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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살인 계획
김서진 지음 / 나무옆의자 / 2024년 6월
평점 :
오랜만에 나온 김서진의 소설이다.
현재 검색되는 소설은 네 권인데 세 권을 읽었다. 모두 같은 출판사다.
2015년 8월에 나온 <네이처 보이> 이후 처음이다.
2013년부터 매년 한 권씩 내던 작가의 소설이 갑자기 뚝 줄었다. 왜일까?
이 소설의 아이디어가 바뀌면서 현재까지 오는데 걸린 시간이 7년이라고 한다.
이런 사연보다 나의 시선을 끈 것은 절대적이고 맹목적인 믿음에 대한 부분이다.
우리가 너무 쉽게 빠져들고, 놓치고 싶어하지 않는 믿음.
어색한 도입부와 전개는 화자가 바뀌면서 천천히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그 어색함이 어디에서 생긴 것인지 알게 되고, 의문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홍진. 남편에게 강간을 당한 후 결혼해 살았고, 약해 취한 남편에게 아이가 죽었다.
폭력이 일상회된 삶에 그녀는 움츠려들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절에 머물면서 밥해주는 보살의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여중생 소명이 죽은 후 귀신이 되어 그녀 앞에 나타나면서 삶이 바뀐다.
그녀는 소명이 바란다고 생각하면서 이지하라는 남자를 죽이려고 한다.
누군가를 죽인다는 생각을 처음하고, 어떻게 해야 하는 지도 모른다.
그녀의 계획은 허술하기 그지없고, 황당하기까지 하다.
속세로 내려와 살아가는 방법도 잃어버려 쉽게 사기도 당한다.
처음으로 핸드폰을 만들지만 그녀가 등록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녀의 모든 삶은 이지하를 죽이는 것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화인. 보통의 10대를 보낸 후 경찰 공무원 시험에 합격해 경찰이 되었다.
10대에 열심히 여자와 놀던 것이 어느 순간 줄어들면서 노총각이 되었다.
우연히 마주친 공무원 여성과 연인 비슷한 단계로 나아가지만 어느 순간 진도는 멈추었다.
그녀와 데이트하는 도중 마주한 한 가게와 하나의 사건. 여중생들 괴담이 그를 흔든다.
동문회에 잘 가지 않지만 오랜만에 가서 이지하를 만난다.
그리고 그에게 살인에 대한 질문을 친구들이 던지고, 이에 답하는 것을 홍진이 들었다.
홍진의 직설적인 질문. 살인하는 방법을 알려달라는 그 말.
이렇게 둘은 인연이 이어지고, 화인은 과거 사건에 의문을 가진다.
자신이 확신했던 범인이 억울한 누명을 쓴 것은 아닌지, 혹시 공범이 있는 지.
둘의 이야기가 교차하면서 진행된다.
홍진은 이지하를 죽일 방법을 생각하면서 하루하루를 보낸다.
차로 치여 죽일까? 농약을 먹일까? 이 모두 쉽지 않다.
이런 그녀에게 아이디어를 던져 준 인물이 바로 화인이다.
그가 알려준 내용은 특별한 것이 없지만 미숙하고 서툰 홍진에게는 최고의 선물이다.
화인은 과거 이정아 사건을 다시 조사하고 싶어 한다.
이와 비슷한 사건들이 더 있다는 것도 발견한다. 맞다면 연쇄살인이다.
그의 이런 조사가 상사와 다른 사람에게는 불편한 일이다.
이 조사를 보면서 흔한 가능성 하나를 떠올렸지만 정답은 아닌 듯하다.
작가는 이야기를 확장해서 더 큰 규모의 이야기로 만들 마음이 없다.
대신 더 깊이 파고 들어 자신의 확신에 대해 의문을 가지게 한다.
이 확신이 흔들릴수록 사건은 미궁으로 빠지고, 다른 가능성을 생각하게 된다.
홍진과 화인 두 사람이 교차하는 과정 속에 딱 한 번 다른 사람이 화자로 등장한다.
이 등장은 새로운 사실의 노출이자 새로운 독자 흔들기다.
범인에 대한 확신과 믿음은 범인의 부인으로 확신을 살짝 흔든다.
재밌는 점은 작가가 이 범인의 심리 상태를 세밀하게 다루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의 말과 행동은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는데 괜히 찜찜함을 남긴다.
마지막까지 안개 속을 헤매고 다니게 하고, 강한 여운으로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