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 신호가 감지되었습니다
정온샘 지음 / 팩토리나인 / 2022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제1회 K-스토리 공모전 SF 부문 최우수상 수상작이다.

최근 이 공모전 수상작들을 재밌게 읽었다.

가까운 미래를 배경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미세먼지를 드론으로 화학물질을 뿌려 없애는 시대다.

이런 시대에 가까운 미래를 여행할 수 있는 간단한 타임머신이 발명된다.

이 기계로 갈 수 있는 과거는 3시간이다. 공식적인 발표는 그렇다.

한국은 이 기계를 하드웨어라고 부르고, 자살한 사람을 구하는데 사용한다.

그리고 자살자를 구하는 조직은 생명보호처 내 자살 예방 TF팀이다.


회영은 자살 예방 TF팀 팀원이다. 동시에 자살 방지법, 일명 이지은 법의 원인인 이지은의 딸이다.

생명보호처장 수경은 이지은의 친구이고, 그녀가 죽자 회영을 이 팀에 넣었다.

자살 신호가 울리면 이 팀은 하드웨어를 가지고 현장에 달려가 죽으려는 사람을 막는다.

자살이 막힌 사람들은 법에 의해 갇히고, 치료 등을 받는다.

이렇게 이 팀은 3년 이내에 99명의 자살자를 구했다. 하지만 아직은 정식으로 이 팀의 존재가 숨겨져 있다.

다른 부서 사람들은 이 팀의 존재를 궁금해한다. 말도 많다. 그래서 점심 시간도 살짝 뒤로 밀었다.


엄마가 왜 죽었는지 모른다. 아빠가 누군지도 모른 채 회영은 자랐다.

임신한 그녀는 수경의 도움으로 아이를 낳고, 성인이 될 때까지 키웠다.

엄마 지은이 자살한 이유를 밝히는 것으로 이야기는 진행되지 않는다.

다른 자살자처럼 분명한 이유가 있다면 딸이 이해하기 쉬웠겠지만 그 이유를 모른다. 밝히지도 않는다.

어쩌면 밝힐 수 없다는 것을 전제로 이야기를 풀어낸 것인지도 모른다.

과거를 바꾸면 안 된다는 대전제를 바탕으로 하기에 엄마의 자살을 막지도 못한다.

회영이 할 수 있는 것은 자신의 어린 시절로 돌아가 엄마를 보는 것 정도다.

이것이 가능해진 것은 하드웨어의 숨겨져 있던 기능을 발견하고, 그 시간을 최대한 늘렸기 때문이다.


간단하게 이 팀이 어떻게 자살자를 구하는지 보여준다.

그런데 이렇게 구한 사람이 불을 질러 많은 사람이 죽게 하면서 이 팀의 존속 문제가 생긴다.

회영은 불법적으로 하드웨어를 이용해 자신의 이익을 위해 더 먼 과거로 갔다.

이 때문에 회영의 하드웨어 배터리는 다른 사람보다 빨리 떨어진다.

개발자 이선이 이 사실을 말하지만 그녀는 과거 여행을 멈출 마음이 없다.

더 먼 과거로 시간 여행을 간다. 그곳에서 신입생 이지은을 만난다.

회영에게 이 순간은 말로 할 수 없는 감정을 느끼게 한다. 자신을 낳기 전 엄마의 풋풋한 모습이라니.

둘은 만나고, 이야기하고, 함께 하는 시간을 보내지만 그 시간은 배터리 때문에 짧을 수밖에 없다.

몰래 몰래 하드웨어를 계속 사용하는 것이 더욱 힘들어진다.


우울증에 빠진 회영의 곁에는 처장이 준 스마트워치 D가 있다. 다른 사람 눈에는 단순한 시계로 보인다. 

D는 회영의 일상을 관리해준다. 단순한 기능을 넘어 가족과 같은 존재다.

D에 존재는 곳곳에서 드러난다. 일상 생활의 편의뿐만 아니라 업무에서도, 불법 시간 여행에서도.

어떤 순간에는 D의 간섭이 싫을 때도 있다. 누구나 경험하는 일이다.

하지만 가장 위험하고 중요한 순간 D는 목소리를 낸다.

이 간섭, 목소리, 함께함 등이 지닌 중요함을 깨달을 때 회영은 한 뼘 더 성장한다.


이 소설은 결코 가볍지 않다. 자살을 다루고 있기 때문도 있지만 분위기가 무겁다.

다른 자살을 다룬 소설에서 그 무거움을 덜어내고, 재미를 채운 소설들도 있다.

이야기를 풀어가는 과정 속에 계속해서 회영은 과거에 집착한다. 자신의 탄생에 회의한다.

하드웨어의 숨겨진 기능을 이용한다는 설정은 또 다른 가능성을 낳는다.

과학적인 문제가 많지만 작가는 이 부분은 생략하거나 간결하게 처리한다. 시간여행의 패러독스 등이다.

가독성이 좋아 잘 읽히고, 옛날 시간 여행을 다룬 영화 등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주전함 강감찬 몽실북스 청소년 문학
박지선 외 지음 / 몽실북스 / 2022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몽실북스 청소년문학 첫 권이다. 네 명의 작가가 참여한 앤솔로지다.

낯익은 작가 두 명과 새롭게 두 명의 작가를 만났다.

개인적 취향과 이야기를 매끄럽게 풀어가는 것은 역시 낯익은 작가 둘이다.

이 단편들을 읽으면서 나의 잘못된 지식을 바로 잡았다. 바로 귀주대첩이다.

강감찬 장군하면 을지문덕 장군의 살수대첩처럼 귀주대첩에서도 수공으로 적을 무찔렀다고 기억했다.

그런데 이 소설에서는 평지에서 거란족 군대와 격전하는 것을 보여준다.

처음에는 조금 낯설고 이상했지만 자료를 찾아 확인하니 작가들이 맞았다.


앞의 두 편은 과거의 전투를 기반으로 이야기를 풀어가고, 뒤의 두 편은 미래를 배경으로 한다.

조동신의 <깃발이 북쪽을 가리킬 때>는 귀주대첩 현장으로 우리를 데리고 간다.

그 당시 전황과 위험한 평지 전투를 펼쳐야만 했던 이유 등을 설명한다.

사료에 기반한 구성과 작가의 상상력이 맞물려 박진감 넘치는 전투 장면이 펼쳐진다.

바람의 방향을 예측한 전술과 고려군의 강력한 의지 등이 이 전투를 대승으로 이끌었다.

문관이 상원수가 되어 군대를 이끌 수밖에 없었던 사정을 들려줄 때 그 시대를 다시 돌아본다.


박지선의 <설죽화>는 귀주대첩 대승의 순간부터 이야기가 시작한다.

여자의 몸이지만 뛰어난 무술 실력을 뽐내면서 적군을 무찌르고, 용감하게 싸운다.

하지만 그 용맹무쌍이. 동료를 구하려는 열정이 죽음으로 이끈다.

그리고 이야기는 과거로 넘어가 그녀의 성장을 하나씩 보여준다.

뛰어난 무술 실력을 가진 아버지에게 겨우 허락을 받아 무술을 연마한다.

그녀의 곁에는 거란족 소년 동배가 있었다. 포로로 잡힌 그가 설죽화의 시신을 보고 이야기를 들려준다.

거란족의 침입이 그 순간만 있었던 것이 아니란 것을 과거사 속에서 알려준다.

무난하게 잘 읽히지만 왠지 모르게 툭툭 끊어지는 듯한 이야기 전개라 조금 아쉽다.


천지윤의 <낙성>을 읽으면서 낙성대에서 강감찬이 태어났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인류가 바이러스의 침입으로 멸종 위기에 달한 미래를 배경으로 한다.

치료제를 만들기 위해서 거액이 필요하다. 이때 천억이 걸린 ‘낙성’이란 게임이 오픈한다.

음모와 배신, 숨겨진 비밀과 정의감 등이 엮이면서 문제는 해결된다.

조금 거친 구성과 급박한 전개 등은 개인 취향과 많이 동떨어져 있다.

전형적인 장면도 곳곳에 보이는데 이것도 아쉽다. 이런 종류의 소설을 처음 읽는 청소년이라면 어떨까?


정명섭의 <우주전함 강감찬>은 조금 예상을 벗어났다.

제목만 보고 주인공이 타고 다니는 우주선 이름이 강감찬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200년 전 조난신호를 보낸 우주선의 이름이 강감찬이다.

주인공 철우가 여기에 온 이유는 이 조난 신호 때문이다. 이때 해적선이 나타나 철우의 우주선을 공격한다.

위기에 처한 철우와 동료를 구해주는 것이 바로 전함 1019호의 인공지능 홀로그램 강감찬이다.

매끄럽게 이야기를 끌고 나가면서 간결하게 이야기를 마무리하지만 왠지 조금 아쉽다.

장편으로 더 많은 캐릭터와 이야기를 넣어서 만들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크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폴론 저축은행 - 라이프 앤드 데스 단편집
차무진 지음 / 요다 / 2022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차무진 작가의 첫 단편소설집이다.

작가의 단편은 앤솔로지를 통해 만난 적이 있다.

이번 단편집에 실린 소설들은 내가 읽지 않은 앤솔로지나 잡지에 실렸었다.

장편 소설도 사 놓았는데 늘 그렇듯이 쉽게 손이 나가지 않는다. 이젠 나쁜 습관처럼 느껴진다.

모두 여덟 편이 실려 있는데 예상하지 못한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어떤 이야기는 슬프고, 어떤 이야기는 동심을 파괴하고, 어떤 이야기는 웃게 한다.

예상하지 못한 반전들을 뒤에 놓고 나를 놀라게 한 소설도 적지 않다. 장편에 대한 기대가 커진다.


<그 봄>은 마지막 반전을 보고 나의 머리가 점점 굳어간다고 느꼈다.

매년 두 형제가 머무는 절에 찾아오는 엄마를 그리워하고 갈망하는 형제의 모습이 진하게 그려진다.

읽다 보면 선입견에 빠져 이 두 형제 중 형 시원의 시선을 따라간다.

매일 밤 엄마를 찾는 동생과 그들에게 호의적인 스님. 그리고 그들을 좋아하지 않는 듯한 보살들.

<마포대교의 노파>도 비슷한 방식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마포대교에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자살한다는 사실과 귀신을 본다고 말하는 경찰을 엮었다.

이 노파를 만난 행인이 갑자기 마포대교 밑으로 몸을 던진다. 자살을 유도하는 악귀 같다.

하지만 이야기가 더 진행되면서 작가가 꽁꽁 숨겨둔 사실 하나가 드러난다.

마포대교 위에 적힌 수많은 글들을 보면서 왜 적었었지 생각했는데 이 소설을 읽고 생각이 바뀌었다.


<아폴론 저축은행>은 온 가족 자살 시도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얼마나 삶이 힘들고 어려우면 이런 극단적 선택을 할까? 삶의 의지는 최후의 순간 멈춘다.

다시 살아보자 생각하고 택시 운전을 하는 그에게 한 노인이 이상한 곳으로 그를 데리고 간다.

미래에 생길 돈을 예측해 돈을 주는 은행 아폴론 저축은행이다. 선이자 뗀 후 9억5천만 원이 입금된다.

행복해야 할 삶이 몇 가지 불행한 가능성 때문에 뒤엉킨다.

마지막 장면은 억지 같지만 삶의 다양한 현실과 과거의 궤적을 보면서 고개를 끄덕인다.

<상사화당>은 조선시대로 넘어간다. 독을 만드는 노인의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임진왜란 이후 몇 년이 흘렀고, 많은 도기 장인들이 왜국으로 끌려갔다.

그에게 잘 깨어지지 않는 튼튼한 옹기를 만들어 달라는 부탁을 한 사내가 한다.

이 옹기에 들어갈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는 순간 섬뜩해졌다. 인간의 욕망이 만든 참혹함이 드러난다.

옹기 만드는 장면이 약간 더디게 읽히지만 곳곳에 깔아 둔 설정이 마지막에 크게 터진다.


<서모라의 밤>은 진시황이 전국을 통일한 이후 이야기다. 황당하고 재밌다.

불로초를 찾아 떠난 서복을 죽이기 위해 자객을 보냈다. 그런데 그는 불로초를 먹고 난 후 죽지 않는다.

그리고 서복의 황당한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그는 미래에서 타임머신을 타고 왔다고 말한다.

타임머신인 런닝머신의 배터리가 떨어져 번개로 충전하려고 할 때 황제를 만났다.

이 황제에게 그가 만들어 준 음식이 하나 있는데 바로 마약 떡볶이다.

진시황은 이 떡볶이에 중독되었고, 이것을 가져오라고 동남 동녀와 배를 주었다고 한다.

이렇게 마약 떡볶이를 둘러싼 기이한 사건이 벌어지고, 마지막에 예상하지 못한 사실이 드러난다.

<비형도>도 신라의 전설을 현재와 엮었다.

현실과 허구가 뒤섞이고, 욕망이 예상하지 못한 이야기를 만든다.

급하게 진행되는 이야기는 재밌지만 환상이 사라진 후 현실은 조금 힘이 빠진다.

연작으로 이야기를 이어간다면 색다른 재미가 있을 것 같은데 어떨지 모르겠다.


<이중 선율>은 소방사의 힘든 현실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서울의 시체를 실고 장례식장이 있는 전라도 광주까지 달려가는 구급차에서 오가는 이야기를 다룬다.

이야기를 읽다 보면 이상한 부분이 눈에 들어오는데 그 예상은 뒤로 가면서 확인 가능하다.

시속 150킬로미터로 달리는 구급차 안에서 여자 소방사가 들려주는 현실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것이다.

안전을 둘러싼 두 가지 이야기가 병행하는데 하나는 해결되었지만 다른 하나는 비극으로 마무리되었다.

제목의 의미가 마지막에 드러날 때 진한 슬픔이 느껴진다.

<피, 소나기>는 황순원의 <소나기> 이후를 좀비식으로 풀어내었다.

원작의 동심을 파괴하는 이야기가 진행되면서도 그 순수한 감정을 어느 선까지 남겨두었다.

소녀가 소년을 찾아와 벌이는 행위들은 너무 강렬하다. 순수한 듯하면서 잔혹하다.

이 소녀를 둘러싸고 벌이는 마지막 장면은 현학적이고 스산하고 코믹하다.

이 단편을 읽으면서 머릿속을 가장 많이 채운 이미지는 개울가에서 소녀를 업고 건너가는 소년의 모습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진으로 보는 우리 문화유산
강형원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2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의 저자는 퓰리처상을 두 차례나 수상한 이력이 있다. 대단하다.

현재 ‘Visual History of Korea’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 책은 그 결과물 중 하나다.

책은 세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다. 첫째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둘째는 한국의 찬란한 역사를 품은 유산, 마지막으로 한국의 고유함을 오롯이 새긴 유산 들이다.

모두 스물다섯 개의 유산인데 개인에 따라 그 느낌이 다를 수 있다.

알고 있던 것들도 많지만 새롭게 알게 되고, 다른 시각으로 사물을 보는 경험을 했다.

그리고 각 장마다 영어로 그 유산을 간단하게 설명하는 글이 나오는데 영어 울렁증 때문에 대충 읽거나 그냥 넘어갔다. 읽으면서 번역이 같이 있었으면 어땠을까 하고 생각했다.


가장 먼저 나온 것은 고인돌이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고인돌이 한국에 있다.

이 ‘고인돌’의 사진 중 일부는 낯설다. 내가 생각한 모양과 다른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백제 금동 대향로’나 ‘금동 미륵보살 반가 사유상’을 이렇게 큰 사진으로 본 적이 없다.

세밀하고 자주 보지 못한 각도의 모양은 이전과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특히 금동 미륵보살 반가 사유상은 그 유려함을 새롭게 느끼게 되었다.

신라의 유리그릇을 보고 나의 잘못된 정보를 바로 잡았다. 그 시절에도 이런 멋진 유리 제품이 있었다고.

‘팔만대장경판’ 이야기를 읽을 때면 항상 조정래의 소설이 떠오른다. 장경판전에 대한 몇 가지 소문도.


종묘 제례와 한국의 서원으로 넘어오면 문화적 가치에 대해 고민하고, 그 단절을 걱정한다.

아주 오래 전 안동의 서원 한 곳을 다녀온 적이 있는데 지금 가면 그 느낌이 아닐 것 같다.

최근 매년 가는 제주도에서 동굴은 가본 적이 없다. 대학 때 가본 것 같아 그냥 넘어간다.

예전 느낌을 기대하고 올라간 성산 일출봉에서 그 감동이 사라진 경험을 했기 때문일까?

연천 전곡리 주먹 도끼의 의미를 이번에 새롭게 새겼다. 잊고 있던 것인지, 배우지 않았던 것인지,

울주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 이야기를 읽다 보면 주변에 있지만 인식하지 못하는 선대 유산들이 떠오른다.

개발과 산업회의 욕망 속에 얼마나 많은 유적과 유물들이 사자렸던가!

‘정문경’ 뒤에 새겨진 무늬를 보면서 그 정성과 노력에, 그 기술에 감탄한다.

‘성덕 대왕 신종’ 보다는 에밀레 종이 더 익숙한 이름이다. 지금도 타종하는지 궁금하다.


가야를 역사 시간에 배웠지만 한 번도 이 지역을 가야라고 생각하고 돌아본 적이 없다. 뭐가 잘못된 것일까?

민간 인쇄 조보는 어딘가에서 들은 것 같은데 우리의 인쇄기술과 그 시대를 살짝 엿본다.

독도하면 노래가 자연스럽게 나오지만 이번에 1948년에 있었던 민간인 학살에 대해 알게 되었다.

미국의 폭격 연습으로 그곳에서 미역을 채취하고 고기잡이를 하던 어민들이 150~200명 정도 죽었다.

이순신. 그 이름만으로 국뽕 가득하게 만든다. 그의 이름이 군사 정권의 목적에 의해 더 알려줬다고 해도.

그에 대한 이야기는 새로울 것이 없을 것 같지만 늘 새롭게 나온다.

우리의 글, 한글, 광화문 세종로에 선 이순신 장군상과 앉아 있는 세종대상 동상을 보면 늘 고마움을 느낀다.


한국 토종개는 사실 눈으로 보고 쉽게 구분하지 못한다, 삽살개 정도나 겨우 알까?

‘하회 별신굿 탈놀이’이 보다 만화나 드라마로 각시탈이 더 유명하다.

탈들에 입이 움직이느냐를 두고 신분을 구분한 부분은 새롭게 알게 된 것이다.

한국 사람 중 따뜻한 온돌을 싫어할 사람이 있을까?

더워 싫다고 할지 모르지만 한번 그 따스함을 맛들이면 평생 잊지 못한다.

직장 선배가 해외 호텔 화장실에 깔린 보일러에서 잠을 잤다고 했던 것이 생각난다.

한지를 볼 때면 조선 시대 문서고가 생각난다. 종이가 귀해 옛 책을 씻어 재활용했다는 것도.

김치. 채소 절임으로 생각하면 전 세계에 퍼져 있지만 우리의 김치는 그 중에서도 특이하다. 국뽕인가?

제주마에 대한 간단한 소개는 섬이란 특이 지형과 관련 있다. 제주도에선 내가 탄 말은 조랑말이 아니었다.

증도가자 금속 활자는 금속 활자에 대한 기록을 갱신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아직 불확실하다.

학창 시절 열심히 외운 ‘무구정광대다라니경’(?)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전문가가 한국의 유산들을 자세하게 쓴 글이 아니다.

사진작가가 아주 멋지게 찍고 그 유산을 간략하게 요약해서 들려주는 책이다.

그렇게 많은 분량이 아니라 단숨에 읽을 수 있지만 천천히 음미하면서 읽어도 좋다.

화려한 사진은 보는 재미를 주고, 기존과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많은 글과 설명도 중요하지만 그 유산을 이렇게 멋진 사진으로 보는 것도 좋은 공부가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카미노 아일랜드 - 희귀 원고 도난 사건
존 그리샴 지음, 남명성 옮김 / 하빌리스 / 2022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정말 오랜만에 존 그리샴의 소설을 읽었다. 한때 가장 좋아하는 작가 중 한 명이었다.

개인적으로 그의 초기작들을 좋아한다. 법정 스릴러를 그보다 더 잘 쓰는 작가를 본 적이 없다.

그의 소설을 읽을 때면 늘 정신없이 빠져든다. 이것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여전히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것 같은데 번역작들은 예전처럼 출간되지 않고 있다.

한국 출간도 5년만이다. 이번에 나온 책도 2017년에 출간된 소설이다.

한때 그의 소설 판권을 둘러싸고 거액이 오고 간 것을 기억하는 나에게 격세지감이 느껴진다.


<위대한 개츠비>의 자필 원고를 둘러싼 이야기다.

개인적으로 아직 <위대한 개츠비>가 가슴에 와 닿지 않는다. <호밀 밭의 파수꾼>도 마찬가지다.

자필 원고와 초판본에 대한 수집가의 열정이 어느 정도인지는 이미 다른 책에서 봤다.

여전히 나에겐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다. 저자 사인본은 한 권씩 모아 보려고 하지만.

소설은 F. 스콧 피츠제럴드의 자필 원고를 훔치기 위한 도둑들의 철저한 계획과 노력으로 시작한다.

프린스턴 대학 파이어스톤 도서관의 철통 같은 보안을 뚫고 그 원고를 도둑들이 훔친다.

도둑들 중 한 명이 작은 실수를 하고, 이 실수가 단서가 된다.

하지만 도둑들도 철저하게 준비했다. 다른 사람이 잡히면 다른 사람이 알 수 있게 말이다.

이렇게 도둑들과 자필 원고는 사라진다.


브루스 케이블의 이야기가 나온다. 거부 부모 밑에서 자랐지만 유산을 많이 받지 못한 그다.

여자 친구와 여행을 하다 카미노 아일랜드에서 독립 서점을 인수한다. 그냥 덜컥 산 것은 아니다.

사양 산업 중 하나인 서점을 인수하기 전 여러 곳을 돌면서 서점 운영에 대한 것들을 보고 배운다.

서점을 인수해 일부 고치고, 초판본과 희귀본을 거래하고, 책방 운영에 큰 수완을 보여준다.

출판 행사에 온 여성 작가들과 자신의 집에서 하룻밤을 보내면서 잘 살고 있다.

그러다 프랑스 고가구에 재능이 있는 여성 작가 노엘을 만나 사랑에 빠진다.


5년 전 첫 작품으로 좋은 평가를 받은 머서는 학자금 대출금 상환부터 새로운 신작 등으로 골치가 아프다.

이런 그녀에게 한 보험회사 직원이 다가와 브루스 케이블에 대한 스파이 활동을 요구한다.

학자금 대출 상환과 좋은 금액을 제시한다. 그 이유 중 하나가 카미노 아일랜드에 있는 할머니의 주택이다.

머서는 할머니가 살아 계실 때 이곳에 와서 머문 적이 있다. 좋은 추억이 가득하다.

그리고 이곳은 작가들이 상당히 많이 살고, 이 작가들이 브루스 케이블과 연결되어 있다.

처음에는 거절했지만 현실적인 문제들이 그녀를 이 섬에 오게 한다.

머서는 이 섬에 머물면서 새로운 소설도 쓰고, 보험회사의 요구 사항도 들어주려고 한다.


희귀 원고를 둘러싼 이야기이지만 작가는 이 원고를 두고 벌어지는 추적을 중심에 놓지 않는다.

머서를 낯선 작가들의 세계로 데리고 와 출판계의 풍경을 보여준다.

브루스의 서점이 어떤 식으로 책을 팔고, 성공한 서점으로 남을 수 있는지 보여준다.

머서도 한때 북투어 장소로 이곳을 넣은 적이 있지만 너무 적은 수가 모여 취소한 이력이 있다.

매년 수많은 작가들이 이곳에 와서 북투어를 한다. 당연히 많은 사인본들이 생긴다.

이런 현실적인 이야기가 나오고, 머서는 조금씩 브루스에게 다가간다.

아니 처음에는 브루스가 그녀를 끌어당겼다고 해야 한다.  잦은 모임과 유혹도 같이.


처음 이 원고를 훔친 도적들이 잠시 중간에 나오지만 그들의 활약은 앞부분에서 거의 끝났다.

머서가 브루스에게 한발씩 다가가면서 그의 사업 실체가 조금씩 드러난다.

잘 관리된 초판본 한 권의 가격이 얼마인지 나올 때 놀란다. 그것이 1980년대였기 때문이다.

집에 손떼 묻은 책들을 한 번 뒤져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만 쉬운 일이 아니다.

뭐가 돈이 되는 책인 줄 알아야 팔 것 아닌가? 예전 옥션에서 본 LP판처럼.

이런 이야기와 함께 사라진 희귀 원고를 둘러싼 이야기는 조금씩 나아간다.

과연 브루스가 이 원고를 가지고 있을까? 가지고 있다면 이 원고를 어떻게 처분하려고 할까?

이전 같은 화려한 반전이나 강렬한 법정 장면은 없지만 아주 뛰어난 필력과 꼼꼼한 전개로 나를 매혹시킨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