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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큐리 테일
김달리 지음 / 팩토리나인 / 2025년 1월
평점 :
*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작가는 소설가이자 영화감독이다.
소설은 몇 권 읽었지만 영화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최근 이 작가의 소설을 계속해서 읽고 있는데 재밌다.
이 기대가 이번 소설집에도 이어졌고, 그 기대는 맞아떨어졌다.
다섯 편의 단편들은 다양한 장르로 구성되어 있다.
이 다섯 주인공들이 전부 외부에서 온 낯선 인물들이란 부분에 고개를 끄덕인다.
아니 주인공이라고 하기보다 주인공의 상대라고 해야 할 것 같다.
가정부, 단발머리 귀신, 수성, 멸종 인류, 뱀파이어 등이 화자는 아니니까.
미스터리 기법을 이용해 풀어낸 이야기들이 많다.
<나의 테라피스트>는 읽으면서 왜 그런 고통을 감내하면서 살까? 하는 의문이 먼저다.
매맞는 아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서 그런지, 아니면 그 세부적 상황이 생략된 것인지.
미라가 공황장애가 왔을 때 그녀를 도와주러 온 인물은 가정부 영선이다.
영선은 미라가 남편에게 맞았을 때도 말없이 치료만 해준다.
아들은 학폭 등에 엮여 있고, 이런 아들에게 아버지는 주저없이 폭력을 휘두른다.
읽다 보면 뭐 이런 집이 있나? 하는 생각이 들지만 세상은 알 수 없다.
아들은 영선을 엄마라고 부를 정도고, 남편도 영선을 내보고 싶어한다.
그렇게 영선을 내보낸 후 일어나는 이야기와 숨겨진 비밀은 멋진 반전이다.
<들러리>에는 남자친구와 사랑을 나눌 때만 단발머리 귀신이 나타난다.
귀신을 보는 화자는 능력 제한 때문인지 얼굴을 정확하게 보지 못한다.
결혼을 약속한 지호의 과거를 파헤쳐 이 귀신의 정체를 알고 싶어한다.
자신이 지호를 더 많이 사랑하기에 이 상황을 받아들이면서 이유를 알고 싶다.
그래서 선택한 귀신보는 친구와 무당, 굿과 여러 가지 사건들.
역시 마지막에 반전으로 풀려나오고, 영화면 어디까지 노출할까 살짝 고민했다.
몇몇 대사와 상황은 굉장히 만화적인데 현실도 그럴까?
<머큐리 테일>은 아빠가 어린 연인과 자살했다는 소식으로 시작한다.
너무 어린 여자, 여자는 살고 아빠의 시체는 찾지 못한 동반 자살 사건.
의사 딸은 수성을 찾아가 행패를 부리고, 수성에 자신도 모르게 집착한다.
이 과정에 드러나는 아빠의 숨겨진 비밀은 딸이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
수성에 집착한 그녀는 늦은 밤 수성을 따라 전라도까지 내려간다.
수성은 그녀를 바로 인식하지 못하다가 나중에 이름을 알아챈다.
그런데 자신과 동반자살을 시도한 교수의 이름은 모른다.
이 괴이함은 나중에 화자가 몰래 본 장면으로 어느 정도 해소된다.
하지만 이야기는 이어지고, 수정의 다른 모습을 보면서 새로운 사건을 암시한다.
비현실적인 사실을 본 사람과 그녀의 주장을 비현실적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모습.
그녀가 알아 챈 수성의 비밀과 저지 노력은 사람들이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
<멸종 아이>는 가상의 멸종 종족을 DNA복원으로 되살린 후의 이야기다.
이 멸종 종족의 아이는 아리라고 불리고, 추위에 아주 약하다.
기후 변화로 영하 50도까지 떨어진 추위 속에 아리는 37도 이상의 기온을 유지해야 한다.
아리를 복원한 이유가 명확하지 않고, 필요가 사라진 실험체는 소멸해야 한다.
하지만 아리에 감정이입한 산호는 다르다. 거부한다.
탈출과 아리의 숨겨진 능력이 발현되는 후반부는 화려하지 않지만 곳곳에 작은 재미가 있다.
<토리 앤 뱀파이어>는 손목에 자해 흔적을 남긴 고등학생 소녀 토리 이야기다.
자신의 자해 흔적이 친구 수연에 의해 폭로되면서 선생님의 주목과 관리를 받는다.
자살을 바라지만 그녀는 당장 실행할 마음은 아직 부족하다.
이때 익명으로 날아온 의문의 메시지는 예상하지 못한 존재의 것이다.
이후 벌어지는 몇몇 장면은 인간 본연의 모습을 잘 보여주고, 의혹으로 가득하다.
후반부에 드러나는 토리와 수연의 싸움과 사연은 잠시 멍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