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랜더 래리 니븐 컬렉션 1
레리 니븐 지음, 정소연 옮김 / 새파란상상(파란미디어)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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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작가다. 그런데 작품 목록을 보니 낯익은 소설이 보인다. <링월드>. 십 수 년 전 읽었던 sf소설이다. 자세한 내용은 잘 기억나지 않지만 거대한 상상력이 아직도 강하게 남아 있는 작품이다. 물론 그 당시 출간작답게 수많은 상을 받았다. 이 책을 들고 읽을 때 살짝 <링월드>처럼 거대한 세계를 예상했다. 그런데 아니다. sf를 바탕으로 한 미스터리 소설이다. 한국 sf 장르에서 가장 번역이 잘 되지 않고 있는 분야다. 그런 점에서는 상당히 반가웠다. 그리고 외팔잡이 길의 성격과 능력은 이 단편집에서 중심에 있으면서 가장 매력적이었다.

 

sf나 판타지에서 미스터리를 다루려면 나름의 한계를 정하고 설정에서 그 한계를 분명하게 보여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모든 해답을 추론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어떻게 보면 이런 부분 때문에 sf 미스터리가 더 힘든지 모르겠다. 잘 쓴다면 일반 미스터리 장르와 다른 색다른 재미를 줄 수 있지만. 그런 점에서 이 소설은 개인적으로 높은 점수를 주기 조금 어렵다. 작가가 설정한 세계를 개인적으로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이유지만.

 

시대 배경은 2123년이다. 앞으로 백 년 이상의 시간이 지난 후 세계다. sf 작가답게 그는 지구뿐만 아니라 달과 소행성대도 같이 다룬다. 그리고 소설의 주인공 길 해밀턴의 이력에 소행성대 바위 캐기가 있다. 흔히 고리인으로 불리는 사람들이 하는 일이다. 지구에 사는 사람들을 부르는 이름이 바로 이 소설의 제목인 플랫랜더다. 첫 작품 <절정의 죽음>은 바로 이런 이야기로 시작하면서 이 시대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 그것이 비록 충분하지 않지만 읽다보면 나름대로 이미지가 형성되기 시작한다. <링월드>가 너무 거대해 제대로 상상할 수도 없었던 것에 비하면 아주 작은 세계다.

 

길은 ARM에서 일하는 경찰이다. ARM이 다루는 사건을 일반 사건이 아니다. 이 시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일 수 있는 신체 및 장기나 무기 등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부서다. 이 시대는 인구가 이미 지구에 가득 차 산아제한이 있다. 과학과 의학의 발달은 사람들의 수명을 연장시켜주는데 그 바탕이 되는 것이 재생이 아닌 다른 사람의 신체나 장기를 이식하는 것이다. 이 이식 때문에 늘 장기은행은 대체할 장기 등이 부족하다. 이 부족분을 채우기 위한 방편으로 살인자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장기를 다른 사람들에게 이식하는 것이다. 너무 많은 인구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장기는 법의 적용을 강화시키고 불법 거래를 활성화하는 부작용이 있다. 이 소설은 바로 이런 세계를 배경으로 펼쳐진다.

 

<절정의 죽음>은 길이 소행성에서 같이 일한 동료 오웬 제니슨의 죽음을 다룬다. 이 시대 마약 중 하나가 전류 마약인데 그는 이것을 과다사용한 후 죽었다. 그냥 보면 자살처럼 보인다. 하지만 소행성대 사람들과 일했고 그들의 특성과 오웬의 성격을 아는 길이 의문을 품는다. 의문은 조사를 통해 의심으로 변하고 계속된 추리와 조사는 사건의 실체로 다가간다. 다음 작품인 <무력한 망자>와 더불어 이 시대 장기 밀매 등을 가장 잘 드러내주고, 길의 초능력이 어떤 힘을 지녔는지와 한계를 분명하게 알려준다.

 

<무력한 망자> 역시 장기 이식이 사건의 중심에 있다. 하지만 더 큰 이야기는 냉동인간들을 둘러싼 인권과 재산 문제다. 과거에 이런 저런 이유로 냉동 보관된 사람들의 장기를 현재 사람들이 더 편리하게 사용하게 하려는 욕심은 섬뜩하다. 우리가 미래 사람들의 유산을 현재만을 위해 탕진하고 고갈시키는 것 이상의 참혹함이 보인다. 그리고 이 사건을 해결하는 길의 초능력과 이 시대 의학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살짝 의문이 생기는 작품이다.

 

<ARM>은 어떻게 보면 가장 SF소설 같다. 살인사건을 다루지만 그 배경이 되는 이야기가 SF적이기 때문이다. ARM이 하는 가장 중요한 세 가지 임무를 확실하게 알려주면서 SF적인 상상력을 미스터리에 강하게 도입했다. 사실 이 때문에 범인을 전혀 생각하지 못했고, 이유도 설명해줬을 때 겨우 이해하게 되었다. 길의 상상 손이 가진 엄청난 위력을 다시 한 번 더 경험하게 된다. 거리 제한만 없다면 엄청난 무기가 될 수 있다.

 

<조각보 소녀>와 <델 레이 크레이터의 여인>은 무대가 달이다. <델 레이 크레이터의 여인>은 가장 작은 분량이고 <조각보 소녀>는 가장 긴 분량이다. 개인적으로 이 두 작품은 앞의 작품에 비해 재미가 좀 적었다. 특히 마지막 작품의 경우는 이 세계를 조금 더 알려주는 소품 정도로만 느껴진다. 작품이 더 이어지면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겠지만 아직 그런 느낌을 받지는 못했다. 반면에 <조각보 소녀>는 법이 제대로 작용하지 못하고, 인간들의 탐욕이 개입할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잘 보여준다. 법이 제대로 작용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사실 이 법이라는 것이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만의 편리를 위할 때 어떤 문제가 생길 수 있는지 알려준다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할 것 같다. 제목이 주는 의미를 알려줄 때 너무 끔찍했다. 미스터리적 재미보다 각각 다른 문화가 어떤 식으로 발전했고, 이 속에 담긴 다양함과 현재와 비교되는 윤리관 등이 더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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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말일기Z 밀리언셀러 클럽 132
마넬 로우레이로 지음, 김순희 옮김 / 황금가지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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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좀비 그리고 생존자들의 섬>이란 한국 좀비 소설을 읽었다. 왜 다른 소설부터 이야기를 하는지 궁금할 것이다. 그것은 이 소설도 갑자기 좀비로 변한 한국을 배경으로 살아남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두 소설은 비슷한 시작이지만 중반부터 다른 길을 간다. 한국 좀비가 소품으로 축소되어 아기자기한 재미와 약간 황당한 결말로 끝난다면 이 소설은 규모가 훨씬 거대하다. 시리즈 중 첫 권임에도 생존을 위해 이동하고, 그 과정에 악당을 만나고 처절한 투쟁이 나온다.

 

한국 좀비 소설이 지형적 특성 때문인지 좀비 속에서 살아남기라면 스페인 좀비 소설은 생존자들을 찾아 살아남고자 하는 의지가 적극적으로 펼쳐진다. 이 적극성이 의도적인 것은 아니지만 다양한 이벤트를 만들어내고 전체적인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단편적인 정보를 제공한다. 그 과정에 인간들이 좀비의 공격으로부터 안전한 공간을 만들기 위해 세운 하늘 도시가 왜, 어떻게 무너졌는지 보여줄 때 세상이 좀비로 가득하게 된 이유를 조금은 납득하게 된다. 사실 많은 소설이나 영화에서 이 부분이 대부분 생략되었는데 조금은 반가웠다.

 

이야기 진행 방식은 제목처럼 일기다. 아직 세상에 전기가 남아 있을 때는 블로그를 통해 글을 남겼지만 좀비 세상이 된 후는 손으로 일기를 적는다. 이런 방식을 택하게 된 것은 아마 자신의 블로그에 먼저 연재했던 것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지금처럼 세상이 인터넷이란 정보망을 통해 전 세계가 연결되어 있는 상황에서 가장 납득할 만한 설정이 아닐까. 사실에서 시작한 정보가 정보 통제로 가려지고, 가려진 정보가 목격자들의 블로그 등을 통해 조금씩 밖으로 나오는 설정은 현실 세계에 대한 정확한 인식에서 비롯한 것이다. 물론 이것은 문명이 제대로 작동할 때까지만 그렇다. 이것은 우리가 누리고 있는 편리함이 사라졌을 때 우리가 느끼게 되는 불편함보다 두려움을 더 강하게 표현해준다.

 

초반에 주인공은 의도하지 않은 몇 가지 생존도구를 준비한다. 하지만 이 도구들도 영화 속처럼 완벽하게 작동하지 못한다. 이미 한국 좀비 소설에서 우리가 먹는 음식의 유통기한을 잘 나타내주었듯이 고립된 공간에서 계속 살아남기는 정말 힘들다. 그렇다고 소리에 민감한 좀비들 뚫고 다른 생존자를 찾아가기는 더욱 힘들다. 인간의 심리가 안정지향적인 경우가 많은데 주인공 또한 그렇다. 그가 움직인 것은 현재 자신이 살고 있는 집이 더 이상 안전하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에 식량문제도 아주 중요하다. 더 이상 자가발전을 할 수 없어 냉동 냉장 보관할 수 없다면 소설 속 다른 사람들처럼 자살 외는 다른 방법이 없다. 이 소설의 중간 중간에 나오는 자살자들의 모습은 그 상황에 대한 절망이 어떠했는지 잘 보여준다.

 

일기로 표현 방식이 변하고 어쩔 수 없이 자신의 집을 떠난 그가 택한 것은 보트다. 바다로 나가 섬으로 간다면 안전한 지대가 있을 것이란 기대 때문이다. 이 기대는 첫 여행지에서 사라진다. 좀비에 대한 정확한 정보 부재가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기 때문이다. 정보 통제가 문제를 더 키운 것이다. 여기에 좀비로 변한 가족과 친구들에게 인간성을 기대한 순간 파멸은 더욱 빨라진다.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좀비는 현대 과학 기술로 쉽게 대응할 수 없다. 그리고 안전을 위해 만든 공간에 사람들이 급속하게 몰리면서 생기는 부작용을 설명한 부분에서 현대 문명의 한계를 분명하게 보여준다. 식량과 생활환경 문제는 상상을 초월하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이 설명을 읽으면서 고개를 많이 끄덕였다.

 

좀비로 가득한 세상이지만 인간은 곳곳에 존재한다. 절망감을 못 이겨 자살하는 사람도 있고 조그만 실수로 좀비로 변하는 사람도 있다. 반면에 어떤 목적을 가지고 다른 사람을 구속하고 협박하는 사람도 존재한다. 중반 이후 이야기는 바로 악당에 의해 다시 좀비 세상으로 들어가서 겪게 되는 대모험과 처절한 싸움이다. 사람들이 가지고 갈 수 있는 무기가 한정적인 상황에서 정확하게 머리를 쏘아야 하는 현실을 감안할 때 좀비와 직접 싸우는 것은 바로 죽기 위한 것이다. 조용히 움직이지만 어디나 있는 좀비는 그렇게 쉽게 공간을 내주지 않는다. 총소리는 다른 좀비를 부르고 이 상황은 누군가의 죽음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많은 좀비 영화나 소설이 있지만 이번에 읽으면서 느낀 것이 몇 가지 있다. 좀비 세상으로 변하면 필수적으로 준비해야 할 것들이다. 하나는 전기를 만들 수 있는 태양발전기고, 다른 하나는 아주 두꺼운 잠수복이다. 특히 외부로 나갈 때 이 잠수복은 필수 아이템이다. 주인공이 좀비의 이빨로부터 목숨을 구한 것이 몇 번인가. 능력이 된다면 큰 보트를 타고 바다로 나가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좀비가 당장 덤빌 수 없기 때문이다. 낚시에 소질이 있다면 바다에서 꽤 많은 식량을 구할 수 있다. 식수나 다른 식량은 어쩔 수 없이 상륙해서 구해야 하겠지만.

 

시리즈 3부작 중 첫 권이다. 아직 그가 겪어야 고난과 처참한 현실은 아직 많이 남았다. 그만큼 독자들의 즐거움도 많이 남았다. 여기에 그가 생각하고 보여줄 좀비세상은 기존 것들과 어떻게 다를 것인지 기대하게 만든다. 그리고 우리가 수십 세기를 거쳐 만들어낸 과학 문명이 얼마나 허약한 것인지 알려줄 것 같다. 물론 대반격이 있다면 바로 그 과학에서 시작하겠지만. 혼자만의 생존이 아닌 동료가 생긴 그가 어떤 방식으로 이야기 끝까지 살아남을지 궁금하다. 다음 일기를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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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번째 아들 1 - 마녀의 복수 일곱 번째 아들 1
조셉 딜레이니 지음, 김옥수 옮김 / 까멜레옹(비룡소)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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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새로운 영국 판타지 시리즈다. 이미 영화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일곱 번째 아들이란 제목이 붙어있지만 여기에는 일곱 번째 아들의 일곱 번째 아들이란 의미가 숨겨져 있다. 요즘 기준으로 본다면 엄청난 자식들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이 아이들에게는 숨겨진 재능이 있다. 바로 이 재능이 유령사냥꾼으로 성장하게 만드는 힘이다. 언제나 그렇듯이 타고난 재능이 있다고 모두가 유령사냥꾼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중세 도제 수련의 단계를 거친 후에 유령사냥꾼이 될 수 있다. 당연히 그 과정은 험난하다. 이 책은 토머스가 처음 유령사냥꾼의 제자로 들어가서 겪은 무시무시한 사건을 다룬다.

 

300 여쪽이지만 실제 글자 수는 많지 않다. 마음먹고 읽는다면 단숨에 읽을 수 있는 분량이다. 이런 분량에 대상이 비교적 어린 연령이다 보니 정밀하고 세밀한 묘사보다 간결한 이야기 전개다. 덕분에 쉽게 이야기 속으로 빠져 들어갈 수 있다. 도입부도 유령사냥꾼의 제자로 만들기 위한 엄마의 노력에 의해 유령사냥꾼이 찾아오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그의 제자가 되기 위해서 부모가 돈을 내놓아야 한다. 일종의 수업료다. 만약 유령사냥꾼의 시험을 통과하지 못하거나 그 직업을 원하지 않으면 집으로 돌아오면 된다. 그러나 집으로 돌아오는 것이 쉬울 리가 없다.

 

유령을 보는 능력을 가진 일곱 번째 아들의 일곱 번째 아들 토마스. 그는 비교적 쉽게 유령사냥꾼의 첫 시험을 통과한다. 그에게 교육을 받지만 그 직업이 결코 사람들에게 환영받는 직업은 아니다. 누구나 두려워하고 멀리하고 싶은 능력이다. 그가 음식을 들고 나왔을 때 아이들이 그를 공격한다. 이런 상황에 한 소녀가 다가와 도와준다. 앨리스다. 그녀가 원하는 것은 유령사냥꾼이 가둬 둔 마녀에게 매일밤 자정에 케이크 하나씩을 가져다주는 것이다. 그 마녀는 멀킨 대모고, 엄청난 능력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순진한 토머스는 그것을 모른다. 그가 준 케이크에는 마녀가 힘을 되찾게 만드는 마법이 들어 있다.

 

시리즈의 도입부이다 보니 앞으로 등장할 주요 인물과 토머스의 첫 모험이 나온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신비하게 다가온 인물은 바로 엄마다. 유령사냥꾼이 아니다. 그녀가 내뱉는 몇 마디에는 아주 중요한 단서와 힘이 느껴진다. 그녀가 남편과 결혼하게 된 이유로 일곱 번째 아들이었기 때문이라고 했을 때 그것을 더욱 강해진다. 그리고 그녀가 아들을 유령사냥꾼의 제자로 만들고자 했다. 중간에 아들이 힘들어할 때 다시 그 길을 가도록 만드는 것도 그녀다. 앨리스의 정체성을 두고 고민할 때 이것을 해결해준 것도 역시 그녀다. 그리스에서 왔다는 그녀의 정체는 아마 앞으로 이 시리즈를 읽을 때 다양한 상상을 하게 만들 것 같다.

 

솔직히 말해 앞부분은 조금 지루했다. 너무 간결한 이야기 진행이라 충분히 매력을 느낄 수 없었다. 하지만 이야기가 진행되고 멀킨 대모가 나오면서 긴장감이 고조된다. 강력한 힘을 지닌 마녀를 그냥 죽이면 완전히 소멸하지 않고 다른 존재로 변해 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을 방지하는 방법이 화형이나 마녀의 심장을 먹는 것이다. 중세 유럽에서 마녀 사냥할 때 사용한 방식이다. 물론 심장을 먹지는 않는다. 이런 이야기 설정은 당시 마녀 사냥에 대한 반발에서 비롯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어떻게 보면 요즘 사형 제도를 없애고 무기종신형을 내리는 것과 비슷한 방식으로 마녀를 가두고 있다. 분명 재미있는 설정이다. 이것이 다음 이야기에서 어떤 식으로 펼쳐질지도 기대된다.

 

약간 지루한 도입부지만 이 작품을 영화로 만들면 매력적인 장면들이 많을 것이다. 비교적 어린 친구들을 대상으로 하면서 생략된 묘사와 설명이 영화 속에서는 좀더 자세하게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유령이나 보가트의 존재는 공포와 흥미를 불러올 것이고, 마녀와의 대결은 긴장감을 고조시켜줄 것이다. 여기에 유령사냥꾼의 재능을 타고난 토머스의 성장과 모험이 곁들어 지면서 좀더 탄탄한 이야기가 될 것이다. 물론 이런 것을 가능하게 만드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원작이 지닌 매력이다. 유령사냥꾼이 되면서 그가 겪게 될 가족과의 불화와 다양한 모험과 성장은 다음 권을 기다리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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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저터 - 뼈와 기계의 전쟁 본 트릴로지 Bone Trilogy 2
피아더르 오 길린 지음, 이원경 옮김 / 까멜레옹(비룡소)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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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트릴로지> 시리즈 중 두 번째 작품이다. 전편은 원시적 환경에서 잔혹하고 본능적이면서 투쟁적이었다. 이번에는 무대가 바뀌어 과학과 문명이 고도로 발달한 루프에서 모든 사건이 일어난다. 바뀐 무대는 기본적인 이야기 방식도 변하게 한다. 창을 들고 생존을 위해 고기를 얻으려는 투쟁을 펼치는 스톱마우스와 그의 부족들의 활약이 사라진다. 대신 엄청난 과학을 지닌 루프의 삶을 통해 미래의 세계를 살짝 보여준다. 개인적으로 이 소설을 읽으면서 가장 이미지 형성에 힘들었던 것도 바로 루프의 세계다.

 

전편의 부제가 ‘뼈와 돌의 전쟁’이었던 반면에 이번 작품은 ‘뼈와 기계의 전쟁’이다. 점차 자신의 영토로 다가오는 디거로 부터 자기 부족을 살리고 인드라니의 사랑도 찾으려는 욕망이 그를 루프로 발걸음을 옮기게 만든다. 사실 이 부분은 이 소설에서 도입부다. 실제 모든 사건은 루프에서 일어난다. 무대가 바뀐만큼 새로운 등장인물이 나온다. 그 중심인물이 히레시다. 그는 부모가 종교인이지만 그것을 거부하고 엘리트가 되기 위한 수습으로 들어간 소년이다. 육체 능력은 부족하지만 약점을 파악하는데 탁월한 능력을 지녔다. 그리고 스톱마우스의 팬이다.

 

이번 이야기에서 모든 사건의 핵심은 인드라니다. 그녀가 지닌 정보가 루프의 고위층에게 필요하다. 사실 왜 그녀의 정보가 필요한지 인드라니와 스톱마우스 등은 모른다. 하지만 고위층은 한때 격추했던 그녀를 되찾아와야 할 정도로 다급해졌다. 이 비밀을 찾고 이것을 이용해 루프를 탈출할 계획을 세우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물론 이 단계까지 가기 위해서는 인드라니를 찾아가야만 한다. 이 과정에 현재 루프가 처한 현실이 그대로 드러난다. 엄청난 과학에도 불구하고 점점 파괴되어 가는 루프의 현실이 밝혀진다.

 

루프로 무대가 바뀌면서 스톱마우스의 야성은 많이 사그라진다. 개인적으로 이 부분은 불만이다. 전편이 보여준 강렬한 본능과 투쟁이 사라지고 그 자리를 음모가 차지한다. 전편도 음모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번에는 더 심하다. 문명화된 세계에서 진실을 왜곡하고 언론을 조작하는 모습을 보여줄 때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가 겹쳐졌지만 그것이 강하게 부각될 정도는 아니다. 오히려 거대한 루프 속 모험을 보여주면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가끔 SF를 읽을 때 그 상상력의 거대함에 압도되어 충분히 그 형상을 만들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데 루프가 바로 그런 역할을 한다. 아마 영화로 만들어지면 그 장면들에 감탄할 가능성이 높다.

 

전편에서도 스톱마우스의 지능이 발전하고 있었지만 이번에는 그 속도가 더 빠르다. 바뀐 환경 속에 자신의 본능을 억제하는 모습이나 인드라니의 아이에 대한 감정 변화는 점점 그가 발전하는 모습을 나타내준다. 이 발전이 꼭 고무적인 것은 아니다. 자신이 살고 있는 세계에 대한 부정으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 그런 장면이 보이지는 않는다. 사람을 모두 고기로 보고 죽은 사람을 먹지 않는 것을 식량의 낭비로 보는 것은 현실에 대한 강한 적응이자 비판이다. 이 장면이 나올 때면 전편에서 생존을 위해 그들이 어떤 위험을 무릅쓰고 사냥했는지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에는 바로 이런 원색적인 생존 본능이 많이 퇴색했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전편에 비해 집중력이 많이 떨어졌다. 작가가 만들어낸 세계 이미지를 충분히 형상화하지 못한 것도 있지만 그 장면들이 왠지 부정확한 느낌이었다. 물론 이것은 나의 잘못일 가능성이 높다. 그가 만들어 놓은 세계 속으로 내가 제대로 들어가지 못한 탓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루프의 파멸을 둘러싼 진실과 그 탈출 방법을 둘러싼 이야기는 신선함이 조금 부족하다. 거기에 히레시의 비중이 갑자기 줄어든 것은 많이 아쉽다. 초반에 스톱마우스와 함께 주인공 중 한 명으로 성장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마지막 권에서 전편의 강렬함과 미래 세계의 과학이 어느 선에서 결합할지 기대된다. 이 디스토피아가 과연 어떤 결말을 맞이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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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러운 나의 불행 너에게 덜어 줄게 내인생의책 푸른봄 문학 (돌멩이 문고) 14
마르탱 파주 지음, 배형은 옮김 / 내인생의책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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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러운 나의 불행을 남에게 덜어주면 과연 행복할까? 모르겠다. 하지만 최소한 그 불행으로 힘겨워하고 좌절하는 것이 줄어드는 것은 사실일 것이다. 그러면서 나의 불행이 다른 사람의 불행으로 변하는 것이 무작위로 일어나는 현실에 괴로워할 것 같다. 왜냐고?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도 불행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에르완이 만든 불행을 공평하게 나누어주는 기계가 바로 그런 것들을 보여준다. 물론 말도 되지 않는 발명품이지만.

 

원제는 ‘부적응자 클럽’이다. 4명의 중학생이 주인공이다. 나, 바카리, 프레드, 에르완. 이들은 언제나 함께 몰려다닌다. 바카리는 수학과 물리에 미쳐 있고, 프레드는 전자 기타를 치고 노래를 만들고, 에르완은 뭐든지 기가 막히게 만들어낸다. 그럼 나는? 사실 여기에 대해서는 별다른 내용이 없다. 하지만 이야기를 이끌어나가고 가장 능동적으로 사건에 대처하고 친구를 진심으로 걱정하는 아이다. 연애 활동에 대한 이야기를 보면 ‘나’도 결코 평범한 학생은 분명 아니다.

 

민감한 사춘기의 소년들에게 자신을 둘러싼 환경의 변화는 대단한 일이다. 그 일들이 부적응자 클럽의 가족들에게 일어난다면 더욱. 그것도 불행이라면. 나의 아버지는 엄마의 죽음 후 우울증에 빠져 있었다. 이후 인터넷 미팅 사이트 만남 후 조금 벗어난 듯하지만 일반적인 아버지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에르완은 갑자기 알 수 없는 누군가에게 폭행을 당한다. 이 때문에 불행을 평등하게 나눠주는 기계를 발명한다. 바카리네 아빠는 일자리를 잃는다. 이런 불행들이 계속해서 일어난다면 누구나 생각이 좋지 않는 쪽으로 흘러갈 것이다.

 

학교란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간을 만들어내는 공간이다. 언제나 그렇지만 필요하고 원한다고 모두가 다 그렇게 되는 것은 아니다. 자신들과 다르다고 공격하거나 무시하는 일이 다반사로 일어나는 곳이기도 하다. 물론 좋은 친구를 만나 멋진 추억과 기억을 가지고 자신의 성장을 돕는 역할도 한다. 이런 수많은 일들이 벌어지는 곳이지만 긴 시간이 흐른 뒤에는 많은 기억과 추억이 퇴색하고 왜곡된다. 가끔은 몇몇 에피소드만 강하게 남을 때도 있다. 먼 훗날 그 당시 친구를 만나 이야기하면 이 후일담이 어떤지 쉽게 알 수 있다. 그 사이 우리가 그만큼 성장한 것일 수도 있다.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거나.

 

많지 않은 분량이라 단숨에 읽을 수 있다. 프랑스에 대한 인식 때문인지 모르지만 이들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일들이 조금은 낯설다. 학교 폭력과 왕따가 없는 나라가 없다는 사실에 조금 안타까움을 느낀다. 술에 취한 수학 선생을 두고 일어나는 상황을 주인공처럼 나는 보지 못한다. 주인공처럼 볼 수 없는 나의 현재 모습을 보면서 이미 보수적 기성세대로 변한 것 같아 씁쓸하다. 에르완의 기계를 통해 그들이 성장할 때는 그 나이 또래의 나를 떠올려본다. 과연 나는 그 정도였을까?

 

소설을 읽으면서 무심코 지나갔는데 다시 생각할 때 많은 것을 떠올려주는 문장이 있다. 아빠와 나의 대화에서 아빠가 한 말이다. “행복과 불행을 평등하게 나누어 주는 게 딱 하나 있구나. 바로 시간이지. 두고 보면 알게 될 거야.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십 대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어른이 되는 것 아니거든. 정말 재미있는 걸 만들어 내는 애들은 제일 괴짜인 녀석들이지. 물론 시간이 걸릴 테고 쉽지는 않을 거야. 하지만 결국엔 그렇게 되더라고.”(103~104쪽) 십 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속담을 그냥 무시해서는 안 된다. 아직 살아가는 중인 경우라면.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생각보다 뒤에 남는 것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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