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세기 소년소녀 - 미래 과학과 고대 마법으로 두 세계를 구하라 스터디 픽션 시리즈
고호관 지음 / 북트리거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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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가의 소설은 처음이다.

이력을 보면 많은 sf소설을 번역하고 단편들을 썼다.

과학과 수학의 책들도 번역하고 저술한 목록이 보인다.

이 소설도 스터디 픽션 시리즈 중 물리 편이다.

딱딱할 수도 있는 물리학을 sf와 고대 마법을 엮어서 재밌게 풀어낸다.

만약 고대인들이 현대에 오면 현대의 과학 기술이 만들어낸 물건들이 마법처럼 보일 것이다.

작가는 마법세계에서 온 프릴라를 통해 우리가 당연하게 느끼는 일들을 다른 시각에서 보게 한다.


아주 먼 미래인 30세기의 우주를 배경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인류는 광속을 넘어 초광속으로 우주를 항해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현대 물리학의 한계를 넘어 우주로 인류가 진출한 것이다.

무한대의 우주로 진출한 인류는 다시 현대와 같은 에너지 부족 문제에 부딪힌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블랙홀에서 막대한 에너지를 얻고자 한다.

이 프로젝트의 이름은 ‘로저 펜로즈 프로젝트’다.

이 프로젝트를 위해서는 초신성 폭발이 필요하다.

이 폭발을 보기 위해 지구 출신 소년 유안과 태유가 우주선을 타고 갔다.


유안의 과학을 신봉하고, 태유는 마법의 존재를 믿는다.

유안의 우주선에 마법진을 그렸는데 초신성 폭발 이후 갑자기 소녀가 나타났다.

현대의 언어로 대화가 불가능한 소녀다.

과학의 도움으로 통역이 조금씩 가능해진다.

그리고 이 소녀가 마법세계에서 왔고, 이름이 프릴라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녀의 세계는 하셀리온이란 흑마법사에 의해 파괴 중이다.

유안과 함께 지구에 온 그녀에게 과학은 마법처럼 다가온다.

하지만 그녀는 이곳에서 자신의 마법을 사용할 수 없다.

이 세계에는 마력이 없어 그 힘을 쓸 수 없기 때문이다.


다른 세계에서 온 프릴라는 과학을 설명하는데 좋은 도우미가 된다.

그녀에게 마법처럼 보이는 현상을 설명하는데 물리학을 이용한다.

로봇은 골렘으로, 텔레비전은 투영마법으로, 초광속 여행은 텔레포트 같이 이해한다.

빛과 비슷한 속도로 날아가면서 생기는 시간의 상대성도 작가는 놓치지 않는다.

다양한 물리학을 소년들의 모험 속에 풀어놓으면서 빠르게 진행한다.

흑마법사의 정체를 둘러싼 진실 여부와 이들을 쫓는 흑마법사.

우주에 그려진 거대한 삼차원 마법진 등은 아주 재밌는 발상이다.

로봇의 공격을 물리치기 위해 마법을 사용하는데 이때 도움을 주는 것은 과학이다.

이렇게 과학과 마법이 공존하면서 재미를 배가시킨다.


우주라는 공간을 지우고, 마법 등을 없앤 후 소년소녀의 모험으로 읽어도 상관없다.

과학 만능주의와 블랙 유니버스의 대립은 현재 우리의 문제를 그대로 보여준다.

에너지가 더 필요하다고 더 많은 에너지를 만들어내면서 생길 수 있는 문제 등이다.

과학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발상은 그 문제를 잠시 지연시킬 뿐이다.

그렇다고 이전과 같은 세계로 돌아가자는 주장은 아니다.

여기에 쫓고 쫓기는 모험과 새로운 동료와 세계를 구하고자 하는 용기가 곁들여진다.

마법을 믿지 않은 현대인과 그 마법을 보여주고, 자신들이 믿는 과학자의 정체를 밝혀낸다.

많지 않은 분량이고, 적당히 과학을 녹여내었고, 전형적인 전개로 부담없이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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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클래식 라이브러리 8
오스카 와일드 지음, 김순배 옮김 / arte(아르테)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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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라이브러리 8권이다.

이 책은 와일드가 처음 구상했던 원고를 번역한 것이다.

잡지사에 제출한 후 검열을 거치고 출간된 초판본과도 다르다.

이전에 나온 번역본들은 대부분 개정판이었다.

이 둘의 가장 큰 차이는 첫 구상본이 13장이고, 개정판이 20장이란 것이다.

세부적인 부분으로 들어가면 성적 함의의 수위 등이 있지만 이 부분은 바로 확인이 불가능하다.

다른 판본과 바로 비교하는 바에 의하면 도리언이 처음 사랑했던 여인과 관련된 부분에서 차이가 크다.


이 소설에서 중요한 인물은 크게 세 명이다.

주인공 도리언 그레이, 그의 초상을 그린 바질 홀워드, 바질의 친구 헨리 워턴 경 등이다.

바질과 도리언의 동성애 관계가 무수정판에서 조금 노골적으로 나와 있다고 한다.

솔직히 지금 기준으로, 번역자의 노력에 의해 즉각적으로 느끼기는 어렵다.

하지만 이미 이 소설에 대해 여기저기에서 들은 적은 있다.

개정판에 시빌 베인의 분량을 늘린 것도 아마 이런 일을 피하기 위해서 일 것이다.

그녀의 죽음이 있은 후 바질이 그린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에 변화가 생긴다.

실제 도리언 그레이가 저지른 악행의 결과가 초상화 속에 반영되는 것이다.


도리언 그레이와 헨리 워턴 경이 처음 만난 장소는 바질의 화실이다.

바질은 도리언의 초상화 마지막 작업 중이었다.

바질의 최고 작품이 완성되었고, 도리언은 이 그림처럼 영원히 아름답기 기원한다.

수줍음 많고 순수하고 아름다운 청년 도리언 그레이는 어느 순간 헨리의 말에 휘둘린다.

편협하고 타락한 삶으로 길에 들어서는 순간이다.

물론 시빌 베인과의 관계가 제대로 이루어졌다면 달라졌을 수도 있다.

영원한 아름다운 젊음을 자신의 초상화에 넘긴 후 그의 삶은 이전과 많이 다르다.

그가 저지른 악행의 결과는 바로 초상화에 그대로 새겨진다.

당연히 그 누구에게도 자신의 초상화를 보여주고 싶지 않다.


도리언의 도덕심과 후회를 억누르는 역할은 헨리 워턴 경이 한다.

실제 와일드는 바질이 실제 자신의 모습이고, 헨리 워튼 경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자신의 모습이라고 한다.

도리언 그레이는 자신이 되고 싶었던 존재라고 한다.

이 셋을 어떻게 결합하는 가에 따라 그의 모습은 바뀐다.

도리언과 바질을 연결하면 당연히 동성애적인 모습이 부각된다.

헨리와 도리언이 연결되면 바로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화 속 모습이 된다.

헨리가 도리언에게 주장하는 내용들은 정말 편협하고 이기적이고 남성우월적이다.

순진했던 도리언에게 그의 존재는 악마의 속삭임과도 같다.

물론 어느 순간 도리언이 이와 비슷한 행동을 한다.


개인적으로 이 소설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마지막 두 장이다.

자신의 도덕심을 자극한 바질을 죽이고, 그의 시체를 처리하는 문제에서 나온 행동이다.

살인은 우발적일 수 있지만 시체 처리는 완전히 자신의 의지가 개입되어 있다.

이 시체 처리를 위해 협박까지 하는데 이런 협박이 처음은 아닌 듯하다.

이처럼 그는 주변 사람들을 파멸로 이끌어 간다.

놀라운 반전은 이런 그가 도덕과 양심을 잠시 회복한 일이다.

개정판에서는 이 사이에 상당한 분량을 넣었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은 새로운 인생을 위해 자신의 초상화를 찢는 것이다.

알고 있고, 예상한 결말로 이어지지만 서늘하고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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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실시 일상신비 사건집 허실시 사건집
범유진 외 지음 / 고블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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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실시라는 가상의 도시를 배경으로 한 앤솔로지다.

‘일상신비’란 단어에서 알 수 있듯이 코지 미스터리를 다룬다.

이 모음집에서 다루는 사건들은 무거운 듯하지만 결코 무겁지 않다.

어떻게 보면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일어날 수 있는 사건들이다.

사건이 아닌 사고로, 혹은 장난으로 생각할 수도 있는 사건들이 나온다.

다섯 명의 작가 중 기존에 읽었던 작가는 단 한 명, 범유진뿐이다.

다른 네 명의 작가들은 그들이 참여한 단편집만 겨우 알 뿐이다.

같은 작가들이 참여한 <허실시 기담괴설 사건집>도 같이 출간되었다.


범유진의 <달면 삼키는 안다정>은 가장 안정적인 단편이다.

게으르지만 단 것만 먹으면 그 에너지로 잠시 활발해지는 인물이 안다정이다.

어릴 때 먹은 초콜릿과 달달한 빵은 그녀를 제빵사로 만든다.

하지만 손 부상 후 단맛을 잃었다가 친구의 동네 빵집 허실당에서 그 입맛을 찾는다.

즉시 채용, 알고 보니 친구가 허실당 주인의 아들.

이 빵집의 유명한 빵은 모두 김 명장이 개발한 것들이다.

이런 빵집에 프렌차이즈에서 제품 개발 협업 요청이 들어온다.

담당자와 회의하는 도중 담당이 메탄올 중독 현상을 보이고, 김 명장이 유력한 용의자가 된다.

학창 시절 친구의 사건을 해결한 전력으로 탐정 역할을 배정받는다.

작은 도시의 이권, 빵집 내부의 알력, 약간은 쉬운 트릭 등이 재밌게 진행된다.


그린레보의 <내 세상의 챔피언>은 슬픈 현실을 다룬다.

한 향토 사학자의 말로 시작해 평범하고 고요한 일상을 보여준다.

동네 사랑방 같은 카페, 서로 너무 다른 자매.

승승장구한 후 서울로 갔다가 다시 돌아온 언니.

특별한 재능도 열정도 끈기도 없어 보이는 동생.

술 취해 동생에게 5만 원을 팁처럼 준 노인을 쫓아간 후 전기충격으로 실신한 노인.

그 노인의 나쁜 손버릇, 동네 사람들에게 돈을 빌려주는 부자.

사건 해결을 위해 탐정이 된 자매. 그리고 공중전화 박스에서 발견한 단서.

하나의 사건 속에 담긴 중의적인 이야기들과 좌절과 연대. 마지막 문장이 아주 인상적이다.


김영민의 <작당모의 카페 사진동아리의 육교 미스터리>는 재밌지만 아쉽다.

사건이 처음 예상한 것과 다르게 흘러가면서 왠지 모르게 너무 쉽게 봉합되는 느낌이다.

짝사랑하는 동창의 부탁으로 과거 사건 재조사를 의뢰받은 화자.

불충분한 단서, 막막한 조사. 하지만 사건 현장을 본 후 생각이 달라진다.

그리고 이 단편에서 사진동아리가 모이는 카페는 상당히 재밌다.

새로운 신입의 통통 튀는 행동, 뭔가 다음에 다른 무언가 생길 듯한 분위기.

아마추어의 재조사로 생길 수 있는 부작용 등도 현실적이다.


박하루의 <돌아다니는 남자>는 보고 싶은 데로 보는 사람들 이야기다.

인구 20만 명이면 그렇게 작은 도시가 아닌데 그렇게 설정했다.

이 도시 이곳저곳에서 보이는 그냥 서 있는 남자.

중학생 둘이 이 서 있는 남자의 정체를 밝히려고 한다.

여러 곳에서 발견되었고, 이 남자를 제각각 다른 시선에서 해석하고 이해한다.

여기에 중간 매개 역할을 하는 향토 사학자는 다른 이야기에서도 등장한 인물이다.

중학생들의 조사 과정에서 드러나는 이야기들은 재밌고 한 편의 우화 같다.


장마리의 <둘리 음악 학원 신발 실종 사건>은 소문과 연대 이야기다.

정확한 명칭은 두리 음악 학원이지만 만화 ‘둘리’외 비슷한 발음 때문에 그렇게 불린다.

이 학원에는 며칠 동안 원생들의 신발이 사라진 사건이 네 건 있었다.

신발은 잃은 아이들은 신발을 잃어도 찾아도 그 이유를 말하지 않는다.

당연히 부모들은 학원의 폭력이나 왕따 등을 걱정한다.

그러다 한 원생이 다른 음악 학원으로 옮기고, 위기감이 고조된다.

원장은 알바에게 사건 해결 시 보너스를 약속하며 수사를 의뢰한다.

현실적인 문제들과 아이들의 알 수 없는 행동들.

마지막에 밝혀지는 사건의 진실은 멋진 우정과 연대의 결과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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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의 하늘 아래, 아들과 함께 3000일
츠지 히토나리 지음, 김선숙 옮김 / 성안당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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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작가의 신작 한 권을 읽었다. 

그 이전에는 그의 소설을 몇 권 가지고 있지만 읽은 책이 거의 없다. 

왠지 모르게 사 모으지만 잘 읽지 않는 작가 중 한 명이다. 

이번에 이 소설을 읽은 것은 어딘가에서 아내 없이 홀로 아들을 키웠다는 글을 봤기 때문이다. 

그의 결혼과 이혼에 대해서는 오래 전 본 것 같은데 잘 기억나지 않았다. 

인터넷 검색하니 이전 아내의 이름이 바로 나온다. 

그 유명한 이와이 슌지의 <러브 레터> 주인공 나카야마 미호다. 

두 부부 사이의 이혼 사유는 모르고, 사실 큰 관심도 없다. 

하지만 이혼 후 홀로 낯선 타국에서 아들을 키웠다는 부분은 눈길이 갈 수밖에 없다. 

 

3000일, 8년이 넘는 기간이다. 

아들 나이 열 살에 이혼하고, 그후 주변 사람의 도움을 받아 홀로 키웠다. 

솔직히 아이를 홀로 키우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더군다나 키우는 곳도 일본이 아니라 프랑스 파리다. 

프랑스어가 유창하다면 좀더 쉽겠지만 오랜 세월이 지나도 유창하지 않다. 

하지만 그의 곁에는 좋은 이웃과 친구들이 있었고, 둘의 노력이 이것을 가능하게 했다. 

물론 이 둘의 하루하루가 평온하고 무난하게만 넘어간 것은 아니다. 

사춘기와 코로나 19 등이 겹치면서 결코 쉽지 않은 나날들이 이어졌다. 

이 에세이는 그 나날들의 시간 순 기록이다. 

 

프랑스에 사는 외국인의 시선이 곳곳에 드러난다. 

프랑스를 계급사회라고 말하는 부분을 보면서 어떤 부분 때문일지 궁금했다. 

현실적으로 일본인 외모를 가진 아들의 장래를 걱정하는 부분은 아주 현실적이다. 

프랑스에서 나고 자란 덕분에 2개 국어를 하지만 일본어는 일본인 수준은 아니다. 

프랑스에서 자리를 잡지 못하면 일본도 쉽지 않다고 말한다. 고개를 끄덕인다. 

아직 자신을 진로를 완전히 정하지 못한 상태라 시간이 필요하다. 

진로에 대한 부분은 이 책에 여러 번 나온다. 

상당히 유명한 작가란 사실을 생각하면 아들에게 많은 재산을 주는 것이 가능할 것 같은데 그럴 마음이 없다. 

아니 어쩌면 그의 글에서 나왔듯이 그 정도 자산이 없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열네 살의 소년이 열여덟 살 청년이 되기까지 기록이다. 

프랑스에 살지만 아직 그의 머릿속에는 일본의 생활이 그대로 남아 있다. 

프랑스 사람들이 먹는 것처럼 차려 먹기도 하지만 꽤 많은 수가 일식이다. 

시간의 흐름 속에 아이의 식성이 바뀌는 부분도 나온다. 

코로나 19 때문에 자신처럼 밖에서 즐겁게 놀지 못하는 아들을 안타까워한다. 

다른 프랑스 부모라면 어떻게 했을까? 궁금한 부분이다. 

요리를 좋아하는 츠지가 아들에게 요리를 해주고, 아들도 요리를 배워서 한다. 

후반부에 오면 인스턴트 대신 홀로 만들어 먹은 이야기가 나온다. 대단하다. 

 

음식과 함께 꾸준이 나오는 것이 음악이다. 

츠지 히토나리가 밴드를 하는데 아들도 음악 기기를 사서 자신의 음악을 만든다. 

작가의 삶과 더불어 음악가의 삶, 아버지의 삶을 함께 산다. 

한 번도 일반 월급쟁이처럼 살 지 않았다는 부분에서 살짝 부러웠다. 

다르게 생각하면 글이나 밴드 활동으로 먹고 사는데 문제가 없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아들을 위해 요리한 것들이 요리 책이 되고, 가끔 쓴 일기는 이렇게 책을 묶여 나온다. 

이런 생활이 가능한 것도 바로 그의 열정과 노력 등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들을 키우는 것은 민감하고 힘들고 어려운 일이다. 

아이가 졸업하고, 무언가를 이루었을 때 눈시울을 붉힌다. 

새롭게 자신들만의 가족을 이루고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많은 생각이 오고 간다. 

곳곳에 프랑스, 아버지, 가족, 아이의 성장 등의 생각할 거리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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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라리움
이아람 지음 / 북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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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회 교보문고 스토리공모전 우수상 수상작이다.

안전가옥 앤솔로지 <편의점>애서 <여자의 얼굴을 한 방문자>로 만난 적이 있다.

이전 글을 찾아보니 SF와 스릴러 요소가 담겨 있다는 글이 보인다.

이번 소설에서도 SF 요소는 필수적이고, 미스터리까지 넣었다.

포스트 아포칼립스 세계를 기본으로 한 소년의 여행을 그려낸다.

소년의 여행은 어머니를 찾아가는 것이다.

세상이 멸망한 후 홀로 어머니의 흔적을 쫓아 나간다.

그 여정에 동참하는 것은 죽음의 화신이라고 자칭하는 검은 개다.

검은 개와 함께 길을 걸어서 어머니의 흔적을 쫓는다.


세상 밖으로 나오기 전 벙커 속에서 소년은 자랐다.

어머니는 과거의 유물을 통해 과거 인간의 삶을 보여준다.

먹을 것이라고는 과거에 만들어진 통조림뿐이다. 신선식품은 없다.

소년이 아플 때 어머니가 있었지만 깨어났을 때는 이미 사라졌다.

몇 개월이 지났지만 어머니는 오지 않는다.

소년이 안전한 벙커를 떠난 이유다. 이 여행은 그렇게 위험하지 않다.

가장 위험할 수 있는 것은 야생 동물인데 그것도 거의 보이지 않는다.

부상당한 들개를 도와주려고 하다 오히려 위험에 처한 경우는 있다.


어머니가 남긴 물건과 벙커에서 본 로고 등이 하나의 방향표가 된다.

우연히 어머니가 타는 차와 닮은 차를 발견하고 아파트 속에 들어간다.

아파트 안에는 암호가 걸려 있는 과거 컴퓨터가 한 대 있다.

소년은 추론과 관찰을 통해 비밀번호를 찾아내 그 기록 일부를 확인한다.

이때 정확하게 미래의 어느 시점인지 알 수 있는 연도가 나온다.

여기서 소년은 어머니가 간 곳이 어디인지 정확하게 알게 된다.

이 아파트의 주인 현우가 근무했던 헨리에타 연구소다.

소년은 다시 걸어서 이곳에 도착한다.


기이한 모양, 연구소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막는 로봇.

현우의 카드로는 연구소 안으로 들어가는 것은 무리다.

이때 소년을 기절시켜 데리고 나가는 여성이 나온다.

멸망한 세계에 소년 이외에 새로운 인간이 있다니 놀랍다.

이 여성은 소년에게 이 세계를 멸망시킨 것이 소년의 엄마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 멸망의 과정과 소년의 엄마가 한 일이 무엇인지 알려준다.

우주에서 갑자기 나타난 거대한 인공지능 생명체 헨리에타.

헨리에타를 통해 미래의 과학기술을 얻어내려는 인간들.

그렇게 발견한 연구 결과가 예상하지 못한 상황으로 인간을 내몬다.


이런 과거의 이야기와 새로운 세상과 그 사이를 채우는 호기심.

진실이란 이름의 물건이 가진 힘.

이 힘을 잘못 이용하면 어떤 파멸이 벌어질 지 모른다.

그리고 헨리에타를 통해 불멸의 힘을 가지려고 한 인간들.

소년의 주변에 갑자기 나타나는 죽음이란 존재들.

인간이 사라졌다고 지구에 종말이 온 것은 아니다.

인간 대신 지구를 채워 나갈 수많은 동식물들이 있다.

하지만 작가는 이런 동식물보다 인간 혹은 인간과 닮은 존재에 눈길을 준다.

어느 순간 소설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새로운 죽음을 잉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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