은 속도를 가질 때 실제로는 무수히 많은 화학 변화가 일어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외적으로는 아무 변화가 없는 것처럼 보여지는 평형 상태에 도달하게 된다고 한다. 그것처럼 우리 현재와 과거의 기억 사이의 상호작용도 혹 그런 평형 관계가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보게 되었다.  

암튼.. 뭐 이런 실험을 다 해 보았을까 싶을 정도의 기발한 실험들을 통해.. 인간의 다양성과 동시에 인간 사고 방식의 유사성(어짜피 다 사람은 거기서 거기다!!)도 같이 발견할 수 있어서.. 어떤 면에서는 나 자신과 타인을 이해하는데 조금은 도움이 될 것 같다.  

책에 소개된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유머를 소개하는 것으로 리뷰를 마쳐야겠다.. 

기분이 별로 좋지 않은 여교사 아이들에게 분풀이를 하기로 했다. 그녀는 "자기가 바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모두 일어나볼까!"라고 말했다.  몇초 후 한 아이가 천천히 일어났다. 여교사가 그 아이에게 물었다."네가 바보라고 생각하니?" 

아이가 대답했다. "아니요.... 하지만, 선생님 혼자 서 계시면 창피하실 것 같아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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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것들의 책 폴라 데이 앤 나이트 Polar Day & Night
존 코널리 지음, 이진 옮김 / 폴라북스(현대문학)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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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이상하게 동화책을 자꾸 읽게 된다. 아마 삶에 찌들어 있는 나 자신으로부터 조금은 도피하고 싶은 욕구 때문인 듯도 하고, 머리를 많이 쓰면서 무언가 생각하고 따지듯이 읽어야 하는 책들보다는 가볍게, 출퇴근 길에 버스 안에서도 읽을 수 있다는 실용성 때문일 것 같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일단 재미있기 때문일 것이다.  

어제 막 읽기를 마친 이 책은 동화와 판타지의 경계에 아슬아슬하게 있는 책이다. 책의 소재 자체가 이야기이다보니, 우리들이 너무도 잘 알고 있는 여러 동화들이 등장하긴 하지만, 그 내용이 조금씩 비틀려져 있다. 백설공주와 난장이 이야기는 일곱 난장이에게 기생하며 무위도식하는 돼지 같은 백설 공주 이야기로 등장하고, 잠자는 숲속의 공주는 남자들을 꾀여 잡아먹는 마녀로 등장한다. 또 빨간 망또는 늑대를 사랑하여 금단의 열매인 늑대 인간(루프)을 낳는 요부로, 미녀와 야수 이야기는 성별이 바뀌어서 짐승의 얼굴을 가진 여자와 멋진 기사 사이의 로맨스로 진행되다가, 여자의 얼굴을 본 순간 남자가 경악하면서 여자를 거부하자 여자가 남자를 잡아먹는 호러물로 변주된다.    

물론 이런 이야기들도 재미있지만, 이 책의 주된 줄거리는 데이빗이라는 소년이 사랑하는 어머니를 잃고  아빠가 로즈와 재혼하게 되면서 겪는 아픔과 성장에 대한 이야기이다. 엄마와 헤어질 준비가 안되어 있던 소년이 엄마를 잃고 난 뒤 아빠의 새로운 사랑이나 새로운 가족을 전혀 받아들이지 못한다. 그래서 소년은 엄마와 함께 읽던 책들과 함께 가족 속에서 고립된다. 새엄마인 로즈는 소년과 가까워지고 싶어하지만, 소년의 입장에서는 로즈는 엄마와의 추억을 공유하고 있는 아빠 사이에 끼어들어 온 침입자에 불과했다. 소년의 로즈에 대한 적개심은 이복 동생 조지가 태어나면서 점점 심해진다.  

새엄마 로즈의 오래된 저택 꼭대기 오래된 책들로 가득찬 데이빗의 방, 원래 그방 주인은 새엄마 로즈의 큰 아버지 조나단의 방이었다. 조나단은 데이빗과 마찬가지로 책을 좋아했던 소년이었는데, 어느날  갑자기 동생 애나와 함께 사라져버렸다. 암튼 마음 붙일 곳이 없는 어린 소년 데이빗은 자신의 방에서 아빠의 사랑을 빼앗아간 로즈와 동생 조지를 원망하면서 지내다가, 자기 방을 염탐하는 낯선 존재, 꼬부라진 사람을 목격한다.   

새엄마와 대판 다투고 아버지에게도 몹시 혼났던 어느날, 데이빗은 자신을 구해달라는 엄마의 목소리를 쫓아 정원의 어두컴컴한 구멍으로 들어간다. 그곳은 현실 세계와는 전혀 다른, 인류 역사 만큼이나 오래된 이야기들이 단순한 이야기가 아니라, 현실로 펼쳐지는 나라, 즉 이야기의 나라이면서 또 동시에 악몽의 나라였다.  

낯선 곳에 떨어진 데이빗은 바로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과 엄마를 만나고 싶은 마음으로 갈등하지만, 이미 집으로 돌아갈 수 있는 통로는 꼬부라진 사람 때문에 사라져 버렸다. 그가 집으로 돌아가는 유일한 길은 늙은 왕이 가지고 있다는 [잃어버린 것들의 책]을 보는 것 뿐이기에, 그는 왕궁으로 가는 여행을 시작한다. 처음엔 숲사람, 그 다음에는 롤랜드 기사를 만나면서, 또 어린 아이의 고기를 원하는 늑대 인간들의 추격을 받으면서, 괴물들과 싸우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들으면서 데이빗은 조금씩 성장해간다.  

두려움 앞에 용기 있게 맞설 줄 알게 되고, 사람을 신뢰할 줄도 알게 되며, 다른 사람의 마음도 조금은 헤아릴 줄 아는 사람으로 성장하게 된다. 그러나, 시시각각 데이빗의 목숨을 노리는 늑대 인간들의 추격은 계속되고, 데이빗의 주위를 맴도는 꼬부라진 사람은 동생의 이름을 말해주면 원하는 모든 것을 이루게 해 준다고 꼬득인다. 자신이 없어져서 아빠와 새엄마, 그리고 조지가 행복해할 거라는 생각에 화가 난 데이빗이 동생 조지의 이름을 다 말해버리려는 찰라, 롤랜드가 꼬부라진 사람으로부터 데이빗을 구출한다.   

엄마의 목소리로 데이빗을 꾀어내었던 마녀와의 결투 끝에 마녀를 물리치고 힘들게 왕국에 도착한 데이빗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은 늙은 왕이었다. 모두 잠든 밤, 왕과 꼬부라진 사람의 대화를 엿듣게 된 데이빗은 꼬부라진 사람을 미행해서 유리병에 갇혀 버린 애나의 영혼과 만난다. 조나단은 갑작스럽게 생긴 동생 애나를 미워해서 애나를 꼬부라진 남자에게 넘기고 그 댓가로 왕이 되었고, 애나는 산 채로 심장을 뜯어먹힌 채, 영혼 마저도 꼬부라진 남자의 수명의 연료로 소진되고 있었다. 애나의 영혼의 빛이 꺼지기 전에 꼬부라진 남자는 새로운 아이의 심장을 먹어야 삶을 이어갈 수 있고, 그래서 자신의 동생을 죽도록 미워하는 데이빗을 이 이상한 나라로 이끌었던 것이었다. 어린 나이의 순간적인 실수로 동생 애나를 죽게 만들고 평생 그 죄책감으로 망가져버린, 그래서 이제 그만 죽고 싶어하는 불쌍한 조나단!  

데이빗은 목숨이 위협받는 상황에서도 동생 조지의 이름을 말하지 않는다. 애나의 영혼이 소멸하면서 꼬부라진 남자의 생명도 끝나고 데이빗은 자신이 원래 들어왔던 나무를 통해 가족들이 있는 원래 세계.. 세계 대전이 한창인 영국의 한 병실에서 눈을 뜬다. 자신을 간호하느라, 머리가 엉망이된 채.. 잠들어 있는 로즈를 바라보는 데이빗은 더이상 새엄마를 미워하는 철부지 어린아이가 아니었다. 삶의 변화하는 모습을 받아들이고 배려하는 어른으로 성장해 있었다.  

자신의 삶에 갑자기 끼어들어 자신이 받아 마땅한 관심과 사랑을 빼앗아가는 다른 존재에 대한 적개심이나 분노는 아이들에게는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내 사촌동생이나 친구의 이야기를 들어보아도 형제나, 남매간에 다정다감하기만 한 경우는 별로 없다. 물론 동생이니까 예뻐하지만, 그것만큼이나 질투도 심하다고 한다. 오빠만 챙긴다고 우는 아이, 동생에게만 관심 가질까봐 온갖 재롱 다 부리는 아이.. 안 보는 데서 동생을 자꾸 때리는 아이.. 등등.. 애 둘 키우는 게 왜 이렇게 힘드냔 소리늘 입에 달고 산다. 

그 아이들도 점차.. 자라나서 티격태격하면서 자라온 자신의 형제가 평생 자신을 살아가는 데 부모님과 마찬가지로 든든한 버팀목이자 울타리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얄미운 동생을 둔, 그래서 소외되고 상처받았다고 생각하는 첫째들에게 한번쯤 읽히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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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동화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100편의 동화와 민담
크리스치안 슈트리히 지음, 김재혁 옮김, 타치아나 하우프트만 그림 / 현대문학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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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란 아이들을 위해 쓰여진 재미 있고 해피엔딩을 담고 있는 아름다운 이야기다. 그런데 사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동화의 원래 이야기는 결코 아이들에게 적당한 이야기가 아니었다고 한다. 백설공주를 버린 못된 계모 이야기가 사실은 계모가 아니라 친어머니였고, 신데렐라의 유리 구두는 유리 구두가 아니라 가죽 구두라서 그 신발에 억지로 발을 맞추기 위해 신데렐라의 두 언니가 발가락과 발 뒷꿈치를 잘라 피투성이가 되었다거나 하는 그로테스크한 이야기들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이 책을 읽어보니 과연 그렇다!!  

이 책은 세계의 유명한 동화와 민담을 수집해서 그 중 엄선한 이야기 백여 편을 묶은 책이다. 책에 실린 삽화가 아름답다길래, 또 책 표지 무언가 환상적인 데가 있어서, 초등학교 다니는 조카 생일 선물로 주려고 산 책인데, 읽다 보니.. 반가운 이야기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다. 

백설공주 이야기, 헨젤과 그레텔, 잭과 콩나무, 새끼 돼지 세마리, 빨간 망또 이야기, 벌거벗은 임금님, 인어공주 등등.. 그냥 제목만 들어도 정다운 이야기들도 있지만, 전혀 모르는 민담 같은 것도 많이 실려 있어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그런데, 읽으면서 보니, 조카에게 선물로 줘도 될까 싶다!! 어린 시절엔 몰랐는데, 동화의 내용이나 결말이 단순한 권선징악이 아니라, 좀 많이 잔혹하게 느껴진다. 가난 때문에 친 자식을 숲에 버리는 부모의 이야기나, 백설공주를 죽이려고 했던 벌로 불에 달구어진 신발을 신고 죽을 때까지 춤을 추고 된 못된 계모 이야기, 혹은 아이들을 잡아먹는 거인이나 마녀 이야기가 아이들에게 괜찮을까란 생각을 자꾸 하게 된다.  더 곤혹스러운 것은 아내가 죽은 뒤에 아내를 잊지 못하다가 아내를 그대로 닮은 딸과 결혼하려고 하는 미친(?) 아버지 이야기가 나오는 대목에서는.... 아무리 동화라도 역시 인간의 상상이 만들어낸 이야기니까.. 결국 우리 인간의 현실이 투영될 수 밖에 없단 생각에 좀 씁쓸했다.  

몇년 전엔가 호주에서 자기 친딸을 수십년 동안 지하실에 가둬 놓고 그 딸을 첩 삼아 데리고 산 아버지 이야기를 뉴스에서 듣고 경악했었는데, 수백년 전 이야기에서도 스토커처럼 자신의 딸을 아내로 삼기 위해 쫓아다니는 아버지가 등장하는 걸 보니.. 어쩌면 인간의 본성 속에 그런 욕구가 숨어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마저 든다. 오이디푸스 컴플렉스나 엘렉트라 컴플렉스와는 반대로 자신의 아들이나 딸을 지나치게 사랑하는 그래서 자신의 품안에서 놓치 못하고 더 심하면 성적으로까지 소유하려고 하는 욕구가 혹 있는 것은 아닐까?  

동화를 읽기에는 내가 너무 머리가 커 버린 탓인지.. 가볍게 훑어 보던 책을 보면서 별별 생각을 다 하게 된다. 어렸을 때는 마냥 재미있기만 했었는데, 이젠 왜 동화에 주인공은 항상 착하고 (?)  예쁜 얼굴을 하고 있는지.. 왜 계모는 항상 마녀이거나, 사악한지, 왜 종종 사람을 먹는 이야기가 등장하는지.. 왜 그렇게 극단적으로  누군가를 죽이거나, 죽임을 당하는 이야기가 아무렇지도 않게 나오는지, 거인의 재산은 보호할 필요가 없는 건지, 친 자매나 형제 중에 꼭 제일 현명하고 착한 존재는 항상 막내인지? 등등.  

동화는 동화일뿐이라고 하지만.. 아무 생각없이 읽기에는 이것 저것 할 말이 많을 것 같다. 초등학교 6학년인 내 조카에게 읽힌 후 같이 이야기를 좀 해 봐야 겠다... 조카는 어떻게 그 책을 읽었는지, 무얼 느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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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의 심리학- 마음을 읽어내는 관계의 기술
이철우 지음 / 경향미디어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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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05월 13일에 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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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인 조르바
니코스 카잔차키스 지음, 이윤기 옮김 / 열린책들 / 200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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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부터 숱하게 제목을 들어봐서 왠지 이미 읽은 책인 것마냥 친숙하게 여겨지지만, 실은 전혀 들춰 본 적이 없는 이 유명한 책을 드디어 다 읽었다~~ 야호~~ ^^  

며칠 전에 약국에서 이 책을 읽고 있는데, 어떤 여대생이 "이 책 너무 좋죠??"라며 말을 걸어 왔다. 사실 난 재미있다기 보다 어떤 의무감.. 이 유명한 책을 끝까지 다 읽고 말겠다는 오기 같은 걸로 버티는 중이었는데, 문득 그녀의 말을 듣고 나니 나 자신이 약간 한심하게 느껴졌다. 왠지 수준 높은 문학 작품을 이해하지 못하고 허영심으로, 혹은 지식욕으로 책을 읽는 것을 스스로에게 들킨 것 같은 기분이었다. 책을 다 읽은 지금도 왜 이 책이 그렇게 유명한 책인지, 걸작으로 평가받는지는 잘 알지 못하겠다.  

다만, 조르바라는 인물만은 상당히 매혹적이다. 책상물림인 화자에 비해, 철저한 행동파(?), 혹은 자유주의자인 조르바라는 인물은 소설 전체에서 말 그대로 살아 숨쉰다. 조르바에게는 하루 하루가 새로운 축복이다. 매일 매일이 처음 맞이하는 날인 것처럼, 모든 사물을 처음 보는 사람처럼 아름답게 느끼고 생을 만끽하면서 살아간다. 그래서 그는 하루 하루를 온전히 그 자신으로 살아가는 사람이다. 

 자연 속에서는 자연 그대로가 되는 사람, 일을 할 때는 온전히 일 자체가 되어 버리는 사람, 여자를 사랑할 때는 오직 이 세상에 그 여자밖에 없는 것처럼 자신을 완전히 던지는 사람, 무엇에도 얽매이지 않는 사람, 말로 자신을 표현하는 것보다, 산투리나 춤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게 더 쉽다고 느끼는 사람, 인간에 대한 연민과 예의가 살아 있는 사람.. 등등.. 화자가 느끼는 조르바는 진짜 사람 냄새 나는 사람이다.    

책의 배경이 되는 그리스의 상황을 알지 못해서, 책 전체에 흐르는 그리스와 터키의 문제나,  크레타인이라는 것이 구체적으로 어떤 정서를 의미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일제 치하에서 우리 나라 지식인들 중에서 직접 의병 활동에 뛰어들거나, 학교 등을 세워 민족 계몽 운동에 뛰어든 사람이 있었던 반면에, 시대적 상황에 대한 좌절감으로 염세주의에 빠진 사람들도 있었던 경우와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다.  

암튼, 고통받는 동족을 구하기 위해 위해 직접 전선에 뛰어든 친구에 비해 화자(아마도 카잔카키스 본인이겠지만)는 현실의 문제와 고통을 피하기 위해 책의 세계로 도피하는 인물이다. 그런 그에게 운명처럼, 혹은 기적처럼 조르바라는 인물이 다가온다. 화자는 자연스럽게 조르바와 어울리면서 무엇에나 거침없는 말투하고, 본능에 이끌리는 대로 행동하고 하루 하루 진짜 자기 자신으로 살아가는 자유로운 조르바에게 매료된다.   

 아마도 카잔카스카가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인 인간형이 조르바인 모양이다. 조르바는 자연과 대립되는 인간이 아니라, 자연에 속하는 사람이다. 또한 조르바는 인간에 대한 예의와 연민이 살아 있는 사람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인생의 즐거움과 아름다움을 찾아낼 수 있는 사람이면서, 또 터무니없을 만큼 감정적인 사람이기도 하다.  하나님 조차도 자기 자신보다 힘이 세고 더 관대한 존재일 거라고 생각할 만큼 단순한 사람이지만, 때때로 내뱉는 그의 말 속에는 삶의 연륜에서 빚어나오는 지혜와 솔직함이 담겨 있다.  

물론 보기에 따라,  여자 뒤꽁무니나 쫓아 다니고 맘 내키는 대로 자유롭게 그러나 무책임하게 살아온 인물이겠지만, 책을 읽다보면 조르바에 대한 그런 처음의 생각은 희미해지고, 그의 매력만이 강하게 뇌리에 남게 된다.   

아마도 그건, 화자와 마찬가지로 어쩔 수 없는 책상물림인 나의 본성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조르바 같은 삶을 동경할 수는 있어도 결코 그런 식으로 살 수도 없는 나약하고 소심한 사람이기에..  직접 몸으로 부딪쳐 삶을 경험하기보다는 책이라는 매체로 남의 삶을 엿보거나, 머릿속으로만 경험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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