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손에 쥐어야 했던 황금에 대해서
오가와 사토시 지음, 최현영 옮김 / ㈜소미미디어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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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처음 만나는 작가다.

천재 sf 작가와 일본 서점 대상 후보작이란 말에 혹했다.

읽기 전에 이 연작 소설집을 sf단편집 정도로 생각했다.

최근 sf 소설의 경우 제목만으로 sf 소설인지 전혀 알 수 없다.

그런데 첫 단편 <프롤로그>를 읽으면서 머릿속에 혼란이 생겼다.

자신이 어떻게 소설가가 되었는지 구직과 연결해서 풀어내었기 때문이다.

이것과 이어지는 또 다른 소설은 <수상 에세이>다.

자신의 소설 창작 방법과 신용 카드 도용을 재밌게 엮었다.

<수상 에세이>를 읽으면서 한국인들도 공감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자신이 원하는 카드사 담당을 힘들게 연결하는 장면 때문이다.


<3월 10일>은 2011년 3월11일에 일어난 동일본 대지진과 연결되어 있다.

작가는 친구들과 스키를 타러 가기로 했는데 동일본 대지진 때문에 취소했다.

그리고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끼리 전날에 대한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그런데 이상하게 3월 10일에 대한 기억이 하나도 기억나지 않는다.

이 기억을 되찾는 과정을 풀어내는데 상당히 흥미진진하다.

서로의 기억이 뒤틀리고, 왜곡된 채로 이어진다.

현대 기계와 하나의 단서가 잊었던 기억을 되살리는데 나는 왜 마들렌 생각이 더 날까?

어쩌면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아직 시작도 못한 나의 행동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소설가의 본보기>는 점성술사와 엮어 이야기를 풀어낸다.

아내를 꼬시기 위해 소설가 오가와를 이용한 친구.

이 친구의 아내가 유명 점성술사의 예언에 따라 회사를 그만 두고 소설가가 되려고 한다.

이것을 막기 위해 친구와 소설가는 녹음기로 상담을 녹음한다.

점쟁이들이 이용한다는 콜드리딩을 하나씩 파헤치는 장면은 상당히 논리적이다.

하지만 능력 있는 점성술사는 교묘한 방식으로 이것을 피한다.

결국 소설가가 자신의 소설에 쓸 목적으로 이 상담에 참여한다.

여기서 재밌는 점은 둘의 공감과 공명, 이런 의견보다 더 앞선 의지에 대한 지적이다.


표제작 <네가 손에 쥐어야 했던 황금에 대해서>는 폰지 사기 이야기다.

소설가로 어느 정도 인지도를 쌓아가는 그에게 친구가 메시지를 보낸다.

학창 시절 그를 좋아하게 된 순간의 에피소드도 간단하게 나온다.

하지만 진짜 이야기는 동창회에서 듣게 되는 그의 현황 이야기다.

상당한 자산을 굴리는 투자가가 되었고, 호화로운 생활을 하는 듯하다.

인스타에 팔로우도 많고, 유료 블로그를 통해 돈을 벌기도 한다.

그런데 이 사실을 알려준 금융권 친구도, 화자도 이 친구에게 투자할 마음은 전혀 없다.

그리고 화자는 이 친구에 대한 검색을 미친 듯이 하기 시작한다.

결국 드러나는 사실과 화자의 상상력이 결합된 마지막 장면은 여운을 남긴다.


<가짜>에서도 이전에 나온 친구들이 다시 등장한다.

이번에는 친구들의 고등학교 일화를 만화로 그리는 만화가에 대한 이야기다.

그냥 평범한 만화가라면 이야기가 되지 않겠지만 파헤칠수록 수상한 점이 많다.

처음에는 친구가 알려준 가짜 롤렉스 시계 이야기인데 그에게는 낯선 분야다.

가짜 시계를 구분하는 법을 배운 후 다시 만났을 때는 다른 시계를 차고 있었다.

그리고 이 가짜 시계를 차고 있었던 일들에 대한 만화를 그렸는데 뭔가 수상하다.

이 만화가에 대한 안티도 상당히 많은데 문제는 다른 곳에서 생긴다.

화자가 이 만화가를 만나 한 이야기들이 자신의 이야기로 바뀌어 나온 것이다.

이 이야기 중 미스터리에 대한 부분은 공감할 부분이 많다.

이 작가의 단편이 기대한 sf 소설은 아니지만 구성과 전개 등이 굉장히 흥미롭다.

출간된 작품이 몇 편 되지 않는데 언제 시간내어 한 번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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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밤, 위로를 요리하는 식당
나가쓰키 아마네 지음, 최윤영 옮김 / 모모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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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처음 만나는 작가다.

원제는 주인공이 늦은 밤 찾아가는 ‘키친 상야등’이다.

생각한 것과 다른 방식의 구성과 전개인데 상당히 좋다.

<심야식당>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것과는 조금 결이 다르다.

저녁 9시에서 아침 7시까지 문을 여는 이 곳은 힘든 주인공이 찾아가는 식당이다.

패밀리 레스토랑 점장 미모사는 자신이 원해서 점장이 된 것이 아니다.

점장이란 갑옷을 입고 손님을 맞이하는데 아직 서툴고 힘들다.

그녀가 이 식당까지 오게 된 데는 사는 곳에서 화재사고가 났기 때문이다.

화재 당시 집 주인이 깨워주지 않았다면 어떤 사고가 났을지 모른다.

하지만 이 사고로 그녀는 쉴 곳이 사라져 한때 회사 기숙사였던 곳으로 옮겼다.

이곳에서 그녀는 잠시 새로운 생활을 할 수밖에 없다.


늦은 밤 누구라도 오고 싶은 곳이 키친 상야등이다.

창고 관리인 가네다 씨가 알려준 곳에 와서 처음 맛본 음식은 그녀의 피로를 녹여준다.

프랑스 요리를 전문으로 하는 이곳을 막차 놓친 직장인들이 주로 찾아온다.

손님들 중 일부는 프랑스 요리 이름을 말해도 자신들이 아는 이름으로 주문한다.

늦은 밤 이곳에서 술과 음식을 맛있게 먹고, 다시 회사로 출근한다.

맛있는 음식은 피곤한 몸을 녹여주고, 걱정을 풀어준다.

원하지 않는 점장이 되어 패밀리 레스토랑을 힘들게 운영하는 미모사의 쉼터가 된다.

하지만 결코 싸지 않은 듯한 음식은 얇은 지갑의 미모사에게 자주 오기 힘든 곳이다.

스트레스가 쌓이고, 불안한 마음을 안정시키기 위해 키친 상야등을 찾아올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곳에 자주 오고, 셰프와 점원과 친해지면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눈다.

이 대화와 키친 상야등을 통해 미모사도 조금씩 성장한다.


미모사의 성장은 단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천천히 자신이 느끼고 본 것을 매장에 조금씩 적용시킨다.

키친 상야등이 손님에게 주는 편안함과 서비스 방법도 그녀를 일깨운다.

매출이 좋은 패밀리 레스토랑이지만 정규직은 단 둘밖에 없는 지점이다.

아르바이트에 절대적으로 기댈 수밖에 없고, 비용 등도 신경써야한다.

부엌에 있는 연상의 직원이 부담스러워 제대로 말도 못한다.

이런 상황에서 그녀의 시선은 좁아지고, 다른 사람 탓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

그리고 손님들의 태도도 상당히 문제 많다.

점장이 남자일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녀를 하대하는 일이 생긴다.

점장의 갑옷이 그녀를 지켜주지만 그 무게를 점점 그녀의 삶을 짓누른다.

이 갑옷을 벗고 자신의 모습을 가지고 대처하는 점장으로 그녀는 성장한다.


식당을 무대로 한 이야기이다 보니 맛있어 보이는 음식들이 많이 나온다.

읽다 보면 맛이 제대로 떠오르지 않아 아쉽지만 미모사의 반응에 나도 입맛을 다신다.

프렌치 비스트로의 면모를 제대로 갖춘 식당이다 보니 낯선 부분도 많다.

개인적으로 셰프 케이가 한 손님을 위해 매일 만드는 스프를 맛보고 싶다.

예전에 뷔페에 가면 가장 먼저 스프를 떠와 맛보곤 했던 기억이 난다.

아는 맛인 어린 양고기 요리는 읽으면서 가장 힘든 부분 중 하나였다.

그리고 음식과 사연이 섞이고, 이 음식에 위안을 얻은 사람들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이 소설의 좋은 점 중 하나는 억지로 위로를 주려는 장면이나 대사가 없다는 것이다.

힘든 사람을 위해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제공하고, 이야기를 들어줄 뿐이다.

이 식당의 반전은 새벽 일찍 오는 손님들을 위한 예상하지 못한 음식들이다.

후속편들도 나왔다고 하니 빨리 번역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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뱅상 식탁
설재인 지음 / 북다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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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설재인의 소설을 꽤 읽었다고 생각했는데 검색하니 아니다.

겨우 몇 권 정도 읽었고, 앞으로 읽어야 할 책들이 더 많이 보인다.

작년의 경우에는 한 권도 읽지 않았다.

그 사이에 출간된 책들은 몇 권이나 된다.

이전 소설을 재밌게 읽어 기억하는 작가들 중 한 명인데 많이 놓쳤다.

이번에 나온 책을 보고 반가웠고, 운 좋게 기회가 되어 읽었다.

독특한 구조의 레스토랑을 배경으로 인간의 본성을 파헤친다.

재밌는 부분은 레스토랑 주인에게만 들리는 미미의 존재다.

미미를 외부의 무엇인가로 봐야 할지, 아니면 나의 또 다른 자아로 봐야 할지


책 앞에 뱅상 식탁의 내부 구조도가 나온다.

평소처럼 힐끗 보고 지나갔다가 다시 돌아와서 유심히 쳐다봤다.

한 테이블에는 두 명만 앉을 수 있고, 나란히 앉아야 한다.

네 개의 테이블은 격리되어 있고, 다른 테이를의 이야기를 들을 수 없다.

하지만 주방에서 주인은 이 대화를 모두 들을 수 있다.

혼자 요리하고, 서빙하고, 운영하는데 100% 예약제다.

들어온 손님은 휴대폰을 비롯한 전자기기를 가지고 들어갈 수 없다.

독특한 컨셉 때문에 이 식당은 예약하기 상당히 힘들고 인기도 있다.

음식 맛은 전문 요리사 출신이 아니다 보니 그렇게 뛰어난 편은 아니다.

왜 이런 이상한 구조와 설정을 한 것일까?

그런데 이 구조가 실제 작가가 스무 살에 가봤던 레스토랑을 모티브로 했다고 한다.


각 테이블마다 두 명씩, 모두 여덟 명의 손님이 들어왔다.

불륜인 듯한 장년 커플, 모녀, 비슷한 외모의 여성 둘, 젊은 여성 둘.

간단한 나의 인상을 먼저 풀어내고, 각 테이블의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속내를 숨기고, 어떤 목적을 가지고 이 격리된 식당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하나씩 흘러나오는 각 테이블마다의 사연은 거짓과 왜곡으로 가득하다.

이 거짓을 벗겨내는 역할을 하는 것이 식당 주인이 쏜 총 소리다.

각 테이블마다 단 한 명만 살려주고, 선택은 각 테이블에서 해야 한다.

시간은 10분, 이제 각 테이블은 서로 살기 위해 위선을 벗어야 한다.

물론 이 과정 또한 거짓과 꼼수, 폭력 등이 엮여 있다.


이 모든 상황을 연출한 식당 주인은 복권 당첨으로 이 식당을 차렸다.

복권 당첨과 식당의 컨셉은 그에게만 들리는 미미라는 존재가 알려줬다.

짧게 나온 그의 과거사는 음침함 때문에 학폭 등의 폭력에서 빗겨나 있었다.

그의 군 에피소드 하나는 이것을 잘 보여준다.

외롭게 살아온 그에게 미미는 유일한 친구이자 동반자다.

이 계획도 미미가 요청한 것이라고 하는데 실제 사람을 총으로 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의 이런 허점을 파고 드는 손님도 나오고, 미미 대신 또 다른 존재도 나타난다.

상황은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흐르고, 혼란은 가중된다.

이런 장면들이 만들어내는 인강의 악한 마음과 간사함, 위선은 아주 직설적이다.


이 네 쌍의 사람들이 보여주는 관계와 속내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이다.

교장으로 은퇴한 교사는 같은 소설 수업의 여성을 유혹한다.

닮지 않은 모녀의 억압적인 관계는 다른 탈출구를 생각한다.

학창 시절 갑을 관계가 자식들로 넘어오면 그 위치가 바뀐다.

직장의 선후배 사이는 학력과 업무 등이 엮이면서 뒤틀린 관계가 드러난다.

작은 지방 소도시에 머물고 있는 사람들의 관계는 한두 다리만 건너면 알 수 있다.

이런 관계들이 극한 상황에서 각자의 본성과 속내를 드러내게 한다.

누군가는 억눌렸던 폭력을, 누군가는 폭언을, 거짓말을 토해낸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에서 또 한 번 생각하지 못한 상황을 마주한다.

조금 더 이야기를 확장해서 영화로 만들면 재밌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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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큐리 테일
김달리 지음 / 팩토리나인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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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작가는 소설가이자 영화감독이다.

소설은 몇 권 읽었지만 영화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최근 이 작가의 소설을 계속해서 읽고 있는데 재밌다.

이 기대가 이번 소설집에도 이어졌고, 그 기대는 맞아떨어졌다.

다섯 편의 단편들은 다양한 장르로 구성되어 있다.

이 다섯 주인공들이 전부 외부에서 온 낯선 인물들이란 부분에 고개를 끄덕인다.

아니 주인공이라고 하기보다 주인공의 상대라고 해야 할 것 같다.

가정부, 단발머리 귀신, 수성, 멸종 인류, 뱀파이어 등이 화자는 아니니까.


미스터리 기법을 이용해 풀어낸 이야기들이 많다.

<나의 테라피스트>는 읽으면서 왜 그런 고통을 감내하면서 살까? 하는 의문이 먼저다.

매맞는 아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서 그런지, 아니면 그 세부적 상황이 생략된 것인지.

미라가 공황장애가 왔을 때 그녀를 도와주러 온 인물은 가정부 영선이다.

영선은 미라가 남편에게 맞았을 때도 말없이 치료만 해준다.

아들은 학폭 등에 엮여 있고, 이런 아들에게 아버지는 주저없이 폭력을 휘두른다.

읽다 보면 뭐 이런 집이 있나? 하는 생각이 들지만 세상은 알 수 없다.

아들은 영선을 엄마라고 부를 정도고, 남편도 영선을 내보고 싶어한다.

그렇게 영선을 내보낸 후 일어나는 이야기와 숨겨진 비밀은 멋진 반전이다.


<들러리>에는 남자친구와 사랑을 나눌 때만 단발머리 귀신이 나타난다.

귀신을 보는 화자는 능력 제한 때문인지 얼굴을 정확하게 보지 못한다.

결혼을 약속한 지호의 과거를 파헤쳐 이 귀신의 정체를 알고 싶어한다.

자신이 지호를 더 많이 사랑하기에 이 상황을 받아들이면서 이유를 알고 싶다.

그래서 선택한 귀신보는 친구와 무당, 굿과 여러 가지 사건들.

역시 마지막에 반전으로 풀려나오고, 영화면 어디까지 노출할까 살짝 고민했다.

몇몇 대사와 상황은 굉장히 만화적인데 현실도 그럴까?


<머큐리 테일>은 아빠가 어린 연인과 자살했다는 소식으로 시작한다.

너무 어린 여자, 여자는 살고 아빠의 시체는 찾지 못한 동반 자살 사건.

의사 딸은 수성을 찾아가 행패를 부리고, 수성에 자신도 모르게 집착한다.

이 과정에 드러나는 아빠의 숨겨진 비밀은 딸이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

수성에 집착한 그녀는 늦은 밤 수성을 따라 전라도까지 내려간다.

수성은 그녀를 바로 인식하지 못하다가 나중에 이름을 알아챈다.

그런데 자신과 동반자살을 시도한 교수의 이름은 모른다.

이 괴이함은 나중에 화자가 몰래 본 장면으로 어느 정도 해소된다.

하지만 이야기는 이어지고, 수정의 다른 모습을 보면서 새로운 사건을 암시한다.

비현실적인 사실을 본 사람과 그녀의 주장을 비현실적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모습.

그녀가 알아 챈 수성의 비밀과 저지 노력은 사람들이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


<멸종 아이>는 가상의 멸종 종족을 DNA복원으로 되살린 후의 이야기다.

이 멸종 종족의 아이는 아리라고 불리고, 추위에 아주 약하다.

기후 변화로 영하 50도까지 떨어진 추위 속에 아리는 37도 이상의 기온을 유지해야 한다.

아리를 복원한 이유가 명확하지 않고, 필요가 사라진 실험체는 소멸해야 한다.

하지만 아리에 감정이입한 산호는 다르다. 거부한다.

탈출과 아리의 숨겨진 능력이 발현되는 후반부는 화려하지 않지만 곳곳에 작은 재미가 있다.

<토리 앤 뱀파이어>는 손목에 자해 흔적을 남긴 고등학생 소녀 토리 이야기다.

자신의 자해 흔적이 친구 수연에 의해 폭로되면서 선생님의 주목과 관리를 받는다.

자살을 바라지만 그녀는 당장 실행할 마음은 아직 부족하다.

이때 익명으로 날아온 의문의 메시지는 예상하지 못한 존재의 것이다.

이후 벌어지는 몇몇 장면은 인간 본연의 모습을 잘 보여주고, 의혹으로 가득하다.

후반부에 드러나는 토리와 수연의 싸움과 사연은 잠시 멍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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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왕의 방패 - 제166회 나오키 상 수상작 시대물이 이렇게 재미있을 리가 없어! 1
이마무라 쇼고 지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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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6회 나오키 상 수상작이다.

작가의 댄스 강사 이력도 재밌는데 데뷔 4년 만에 나오키 상을 수상했다.

일본 전국 시대를 배경으로 한 역사 소설이다.

성을 쌓아 적의 공격을 막아내는 최고의 방패 새왕.

어떤 방어도 깨뜨리는 총을 만들려는 포선.

이 둘의 대결과 함께 전국 시대의 전쟁을 환상적으로 그려낸다.

포선의 이야기는 상대적으로 적고 대부분 새왕의 이야기로 채워져 있다.

전쟁의 시선을 무장과 군사들이 아닌 돌을 쌓는 건축가의 풀어내었다.

이 시선의 전환이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전장의 모습을 다른 시각에서 보게 한다.


교스케. 자신의 마을이 오다의 군대에 함락되면서 가족과 이별했다.

성주는 백성을 지키지 않고 먼저 도망을 갔다.

겨우 도망친 그가 만난 인물이 바로 당대의 새왕으로 불리는 도비타야 겐사이다.

겐사이가 그를 자신의 마을에 데리고 온 이유는 교스케가 돌의 소리를 듣기 때문이다.

도비타야 석공들은 일본 최고의 실력을 가지고 있다.

이들은 떼기조, 운반조, 쌓기조 등의 세 개 조로 나누어져 있다.

앞부분은 이 세 개의 조가 어떤 역할을 하는 지 간단하게 보여준다.

겐사이 이후 새왕이 될 교스케는 떼기조부터 다시 일을 배운다.

이 과정을 통해 교스케가 나중에 새왕의 역할을 하는데 가장 큰 도움이 되는 조장들이 소개된다.


전쟁의 시기는 사실 석공에게 최고의 돈벌이 시기다.

공성전을 하려면 좋은 석공을 구해 튼튼한 성을 쌓아야 한다.

많은 석공들이 있지만 최고의 가문으로 도비타야를 말한다.

이 소설의 흥미로운 지점 중 하나가 전쟁 도중에 석공들이 성을 보수하는 가카리다.

보통을 성을 쌓고 나면 석공들의 일은 끝난다.

하지만 가카리가 시작하면 전쟁과 함께 그들은 계속해서 성을 보수한다.

화살과 총알이 날아와도 그들은 성의 곳곳을 보수해 최고의 공성전을 펼칠 수 있게 한다.

소설 속에 두 번 가카리가 나오는데 둘 다 긴장감과 긴박감이 대단하다.

물론 이들이 아무리 노력해도 성의 함락을 완전히 막는 것은 불가능하다.


교스케는 무너지지 않는 성을 지어 세상의 평화를 바란다.

이 반대에 있는 포선으로 불리는 겐쿠로는 강력한 무기가 전쟁 억지력을 가진다고 생각한다.

겐지로는 외국의 무기를 연구해 당대 최고의 철포와 대통을 만든다.

그가 만든 철포는 기존의 철포와 달리 비가 와도 사용 가능하다.

이 무기의 등장이 전쟁을 어떤 식으로 변화시키는지는 나중에 나온다.

그리고 겐쿠로의 대단함은 서국무쌍의 배짱과 전술에 의해 더 빛을 발한다.

하지만 그 시대 대부분의 무장들은 새왕이나 포선을 그렇게 높이 쳐주지 않는다.

이것이 가장 잘 드러나는 것이 쉴 새 없이 달리게 하는 오쓰 전쟁에서 잘 드러난다.

이 전쟁은 거의 300쪽에 이르는데 대단한 흡입력과 재미를 준다.


토요토미 히데요시가 전국을 통일하고, 그의 죽음이 불러온 전란을 배경으로 한다.

히데요시가 전국을 통일했을 때는 평화가 지속될 것 같았다.

하지만 조선 침략이 실패하고 히데요시가 죽으면서 일본의 분위기는 바뀐다.

우리가 알고 있던 일본의 역사가 흘러나오면서 잘 몰랐던 역사도 같이 다룬다.

이런 시대에 작가는 새왕이란 존재를 새롭게 부각시키면서 다르게 시대를 돌아보게 한다.

단순하게 보면 새왕와 포선의 방패와 창의 대결이지만 실제는 평화 이야기다.

새왕이 아무리 좋은 성을 지어도 결국 적의 공격에 무너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지키려는 자의 의지와 적의 군세가 어느 정도 맞아야 지키는 것이 가능하다.

이 숫자를 뛰어넘는 능력을 보여주는 것이 새왕 교스케다.

교스케와 그의 석공들이 보여주는 능력과 의지, 투철한 직업의식은 대단하다.

읽으면서 감탄하고, 일본의 저력이 어디에서 나오는지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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