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도 못 가는 플래너는 찢어라 - 단 하루도 거르지 않게 만들어주는 혁명적 플랜기술
와타나베 미키 지음, 정은지 옮김 / 리더&리더(리더앤리더)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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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발적인 제목이다. 사실 나는 플래너가 뭔지도 모르고 사용하지도 않는다. 근데 왜 이 책을 읽었냐고? 약간 변하고 싶은 마음 때문이라고 하면 답이 될까? 회사 일을 하면서도 일일, 주간, 월간 업무 보고를 하고 계획표를 간단히 작성한 경우는 있지만 지속적으로 나만의 계획표를 별도로 만든 적은 없다. 다만 탁상달력에 그때마다 할 일과 해야 할 일과 약속 등을 적어놓고 관리한 것이 전부다.

 

어쩌면 대단히 중요한 것이 아닐 수 있다고 생각한 것에 중요성을 부여한 이 책이 또 하나의 자기계발서가 아닌가 생각하기도 했다. 자기계발서를 기껏 몇 권 읽지 않는 나지만 그렇게 좋아하지 않기에 약간 거부감도 있었다. 허나 몇 쪽 넘기지 않아서 마음에 드는 문장을 발견하고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다. 그리고 모두 본 후 단순한 플래너 작성을 넘어 실천을 옮기기 위한 실무서적처럼 느껴졌다. 단순히 정신을 강조하는 수많은 책들과 달리 구체적인 작성과 기본 전략에 충실한 구성은 소위 말하는 남는 것이 있는 책으로 다가왔다.

 

‘실행하기 쉬운 만큼만 부탁합니다’ 이 문장이 가장 먼저 와 닿았다. 다른 곳에서도 할 수 있는 만큼만 계획을 짜고 실천하라고 말하니 특별한 것이 없을지 모른다. ‘고작 하루뿐인데’하면서 자신을 용서하는 모습에 과거가 겹치고, ‘계획하고 실천하는 것을 즐기는 것이 아니라 자기계발서를 읽는 즐거움만을 즐기고, 멋진 플래너를 고르는 일만을 즐기고 있을 뿐이다’라는 지적에서 왜 그렇게 많은 자기계발서가 출판되고 비슷한 내용의 책들을 읽는지에 대한 해답을 얻게 되었다. 이런 날카로운 지적과 더불어 이어지는 ‘체크와 기록하는 습관’은 필수적이면서 기본적이란 것과 ‘자기의 현실 파악’이란 대목에선 허황되고 과장된 것이 아닌 실현 가능한 계획에 대한 중요성을 다시 한 번 더 생각하게 된다.

 

또 성급하고 빠른 것보다 ‘슬로우 슬로우’라는 와타미 플랜의 모토처럼 기초를 다지고 체크하고 기록하는 습관을 완전히 몸에 붙인 후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꿈이나 목표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들을 이미지화하라는 것이다. 이 부분에선 ‘시크릿’을 연상하게 된다. 여기서 이미지화도 ‘슬로우 슬로우’여야 한다. 이런 기본적인 자세와 습관화를 플래너와 더불어 익혀가면서 후반부 핵심사항에 도달하게 된다. 그것은 ‘긴급하지는 않지만 중요한 일’에 대한 것이다. 저자는 ‘긴급하면서 중요한 일’보다 이것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어느 정도 동조했지만 설명을 듣고 난 후는 완전히 동의하게 되었다. 나 자신의 미래를 결정하는 것이 바로 이것이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플래너 작성 및 실행 방법에 대한 것은 책을 통해 혹은 별책으로 딸려온 실천력 트레이닝 노트로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 책 속에 설명한 수많은 개념과 해석과 설명보다 역시 더 중요한 것은 계획을 세우고 실행하는 것이 자신의 몫이라 점이다. 단지 이 책은 그 길을 가는 나를 도와줄 뿐이다. 가장 중요한 실천을 빼고 읽는 것에 중독되는 그런 미련한 행동을 반복하는 한 어떤 좋은 책도 그냥 지나가는 책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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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다 2008-01-12 18: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음... 요새 플래너? 다이어리 철인데... 이 책 저도 서점에서 봤는데, 살까말까 했는데 상걸 그랬나...
 
착한 인생, 당신에게 배웁니다 - 시골의사 박경철이 만난 아름다운 사람들
박경철 지음 / 리더스북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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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책의 대부분이 소설이고 가끔 인문서적을 읽는 나에게 산문은 약간은 생소한 장르다. 박경철이란 사람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지만 그의 이름을 자주 접한 기억은 있다. 그래서 이전에 그의 출세작인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을 구입하였다. 하지만 다른 책들에게 우선순위를 빼앗기고 이사하면서 다른 곳에 묻혀버리면서 잊고 있었다. 그러다 이 책이 나의 손에 들어오면서 많은 사람들이 열광한 그에 대해 조금은 알아보자고 하여 읽었다. 결과는 반은 만족이다.

 

반은 만족이라고 한 것은 잔잔하고 삶의 진솔한 모습을 보고자 한 생각과 달리 약간 작위적이고 뒤끝이 약간 남는 느낌이기 때문이다. 그가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가 사실을 기반을 두었다고 하지만 그 구성이나 전개에서 풍기는 느낌이 감동이라는 점에 중심을 두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가끔 소설가들의 산문집을 읽다보면 삶에 대한 잔잔한 이야기나 사소한 것 속의 관찰이 조용히 스며드는 경우가 많은데 이 에세이는 뚝 끊어지거나 끓어오르게 한다. 어쩌면 병원이라는 공간의 특성상 그런 느낌을 더 자아내는지 모르겠다.

 

총 4부로 구성되어있다.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을 울린 것은 3부였다. 부제가 사람을 아름답게 하는 것이다.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사랑이나 정(情)이 가장 마음에 와 닿는다. 나라면 욕했을 영민이 할머니의 영악한 삶이나 정규 씨의 모자람을 이용하는 회사 사람과 그의 안타까운 현실이나 가발 할머니의 애처로운 사연이나 할아버지의 꽃 같은 눈물이나 모두가 가슴을 찡하게 울린다. 없이 사는 사람들의 정겨운 모습에서, 서로를 아끼는 삶에서 부러움을 느끼고 안타까움에 마음이 아팠다.

 

물론 다른 부분에서도 좋은 글이나 가슴에 와 닿거나 아프게 하는 이야기는 많았다. 그래도 엄만데 하고 말하며 자신을 자책하는 한 여성의 가슴 아픈 사연은 우리 시대가 만들어 놓은 환상의 한 자락을 보는 듯하였고, 자신이 힘들 때 도와준 두 친구의 이야기는 부러움을 느끼게 하였다. 아들 치료를 위해 대학병원에 가서 자신의 불치병을 발견한 이야기나 일말의 가능성에 모든 것을 걸고 기대하는 사람들의 절박한 심정엔 나도 기도하고 싶어졌다. 불과 10년 전이면 그냥 감동적이라고 생각하면서 읽고 지나갔을 이야기가 이젠 하나의 못이 되어 가슴에 박히고, 주변을 둘러보게 만드는 이야기들도 있었다.

 

많은 사연 속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공통점을 생각해본다. 그들의 삶은 대부분이 풍족함과 거리가 멀다. 하루를 벌어서 하루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의사가 처방하는 것이 평안하게 휴식을 취하는 것이라는 것 자체가 굶어죽으라는 것과 다름없다. 현대의학의 한계에 의해 더 많은 돈을 필요로 하는 대학병원으로 가라고 하는 저자의 모습에서 그들의 삶이 지닌 무거움이 더 힘겹게 느껴진다. 최근에 읽은 몇 권의 책 때문인지 괜히 그를 탓하고 싶어지기도 한다. 너무 비약한 듯하다. 단숨에 읽기엔 담겨있는 이야기들이 가슴에 너무 무겁다. 하지만 그의 다른 책을 빨리 찾아 읽어야지 하는 마음은 불끈 솟아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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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입 : 인생을 바꾸는 자기 혁명 - Think Hard! 몰입
황농문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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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입이란 단어와 집중이란 단어의 차이를 알기 위해 사전을 뒤졌다. 몰입이 깊이 파고들거나 빠짐을 뜻하고, 집중이 한 가지 일에 모든 힘을 쏟아 부음이라고 정의되어 있었다. 비슷한 의미지만 다른 용도로 사용되는 이 두 단어에 대한 해석이 책에 있었다면 아마 나 같은 사람이 더 쉽게 이 책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이런 약간의 의문에서 시작한 책 읽기는 완전히 몰입은 하지 못했지만 상당한 집중력을 발휘하여 읽었다.

 

THINK HARD! 저자가 주장하는 몰입의 핵심이다. WORK HARD가 아니라 THINK HARD가 이제 필요하다는 것이다. 뭐 이미 열심히 창조적인 생각을 주장하는 회사가 많음을 생각하면 약간 늦은 듯하지만 현실에서 이것을 실천하는 회사는 많지 않다. 만약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준다면 엄청난 도움이 될 것은 분명하다. 실제 회사생활에서 한 가지 일에 몰입해서 일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프로젝트 단위로 움직인다면 그 일에만 집중하고 몰입하는 것이 가능하지만 일은 언제나 끊임없이 밀려오고 앞뒤의 순서가 간단히 바뀌는 것들을 생각하면 더욱 힘겨운 일이다. 아니 어쩌면 더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아직 이 책엔 그 방법까지 제시되어 있지 않지만 저자라면 자신이나 주변사람들의 경험으로 알려줄지도 모르겠다.

 

이 책을 읽기 이전엔 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집중력이었다. 똑같은 시간을 사용하여도 집중력의 차이에 의해 얻게 되는 결과물이 다르기 때문이다. 헌데 저자는 이 집중력의 강도보다 지속성에 중심을 둔다. 화두선을 예로 들면서 끊임없이 생각하고 집중하고 몰입할 것을 요구하는 것이다. 뉴턴의 경우 밥 먹는 것을 잊을 정도로 몰입하여 중력 법칙을 발견하였다고 하니 지속성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강도의 몰입이 심하게 이어지면 다른 부작용이 생길 수 있음을 말하고 정신의 긴장감을 육체 운동의 몰입으로 풀라고 말한다. 그리고 화두처럼 지속적으로 하나의 문제에 몰입하면 생각하지 못한 즐거움과 풀리지 않던 문제가 풀어진다는 것이다. 물론 초등학생이 대학수학을 몰입으로 단숨에 풀게 된다는 것이 아니라 몰입한 상태에서 그 과정들을 하나씩 밟아감으로써 이루어진다는 뜻이다. 나 자신도 긴 시간을 경험한 것은 아니지만 평소에 그렇게 하기 싫던 일이 집중하고 몰입한 순간 재미와 즐거움을 느꼈고 속도가 붙어 일 자체를 새롭게 생각한 적이 있다. 또 저자가 말한 다른 비슷한 경험이 있기에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부분도 많았다.

 

천천히 생각하기. 몰입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속담처럼 빠른 것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천천히 생각하면서 완전히 그 일에 빠지면서 해답을 구하라는 의미다. 속도가 생명인 곳에선 반감을 가질 수 있지만 차분히 생각하면 속담처럼 이 경우에 더 빨리 해답을 구하는 경우가 많다. 개별적인 상황에 대한 예들이 좀더 많았다면 좋았겠지만 하나의 문제에 대한 몰입들이 주요 예다보니 약간 아쉬움도 남는다. 성공을 위해 99번의 실패를 거쳤다는 아인슈타인의 말처럼 지속적인 노력은 많은 성과를 이루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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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의학 현명한 치료 - 의사가 된 후에야 알게 된, 현대의학 바로알기 똑똑한 헬스북 1
김진목 지음 / 전나무숲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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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읽은 몇 권의 책 때문에 서양의학에 대한 나의 관점이 흔들리고 있다. 그 흔들리는 관점에 이 책도 일조를 했다. 물론 저자는 현대 서양의학의 장점과 자연의학의 장점을 같이 나열한다. 하지만 현대 서양의학에 대한 절망에 관해 집필한 1부가 거의 절반이 넘는 것을 생각하면 사실상 현대 서양의학에 대한 불신을 부채질한다고 봐야하지 않을까 한다. 그리고 자신이 서양의학을 공부해 수십 년 동안 근무하였고, 대체의학인 니시의학으로 자신의 고질병을 고친 전력이 있어 더욱 그런 느낌이 강해진다.

 

표지로만 본다면 자연의학에 대한 글로만 생각할 수 있고, 1부만 본다면 다른 의학 관련 책처럼 현대 서양의학에 대한 비판서로 볼 수 있다. 이런 느낌은 책을 모두 읽은 지금도 책의 성격을 정확히 단정 짓기 어렵다. 단정 짓기 어려운 책이지만 매력적인 부분이 곳곳에 있다. 현대의학의 문제점을 잘 짚어준 1부나 자연의학과 생활의학에 대한 장점을 부각한 다른 부분들이 많은 도움을 준다.

 

1부에서 다룬 현대 서양의학의 문제에 대해서는 다른 책들에서 워낙 많이 다룬 것이다. 저자가 인용한 몇 권의 책이 더 좋은 자료가 될 것이고, 깊이가 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요약본 같은 느낌을 주지만 강한 인상을 남겨주기엔 부족함이 없다. 현대의학에 대한 문제의 핵심은 기계론적 인식론에 바탕을 둔 치료라는 점과 의료상업주의다. 절대 동감한다. 저자가 강하게 주장하는 점이 현대 서양의학의 문제라면 내가 더 중심을 두는 것이 의료상업주의라는 점에서 차이가 갈리기는 한다.

 

‘의학의 진실’에서 현대 의학에 승리와 장점에 대한 긴 글을 읽었다. 저자가 의학의 아버지라고 부르는 히포크라테스가 상업적 목적에 의해 부각되었고,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하는 곳이 이전엔 많지 않았다고 한다. 또 그와 그 후의 의학자들이 가장 선호한 치료기술이 사혈이었음을 생각하면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다. 현대 의학의 발전 과정을 서술한 그 책이 현대 서양의학에 대한 신뢰를 가지게 만들어주었다면 그 후 읽은 ‘100년 동안의 거짓말’은 현대 서양의학의 한계와 모순을 잘 보여주면서 더불어 합성화학물질에 의한 엄청난 위험을 인식시켜주었다. 전자가 통계와 임상의 중요성을 부각하여 현대 의학의 엄청난 발전에 초점을 주었다면 후자는 마법 탄환이라고 불리는 즉효약 등에 중점을 두면서 부작용과 상업화에 더 힘을 실었다. 이 책과 더불어 읽기 좋은 책들이 아닌가 한다.

 

수없이 공감하게 되는 부분들로 가득한 이 책으로 돌아오자. 의료상업주의와 관련된 예로 말해진 고협압의 경우 이전엔 정상이었지만 고혈압의 기준 폭을 좁혀놓으면서 환자를 양산하고 엄청난 약을 팔았다는 사실과 외국에서 의료파업으로 구급의료 외에 진료가 중단되었지만 사망자의 수가 오히려 줄었다는 기록은 현대 서양의학의 약들이나 진료 자체가 얼마나 많은 문제가 있는지 알려준다. 또 고가의 최첨단 의료 장비로 병명을 찾지 못하면 원인 불명성 환자로 판정된다는 사실은 주변에서 수많은 분들의 사례로 이미 알고 있는 것이지만 의사들이 텔레비전이나 언론 매체를 통해 정기검진을 부르짖는 것을 생각하면 상업화가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알게 된다.

 

사실 얼마 전에 읽은 책 때문이기도 하지만 개인적으로 의료 상업화의 위험을 주변사람들로 인해 경험하였기에 1부의 내용은 몇몇 생각이 다른 곳이 있지만 기존의 지식을 되살려주고, 새로운 놀라운 정보도 주었다. 하지만 다음에 이어지는 주장에서 이전에 읽은 책들과 같은 주장을 보면서 가장 중요한 것이 역시 생활환경과 위생시설의 개선과 영양임을 다시 한 번 더 인식하게 되었다. 늘 의사들이 나와서 주장하는 적당한 운동과 좋은 음식을 먹으라는 말들이 병에 대한 가장 좋은 예방임을 확실히 알게 되었고, 예방의학이라고 불리는 현대의학의 문제점이 상업화로 너무 확대되거나 과장되었음을 보게 되었다.

 

위험한 의학이 현대 서양의학에서 주장하는 완화제 등의 화학약물들이나 검사기기들에 의한 부작용 등이라면 현명한 의학은 수천 년을 이어온 대체의학이나 자연의학의 장점을 살리는 것이다. 특히 만성병에 대한 것이라면 대체의학이 더 효과적이고 생활치료로써 면역력을 높여 병을 예방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아직 정확한 임상자료나 통계가 부족한 단점이 있지만 큰 부작용이 없다는 장점이 있으니 항상 살아가면서 머릿속에 심어 두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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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에서 온 심판자 밀리언셀러 클럽 59
조지 펠레카노스 지음, 조영학 옮김 / 황금가지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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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전작에서도 이 거친 사내가 마음에 들었지만 이번도 변함없이 매력적이다. 시리즈 1권을 읽은지 시간이 좀 지나 처음엔 등장인물 하나하나가 명확하게 떠오르지 않았지만 금방 한 명씩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전편에서 고뇌하는 경찰이었던 퀸이 이제 완전히 자리를 잡았고, 데릭의 연애와 삶은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엄청난 강한 액션이 있지도, 힘들게 풀어야 하는 트릭이 있지도, 사건의 뒤에 숨겨진 엄청난 비밀이 있지도 않지만 지난번보다 완숙해진 진행과 구성은 더욱 빨려들게 한다. 너무나도 현실적인 욕과 상황들에 감탄을 하며 읽다 보면 기존에 가지고 있던 미국에 대한 이미지가 소리 없이 무너진다. 인종문제에 대한 주저 없는 묘사나 빈부격차 등 수많은 문제점을 보여주는데 이것을 단순히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등장인물들의 삶속에 녹여내었기에 놀라워하면서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사건은 두 가지로 진행된다. 데릭이 운영하는 풋볼팀 소년의 죽음과 퀸이 포주로부터 빼온 소녀와 관련된 두 사건이 동시에 진행된다. 이 사건들이 엄청난 비밀을 지닌 것이 아니지만 일상의 흐름 속에 돌출하면서 긴장감을 준다. 각각의 시점을 잘 포착하였고, 과장되게 묘사하지 않음으로써 현실감을 더욱 높인다. 하지만 이번에도 곳곳에 심어둔 현실에 대한 비평과 부조리는 우리사회의 단면을 정확하게 보게 하고, 현실의 꾸며진 이미지 속에 숨겨진 참모습을 보게 한다. 이 소설이 지닌 매력 중 하나가 이런 현실적인 모습들이다.

 

전작에서도 그랬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워싱턴 D.C의 모습이 이렇다면 데릭의 입이나 다른 등장인물들의 입을 통해 나오는 수많은 문제들은 놀라움을 넘어 무서움을 준다. 수많은 스릴러가 연쇄살인범을 등장시켜 불안을 조성하는 반면에 이 소설은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면서 긴장을 고조시키기 때문이다. 전작이 좀더 거친 모습을 보였다면 이번엔 한결 원숙한 모습으로 진행되면서 읽기도 부담이 덜 하다. 하지만 작품이 지닌 힘이 떨어지기는커녕 더 강하게 느껴진다.

 

우리가 흔히 구조적, 제도적 모순이라는 말을 많이 하는데 그 자체도 모순이 많다. 한 예로 나오는 디씨의 자유주의자들의 ‘티벳에 자유를’ 스티커를 붙이고 다니면서 몇 킬로미터 떨어져 있는 뒷골목에서 아이들이 악몽 같은 이웃들에게 시달리는 사실은 눈 감고 있는 것이나 백인 마을 고등학교 총기사건에는 분노하면서 뒷골목 같은 학교에서 아이들이 총기와 마약의 위험 속에 죽어가는 현실을 애써 모르는 척 하거나 무기구입이 우유를 사는 만큼 쉬운 사회 환경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하지 않는 현실에 대한 글들에서 단순히 구조적 제도적 모순이라는 표현은 핑계에 불과함을 알게 된다.

 

이미 많은 영화나 드라마에서 있는 집 백인 아이의 실종이나 납치는 매스컴이나 경찰 등의 집중적인 지원을 받는 반면 가난한 흑인들의 죽음은 통계의 수치로 밖에 취급되지 않는 것을 보았다. 이 냉혹하고 부조리한 현실에서 가끔 당연하게 생각하는 자신이나 타인을 만나면 나도 모르게 섬뜩함을 느낀다. 또 매춘이 불법인 나라에서 단속을 한다고 하지만 그 존재가 인정되고 있는 현실의 아이러니함과 함께 어린 아이들이 길거리에서 매춘부로 살아가는 것을 알지만 묵인하는 그 사회를 어떻게 보아야 할까?

 

개인적으로 내용과 어울리지 않는 제목이다. 제목에서 연상할 수 있는 과격함이나 잔인함 등이 이 소설엔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소설을 읽길 권하고 싶다. 일반적인 스릴러나 미스터리는 없지만 이런 식의 스릴러도 재미있음을 알기 때문이다. 너무 현실적이고 욕설이 난무하여 거부감이 들지도 모르지만 잔인함과 긴장감을 억지로 끌고 가는 소설보다는 몇 배는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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