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투를 빈다 - 딴지총수 김어준의 정면돌파 인생매뉴얼
김어준 지음, 현태준 그림 / 푸른숲 / 2008년 11월
평점 :
품절



《나는 꼼수다》의 살벌한 인기 이전에 이미 김어준 총수는 《딴지일보》의 총수로서 범인은 쉽사리 범접하지 못하고, 형사는 근처에도 못갈 지지를 얻고 있었다. 나 역시 《딴지일보》의 열혈 독자까지는 아니더라도, 가끔 정말 웃긴 거 같은데도 불구하고, 무언가 깊은 성찰을 요구하려 협박하는 글들을 보기 위해, 혹은 야한 사진을 많이 올려놓은 게시판 구경삼아 《딴지일보》사이트를 들락거리곤 했다.

 

그리고 이제 2011년, 김어준 총수의 인기는 하늘을 찌른다. 같은 욕을 해도 김 총수가 하면 더 통쾌하고, 약 올리는 것 역시 김 총수가 하면 열 받아 죽을 것만 같다. 《나는 꼼수다》멤버들이 모두 범인들은 아니지만, 김 총수가 없었다면 지금과 같은 인기와 파괴력을 갖지 못했을 것이라는 사실엔 다들 동의한다.

 

이 책은 그가 여러 매체를 통해 상담했던 이야기를 묶었다. 사랑, 연애, 가족, 친구, 직장 등등 이 시대 우리들이 살아가면서 느낄 수 있는 고민, 좌절, 희망을 이야기한다. 물론 ‘졸라’와 ‘씨바’가 함께 하며.

 

인간은 누구나 행복하기 위해 살아간다. 하지만 우리는 그걸 가끔씩 잊는다. 정말 멍청한 족속들이다. 왜 이렇게 죽어라 개고생하며 살아가는지도 잊고, 그냥 그렇게 하루하루 버티듯 산다. 그럼 그 인생은 과연 무슨 의미가 있을까.

 

김어준의 충고 혹은 독설, 조언, 격려는 격식을 따지지 않는다. 자기가 보기에 되지도 않는 고민이랍시고 늘어놓는 것들에겐 따끔한 욕이 떨어지고, 누가 봐도 정말 한심한 질문에는 건성 대답해 버린다. 하지만 이 모든 것에는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모두 진실성이 담겨 있다는 것이다. 물론 자신은 그렇게 생각 안 할 수도 있지만.

 

그는 본능적으로 행복추구주의자다. 아무도 없는 새벽, 사고가 일어날 가망이라곤 단 1%도 없음에도 불구하고, 정지선을 지키는 차들. 그런 차들이 있는 일본을 숭배하는 우리의 모습을 어이없어 한다. 비싼 대리석과 화려한 조명 등으로 한껏 사람들을 위축시키는 고급 호텔에서도 쓰레기를 아무데나 버린다. 감히 그를 겁주려 한 호텔에 대한 복수?

 

사회에 길들여져, 당최 내가 왜 이런 행동을 해야 하는지도 모르는 채 살아가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다. 개인적으로 이명박 정권 들어 가장 황당했던 일 중 하나, 바로 어디서나 좌측통행에서 우측통행으로 바꾼 것이다. 더 기가 막힌 건 그러라고 하니까 하루아침에 왼쪽에서 우측으로 얌전히 바꿔 걷는 사람들! 난 순간 이 사회가 거대한 정신병원이나 공장은 아닐까 하는 생각에 빠졌다.

 

국가가, 권력이 시키면 그냥 따라하는 사람들. 난 지금도 왼쪽으로 걷는다. 아니, 세상에 감히 어떤 누가 내 보행의 권리를 이래라 저래라 하는가. 미친 것들이다. 그 이유도 치졸하고 궁색하기 이를 데 없었다. 세계인들이 그런단다. 미친.

 

내가 생각했을 때, 김어준 총수는 지극히 정상적인 사람이다. 다만 이 사회가 오래 전부터 비정상적 인간들이 판을 치는 방향으로 기형적으로 걸어왔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그가 특이하게 보이는 거다.

 

기껏 국민이 뽑아놨더니, 국민을 죽이는 정권이나, 대통령이나, 그걸 보고 또 가만히 내 먹고 살 길이 바쁘다고 모른 척하는 인간들이 대다수인 이상, 김어준은 영원히 비주류로 남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나라에선, 사회에선, 비주류가 정상이다.

 

SNS 때문에 선거에서 졌다고, SNS를 제한하자는 발상밖에 못하는 인간들, 배추값이 올랐다니 양배추를 처먹으라고 한 대통령, 자기 지역구 전철역 앞에 노숙자들을 정리하겠다고 공약하는 국회의원, 이 나라가 정상으로 돌아가는 것이 오히려 기적일 것이다.

 

아니, 생각해보니 SNS를 규제하겠다는 데, 왜 이동통신사, 핸드폰 판매 업체들은 닥치고 조용할까. 삼성은 왜 조용할까. 그것도 신기하다. 유치하다. 치졸하다. 궁색하다.

 

결국 누구나 자기가 선택한 바로 그 누적분 만큼이 자신일 뿐이다. 어쩔 수 없다. 인순이나, 김연아나 공지영 작가나. 마찬가지다. 조선TV 개국을 축하한다고 립서비스한 인순이나 ‘지금까지 조선TV 9시 뉴스 앵커 김연아 였습니다’하고 설레발 친 연아나, 그걸 정확히 까주신 공 작가나. 모두 다 자신의 선택만큼 사는 것이다.

 

뭐 사실 연아는 삼성 광고 주구장창 나올 때부터 싹수가 보이긴 했다. 개념 없는 게 모두 나이 탓으로 커버되는 건 아니란다. 그럼 촛불 들고 물대포 맞으며 개기는 여고생, 여중생들은 학교를 몇 년간 꿇었냐.

 

김 총수의 하해와 같은 독설과 욕설과 배설을 영원토록 기대한다. 건강하시라. 당신 같은 이가 있어, 이 따위 세상도 가끔은 즐겁단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