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잃은 나의 조국 - 시사고전일지
홍경표 지음 / 에이치이엠코리아 / 2009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읽고 있는 중간에 책을 평가한다는 것이 조금 부적절하긴 하지만, 도저히 글을 쓰지 않고는 못 배길 정도의 책이라 먼저 서평을 올립니다.

 

저자는 1954년 부산에서 태어났는데, 굳이 당시 부산이 피난지였다는 사실을 강조합니다. 좋은 학교를 나와 좋은 환경에서 좋은 직위를 얻으며 살아온 저자는 지금도 좋은 환경에서 살아가고 있는 듯 보입니다.

 

책은 동양 고전의 문장들을 통해 지금 우리 사회의 문제점들을 지적하며, 대동사회로 나아가는 방법을 제시하려 만들었다고 나와 있습니다. 특히 저자는 2005년 2월 10일 북의 6자회담 불참 선언 직후부터 2007년 4월 2일 한미FTA가 타결된 날까지를 그 범위로 정했습니다. 노무현 정부 시기입니다.

 

아울러 필자는 주로 조선일보의 기사를 인용하며 글을 풀어가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특정 신문의 논조를 지지하기 때문에 이 신문을 인용한 것이 아니라, 참여정부가 집권하고 있던 당시에는 비판적인 뉴스를 조선일보에서 많이 다루었기 때문이라는 해명을 하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벌써 책의 가치는 떨어지고 있습니다. 어떤 특정한 시기를 평가하기 위해서는 당대의 모든 자료와 언론의 다양한 목소리, 그리고 무엇보다 민심의 목소리를 다 담을 수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저자는 처음부터 그럴 생각이 없었습니다. 특정 언론의 편파적 기사를 바탕으로 글을 풀어가니 내용 역시 지극히 편파적일 수밖에 없고, 글 자체에 신뢰를 얻을 수 없습니다. 당연한 것입니다. 만약 어떤 이가 한겨레신문만을 텍스트로 하여 글을 풀어나갔다 해도 같은 지적을 받아야 합니다.

 

저자가 시기의 범위를 둔 기준을 보면 알 수 있듯 책의 내용은 북에 관련된 것이 많습니다. 물론 조선일보를 기본 자료로 했으니 반북적 이데올로기와 냉전적 시각이 두드러집니다. 그렇게 글을 써내려가면서 동양 고전의 문장들을 인용합니다. 제 논의 물대기 식의 해석이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북을 바라보는 시각 역시 한정되고, 국제사회에 대한 시각 역시 편향적입니다. 북을 화해와 통일의 대상으로 바라보기 보다는 정복해야 하고 우리가 통제해야 할 대상으로 바라봅니다. 어처구니없는 시각입니다. 지난 10년간의 화해협력 정책을 폄하하며, 북을 냉정히 바라볼 것을 주문합니다. 그렇다면 그토록 원하던 이명박 정부는 과연 북을 냉정히 보고 있는 것일까요? 저자의 연륜과 학문적 소양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안목입니다. 지금 정부의 대북정책은 과연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지 너무나 궁금합니다.

 

저자는 교묘한 줄타기를 서슴없이 합니다. 책의 내용 중 북이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생명을 건 줄타기를 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는데, 저자는 진보와 보수 어느 쪽에서라도 욕을 먹지 않겠다는 강한 줄타기의 의지가 엿보입니다. 그렇다면 저자가 바라는 대동사회는 구호에 불과합니다. 중용의 뜻을 아직도 온전히 파악하지 못하고, 동양 고전을 그렇게 읽는 것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요?

 

저자는 북 인민들의 인권에 대한 지극한 관심과 애정을 나타냅니다. 그러면서도 지난 두 정권이 ‘퍼주기’를 통해 북의 군사력만 키워놓았다는 비상식적인 말만 되풀이합니다. 과연 가슴에 손을 얹고 진정 그렇게 생각하는지 묻고 싶습니다. 만약 그렇게 생각한다면 자신을 네루라 착각하고 ‘세계사 편력’을 쓰듯 자만하여 자녀들에게 이 책을 물려주는 우는 범하지 말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아무리 두꺼운 분량과 온갖 아름다운 고사성어들의 향연이라 하더라도, 그리고 언론의 자료를 통한 정확한 통계라 하더라도(물론 조선일보의 통계에 대해 전 심각한 회의를 가지고 있습니다. 말 바꾸기에 달인이니까요) 책은 의미가 없습니다. 그런 책은 누구라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활자 공해, 종이 낭비, 환경 파괴가 될 것입니다. 스스로의 대한 지나친 사랑과 자부심은 이처럼 무의미한 생산을 낳곤 합니다. 자기 과시, 지적 허영심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게다가 저자는 국제정치학, 북한학, 통일학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이 전무해 보입니다. 자신의 전공이 아닌 분야에 대해 글을 쓴다면 최소한의 기본 상식은 갖추어야 합니다. 하지만 저자에게 기본상식은 조선일보인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시작부터 오류를 안고 태어난 셈입니다. 조선일보는 북에 대해 제대로 아는 것이 없습니다. 아니 제대로 알고 있다 하더라도 절대 드러내지 않을 집단입니다. 돈이 되거나, 권력 유지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말이죠.

 

저는 북한학을 전공했습니다. 저자는 의학을 전공했습니다. 저는 감히 저자에게 의학에 관련된 부분에서 문제를 제기할 능력이 없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다릅니다. 모두들 자신들이 전문가인양 행세하고 좀 아는 양 거들먹거립니다. 자신들이 알고 있는 것이 실은 얼마나 빈약하고 보잘 것 없는지를 모릅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10년이 넘게 북을 공부하고 통일을 고민해왔지만, 함부로 북을 단정 짓는 무식한 행동은 하지 않습니다. 제게 그럴 능력이 없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기 때문입니다.

 

죄송합니다. 무례함을 이해해 주십시오. 민족문제에 대해, 남북관계에 대해 너무나 쉽게 비판하고 쉽게 단정 짓는 이들이 무참해 보이기 때문에,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상대를 한 수 아래로 깔보며 시작하는 대화는 결국 얻을 수 있는 것이 없습니다. 상대가 죽기를 각오하고 덤비는 한 대화는 없습니다.

 

진실이 담겨있지 않는 도움 역시 별다른 소용이 없습니다. 진실로 다가가는 마음이 필요합니다. 저자는 의료라는 숭고한 직업을 택한 이입니다. 그렇다면 더욱 더 북을 바라보는 시각의 교정이 필요할 것입니다. 민족이라는 거창한 명분 보다는 이웃이라는 관점으로 북을 바라보시길 바랍니다. 제발.

 

그리고 너무나 건방진 이야기지만, 적어도 북에 대해서는 더 공부하시고, 글을 쓰더라도 쓰시길 바랍니다. 수많은 북 전문가들이나 혹은 통일운동, 대북사업을 하는 많은 이들이 보기에 저자의 글은 단지 안타까움의 대상일 뿐입니다. 아울러 북을 이제 공부하려는 학생들에겐 더더욱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입니다.

 

다시 한 번 사과와 양해의 말씀을 구합니다. 저는 지금 저자의 책 앞 부분 두 챕터를 이제 읽었을 뿐입니다. 전체적으로 다 읽고 난 뒤 지금의 제 아쉬움과 섭섭함이 가신다면 다시 글을 올리겠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닙니다. 이른 바 명문대를 나와 캐나다, 영국 등 선진국이라 말하는 서구에서 공부하신 저자의 역사인식이 이 정도일 것이라고는 믿고 싶지 않습니다. 지식인 아니십니까. 그렇다면 제 아쉬움과 섭섭함을 덮을만한 무언가가 있으리라 믿습니다.

 

마저 책을 다 읽겠습니다. 비록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구절들이 계속 나타나지만, 참고 읽겠습니다. 이것도 대동사회를 위한 길이라고 생각하겠습니다. 하지만 마저 다 읽고도 제 생각이 틀리지 않았음이 밝혀진다면.

 

정말 너무 안타까울 것 같습니다.

 

그리고 부디 조선일보를 보더라도 다른 신문들, 언론들도 함께 보시길 바랍니다. 조선일보는 언론이 아닙니다. 매우 질 떨어지는 사기업일 뿐입니다. 언론이라 부르면 부르는 이의 격이 떨어지는 신문입니다.

 

어린 녀석이 너무 격하게 글을 올렸습니다. 죄송합니다.

 

건승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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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2012-03-18 17: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제목 부터가 밥맛 떨어진다 싶어서 서평 좀 찻아 보았더니 역시나군요 ㅎㅎ

메틀키드 2012-03-22 1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