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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미노 아일랜드 - 희귀 원고 도난 사건
존 그리샴 지음, 남명성 옮김 / 하빌리스 / 2022년 9월
평점 :
정말 오랜만에 존 그리샴의 소설을 읽었다. 한때 가장 좋아하는 작가 중 한 명이었다.
개인적으로 그의 초기작들을 좋아한다. 법정 스릴러를 그보다 더 잘 쓰는 작가를 본 적이 없다.
그의 소설을 읽을 때면 늘 정신없이 빠져든다. 이것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여전히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것 같은데 번역작들은 예전처럼 출간되지 않고 있다.
한국 출간도 5년만이다. 이번에 나온 책도 2017년에 출간된 소설이다.
한때 그의 소설 판권을 둘러싸고 거액이 오고 간 것을 기억하는 나에게 격세지감이 느껴진다.
<위대한 개츠비>의 자필 원고를 둘러싼 이야기다.
개인적으로 아직 <위대한 개츠비>가 가슴에 와 닿지 않는다. <호밀 밭의 파수꾼>도 마찬가지다.
자필 원고와 초판본에 대한 수집가의 열정이 어느 정도인지는 이미 다른 책에서 봤다.
여전히 나에겐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다. 저자 사인본은 한 권씩 모아 보려고 하지만.
소설은 F. 스콧 피츠제럴드의 자필 원고를 훔치기 위한 도둑들의 철저한 계획과 노력으로 시작한다.
프린스턴 대학 파이어스톤 도서관의 철통 같은 보안을 뚫고 그 원고를 도둑들이 훔친다.
도둑들 중 한 명이 작은 실수를 하고, 이 실수가 단서가 된다.
하지만 도둑들도 철저하게 준비했다. 다른 사람이 잡히면 다른 사람이 알 수 있게 말이다.
이렇게 도둑들과 자필 원고는 사라진다.
브루스 케이블의 이야기가 나온다. 거부 부모 밑에서 자랐지만 유산을 많이 받지 못한 그다.
여자 친구와 여행을 하다 카미노 아일랜드에서 독립 서점을 인수한다. 그냥 덜컥 산 것은 아니다.
사양 산업 중 하나인 서점을 인수하기 전 여러 곳을 돌면서 서점 운영에 대한 것들을 보고 배운다.
서점을 인수해 일부 고치고, 초판본과 희귀본을 거래하고, 책방 운영에 큰 수완을 보여준다.
출판 행사에 온 여성 작가들과 자신의 집에서 하룻밤을 보내면서 잘 살고 있다.
그러다 프랑스 고가구에 재능이 있는 여성 작가 노엘을 만나 사랑에 빠진다.
5년 전 첫 작품으로 좋은 평가를 받은 머서는 학자금 대출금 상환부터 새로운 신작 등으로 골치가 아프다.
이런 그녀에게 한 보험회사 직원이 다가와 브루스 케이블에 대한 스파이 활동을 요구한다.
학자금 대출 상환과 좋은 금액을 제시한다. 그 이유 중 하나가 카미노 아일랜드에 있는 할머니의 주택이다.
머서는 할머니가 살아 계실 때 이곳에 와서 머문 적이 있다. 좋은 추억이 가득하다.
그리고 이곳은 작가들이 상당히 많이 살고, 이 작가들이 브루스 케이블과 연결되어 있다.
처음에는 거절했지만 현실적인 문제들이 그녀를 이 섬에 오게 한다.
머서는 이 섬에 머물면서 새로운 소설도 쓰고, 보험회사의 요구 사항도 들어주려고 한다.
희귀 원고를 둘러싼 이야기이지만 작가는 이 원고를 두고 벌어지는 추적을 중심에 놓지 않는다.
머서를 낯선 작가들의 세계로 데리고 와 출판계의 풍경을 보여준다.
브루스의 서점이 어떤 식으로 책을 팔고, 성공한 서점으로 남을 수 있는지 보여준다.
머서도 한때 북투어 장소로 이곳을 넣은 적이 있지만 너무 적은 수가 모여 취소한 이력이 있다.
매년 수많은 작가들이 이곳에 와서 북투어를 한다. 당연히 많은 사인본들이 생긴다.
이런 현실적인 이야기가 나오고, 머서는 조금씩 브루스에게 다가간다.
아니 처음에는 브루스가 그녀를 끌어당겼다고 해야 한다. 잦은 모임과 유혹도 같이.
처음 이 원고를 훔친 도적들이 잠시 중간에 나오지만 그들의 활약은 앞부분에서 거의 끝났다.
머서가 브루스에게 한발씩 다가가면서 그의 사업 실체가 조금씩 드러난다.
잘 관리된 초판본 한 권의 가격이 얼마인지 나올 때 놀란다. 그것이 1980년대였기 때문이다.
집에 손떼 묻은 책들을 한 번 뒤져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만 쉬운 일이 아니다.
뭐가 돈이 되는 책인 줄 알아야 팔 것 아닌가? 예전 옥션에서 본 LP판처럼.
이런 이야기와 함께 사라진 희귀 원고를 둘러싼 이야기는 조금씩 나아간다.
과연 브루스가 이 원고를 가지고 있을까? 가지고 있다면 이 원고를 어떻게 처분하려고 할까?
이전 같은 화려한 반전이나 강렬한 법정 장면은 없지만 아주 뛰어난 필력과 꼼꼼한 전개로 나를 매혹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