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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범죄 대책과 시라타카 아마네
가지나가 마사시 지음, 김은모 옮김 / 나무옆의자 / 2023년 3월
평점 :
제목만 놓고 보면 야쿠자나 범죄조직 등과 싸우는 소설처럼 보인다.
그런데 소설 속 내용은 연쇄살인 사건을 다루고 있다. 약간 아쉬운 대목이다.
이 살인 사건은 조금 특이하다. 대낮 공원 벤치에 피에로 분장을 한 시신 때문이다.
사인은 복어 독으로 알려진 테트로도톡신 중독사다.
이 독의 기호는 TTX인데 시신의 한쪽 볼에 1/TTX가 적혀 있다.
숫자가 의미하는 바는 분명하다. 다음 피해자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처음 시체가 발견된 후 수사본부가 꾸며지는 장면 등은 너무나도 낯익은 모습이다.
일본 드라마나 영화 등에서 자주 본 장면이기 때문이다.
시라타카 아마네는 ‘매의 눈’이란 별명을 가진 형사다.
그녀의 첫 사건이 초등학교 1학년생 레이나 유괴 사건이었다.
초동수사 실패 후 1년이 지난 다음 레이나의 시체가 발견되고, 범인은 자살한 사건이다.
첫 사건의 트라우마는 그녀의 경찰 생활에 계속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별명처럼 아마네는 아주 뛰어난 관찰력과 통찰력으로 사건을 해결한다.
공원에서 시체가 발견되기 전에도 그녀는 멋지게 마약 사건을 한 건 처리했다.
이런 그녀 옆에는 신입 우즈카 신사쿠가 배정되어 있다.
그는 매의 눈 능력을 배우려고 하지만 뭔가 어리숙해 보이는 인물이다.
재밌는 캐릭터인데 항상 만일 대비해 평소에는 전혀 쓸 데 없는 물건을 가지고 다닌다.
수사본부가 꾸며지고, 이 사건을 둘러싼 수많은 수사가 이루어진다.
부검을 통해 테트로도톡신 중독사라는 사실이 밝혀진다.
이 복어 독에 중독되면 바로 죽는 것이 아니라 천천히 단계를 밟으면서 죽는다.
복어 독은 특별히 관리되는 품목이 아니고, 복어를 통해 누구나 추출이 가능한 독이다.
유통 경로를 알 수 없다는 것은 수사의 폭을 좁힐 수 없다는 의미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두 번째 피해자가 생긴다.
그도 수많은 사람들이 다니는 놀이시설 테이블에 엎드려 죽은 채 발견된다.
그의 몸에는 2/TTX란 기호가 적혀 있다. 이제 연쇄살인이 분명해진다.
두 명의 피해자가 나왔지만 두 사람의 공통점이 보이지 않는다.
어딘가에 접점이 분명 있을 텐데 전혀 드러나지 않는다.
이들을 옮긴 범인이 있는데 제대로 본 사람도 없다.
당연히 CCTV 사각지대로 다녔고, 어쩔 수 없는 곳은 전신을 가렸다.
수사본부를 이끄는 1과장은 사실 위주로 회의를 진행시키고자 한다.
탐문수사가 이어지고, CCTV도 빼놓지 않고 들여다본다.
이때 아마네의 머릿속에 엉뚱한 생각 하나가 지나간다.
장소와 복어 독의 특성 때문에 생긴 아이디어다. 과연 그 생각이 맞을까?
연쇄 살인을 막으려는 경찰들의 노력, 발로 뛰는 탐문 수사.
전혀 드러나지 않는 피해자들의 연관성, 알 수 없는 살인의 이유.
하지만 경찰들의 수사와 피해자들에 대한 조사가 더 진행되면서 하나의 가능성이 떠 오른다.
이 가능성을 실제로 확인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함께 수사해야 할 구사노와는 서먹서먹한 관계로 머문다. 그는 한때 아마네의 연인이었다.
새로운 가능성에 대한 단서를 추적하는 인물은 또 한 명 있다. 형사 우즈카다.
그도 아마네처럼 자신의 짝과 함께 움직이지 않고 홀로 수사하고 가능성을 말한다.
그의 행동을 보면 드라마 속 캐릭터 느낌이 강하게 든다.
많지 않은 분량 속에 연쇄살인을 집어넣고 빠르게 진행한다.
보통의 연쇄살인을 다룬 소설의 묵직함이나 서늘함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곁가지들이 너무 많이 처져 소설보다는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 듯한 느낌이다.
실제 <하쿠타카 시라타카 아마네의 수사파일>이란 드라마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묵직하고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경찰소설을 좋아하는 독자에게는 조금 아쉬울 수 있다.
하지만 일본 경찰 드라마를 좋아하고, 간결한 스토리 진행을 좋아한다면 취향을 저격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소설이란 부분에서 아쉬움을 느끼지만 드라마는 보고 싶다.
한때 재밌게 본 일본 경찰 드라마가 떠올라 더 그렇다.
재밌는 캐릭터들이 나오는데 혹시 이 소설도 시리즈로 나올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