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랜더 래리 니븐 컬렉션 1
레리 니븐 지음, 정소연 옮김 / 새파란상상(파란미디어)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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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작가다. 그런데 작품 목록을 보니 낯익은 소설이 보인다. <링월드>. 십 수 년 전 읽었던 sf소설이다. 자세한 내용은 잘 기억나지 않지만 거대한 상상력이 아직도 강하게 남아 있는 작품이다. 물론 그 당시 출간작답게 수많은 상을 받았다. 이 책을 들고 읽을 때 살짝 <링월드>처럼 거대한 세계를 예상했다. 그런데 아니다. sf를 바탕으로 한 미스터리 소설이다. 한국 sf 장르에서 가장 번역이 잘 되지 않고 있는 분야다. 그런 점에서는 상당히 반가웠다. 그리고 외팔잡이 길의 성격과 능력은 이 단편집에서 중심에 있으면서 가장 매력적이었다.

 

sf나 판타지에서 미스터리를 다루려면 나름의 한계를 정하고 설정에서 그 한계를 분명하게 보여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모든 해답을 추론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어떻게 보면 이런 부분 때문에 sf 미스터리가 더 힘든지 모르겠다. 잘 쓴다면 일반 미스터리 장르와 다른 색다른 재미를 줄 수 있지만. 그런 점에서 이 소설은 개인적으로 높은 점수를 주기 조금 어렵다. 작가가 설정한 세계를 개인적으로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이유지만.

 

시대 배경은 2123년이다. 앞으로 백 년 이상의 시간이 지난 후 세계다. sf 작가답게 그는 지구뿐만 아니라 달과 소행성대도 같이 다룬다. 그리고 소설의 주인공 길 해밀턴의 이력에 소행성대 바위 캐기가 있다. 흔히 고리인으로 불리는 사람들이 하는 일이다. 지구에 사는 사람들을 부르는 이름이 바로 이 소설의 제목인 플랫랜더다. 첫 작품 <절정의 죽음>은 바로 이런 이야기로 시작하면서 이 시대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 그것이 비록 충분하지 않지만 읽다보면 나름대로 이미지가 형성되기 시작한다. <링월드>가 너무 거대해 제대로 상상할 수도 없었던 것에 비하면 아주 작은 세계다.

 

길은 ARM에서 일하는 경찰이다. ARM이 다루는 사건을 일반 사건이 아니다. 이 시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일 수 있는 신체 및 장기나 무기 등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부서다. 이 시대는 인구가 이미 지구에 가득 차 산아제한이 있다. 과학과 의학의 발달은 사람들의 수명을 연장시켜주는데 그 바탕이 되는 것이 재생이 아닌 다른 사람의 신체나 장기를 이식하는 것이다. 이 이식 때문에 늘 장기은행은 대체할 장기 등이 부족하다. 이 부족분을 채우기 위한 방편으로 살인자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장기를 다른 사람들에게 이식하는 것이다. 너무 많은 인구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장기는 법의 적용을 강화시키고 불법 거래를 활성화하는 부작용이 있다. 이 소설은 바로 이런 세계를 배경으로 펼쳐진다.

 

<절정의 죽음>은 길이 소행성에서 같이 일한 동료 오웬 제니슨의 죽음을 다룬다. 이 시대 마약 중 하나가 전류 마약인데 그는 이것을 과다사용한 후 죽었다. 그냥 보면 자살처럼 보인다. 하지만 소행성대 사람들과 일했고 그들의 특성과 오웬의 성격을 아는 길이 의문을 품는다. 의문은 조사를 통해 의심으로 변하고 계속된 추리와 조사는 사건의 실체로 다가간다. 다음 작품인 <무력한 망자>와 더불어 이 시대 장기 밀매 등을 가장 잘 드러내주고, 길의 초능력이 어떤 힘을 지녔는지와 한계를 분명하게 알려준다.

 

<무력한 망자> 역시 장기 이식이 사건의 중심에 있다. 하지만 더 큰 이야기는 냉동인간들을 둘러싼 인권과 재산 문제다. 과거에 이런 저런 이유로 냉동 보관된 사람들의 장기를 현재 사람들이 더 편리하게 사용하게 하려는 욕심은 섬뜩하다. 우리가 미래 사람들의 유산을 현재만을 위해 탕진하고 고갈시키는 것 이상의 참혹함이 보인다. 그리고 이 사건을 해결하는 길의 초능력과 이 시대 의학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살짝 의문이 생기는 작품이다.

 

<ARM>은 어떻게 보면 가장 SF소설 같다. 살인사건을 다루지만 그 배경이 되는 이야기가 SF적이기 때문이다. ARM이 하는 가장 중요한 세 가지 임무를 확실하게 알려주면서 SF적인 상상력을 미스터리에 강하게 도입했다. 사실 이 때문에 범인을 전혀 생각하지 못했고, 이유도 설명해줬을 때 겨우 이해하게 되었다. 길의 상상 손이 가진 엄청난 위력을 다시 한 번 더 경험하게 된다. 거리 제한만 없다면 엄청난 무기가 될 수 있다.

 

<조각보 소녀>와 <델 레이 크레이터의 여인>은 무대가 달이다. <델 레이 크레이터의 여인>은 가장 작은 분량이고 <조각보 소녀>는 가장 긴 분량이다. 개인적으로 이 두 작품은 앞의 작품에 비해 재미가 좀 적었다. 특히 마지막 작품의 경우는 이 세계를 조금 더 알려주는 소품 정도로만 느껴진다. 작품이 더 이어지면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겠지만 아직 그런 느낌을 받지는 못했다. 반면에 <조각보 소녀>는 법이 제대로 작용하지 못하고, 인간들의 탐욕이 개입할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잘 보여준다. 법이 제대로 작용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사실 이 법이라는 것이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만의 편리를 위할 때 어떤 문제가 생길 수 있는지 알려준다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할 것 같다. 제목이 주는 의미를 알려줄 때 너무 끔찍했다. 미스터리적 재미보다 각각 다른 문화가 어떤 식으로 발전했고, 이 속에 담긴 다양함과 현재와 비교되는 윤리관 등이 더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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