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뱅상 식탁
설재인 지음 / 북다 / 2025년 1월
평점 :
*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설재인의 소설을 꽤 읽었다고 생각했는데 검색하니 아니다.
겨우 몇 권 정도 읽었고, 앞으로 읽어야 할 책들이 더 많이 보인다.
작년의 경우에는 한 권도 읽지 않았다.
그 사이에 출간된 책들은 몇 권이나 된다.
이전 소설을 재밌게 읽어 기억하는 작가들 중 한 명인데 많이 놓쳤다.
이번에 나온 책을 보고 반가웠고, 운 좋게 기회가 되어 읽었다.
독특한 구조의 레스토랑을 배경으로 인간의 본성을 파헤친다.
재밌는 부분은 레스토랑 주인에게만 들리는 미미의 존재다.
미미를 외부의 무엇인가로 봐야 할지, 아니면 나의 또 다른 자아로 봐야 할지
책 앞에 뱅상 식탁의 내부 구조도가 나온다.
평소처럼 힐끗 보고 지나갔다가 다시 돌아와서 유심히 쳐다봤다.
한 테이블에는 두 명만 앉을 수 있고, 나란히 앉아야 한다.
네 개의 테이블은 격리되어 있고, 다른 테이를의 이야기를 들을 수 없다.
하지만 주방에서 주인은 이 대화를 모두 들을 수 있다.
혼자 요리하고, 서빙하고, 운영하는데 100% 예약제다.
들어온 손님은 휴대폰을 비롯한 전자기기를 가지고 들어갈 수 없다.
독특한 컨셉 때문에 이 식당은 예약하기 상당히 힘들고 인기도 있다.
음식 맛은 전문 요리사 출신이 아니다 보니 그렇게 뛰어난 편은 아니다.
왜 이런 이상한 구조와 설정을 한 것일까?
그런데 이 구조가 실제 작가가 스무 살에 가봤던 레스토랑을 모티브로 했다고 한다.
각 테이블마다 두 명씩, 모두 여덟 명의 손님이 들어왔다.
불륜인 듯한 장년 커플, 모녀, 비슷한 외모의 여성 둘, 젊은 여성 둘.
간단한 나의 인상을 먼저 풀어내고, 각 테이블의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속내를 숨기고, 어떤 목적을 가지고 이 격리된 식당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하나씩 흘러나오는 각 테이블마다의 사연은 거짓과 왜곡으로 가득하다.
이 거짓을 벗겨내는 역할을 하는 것이 식당 주인이 쏜 총 소리다.
각 테이블마다 단 한 명만 살려주고, 선택은 각 테이블에서 해야 한다.
시간은 10분, 이제 각 테이블은 서로 살기 위해 위선을 벗어야 한다.
물론 이 과정 또한 거짓과 꼼수, 폭력 등이 엮여 있다.
이 모든 상황을 연출한 식당 주인은 복권 당첨으로 이 식당을 차렸다.
복권 당첨과 식당의 컨셉은 그에게만 들리는 미미라는 존재가 알려줬다.
짧게 나온 그의 과거사는 음침함 때문에 학폭 등의 폭력에서 빗겨나 있었다.
그의 군 에피소드 하나는 이것을 잘 보여준다.
외롭게 살아온 그에게 미미는 유일한 친구이자 동반자다.
이 계획도 미미가 요청한 것이라고 하는데 실제 사람을 총으로 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의 이런 허점을 파고 드는 손님도 나오고, 미미 대신 또 다른 존재도 나타난다.
상황은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흐르고, 혼란은 가중된다.
이런 장면들이 만들어내는 인강의 악한 마음과 간사함, 위선은 아주 직설적이다.
이 네 쌍의 사람들이 보여주는 관계와 속내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이다.
교장으로 은퇴한 교사는 같은 소설 수업의 여성을 유혹한다.
닮지 않은 모녀의 억압적인 관계는 다른 탈출구를 생각한다.
학창 시절 갑을 관계가 자식들로 넘어오면 그 위치가 바뀐다.
직장의 선후배 사이는 학력과 업무 등이 엮이면서 뒤틀린 관계가 드러난다.
작은 지방 소도시에 머물고 있는 사람들의 관계는 한두 다리만 건너면 알 수 있다.
이런 관계들이 극한 상황에서 각자의 본성과 속내를 드러내게 한다.
누군가는 억눌렸던 폭력을, 누군가는 폭언을, 거짓말을 토해낸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에서 또 한 번 생각하지 못한 상황을 마주한다.
조금 더 이야기를 확장해서 영화로 만들면 재밌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