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노믹스 - 미래 경제는 구글 방식이 지배한다
제프 자비스 지음, 이진원 옮김 / 21세기북스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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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예전에도 말했지만, 누구에게 책을 추천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닙니다. 상대방의 취향도 고려해야 하지만, 애써 추천해준 책을 제 기대보다 상대방이 재미없게 읽었다는 반응이 나오면 참 멋쩍을 때가 있지요.

 

하지만 반대로 다른 이가 추천해 주는 책은 챙겨 읽는 편입니다. 분야를 특별히 나누지 않고 책을 읽기도 하고, 또한 상대방이 추천해준 이유가 분명 있으리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구글노믹스》역시 추천을 받아 읽게 된 책입니다. 사실 분야를 가리지 않는다고는 하지만, 경제 관련 서적엔 쉽사리 손이 가지 않았는데, 이번 기회에 한 번 읽어봐야 겠다는 생각을 한 것이죠.

 

책은 그러나 경제서라고 하기엔 조금 무리가 있지 않나 싶습니다. 다양한 분야에 대해 구글의 사고방식을 적용하는 것이기에, 경영도 될 수 있고, 때로는 문화적인 측면에서도 접근이 가능했습니다.

 

구글이라는 집단이 이루어낸 변화는, 글쎄요. 제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었습니다. 혁신이라는 단어로 표현할 수 있는 구글의 놀라운 성장은 말 그대로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 해도 틀리지 않는 것 같습니다.

 

우리는 인터넷이 만들어 놓은 세상에서 살고 있습니다. 컴퓨터를 전혀 다루지 못한다 하더라도 이미 인터넷이 지배하는 세상의 일원으로 살아가고 있는 것이지요. 구글은 기존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사고 방식으로 무장한 집단이며, 그 새로운 사고를 세계적으로 확산시키고 있습니다.

 

한치 앞을 제대로 가늠하기 어려운 지금, 기업들의 경영 방식 역시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의 흐름에 맞추지 못한다면 생존이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한때 세계 기업 경영의 모범으로 칭송받던 기업들이 하루 아침에 무너지는 것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습니다.

 

토요타나 GM 같은 경우가 바로 그렇습니다. 토요타는 한때 국내에서도 혁신적인 기업의 모범으로 칭송받으며, 따라 배우기 운동이 펼쳐질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곧 토요타는 능률 위주의 비정상적 경영으로 위기에 봉착했고, 노동자들을 무한대로 착취하는 구조로 많은 비난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구글이 전하는 새로운 세상은 무엇일까요. 책을 통해 가장 와 닿았던 것은 “통제권을 소비자들에게 넘겨라”라는 문장이었습니다. 더 이상 자신의 기득권을 지키는 데에만 급급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저자는 분명히 말합니다.

 

“기업은 통제권을 고객에게 양보했을 때 더 성장한다는 것을 배워라. 통제권을 우리에게 넘겨라. 그러면 우리가 사용하겠다. 그러면 당신은 승리한다.”

 

이제 세계 경제 순위에서도 높은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우리는 기업 역시 세계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곳이 많습니다. 하지만 과연 그들이 언제까지 지금의 성장을 이어갈 수 있을까요? 그들은 구글이 전하는 메시지를 받아들이고 있을까요?

 

우리의 기업 역사를 생각해보면 자생적으로 발전해 성공을 이룬 기업들도 많지만, 정치적 영향 하에 일정한 특혜를 누려가며 성장한 기업들이 적지 않습니다. 그리고 절대 올바르지 않은 방법으로 부를 축적하고 또한 소비자들의 권리보다는 이익 창출에만 급급한 모습도 보여줍니다.

 

책을 읽으면서 느낀 부분은 과연 우리나라의 많은 대기업들이 언제까지 성장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기업 나름대로 끊임없는 혁신을 통해 성장을 지속하려 하겠지만,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는 분명 한계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지금 우리나라의 대기업은 독점과 ‘규모의 횡포’를 부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건강한 사회는 중소기업들이 중견기업이 되고, 중견기업이 대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대기업들이 모든 분야에 문어발식으로 확장을 하고, 작은 기업들이 성장할 수 있는 싹마저 잘라버리고 있는 실정입니다.

 

예를 들어 최단 기간에 스타벅스를 눌렀다고 자랑하고 있는 카페베네를 봅시다. 삽시간에 동네 커피전문점들을 전멸시키고 곳곳에 포진해 있습니다. 또한 대형마트들은 치킨이니 피자니 하는, 동네 소규모 가게들의 영역마저 무차별적으로 침범해 장악합니다. 싸다는 이유로 줄까지 서서 사먹는 소비자들도 아름답지는 않지만, 대기업들의 횡포는 비열하고 치사합니다.

 

SSM들의 횡포는 또 어떻습니까. 동네 슈퍼마켓들을 모조리 멸종시키고 있습니다. 우리들의 생활 모든 부분에서 수익을 빼내겠다는 저 저열하고 극악한 행태는 그러나, 정부의 묵인 하에 빠른 속도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지역 경제가 함께 몰락한다는 사실도 모른척하고 말이죠.

 

물론 구글의 사고 방식이나 기업 경영 방식이 100% 모두 옳다는 것은 아닙니다. 중국 구글의 예에서 알 수 있듯 구글 역시 더 혁신해야 하고 더 고민해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자신들은 소비자와 사용자를 위한 커다란 도구만 제공할 뿐, 정작 그 판을 키우는 것은 수많은 사용자들이라는 사실에서는 우리 기업들도 무언가 느껴야 하지 않을까요.

 

아우러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을 통해 알 수 있듯 구글이 사람들의 뇌를 퇴화시키고 있다는 주장도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부분입니다. 과연 우리는 스마트 시대에 스마트해 졌는지 말이죠. 휴대폰이 고장나면 외울 수 있는 전화번호가 몇 개나 될까요. 노래방에서 가사를 보지 않고 부를 수 있는 노래는?

 

책은 단순한 구글 찬가가 아닌, 다양한 분야의 혁신 가능성을 말하고 있습니다. 또한 독자에 따라 책을 통해 구글 뿐 아닌 모든 분야에 대한 고민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적어도 저는 그랬던 것 같습니다.

 

쉴 새 없이 변화하는 세상. 그 세상에 맞춰가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과연 어떠한 세상이 올바른 모습일지 고민하는 것도 잊어서는 안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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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달 2021-12-02 04: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