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다자이 오사무×청춘 ㅣ 청춘
다자이 오사무 지음, 최고은 옮김 / 북다 / 2024년 5월
평점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청춘>과 세트로 나온 책이다.
같은 번역가가 번역해서 그런지 문장의 차이를 잘 모르겠다.
좀더 세밀하게 본다면 이들의 문체가 드러날지 모르지만 현재의 감각으로 풀어내어 차이를 더 모르겠다.
물론 나 자신이 이런 문체에 대해 민감한 사람이 아니란 것도 있다.
그리고 이 단편집도 똑같이 열두 편의 단편을 실고 있다.
다만 그 분량은 이 책이 100 여쪽 더 많다.
읽다가 놀란 부분 중 하나는 나쓰메 소세키를 세속적이라고 표현한 부분이다.
이 말은 자신이 입장에서 저평가된 작가에 비해 나쓰메 소세키가 그렇다는 부분이다.
한 작가에 대한 평가는 다양하게 나올 수 있지만 그 대상이 소세키라 더 놀랐다.
작가는 아쿠타가와상 후보에 올랐지만 수상하지 못한 전력이 있다.
이 이야기를 읽고 아쿠타가와와 나이 차이를 찾아보니 17년 정도다.
그 당시 아쿠타가와상이 어떤 정도의 위치였는지 모르지만 재밌는 대목이다.
그리고 이번 다자이 오사무 단편집은 개인적으로 처음이다.
주로 유명한 장편이나 중편 등에 집중해서 읽었지 단편은 그렇게 많이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의 이력을 조금 알고 읽다 보면 그가 실제 경험했던 일들이 소설로 나온다.
하지만 이 일들이 모두 사실인 것은 아니다. 작가의 상상력이 결합되어 있다.
이런 점이 가장 돋보이는 단편이 <어릿광대의 꽃>이다.
자살 실패한 요조와 그를 병문안 온 친구들의 이야기 속에 작가가 개입한다.
처음 이 장면을 보고 뭐지? 하는 의문이 들었지만 뒤로 가면서 사라졌다.
<그는 예전의 그가 아니다>는 1년 동안 집세를 내지 않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다.
부자에 한량이 화자가 겪은 일을 풀어내는데 절박함이 없는 사람의 우유부단한 행동이 눈길을 끈다.
온갖 핑계를 대고, 여자를 바꾸는 세입자의 능청과 거짓말 등은 화자가 받아줘서 그렇다.
결국 마지막에 도착하며 세입자와 자신이 별 차이 없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상황들이 재밌다.
<한심한 사람들>은 왠지 모르게 읽고 난 후 기억이 휘발되어 날아갔다.
<등롱>은 남친을 위해 수영복을 훔친 여자가 유전무죄 무전유죄를 말하는 대목이 인상적이다.
<우바스테>는 자살을 위해 떠난 남녀의 자살 시도와 실패가 아주 현실적이다.
이 이야기도 작가의 실제 경험이 덧붙여진 것이라고 한다.
<여학생>은 읽으며서 여성의 심리가 잘 표현되어 놀랐다.
그런데 실제 여성 독자의 편지 등을 그대로 소설 속에 적었다고 한다.
동의를 받았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동의하지 않았다면 요즘에는 큰 문제가 되었을 것이다.
<젠조를 그리며>는 고향의 명사 모임 참석을 두고 일어나는 심리 변화가 흥미롭다.
자신이 의도한 대로 흘러가지 않은 모임의 분위기가 어두웠다면 마지막 반전은 아주 밝다.
<달려라 메로스>는 너무나도 유명한 이야기인데 메로스의 달리기와 같은 호흡을 느꼈다.
<부끄러움>은 다른 단편집에서 <수치>란 제목으로 많이 번역되었다.
한 작가의 소설에 대한 자신의 감상을 편지로 내보내고, 자신의 생활을 그대로 인용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의 집에 가서 만나고 온 후 현실과 소설을 착각한 자신을 발견한다. 과몰입의 나쁜 예다.
<기다리다>는 스무 살 정도의 소녀가 매일 장을 본 후 집으로 돌아올 때 역에서 누군가를 기다린다.
2차 대전이 벌어진 후 이 일상을 보면서 그녀가 기다리는 것 무엇인지 궁금했다.
<금주의 시대>는 전쟁으로 술이 배급되는 시기의 이야기다.
배급된 술은 눈금으로 나누어 매일 한 칸씩 마시고, 더 마시면 차를 섞어 양을 맞춘다.
이것보다 더 코믹한 장면은 술집에서 벌어지는 그들의 엇나간 바람이다.
<생각하는 갈대>는 세 편의 에세이를 하나로 묶었는데 그를 조금 더 이해할 수 있게 한다.
늘 그렇듯이 이 단편집을 읽고 난 후 이전에 읽었을 것 같은 소설이나 묵혀 둔 책에 눈길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