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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의 설계자
경민선 지음 / 북다 / 2024년 6월
평점 :
<연옥의 수리공>의 세계관을 공유한다. 주인공 또한 같다.
하지만 이번에 다루는 세계는 지옥이다.
인간이 만들어낸 지옥은 전편의 인공 사후세계와 맞닿아 있다.
이 지옥을 만든 이유는 흉악범죄자들이 죽은 후 뉴랜드에서 평온하게 사는 것에 불만을 느꼈기 때문이다.
제대로 된 처벌을 지옥이란 사후세계를 통해 구현하는 것이 목적이다.
단순하게 이 논리만 보면 굉장히 매력적이고 위험하다.
법적으로 이중처벌이 될 수 있지만 대중은 이 지옥에 환호하고 열광한다.
대외적으로는 법적으로 공인된 범죄자만 이 지옥에서 처벌받는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들의 변하는 모습을 대중에게 공개해 큰 관심을 받는다.
지석 또한 지옥에 환호하고 후원금을 낼 정도다.
전편에서 뉴랜드의 현실을 마주한 그는 체커로 열심히 일한다.
그가 사는 동네 맞은편은 부자들의 사는 동네다. 길 하나 건너다.
평범한 체커의 일상을 살아가는데 한 소녀가 그를 찾아온다.
자신의 엄마가 무고하게 지옥의 서버에 갇혔다고 주장하는 수경이다.
수경은 지석의 의뢰 거절을 받자마자 창밖으로 몸을 던진다.
다행히 캐노피 덕분에 적은 부상만 입고 살아남는데 이때부터 지옥 서버에 의혹을 가진다.
전기 오토바이를 타고 달리던 중 지옥 서버를 만든 아비치 게임즈의 백철승의 차와 부딪힌다.
이때 경험한 작은 것들과 아비치 게임즈를 다녀온 후 그의 생각은 바뀐다.
하지만 이 지옥 서버에 접속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수경에게 자신의 엄마가 머물던 사후세계 영상을 제공한 사람을 만나야 한다.
지옥 서버에 접속하기 위해서는 해킹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수경에게 영상을 제공한 사람을 만나 기계를 받지만 거리 제한이 있다.
서버와의 거리가 10미터 이내여야 가능하다는 것이다.
아비치 게임즈 서버에 접속하기 위해 옆사무실을 빌리고 구멍을 낸다.
지석은 같이 일하는 용섭과 함께 지옥 서버에 접속한다.
고전 게임이 구현된 대체 현실 속에서 이들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존재에 의해 참혹하게 죽는다.
로그아웃된 후 이들은 백철승 등이 이미 자신들이 접속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런데 오히려 백철승은 지석에게 자신의 회사에 참여할 것을 권유한다.
높은 연봉, 안정적인 직장, 은근한 유혹 등이 그를 뒤흔든다.
하지만 작은 일 하나가 그를 정신차리게 하고 다른 가능성을 찾는다.
한국에 몇 되지 않는 1급 체커가 지키는 지옥 서버.
상대방이 접속해야만 접속해서 서버에 들어갈 수 있는 방식.
지옥 서버의 구조가 어떻게 되어 있는지 몰라 생기는 많은 실패의 가능성.
결코 쉽지 않은 침입과 문제 해결 방식이다. 그런데 이때 내부 조력자가 나타난다.
이 내부 조력자의 도움으로 가능성이 높아지지만 넘어가야 할 단계가 많다.
지석과 그 동료들은 이 서버에 들어가 어떻게 최종 목적지에 도달할지 계획을 세운다.
그리고 이들의 활동을 지원하고 후원하려는 사람들이 나타난다.
이때 한 최면술사가 던진 말 한 마디는 이 지옥 서버가 누구를 고문하는지 생각하게 한다.
대중들에게는 그냥 사이다 같은 이벤트이지만 가해자와 피해자 가족들은 새로운 피해자가 된다.
하나의 사건을 단면이 아닌 다양한 각도에서 볼 필요성을 보여준다.
이것은 지석이 이 의뢰를 수락할 때도 거친 부분이지만 여기에도 작은 실수는 있다.
아주 현실적으로 사후세계를 설정해 놓았다.
현실의 부가 사후세계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수경의 엄마가 머문 사후세계의 공간을 보면 그대로 드러난다.
예전에 다른 소설을 읽으면서 이런 문제를 한 번 지적한 적이 있다.
실제 우리가 과거나 현재 꾸미는 공간들도 이런 돈의 영향력을 그대로 받지 않는가?
<연옥의 수리공>이 영상화된다고 했는데 성공한다면 이 소설도 같이 영상화될 것 같다.
소설 속에서는 간단하게 처리한 지옥에 가둔 범죄자들의 데이터도 많은 논란의 대상이다.
마지막에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것이다.
거창하지 않지만 현실적인 문제 제기와 판타지 게임의 구현과 액션 등은 볼거리를 가득 채운다.
이 연작이 어디까지 나아갈지도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