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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죄추정 1 ㅣ 밀리언셀러 클럽 60
스콧 터로 지음, 한정아 옮김 / 황금가지 / 2007년 4월
평점 :
‘무죄추정’은 옛날에 ‘의혹’이란 제목으로 상영된 영화를 먼저 보고, 이후 출간된 소설을 읽은 적이 있다. 10년 이상 흘러 지금은 많은 부분 기억이 퇴색한 점도 있지만 원작과 영화가 상당히 비슷했던 것을 기억하고 있다. 그 당시 받은 이미지의 몇 개가 이 소설을 다시 읽으면서 살아났다. 10년이 넘는 시간이지만 꾀 재미있게 읽었다는 기억도 있다.
영화를 보고, 책을 읽은 소설을 다시 읽게 된 것은 이벤트 도서에 당첨되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 당시 받은 인상이 좋았음에 더 영향을 받았다. 만약 그 당시 재미없게 읽었다면 아마 나의 책장 속으로 조용히 사라졌을 것이다. 다시 읽은 ‘무죄추정’의 느낌을 단숨에 표현하기는 쉽지 않다. 영화의 이미지와 몇 가지 기억들이 책을 읽는 내내 교차하면서 과연 이전에 읽었거나 본 책의 기억과 맞는지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행히 가장 중요한 것을 기억하고 있었고, 생각한 것처럼 재미있게 읽었다.
이 영화가 개봉할 당시 내가 좋아하던 작가 중 한 명인 존 그리샴의 법정 스릴러를 많이 읽고 있었다. 그리샴의 소설에 빠져있던 나에게 이 소설이 재미있게 읽혔다는 기억이 있는데 이번에 다시 읽으면서 그와 비슷하지만 다른 점을 느끼게 되었다. 치열한 법정 공방을 위해 준비하고 싸우면서 법 체제의 문제점이나 쟁점을 다룬다는 점에서 유사한 점을 느꼈다면 그리샴이 배심원 선택의 중요성이나 약간은 무리한 결론이나 통쾌함을 느끼게 하는 반면에 스콧 터로는 곳곳에 범인에 대한 단서를 남기면서 개운치 않은 느낌은 준다. 이 부분에 대한 것은 다시 읽고 비교해야 할 부분이지만 두 작가 모두 뛰어난 법정 스릴러를 만드는 것은 사실이다.
이 소설에서 가장 매력적인 인물을 꼽으라고 한다면 역시 죽은 캐롤린이다. 그녀의 마력에 취한 수많은 남자들의 모습이 곳곳에 드러나는데 주인공이자 화자인 사비치 또한 그 거미줄에 걸려 헤어 나오지 못한 남자다. 성공을 위해 자신의 몸을 효과적으로 이용하고, 곳곳에 자신의 페르몬을 흘려내면서 남자를 유혹하는 그녀는 영화 속에서도 멋졌지만 상상 속에서도 여전히 매력적이다.
수석 부장 검사인 사비치가 어느 날 그녀에게 유혹당하고, 버림받는다. 이유는 간단하다. 그가 검찰총장에 출마하면 당선될 가능성이 높지만 그는 정치적 욕망이 없고, 자신의 상사에게 충실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녀에게 차이고 괴로워한다. 여기서 모든 문제가 발생한다. 이 살인에 대한 숨겨진 의미는 여러 가지 해석이 가능하지만 결코 명확한 해석이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매력적인 캐롤린에 대한 여러 이야기가 양념처럼 흥미로운 사건들을 만들어낸다면 법정 공방은 이 소설의 하이라이트일 것이다. 서로 치고 받고 하면서 배심원들에게 이해를 구하는 장면들과 전직 검사와 변호사의 협력으로 변호하는 모습은 몰입도를 높여준다. 자신이 충실히 보필한 상사가 이 사건에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간단히 배신하는 모습은 현실의 냉혹함을 보여주고, 검찰의 실수와 조급함이 만들어낸 소송은 많은 문제점을 노출한다. 여기에 스치듯이 나오는 몇 가지 과거 이야기는 재미를 더욱 높여준다.
전체적으로 재미있고 즐거웠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번역이 매끄럽지 않은 느낌이 들고, 이전에 읽은 탓으로 초반 집중에 어려움이 있었다는 것이다. 집중에 어려움이 있어 번역이 매끄럽지 않게 느껴진 점도 있다. 이전에 읽은 책을 소장하고 있는 나에게 이전과 다른 몇 가지 번역은 누가 맞는지를 불문하고 혼란스러운 것도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