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 신호가 감지되었습니다
정온샘 지음 / 팩토리나인 / 2022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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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K-스토리 공모전 SF 부문 최우수상 수상작이다.

최근 이 공모전 수상작들을 재밌게 읽었다.

가까운 미래를 배경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미세먼지를 드론으로 화학물질을 뿌려 없애는 시대다.

이런 시대에 가까운 미래를 여행할 수 있는 간단한 타임머신이 발명된다.

이 기계로 갈 수 있는 과거는 3시간이다. 공식적인 발표는 그렇다.

한국은 이 기계를 하드웨어라고 부르고, 자살한 사람을 구하는데 사용한다.

그리고 자살자를 구하는 조직은 생명보호처 내 자살 예방 TF팀이다.


회영은 자살 예방 TF팀 팀원이다. 동시에 자살 방지법, 일명 이지은 법의 원인인 이지은의 딸이다.

생명보호처장 수경은 이지은의 친구이고, 그녀가 죽자 회영을 이 팀에 넣었다.

자살 신호가 울리면 이 팀은 하드웨어를 가지고 현장에 달려가 죽으려는 사람을 막는다.

자살이 막힌 사람들은 법에 의해 갇히고, 치료 등을 받는다.

이렇게 이 팀은 3년 이내에 99명의 자살자를 구했다. 하지만 아직은 정식으로 이 팀의 존재가 숨겨져 있다.

다른 부서 사람들은 이 팀의 존재를 궁금해한다. 말도 많다. 그래서 점심 시간도 살짝 뒤로 밀었다.


엄마가 왜 죽었는지 모른다. 아빠가 누군지도 모른 채 회영은 자랐다.

임신한 그녀는 수경의 도움으로 아이를 낳고, 성인이 될 때까지 키웠다.

엄마 지은이 자살한 이유를 밝히는 것으로 이야기는 진행되지 않는다.

다른 자살자처럼 분명한 이유가 있다면 딸이 이해하기 쉬웠겠지만 그 이유를 모른다. 밝히지도 않는다.

어쩌면 밝힐 수 없다는 것을 전제로 이야기를 풀어낸 것인지도 모른다.

과거를 바꾸면 안 된다는 대전제를 바탕으로 하기에 엄마의 자살을 막지도 못한다.

회영이 할 수 있는 것은 자신의 어린 시절로 돌아가 엄마를 보는 것 정도다.

이것이 가능해진 것은 하드웨어의 숨겨져 있던 기능을 발견하고, 그 시간을 최대한 늘렸기 때문이다.


간단하게 이 팀이 어떻게 자살자를 구하는지 보여준다.

그런데 이렇게 구한 사람이 불을 질러 많은 사람이 죽게 하면서 이 팀의 존속 문제가 생긴다.

회영은 불법적으로 하드웨어를 이용해 자신의 이익을 위해 더 먼 과거로 갔다.

이 때문에 회영의 하드웨어 배터리는 다른 사람보다 빨리 떨어진다.

개발자 이선이 이 사실을 말하지만 그녀는 과거 여행을 멈출 마음이 없다.

더 먼 과거로 시간 여행을 간다. 그곳에서 신입생 이지은을 만난다.

회영에게 이 순간은 말로 할 수 없는 감정을 느끼게 한다. 자신을 낳기 전 엄마의 풋풋한 모습이라니.

둘은 만나고, 이야기하고, 함께 하는 시간을 보내지만 그 시간은 배터리 때문에 짧을 수밖에 없다.

몰래 몰래 하드웨어를 계속 사용하는 것이 더욱 힘들어진다.


우울증에 빠진 회영의 곁에는 처장이 준 스마트워치 D가 있다. 다른 사람 눈에는 단순한 시계로 보인다. 

D는 회영의 일상을 관리해준다. 단순한 기능을 넘어 가족과 같은 존재다.

D에 존재는 곳곳에서 드러난다. 일상 생활의 편의뿐만 아니라 업무에서도, 불법 시간 여행에서도.

어떤 순간에는 D의 간섭이 싫을 때도 있다. 누구나 경험하는 일이다.

하지만 가장 위험하고 중요한 순간 D는 목소리를 낸다.

이 간섭, 목소리, 함께함 등이 지닌 중요함을 깨달을 때 회영은 한 뼘 더 성장한다.


이 소설은 결코 가볍지 않다. 자살을 다루고 있기 때문도 있지만 분위기가 무겁다.

다른 자살을 다룬 소설에서 그 무거움을 덜어내고, 재미를 채운 소설들도 있다.

이야기를 풀어가는 과정 속에 계속해서 회영은 과거에 집착한다. 자신의 탄생에 회의한다.

하드웨어의 숨겨진 기능을 이용한다는 설정은 또 다른 가능성을 낳는다.

과학적인 문제가 많지만 작가는 이 부분은 생략하거나 간결하게 처리한다. 시간여행의 패러독스 등이다.

가독성이 좋아 잘 읽히고, 옛날 시간 여행을 다룬 영화 등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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