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인의 아틀라스
샘 본 지음, 노진선 옮김 / 황금부엉이 / 2006년 11월
평점 :
품절


종교와 관련된 스릴러를 읽을 때마다 만나는 광신자들은 종교의 어두운 점을 부각시킨다. 종교 자체에 그런 점이 있는 것인지 아니면 사람에게 문제가 있는지 궁금하다. 이런 광신도들을 보면 적과의 싸움보다 같은 믿음 아래에서 벌어지는 싸움이 더 치열하고 잔인함을 알게 된다. 우리 역사에서 이미 많이 보아온 것이기에 그런 부분에 거부감은 덜하다.


세상을 지탱하는 36명의 정의로운 사람들. 이들이 모두 죽으면 세상에 종말이 온다. 그리고 새로운 세상이 열리는 것이다. 소설 속에 벌어지는 수많은 살인의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것을 멋지게 유대교의 비의와 결합하여 작가는 하나의 팩션을 만들어낸 것이다. 물론 중요한 광신도 집단을 악의 세력으로 등장시켜 긴장감을 높이는 것을 그만두지 않는다. 종교가 가진 나쁜 점과 이를 막으려는 선량한 사람들의 대결이 시작하는 것이다.


첫 장면에서부터 마지막 장면까지 상당히 공을 들인 티가 난다. 첫 번째 살인부터 마지막 에필로그까지 의미를 숨기고 드러내는 것들이 약간은 불공정하지만 이제는 하나의 스릴러 형식처럼 자리 잡은 시간 단위의 빠른 장면 전환으로 속도감을 내고 독자의 지루함을 차단하려고 하였다. 이런 시도는 작가의 구성 능력과 필력이 동반되어야 하는데 점수를 높게 주고 싶다. 하지만 전체적인 전개나 진행은 약하지 않나 생각한다. 어둠의 세력이 드러나는 부분에서 왠지 아니길 바란 사람이 범인의 우두머리로 나오고 긴장감이 조금 떨어졌기 때문이다.


‘다빈치 코드’의 경이적인 성공 이후 많은 기독교를 다룬 팩션류의 소설들이 출간되었다. 하나의 흐름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많은 수가 일정한 재미를 보장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36인의 아틀라스’의 경우 어느 수준 이상을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유대교의 교리와 유대인들의 생활과 전설을 잘 버무려 종교의 어두운 측면을 잘 부각시킨 것이다. 더불어 빠른 장면 전환은 긴장감과 속도감을 동시에 높여주었다.


책 속에 중요한 단어인 ‘의인’은 사실 이 소설의 원제목이다. 정확히는 의인들이 되겠지만 우리에게 보여지는 면보다 숨겨진 그들의 선행에 초점을 둔 사람들이다. 사건의 단초가 되는 포주의 경우 이전에 자신을 찾아와 남편을 감옥에서 빼내기 위해 창녀가 되려는 여자를 위해 자신의 재물을 팔아 돈을 마련해 주었다. 책 속엔 그런 다양한 의인들의 행동을 설명하면서 그들 하나하나를 지워나간다. 마지막 순간을 맞이하는 그때까지.


그리고 이 책에서 내가 놀란 것 중 하나는 ‘유대교의 정당성에 대한 존경과 경외만이 신에게 가는 길이라고 믿는 대다수의 현대 기독교인들’이라는 말이다. 기존에 알고 있던 사실과 많은 부분 상충하는 부분이라 약간 놀랐다. 유대인에 대한 그들의 박해와 비교하면 약간 어리둥절하기도 한다. 선택된 민족으로 자칭하는 유대인들을 대신하려는 마음의 표현인지 모르지만 비기독교인 나에겐 이상하게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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