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녀를 사랑했네
안나 가발다 지음, 이세욱 옮김 / 문학세계사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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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글을 참 잘 쓴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어떤 글을 정말 좋은 글이라 말할 수 있을까요? 여전히 저에겐 참 어려운 질문입니다. 어쩌면 영원히 시원한 결론을 내리지 못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글이란 저에게 언제나 신비 그 자체인 것 같습니다.

 

어떤 거대한 담론이나 상상을 초월하는 규모를 가진 글들, 시공을 초월하고 초현실적인 이야기들이 오고가는 글들도 있습니다. 그런 글을 통해 상상력의 한계에 이르러보고, 또는 색다른 감동을 느끼기도 합니다.

 

또는 정제되고 또 정제된 글들로 만들어진 근사한 이야기 한 편이 독자들을 사로잡기도 합니다. 그야말로 한 문장을 지어내는 데 몇 달, 몇 년의 시간이 지났을지도 모를만한 주옥같은 글들의 향연 말이죠. 우린 분명 그런 글들을 통해서도 무한한 감동을 느낍니다.

 

결론을 말씀드리자면 안나 가발다의 글은 위의 어떤 글들과도 다릅니다. 지극히 평범하고, 지극히 소박합니다. 그리고 아무런 꾸밈이나 치장도 없습니다. 다만 흘러가는 데로 그렇게 이어질 뿐입니다.

 

부끄럼 많고 내성적인 작가는 자신의 글이 유명해지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한 것 같습니다. 자신의 소설을 받아준 유일한 출판사. 그 출판사는 이름 없는 작은 곳이었습니다. 초판 발행 부수는 고작 800부. 하지만 그의 글은 프랑스 인들을 사로잡아버렸습니다. 자신의 삶을, 자기 자신을 닮은 그녀의 글을 놓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소문에서 소문으로 그녀의 책들은 팔려나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그녀의 첫 책이 엄청난 반향을 일으키자, 앞 다투어 모든 대형 출판사들이 그녀의 다음 책을 따내려 했습니다. 물론 그 전과는 다른 엄청난 금액을 제시하고 말이죠. 하지만 그녀는 신의를 지켰습니다. 자신과 같은 무명의 작가에게 기회를 주었던 그 작은 출판사에서 다시 두 번째 책을 내기로 한 것이죠. 참 멋진 작가란 생각을 해봅니다.

 

책의 내용은 단순합니다. 다른 연인이 생겨 자신을 버리고 간 남편. 주인공은 남겨진 두 딸과 함께 절망에 빠지게 됩니다. 지금까지 자신의 삶이 아무런 의미도 없는 것만 같습니다. 그때 남편의 아버지, 즉 시아버지가 그녀와 손녀들을 데리고 예전에 살았던 시골집으로 향합니다. 그리고 결혼 후 처음으로 며느리와 대화를 나눕니다.

 

이전까지 시아버지는 완고함, 고집불통, 가부장적 인물의 대명사였습니다. 결혼 후 자신에게 단 한 번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았다고 느꼈고, 남편 역시 자신의 아버지에게 그 어떤 애정도 없어보였습니다.

 

하지만 시아버지와 나눈 대화를 통해 주인공은 깨닫게 됩니다. 그리고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됩니다. 시아버지에게 또 다른 사랑이 있었다는 비밀을. 그리고 그 사랑이야기는 그녀의 예상을 벗어나는 것이었습니다.

 

사랑은 무엇일까요. 어떤 사랑이 옳은 것이고, 어떤 것이 그른 사랑일까요. 그 결정은 누가 내리는 것일까요. 남편, 혹은 부인을 버리고 새로운 사랑을 찾아 떠난다면 그 사람은 진정한 사랑을 얻었다고 할 수 있을까요. 혹은 내 일생 처음이자 마지막 사랑을 만났다고 느꼈음에도, 아내, 남편이 있고, 아이들이 있기에 포기하고 마는 것 또한 옳은 결정일까요. 그 사람은 두 번 다시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있을까요.

 

너무나 어려운 문제입니다. 작품에 나오는 시아버지와 남편, 이 두 남자의 사랑은 다릅니다. 사랑의 방식도 다르고, 그 사랑에 대처하는 방식도 달랐습니다. 하지만 누가 옳다고, 누가 틀렸다고, 감히 누가 심판할 수 있을까요. 사랑은 그렇게 말로는, 머리로는, 이성으로는 어찌 할 수 없는 것 아닐까요.

 

지극히 평범한 이야기 속에 저자는 조그맣게 속삭입니다. 삶은 당신보다 강하다고, 그러니 주저앉지 말라고.

 

짧지만 아름다운 작품이었습니다. 이 겨울, 많은 사랑 하시길 바랍니다.

 

“그러고 보면 사랑은 바보 같은 짓이에요? 그렇죠? 제대로 되는 법이 없잖아요?”

“왜, 제대로 되기도 하지. 하지만 노력을 해야지.”

“어떻게 노력을 해요?”

“조금 더 애를 써야지. 매일 조금 더 노력을 해야 해. 자기 자신이 될 용기를 가져야 하고, 행복하게 살겠다고 결심을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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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나다 - 우리 시대 전태일을 응원한다
하종강 외 지음, 레디앙, 후마니타스, 삶이보이는창, 철수와영희 기획 / 철수와영희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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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전태일 열사 40주기를 기념해 4개의 출판사가 공동으로 기획한 책입니다.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또 다른 ‘전태일’ 들의 이야기입니다. 결코 가벼운 주제일 수 없지만, 되도록 가볍게 읽을 수 있었던 책입니다.

 

책에는 제가 개인적으로 알고 지내는 분들의 이야기와 글도 담겨져 있습니다. 출판사 중 한 곳인 철수와영희는 대표님을 인터뷰한 적이 있고, 그 곳에서 좋은 책들을 많이 보내줘서 참 좋은(!) 인상을 가지고 있습니다.

 

레디앙 역시 친한 후배가 일했던 곳이라 인연이 있습니다. 삶이 보이는 창이나 후마니타스 모두 좋은 책을 많이 펴내는 훌륭한 출판사입니다. 이 네 출판사에서 나오는 책들은 일단 믿을 수 있다고 자신 있게 말씀드립니다.

 

전태일 열사가 열악한 노동자들의 삶을 위해 자신의 삶을 버린 지 어느 새 40년이 지났습니다. 올 해는 또 전태일 열사의 어머님이자 모든 노동자들의 어머님 이소선 여사가 세상을 떠나시기도 했습니다. 여러모로 참 힘든 한 해였지만, 특히나 어머님들의 소천은 남겨진 자들을 더욱 아프게 했습니다.

 

과연 전태일 열사가 떠난 지 40년이 된 지금, 노동자들의 삶은 많이 나아졌을까요. 저마다 다른 생각들을 가지고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쌍용 자동차의 해고 노동자, 희망퇴직 노동자들이 끊임없이 자살로 생을 마감하고 있는 지금, 노동자들의 현실은 여전히 전태일 열사를 부르고 있습니다.

 

김진숙 동지가 크레인 위에서 300일이 넘는 시간동안 목숨을 걸고 투쟁해야 겨우 노동자들의 현실에 관심을 갖는 시대입니다. 우리나라 대통령은 그 시간 미국 디트로이트의 노동자들을 위해 연설을 했습니다. 그들의 일자리를 지켜주겠다고 격려하면서 말이죠.

 

세상은 아직 어둡습니다. 전태일 열사가 스스로 몸을 불살라 외쳤던 근로기준법은 여전히 노동자들의 삶에 마지노선이 되고 있습니다. 하종강 선생님의 말씀처럼 근로기준법은 노동자가 최소한의 삶을 보장받기 위한, 그야말로 최소한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자본가들은 근로기준법을 지키는 것을 대단한 일인 양 떠들어댑니다. 과연 그들의 탐욕과 욕망으로 이 땅이 얼마나 썩고, 무너져야 깨달을 수 있을까요. 노동자들이 인간답게 살 수 없는 땅은 결국 망하고 만다는 사실을요.

 

기업하기 좋은 나라는 개나 줘버리세요. 보다 중요한 것은 인간이 인간답게 살기 좋은 나라입니다. 노동자가 자신의 노동을 판매한 대가로 최소한의 삶의 행복을 누릴 수 있는 나라가 비로소 좋은 나라입니다. 그런 나라만이 국격을 논할 수 있습니다.

 

이제 1년의 시간이 지나면 이 무참한 정부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집니다. 하지만 반드시 기억합시다. 이 땅의 수많은 전태일을 만들어냈던 그들의 죄를, 그들의 탐욕과 부패를. 그들의 이기심과 오만을.

 

역사는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가는 것임을 반드시 기억해야 하겠습니다. 지금도 편의점에서, 주유소에서, 테이크 아웃 커피전문점에서 자신의 젊음과 꿈을 저당잡힌 채 살아가는 수많은 전태일에게 말합니다.

 

그대들이 잘못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그대들이 분노하는 것에도 아무런 잘못이 없다고.

 

세상을 더 따뜻하게 만들어가는 일, 그것은 우리 모두의 일입니다.

항상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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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생이 아프면 부처도 아프다 - 명진스님의 사회성찰 이야기
명진 스님 지음 / 말글빛냄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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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의를 봐도 그냥 참고, 못 본 척하고 살아가는 시대다. 그래야 자신이 생존할 수 있으니까, 혹은 그렇다고 생각하니까. 하지만 그렇지 않은 이들도 분명 존재한다. 자신에게 닥칠 그 어떤 위험, 불이익을 감수하면서까지, 옳은 말하기를 주저하지 않는 이들이 있다. 바로 명진 스님과 같은 분들이다.

 

히틀러 시대에 살았던 본 회퍼 목사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미친 사람이 차를 몰고 가고 있다면 당신은 종교인이라고 해서 그 미친 사람의 차로 인해 죽은 사람들의 장례식에서 미사나 지내주어야 하겠는가? 당장 그 미친 사람에게서 운전대를 빼앗아야 하지 않겠는가?”

 

그는 또 많은 이들이 불의를 봐도 모른 체 하고 고개를 돌린다면 결국 그것이 자신에게 돌아간다는 사실을 말하고 있다.

 

“당신은 히틀러 반대자가 잡혀갈 때에도 나와 상관없다고 침묵했고, 공산주의자가 잡혀갈 때도 나와 상관없다고 침묵했고, 유대인이 잡혀갈 때에도 나와 상관없다고 침묵했고, 노조원들이 잡혀갈 때에도 나와 상관없다고 침묵했고, 가톨릭인이 잡혀갈 때에도 나와 상관없다고 침묵했다. 이제 당신이 그들에게 구속을 당했을 때, 당신의 부당함에 대해 말해줄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명박 대통령, 그리고 정부는 정부에 반대하는, 정부를 비판하는 모든 이들의 입을 강제로 막으려 했다. 미네르바, PD수첩, 쥐 그림을 그린 강사나 민간인 사찰에 이르기까지 법을 초월해, 법을 휘둘렀다. 한나라당 정두언 의원 등 같은 족속끼리도 사찰하고 감시했다.

 

하지만 언론계, 종교계는 스스로 입을 닫았고, 오히려 함께 편승해 더러움을 자초했다. 기독교는 말 할 것도 없고, 불교계 역시 혼탁하긴 마찬가지였다. 4대강을 반대하며 문수 스님이 제 육신에 불을 댕겼음에도 침묵으로 일관하더니, 고작 정부의 템플 스테이 지원이 삭감되는 것에서는 목숨을 걸고 투쟁하겠다는 코미디를 연출했다.

 

조계종 총무원의 수장은 이명박 대통령의 선거 운동원으로 활약했고, 그 덕분에 지금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 수행자라는 사람들이 오로지 돈과 권력에 눈이 시뻘건 모습들. 불의를 보고도, 그게 불의인지조차 인식하지 못하는 이들이 무슨 종교를 논하고, 무슨 부처님을 논하겠는가.

 

명진 스님은 서울 강남의 부자 절 봉은사에서 주지의 소임을 맡으면서도, 권력과 불의에 굴복하지 않았다. 오히려 강남 아줌마, 할머니들을 깨우치려 노력했고, 그 성과로 많은 일들을 해낼 수 있었다. 그 일들이란 무슨 정치적 꼼수가 아니었다. 어려운 이웃들을 더욱 많이 도와준 것이 전부였다.

 

그리고 한국 불교가 제대로 된 방향으로 나아가길 바랐다. 스님의 노력이 어느 정도의 역할, 성과를 거두었는지는 아직 자신할 수 없다. 하지만 스님이 주지에서 물러난 이후의 상황을 본다면 어느 정도 짐작은 가리라.

 

스님은 여전히 서슬 퍼런 말씀을 멈추지 않는다. 이명박 대통령이 개인적으로 밉고, 현 정부가 자신을 겁박했기 때문이 아니다. 다만 이 나라 모든 국민들이 보다 행복하게 살아가기를 바라는 마음뿐이다.

 

이제 스님의 두 번째 책이 나왔다. 부제는 서이독경, 즉 ‘쥐 귀에 경 읽기’다. 아무리 못 알아 듣는다 하더라도, 스님은 끊임없이 서릿발 같은 꾸지람으로 세상을 바로 잡으려, 더 많은 이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을 위해서 노력할 것이다.

 

스님이 우리 민족21의 발행인이라는 것이 참 자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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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투를 빈다 - 딴지총수 김어준의 정면돌파 인생매뉴얼
김어준 지음, 현태준 그림 / 푸른숲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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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꼼수다》의 살벌한 인기 이전에 이미 김어준 총수는 《딴지일보》의 총수로서 범인은 쉽사리 범접하지 못하고, 형사는 근처에도 못갈 지지를 얻고 있었다. 나 역시 《딴지일보》의 열혈 독자까지는 아니더라도, 가끔 정말 웃긴 거 같은데도 불구하고, 무언가 깊은 성찰을 요구하려 협박하는 글들을 보기 위해, 혹은 야한 사진을 많이 올려놓은 게시판 구경삼아 《딴지일보》사이트를 들락거리곤 했다.

 

그리고 이제 2011년, 김어준 총수의 인기는 하늘을 찌른다. 같은 욕을 해도 김 총수가 하면 더 통쾌하고, 약 올리는 것 역시 김 총수가 하면 열 받아 죽을 것만 같다. 《나는 꼼수다》멤버들이 모두 범인들은 아니지만, 김 총수가 없었다면 지금과 같은 인기와 파괴력을 갖지 못했을 것이라는 사실엔 다들 동의한다.

 

이 책은 그가 여러 매체를 통해 상담했던 이야기를 묶었다. 사랑, 연애, 가족, 친구, 직장 등등 이 시대 우리들이 살아가면서 느낄 수 있는 고민, 좌절, 희망을 이야기한다. 물론 ‘졸라’와 ‘씨바’가 함께 하며.

 

인간은 누구나 행복하기 위해 살아간다. 하지만 우리는 그걸 가끔씩 잊는다. 정말 멍청한 족속들이다. 왜 이렇게 죽어라 개고생하며 살아가는지도 잊고, 그냥 그렇게 하루하루 버티듯 산다. 그럼 그 인생은 과연 무슨 의미가 있을까.

 

김어준의 충고 혹은 독설, 조언, 격려는 격식을 따지지 않는다. 자기가 보기에 되지도 않는 고민이랍시고 늘어놓는 것들에겐 따끔한 욕이 떨어지고, 누가 봐도 정말 한심한 질문에는 건성 대답해 버린다. 하지만 이 모든 것에는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모두 진실성이 담겨 있다는 것이다. 물론 자신은 그렇게 생각 안 할 수도 있지만.

 

그는 본능적으로 행복추구주의자다. 아무도 없는 새벽, 사고가 일어날 가망이라곤 단 1%도 없음에도 불구하고, 정지선을 지키는 차들. 그런 차들이 있는 일본을 숭배하는 우리의 모습을 어이없어 한다. 비싼 대리석과 화려한 조명 등으로 한껏 사람들을 위축시키는 고급 호텔에서도 쓰레기를 아무데나 버린다. 감히 그를 겁주려 한 호텔에 대한 복수?

 

사회에 길들여져, 당최 내가 왜 이런 행동을 해야 하는지도 모르는 채 살아가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다. 개인적으로 이명박 정권 들어 가장 황당했던 일 중 하나, 바로 어디서나 좌측통행에서 우측통행으로 바꾼 것이다. 더 기가 막힌 건 그러라고 하니까 하루아침에 왼쪽에서 우측으로 얌전히 바꿔 걷는 사람들! 난 순간 이 사회가 거대한 정신병원이나 공장은 아닐까 하는 생각에 빠졌다.

 

국가가, 권력이 시키면 그냥 따라하는 사람들. 난 지금도 왼쪽으로 걷는다. 아니, 세상에 감히 어떤 누가 내 보행의 권리를 이래라 저래라 하는가. 미친 것들이다. 그 이유도 치졸하고 궁색하기 이를 데 없었다. 세계인들이 그런단다. 미친.

 

내가 생각했을 때, 김어준 총수는 지극히 정상적인 사람이다. 다만 이 사회가 오래 전부터 비정상적 인간들이 판을 치는 방향으로 기형적으로 걸어왔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그가 특이하게 보이는 거다.

 

기껏 국민이 뽑아놨더니, 국민을 죽이는 정권이나, 대통령이나, 그걸 보고 또 가만히 내 먹고 살 길이 바쁘다고 모른 척하는 인간들이 대다수인 이상, 김어준은 영원히 비주류로 남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나라에선, 사회에선, 비주류가 정상이다.

 

SNS 때문에 선거에서 졌다고, SNS를 제한하자는 발상밖에 못하는 인간들, 배추값이 올랐다니 양배추를 처먹으라고 한 대통령, 자기 지역구 전철역 앞에 노숙자들을 정리하겠다고 공약하는 국회의원, 이 나라가 정상으로 돌아가는 것이 오히려 기적일 것이다.

 

아니, 생각해보니 SNS를 규제하겠다는 데, 왜 이동통신사, 핸드폰 판매 업체들은 닥치고 조용할까. 삼성은 왜 조용할까. 그것도 신기하다. 유치하다. 치졸하다. 궁색하다.

 

결국 누구나 자기가 선택한 바로 그 누적분 만큼이 자신일 뿐이다. 어쩔 수 없다. 인순이나, 김연아나 공지영 작가나. 마찬가지다. 조선TV 개국을 축하한다고 립서비스한 인순이나 ‘지금까지 조선TV 9시 뉴스 앵커 김연아 였습니다’하고 설레발 친 연아나, 그걸 정확히 까주신 공 작가나. 모두 다 자신의 선택만큼 사는 것이다.

 

뭐 사실 연아는 삼성 광고 주구장창 나올 때부터 싹수가 보이긴 했다. 개념 없는 게 모두 나이 탓으로 커버되는 건 아니란다. 그럼 촛불 들고 물대포 맞으며 개기는 여고생, 여중생들은 학교를 몇 년간 꿇었냐.

 

김 총수의 하해와 같은 독설과 욕설과 배설을 영원토록 기대한다. 건강하시라. 당신 같은 이가 있어, 이 따위 세상도 가끔은 즐겁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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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를 팝니다 - 대한민국 보수 몰락 시나리오
김용민 지음 / 퍼플카우콘텐츠그룹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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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뭐라고 해도 지금은 《나는 꼼수다》의 시대인 것 같습니다. 이명박 가카께서 하해와 같은 성은을 베풀어 주심에 힘입어 김어준 총수를 비롯한 4인방이 그야말로 전 국민적인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한미FTA의 날치기 통과 이후, 연일 정국은 어수선합니다. 아무리 정부가 국민들의 눈과 귀를 막아도 서울 도심에서 매일 벌어지고 있는 한미FTA 반대 집회의 열기는 더욱 뜨거워져 갑니다.

 

얼마 전 전국언론노조가 수여하는 민주언론상에 《나는 꼼수다》팀이 선정되었습니다. 제가 일하고 있는 《민족21》도 수상의 영광을 안았는데요. 《조선일보》와 국정원의 물심양면의 지원에 덕택입니다.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아마도 《나는 꼼수다》팀과 같은 인터넷 매체가 언론상을 받은 경우는 최초이지 않나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는 꼼수다》팀을 언론으로 볼 수 있는가에 대해서도 아직 이견이 분분합니다.

 

하지만 《나는 꼼수다》팀이 상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는 점에는 대부분 동의하는 것 같습니다. 그것도 뼈저린 반성의 동의입니다. 왜 그럴까요. 이유는 단순합니다. 기존의 언론이 언론다운 역할을 전혀 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의 파렴치한 행태들이 만약 언론을 통해 그대로 전달되었다면, 지금의 이 대통령과 한나라당의 짓들은 상대적으로 보다 많이 위축되었을 것입니다. 그들의 행태들이 일반 국민으로서는 도저히 납득이 되지 않는 일들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언론에 재갈을 물린 정부는 철저히 이를 숨기려 해왔습니다. 만약 SNS가 지금과 같이 폭발적으로 증가하지 않았다면, 이들은 보다 손쉽게 국정을 망가뜨릴 수 있었을 것입니다.

 

때문입니다. 국민들이 진정 알고자 하는 진실, 알아야 하는 진실을 소개함에 있어 《나는 꼼수다》팀이 보여준 것은, 바로 이 시대 언론들이 해야 할 그 일이었습니다. 기존의 언론이 벙어리, 장님이 되어버린 상황에서, 이들이 국민들의 눈과 귀가 되어준 것입니다. 어찌 상을 주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먹고 살아야 된다는 누구도 비난할 수 없는 명분을 들어 기존 언론 종사자들이 변명을 늘어놓는다면, 참 슬픈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언론이란 것이, 기자라는 직업이 돈과 명예를 위한 직업이라고 생각한다는 자체가 틀려먹었기 때문입니다.

 

이제 종편 시대입니다. 더더욱 조중동을 비롯한 조폭, 재벌 언론들이 판을 칠 것입니다. 국민들의 눈과 귀를 어둡게 하고, 다만 기득권자들을 위한, 그리고 자신들의 권력을 위해서 언론을 이용할 것입니다. 과연 국민들은 어떤 눈과 귀를 가져야 할까요.

 

김용민 교수는 청년 보수에서 진보로 사상적 전향을 감행한 사람입니다. 그리고 20대 세대들에겐 과거 〈20대 개새끼론〉으로 한동안 미움을 받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도 그 부분에 대해 참으로 반성(!)했다고 하고, 또 이렇게 친절히 보수의 몰락을 예견, 설명, 기정사실화하고 있으니, 조금 더 지켜봐야겠습니다.

 

자신의 경험에 바탕을 둔 쉽고도 재미있는 글들을 통해, 김 교수는 과연 우리가 어떤 미래를 준비하고, 어떤 생각을 행동으로 옮겨야 하는지 말해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말합니다. 더 이상 얼굴 찡그리지 말고, 웃으며 싸우자고!

 

즐겁고 발랄하게 자신의 정치적 의사를 밝히는 젊은 세대, 청소년 세대들을 보면 우리가 나아가야 할 모습이 그려집니다. 엄숙할 때에는 물론 엄숙해야 하고, 심각한 때에는 심각해야 합니다. 하지만 계속 그렇게 나가면 스스로 지치고 맙니다.

 

원래 보수는 아름다운 점이 정말 많은 집단입니다. 국가와 민족을 위해 생명도 버릴 수 있는 집단입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우리나라 보수는 그렇지 못합니다. 그 어떤 숭고함이나 결연함도 없습니다. 다만 돈과 권력을 쥐기 위한 피 튀기는 전쟁만이 존재할 뿐입니다. 그런 보수는 더 이상 필요 없습니다. 제발 물러나야 합니다.

 

아마 절대 스스로 물러나지 않을 테니, 몰아내야 합니다. 그 힘은 바로 국민들에게 있고요. 국민을 우습게 보고, 개그맨을 우습게 보고, 아나운서들을 우습게 보면, 또 못 생긴 여자들을 계속 그렇게 우습게 본다면.

 

보수의 몰락은 예견되어 있습니다. 아, 덧붙여 한국의 기형적 대형 개신교 집단들도 말이죠. 당신들이 북한입니까. 신도들이 북 인민입니까. 왜 독재하고, 왜 착취하나요. 그리고 매일 한다는 소리는 성희롱에, 북 괴물 만들기에, 진보 죽이기에, 빨갱이 타령. 하나님이 보시면 참 좋아라 하시겠네요.

 

지옥이 예약된 이들입니다.

 

정상적인, 상식적인 보수 그리고 종교인들을 더 많이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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