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동화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100편의 동화와 민담
크리스치안 슈트리히 지음, 김재혁 옮김, 타치아나 하우프트만 그림 / 현대문학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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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동화란 아이들을 위해 쓰여진 재미 있고 해피엔딩을 담고 있는 아름다운 이야기다. 그런데 사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동화의 원래 이야기는 결코 아이들에게 적당한 이야기가 아니었다고 한다. 백설공주를 버린 못된 계모 이야기가 사실은 계모가 아니라 친어머니였고, 신데렐라의 유리 구두는 유리 구두가 아니라 가죽 구두라서 그 신발에 억지로 발을 맞추기 위해 신데렐라의 두 언니가 발가락과 발 뒷꿈치를 잘라 피투성이가 되었다거나 하는 그로테스크한 이야기들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이 책을 읽어보니 과연 그렇다!!  

이 책은 세계의 유명한 동화와 민담을 수집해서 그 중 엄선한 이야기 백여 편을 묶은 책이다. 책에 실린 삽화가 아름답다길래, 또 책 표지 무언가 환상적인 데가 있어서, 초등학교 다니는 조카 생일 선물로 주려고 산 책인데, 읽다 보니.. 반가운 이야기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다. 

백설공주 이야기, 헨젤과 그레텔, 잭과 콩나무, 새끼 돼지 세마리, 빨간 망또 이야기, 벌거벗은 임금님, 인어공주 등등.. 그냥 제목만 들어도 정다운 이야기들도 있지만, 전혀 모르는 민담 같은 것도 많이 실려 있어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그런데, 읽으면서 보니, 조카에게 선물로 줘도 될까 싶다!! 어린 시절엔 몰랐는데, 동화의 내용이나 결말이 단순한 권선징악이 아니라, 좀 많이 잔혹하게 느껴진다. 가난 때문에 친 자식을 숲에 버리는 부모의 이야기나, 백설공주를 죽이려고 했던 벌로 불에 달구어진 신발을 신고 죽을 때까지 춤을 추고 된 못된 계모 이야기, 혹은 아이들을 잡아먹는 거인이나 마녀 이야기가 아이들에게 괜찮을까란 생각을 자꾸 하게 된다.  더 곤혹스러운 것은 아내가 죽은 뒤에 아내를 잊지 못하다가 아내를 그대로 닮은 딸과 결혼하려고 하는 미친(?) 아버지 이야기가 나오는 대목에서는.... 아무리 동화라도 역시 인간의 상상이 만들어낸 이야기니까.. 결국 우리 인간의 현실이 투영될 수 밖에 없단 생각에 좀 씁쓸했다.  

몇년 전엔가 호주에서 자기 친딸을 수십년 동안 지하실에 가둬 놓고 그 딸을 첩 삼아 데리고 산 아버지 이야기를 뉴스에서 듣고 경악했었는데, 수백년 전 이야기에서도 스토커처럼 자신의 딸을 아내로 삼기 위해 쫓아다니는 아버지가 등장하는 걸 보니.. 어쩌면 인간의 본성 속에 그런 욕구가 숨어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마저 든다. 오이디푸스 컴플렉스나 엘렉트라 컴플렉스와는 반대로 자신의 아들이나 딸을 지나치게 사랑하는 그래서 자신의 품안에서 놓치 못하고 더 심하면 성적으로까지 소유하려고 하는 욕구가 혹 있는 것은 아닐까?  

동화를 읽기에는 내가 너무 머리가 커 버린 탓인지.. 가볍게 훑어 보던 책을 보면서 별별 생각을 다 하게 된다. 어렸을 때는 마냥 재미있기만 했었는데, 이젠 왜 동화에 주인공은 항상 착하고 (?)  예쁜 얼굴을 하고 있는지.. 왜 계모는 항상 마녀이거나, 사악한지, 왜 종종 사람을 먹는 이야기가 등장하는지.. 왜 그렇게 극단적으로  누군가를 죽이거나, 죽임을 당하는 이야기가 아무렇지도 않게 나오는지, 거인의 재산은 보호할 필요가 없는 건지, 친 자매나 형제 중에 꼭 제일 현명하고 착한 존재는 항상 막내인지? 등등.  

동화는 동화일뿐이라고 하지만.. 아무 생각없이 읽기에는 이것 저것 할 말이 많을 것 같다. 초등학교 6학년인 내 조카에게 읽힌 후 같이 이야기를 좀 해 봐야 겠다... 조카는 어떻게 그 책을 읽었는지, 무얼 느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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