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에서 온 심판자 밀리언셀러 클럽 59
조지 펠레카노스 지음, 조영학 옮김 / 황금가지 / 2007년 3월
평점 :
절판


 

전작에서도 이 거친 사내가 마음에 들었지만 이번도 변함없이 매력적이다. 시리즈 1권을 읽은지 시간이 좀 지나 처음엔 등장인물 하나하나가 명확하게 떠오르지 않았지만 금방 한 명씩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전편에서 고뇌하는 경찰이었던 퀸이 이제 완전히 자리를 잡았고, 데릭의 연애와 삶은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엄청난 강한 액션이 있지도, 힘들게 풀어야 하는 트릭이 있지도, 사건의 뒤에 숨겨진 엄청난 비밀이 있지도 않지만 지난번보다 완숙해진 진행과 구성은 더욱 빨려들게 한다. 너무나도 현실적인 욕과 상황들에 감탄을 하며 읽다 보면 기존에 가지고 있던 미국에 대한 이미지가 소리 없이 무너진다. 인종문제에 대한 주저 없는 묘사나 빈부격차 등 수많은 문제점을 보여주는데 이것을 단순히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등장인물들의 삶속에 녹여내었기에 놀라워하면서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사건은 두 가지로 진행된다. 데릭이 운영하는 풋볼팀 소년의 죽음과 퀸이 포주로부터 빼온 소녀와 관련된 두 사건이 동시에 진행된다. 이 사건들이 엄청난 비밀을 지닌 것이 아니지만 일상의 흐름 속에 돌출하면서 긴장감을 준다. 각각의 시점을 잘 포착하였고, 과장되게 묘사하지 않음으로써 현실감을 더욱 높인다. 하지만 이번에도 곳곳에 심어둔 현실에 대한 비평과 부조리는 우리사회의 단면을 정확하게 보게 하고, 현실의 꾸며진 이미지 속에 숨겨진 참모습을 보게 한다. 이 소설이 지닌 매력 중 하나가 이런 현실적인 모습들이다.

 

전작에서도 그랬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워싱턴 D.C의 모습이 이렇다면 데릭의 입이나 다른 등장인물들의 입을 통해 나오는 수많은 문제들은 놀라움을 넘어 무서움을 준다. 수많은 스릴러가 연쇄살인범을 등장시켜 불안을 조성하는 반면에 이 소설은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면서 긴장을 고조시키기 때문이다. 전작이 좀더 거친 모습을 보였다면 이번엔 한결 원숙한 모습으로 진행되면서 읽기도 부담이 덜 하다. 하지만 작품이 지닌 힘이 떨어지기는커녕 더 강하게 느껴진다.

 

우리가 흔히 구조적, 제도적 모순이라는 말을 많이 하는데 그 자체도 모순이 많다. 한 예로 나오는 디씨의 자유주의자들의 ‘티벳에 자유를’ 스티커를 붙이고 다니면서 몇 킬로미터 떨어져 있는 뒷골목에서 아이들이 악몽 같은 이웃들에게 시달리는 사실은 눈 감고 있는 것이나 백인 마을 고등학교 총기사건에는 분노하면서 뒷골목 같은 학교에서 아이들이 총기와 마약의 위험 속에 죽어가는 현실을 애써 모르는 척 하거나 무기구입이 우유를 사는 만큼 쉬운 사회 환경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하지 않는 현실에 대한 글들에서 단순히 구조적 제도적 모순이라는 표현은 핑계에 불과함을 알게 된다.

 

이미 많은 영화나 드라마에서 있는 집 백인 아이의 실종이나 납치는 매스컴이나 경찰 등의 집중적인 지원을 받는 반면 가난한 흑인들의 죽음은 통계의 수치로 밖에 취급되지 않는 것을 보았다. 이 냉혹하고 부조리한 현실에서 가끔 당연하게 생각하는 자신이나 타인을 만나면 나도 모르게 섬뜩함을 느낀다. 또 매춘이 불법인 나라에서 단속을 한다고 하지만 그 존재가 인정되고 있는 현실의 아이러니함과 함께 어린 아이들이 길거리에서 매춘부로 살아가는 것을 알지만 묵인하는 그 사회를 어떻게 보아야 할까?

 

개인적으로 내용과 어울리지 않는 제목이다. 제목에서 연상할 수 있는 과격함이나 잔인함 등이 이 소설엔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소설을 읽길 권하고 싶다. 일반적인 스릴러나 미스터리는 없지만 이런 식의 스릴러도 재미있음을 알기 때문이다. 너무 현실적이고 욕설이 난무하여 거부감이 들지도 모르지만 잔인함과 긴장감을 억지로 끌고 가는 소설보다는 몇 배는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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