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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아와 원숭이와 공작새 - 타임패트롤 시리즈 3 행복한책읽기 SF 총서 16
폴 앤더슨 지음, 강수백 옮김 / 행복한책읽기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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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앤더슨의 타임패트롤 시리즈 마지막 권이다. 정확하게 표현하면 장편을 제외하고 중단편집으로 마지막이다. 과연 미 출간된 장편과 앤솔로지 각 한 편이 언제 출간될지는 모르겠지만 이렇게 중단편 모두 출간되어 준 것이 고마울 따름이다. SF소설의 팬으로써 거장의 유명한 작품들이 번역되어 나온다는 사실은 언제나 즐겁고 기대되고 흥분되는 일이다.  

 

 시리즈 3권 중 이번이 가장 분량도 적고, 쉽게 읽힌다. 또한 가장 적은 2편만 실려 있다. 표제작인 <상아와 원숭이와 공작새>와 <몸값의 해> 두 편이다. 이 두 편에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적이 있다. 바로 메라우 바라간이다. 작품이 출간된 순서를 생각하면 조금 순서가 뒤틀린 듯한데 이 소설에서 시간은 큰 의미가 없으니 그냥 넘어가도 큰 무리가 없을 것 같다. 그리고 이 악당이 두 편 모두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니다. 아마 작가가 살아있고, 이 시리즈가 계속 되었다면 악당의 비중이 더 커지지 않았을까 생각하기는 하지만 말이다.  

 

 <상아와 원숭이와 공작새>는 솔로몬 시대의 티레를 배경으로 한다. 낯선 지명인데 책의 내용을 따라 가면 그 시대에 대단히 번성한 국가이다. 솔로몬의 성전이 티레의 궁전을 약간 축소한 형태라거나 그 성전을 지은 사람들이 티레 인이란 사실에서 평소 잘 알지 못했던 역사를 알 수 있다. 책 속에서도 나오지만 단지 기독교의 영향력에 의해 이 지역의 의미가 예루살렘에 비해 축소되고, 왜곡되었지만 ‘고양주의자’로 불리는 악당들이 역사 변환의 시점으로 삼을 정도로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곳이다. 또 다른 중단편에서 북유럽의 어렵고 난해한 인명, 지명으로 읽는 속도를 더디게 하였다면 이번엔 그런 난해함이 많이 가셨다. 그리고 매력적인 하인이자 소년 탐정 같은 품마이람의 등장은 에버라드의 모험을 더욱 활기차게 만들어준다.   

 

 <몸값의 해>는 몇 쪽을 읽는 동안은 조금 혼란스럽다. 시간을 왔다 갔다 하면서 등장인물들이 바뀌고, 악당의 위치가 변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금만 인내를 가지고 차분하게 읽다보면 복잡한 것처럼 보였던 구성이 하나의 실타래로 풀리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바라간의 마수에서 벗어나 타임머신을 타고 달아난 16세기 스페인 전사 카스텔라르의 욕망과 시대 한계는 색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인간의 인식이나 행동이 그 시대를 뛰어넘어 행동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타임머신을 생각하면 과거도 돌아가서 확인하고 싶지만 미래의 모습을 그려내는 재미도 상당하다. 하지만 작가는 알 수 없는 미래를 상상력으로 구성하기보다 과거의 역사를 발굴하고, 그 변수를 만들고, 그 변수로 인한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만약에 그랬다면”이란 역사의 가정을 현실화시킨다. 물론 이 가정들은 물리학적인 시간의 배경을 조부 패러독스에 두고 있기에 가능하다. 즉 과거를 변화시키면 현재가 바뀐다는 가설이다. 이것은 최근에 많이 다루어지고 있는 다차원으로 나누어진 우주를 가정하면 힘들다. 이런 과학적 가설은 하나의 배경이고 학설이니 크게 의미를 부여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소설을 읽으면서 타임 패트롤을 만든 이유가 궁금했다. 역사가 바뀌니까 당연하다고 생각되지만 각 시대마다 타임 패트롤를 두고, 조사하고, 감시하고, 변수를 제거하는 노력의 목적을 유심히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이번에 작가는 그 이유를 설명한다. 바로 데이넬리아 인들의 미래를 보호한다는 목적이다. 과거가 변하면서 미래의 자신들이 위협 받고 있기에 데이넬리아 초인들이 타임 패트롤을 만들고, 운영한 것이다. 이것은 또한 역사는 그대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질 수도 있다는 가정을 만들기도 한다. 그들이 존재하기 위해 과거의 한 순간이나 여러 지역이 자신들의 목적에 의해 바뀔 수 있다는 말이다. 더 파고들면 너무 복잡하고 어려우니 여기서 멈추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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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서 클라크 단편 전집 1953-1960 환상문학전집 30
아서 C. 클라크 지음, 고호관 옮김 / 황금가지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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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서 C. 클라크의 단편을 읽은 적이 있는지 모르지만 단편집을 읽기는 처음이다. 이 책 이전엔 대부분 장편이었다. 장편들은 거의 20대에 읽었다. 그 당시 나를 사로잡았던 장르문학의 하나로 SF소설은 굉장히 매력적이었다. 하지만 아서 클라크의 소설은 조금 색달랐다. 전쟁이나 모험으로 가득한 이야기가 아닌 탄탄한 과학 지식을 배경으로 새로운 우주와 인간을 보여준 것이다.  

 

 

 너무나도 유명한 <2001:우주 오디세이> 시리즈를 비롯하여 <유년기의 끝> 등은 다른 분위기에 놀라운 통찰과 인식으로 어리둥절하면서도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그래서 과학 지식이 부족한 나 자신이 어렵게 느꼈던 과학에도 불구하고 주저 없이 선택하였다. 물론 그 후 한 동안 그 책을 읽지는 않았다. 과학 이론을 충분히 이해할 시간도 능력도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단 잡으면 그냥 빠져들었다. 모르는 과학지식은 뒤로 하고, 그가 풀어내는 놀라운 미래 이야기가 충분히 흥미롭고 재미있기 때문이다.  

 

 이번 단편 전집은 이제 고인이 된 작가의 1937년부터 1999년까지 단편을 실고 있다. 나의 부정확한 기억에 의하면 이번 책에선 예전에 읽은 적이 없다. 물론 나의 기억이 믿을 만 하지는 않다. 하지만 장편을 주로 읽은 나에겐 신선하고 놀라우면서도 재미있다. 특히 서문에서 작가가 말하는 SF단편에 대한 이야기는 많은 점을 시사한다. 이질적인 배경을 창출해야 하는 과학 소설가들이 이 작업을 하기 위해 엄청난 지면을 할애해야 한다고 말한 부분이다. 한 예로 프랭크 허버트의 <듄> 시리즈를 말하는데 절대 공감한다. 이 소설을 읽을 때면 그 혹성의 풍경과 놀라운 생명체들을 머릿속에서 상상하는 즐거움을 만끽하는 동시에 낯선 풍경과 환경 때문에 착각을 하기도 한다.  

 

 총 33편의 단편이 있다. 기본적으로 연대순으로 나온다. 각 단편 밑에 작가의 간단한 해석과 출처가 표시되어 있다. 이번 단편집에서 자주 만나게 되는 다른 단편집이 한 권 있다. 그것은 <하얀 사슴의 이야기>다. 나의 귀차니즘 때문에 정확하게 세어 보지 않았지만 상당히 많은 편수가 실려 있다. 그 속에서 만나게 되는 이야기는 기존에 가지고 있던 작가의 이미지를 많은 부분 무너트리게 한다. 정확한 과학 지식을 배경으로 쓴 글도 있지만 왠지 허풍선이 같은 해리의 역할 때문이다. 그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보면 유머와 위트가 가득하다. 어쩌면 상당히 황당할 수 있지만 읽는 재미를 만끽할 수 있다.  

 

 너무 많은 단편이 실려 있어 하나씩 평을 하기가 쉽지 않다. 달에 대한 그의 관심과 애정을 드러내는 단편들과 먼 우주여행을 그려내는 이야기와 해리를 통해 흘러나오는 지구상에서 발생하는 놀라운 과학의 발명(?)들로 간단하게 구분할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이 범주에 포함되지 않지만 놀랍고 흥미로운 단편들이 곳곳에 있다. 그렇지만 각각 다른 이야기와 분야로 놀랍도록 정확하고 예언적인 미래를 지금 현실에 들어맞도록 풀어낸다. 그 속에 시대의 한계가 분명히 보이긴 한다. 누가 소련이 먼저 우주로 나갈 것으로 생각했으면 컴퓨터가 이런 발전을 가져올 것으로 생각했겠는가!  

 

 많은 이야기가 재미있지만 그중에서 인상적인 것이 있다. 소설 공모전에 떨어졌지만 1956년 휴고 상을 받은 <동방의 별>이다. 과학 지식과 종교를 연결하여 이야기를 풀어내는데 과학과 이성으로 놀라운 현상을 해석하고 있다. 물론 그 현상을 어떻게 해석하는냐에 따라 수많은 답이 있을 수 있다. 그리고 해리의 이야기 몇 편은 정말 재미있다. 컴퓨터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해학적인 이야기인 <평화주의자>나 밀주를 만들면서 발생하는 소동을 다룬 <주동자>나 새로운 자연의 보고인 바다를 과학 지식과 욕망으로 풀어낸 <바다를 캐는 사람> 등은 특히 인상적이다. <육식동물>과 <임계질량>의 마지막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반전을 보여주었다. 이런 작품들은 기존에 가지고 있던 작가의 이미지를 깨는데 큰 영향을 주었다. 그렇다고 이 단편집에서 기존에 작가가 보여주었던 작품의 모습이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다른 작품들이 주는 위트와 해학이 더 강하게 다가온 것뿐이다. 다른 단편집도 빨리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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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인귀의 행복을 위하여 말로센 시리즈 1
다니엘 페낙 지음, 김운비 옮김 / 문학동네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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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센 시리즈의 첫 번째 권이다. 말로만 듣던 작품이다. 이 시리즈의 다른 편들이 먼저 출판되었는데 이번에 첫 권을 볼 수 있어 기분이 좋다. 다음 작품도 계속 나오면 좋겠지만 현재까지 나온 작품에 우선 관심을 두어야 할 것 같다. 다니엘 페낙을 소설을 몇 권 가지고 있지만 제대로 읽은 적은 한 번도 없다. 이상하게 손이 가질 않았고, 몇 권은 말로센 시리즈라 처음부터 보고 싶은 마음이 강했다. 이제 첫 권을 보았으니 다른 책에도 관심을 가져 봐야 할 듯하다.  

 

 보통 시리즈의 첫 권은 많은 것을 보여주면서 많은 허점이 있기도 한다. 많이 보여주는 것은 주인공과 주변 인물들에 대한 기본 지식을 알려주는 것이며, 허점은 명확하게 등장인물들의 특성이 활성화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구성 또한 신선하거나 아니면 정확한 방향을 잡아가는 도중이라고 할까? 이 소설도 초반은 약간의 고전을 한다. 이전에 본 다른 설명과 혼돈을 가져오면서 주인공과 그 가족들에게 특별한 능력이 있는 사람으로 착각하였기 때문이다.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생각한 것처럼 가공하거나 괴이한 것은 아니었다.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거나 잘 생각하지 않는 것의 활성화 내지는 특화된 모습이라고 할까? 조금 더 보통보다 나아간 상태라는 것이 더 나은 설명이라고 해야 하나?  

 

 소설은 말로센 일가에 대한 묘사와 함께 주인공 뱅이 근무하는 백화점에서 발생하는 폭탄 살해와 관련된 이야기다. 뱅의 업무는 백화점의 소비자가 물건을 구매한 후 발생하는 불만을 듣고 풀어주는 희생양이다. 상대의 화나 불만 등을 고객센터에서 다른 직원과 함께 성토 당하고 고객의 비위를 맞추어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고충 처리를 하면서 월급을 받고, 회사는 비용을 대단히 절감하는 것이다.  

 

 이런 일상 속에 사람들이 폭탄으로 죽는 사건들이 뱅의 눈앞에서 연속적으로 발생하는 것이다. 그가 있는 장소에서 살인이 일어나는 것이다. 그러니 그는 제1 용의자다. 허나 우리는 그가 범인이 아님을 안다. 그리고 그 속에 담겨져 있는 비밀은 추악한 모습을 가지고 있다. 초반에 놓친 몇 개의 상징과 묘사를 생각하면 정확한 그림 그리기가 쉽지 않지만 이후 설명만으로도 충분히 예상이 된다.  

 소설의 진행이나 설명들이 추리소설의 엄밀함을 갖추고 있지는 않았다. 다양한 등장인물들의 성격과 묘사로 산만하면서도 매력적인 모습으로 같이 나아간다. 이 등장인물들이 주는 재미가 쏠쏠하다. 살인사건은 왠지 덤으로 나오는 이야기 같다고 해야 하나? 하지만 살인사건이 없다면 이 등장인물들의 단순한 성격 설명으로 마무리되면서 상당히 지루할 수도 있을 것이다. 사건으로 그 특성들이 더 자연스럽게 표현되었다고 볼 수 있다. 마지막 페이지에서 그의 어머니가 새롭게 임신하여 나타나는 장면을 보고, 다른 책에서 말로센 시리즈에 대한 해설을 보면서 바로 다음 권에 관심이 더욱 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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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은행통장>을 리뷰해주세요.
엄마의 은행 통장
캐스린 포브즈 지음, 이혜영 옮김 / 반디출판사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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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3년 작품이다. 자그마한 소품이다. 노르웨이 이민 가정을 통해 훈훈하고 따뜻한 가족애를 느끼게 한다. 작가의 경험담이 담겨 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곳곳에 추억을 회상하는 듯한 문장들이 나온다. 시재는 과거다. 하지만 그 속에 담긴 이야기는 현재도 유효하다. 현명하고 슬기로운 엄마에 대한 기억과 추억으로 읽는 동안 따스함이 조금씩 가슴 속으로 스며든다.  

 

 제목은 작가의 어머니가 어릴 때 한 거짓말에서 유래한다. 가난한 이민 가정에 돈이 있을 리가 없다. 하지만 자식들 걱정을 시키지 않고, 희망을 심어주기 위해 엄마는 거짓말을 한다. 작은 돈은 작은 은행으로 불리는 예쁜 상자에 보관되고, 큰 은행 예금통장은 시내에 있다고. 사실 진짜 은행엔 단 한 푼도 예금이 없다. 이 거짓이 드러나는 순간부터 이야기는 과거로 돌아간다.   

 

 과거는 지나갔기 때문에 아름답다. 현재의 위치에 의해 과거는 변한다. 작가에게 과거는 어렵고 힘든 일이 많았지만 그 속에 힘차게 자리 잡은 엄마 때문에 추억과 즐거움과 기쁨이 가득하다. 소설의 주인공은 화자가 아니라 엄마다. 엄마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수퍼맨이다. 초인적인 육체적 능력을 발휘하지는 못하지만 자식들의 걱정과 고민을 해결하는데 천부적이다. 문제가 발생하면 허둥거리지 않고 차분하게 현실을 직시하고 해결한다. 그 최고의 백미는 딸 다그마르와 아빠의 병과 관련된 일이다. 이때 보여준 재치와 결단력과 추진력은 보는 이로 하여금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소설은 길지 않다. 한 소녀의 성장을 그려내기도 한다. 에피소드 중심이다 보니 각각의 이야기가 완결된 듯하면서 이어진다. 물론 그 모든 중심에 엄마가 있다. 가족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나타나 문제를 해결하는데 우연과 행운이 깃드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 우연과 행운도 알고 보면 엄마의 노력과 정성과 애정이 빚어낸 소산물이다. 만약 그녀가 우울하고 고뇌하고 주저하고 용기가 없었다면 이런 재미나고 가슴을 울리는 이야기들이 없었을 것이다.   

 

 이 소설은 연극으로, 영화로, 텔레비전 드라마로도 제작되었다. 아마 이 책이 지향하는 점이 미국적 가치관과 잘 맞는 것 같다. 고난, 가족애, 노력 등으로 자연스럽게 해결되는 문제들은 자극적인 것에 지치거나 현실의 힘겨움에 부딪히는 사람들에겐 휴식과도 같은 시간이 되었을 것이다. 곳곳에 힘을 발휘하는 엄마의 활약을 보면서 조금씩 잊고 있던 엄마의 모습을 상기하거나 자신과 너무나도 다른 현실의 환상에서 위안을 받고자 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말하자. 흔히 우리는 여자는 약하지만 어머니는 강하다고 말한다. 이 소설을 다 읽은 지금 그 강함은 어머니의 삶을 보고 자랐기에 그 딸들이 자신들의 자식들을 위해 강해질 수밖에 없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재미있고 빠르게 읽힌다. 그 시절의 한 단면을 엿볼 수 있는 장면들이 곳곳에 나온다. 가끔 불편하게 느껴질 때도 있지만 긴 세월을 통해 조금씩 변하고 있음을 느낀다. 화려하거나 탄탄한 이야기 구조를 가지고 있지 않지만 따뜻하고 훈훈함이 가득하다.  

 

- 서평 도서의 좋은(추천할 만한) 점

 현명하고 재치 있는 엄마의 활약이 가슴 속에 따스함을 전해준다.

- 서평 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

 가족의 따스함을 느끼고 싶거나 멋진 엄마의 이상형을 보고 싶은 모두

- 마음에 남는 '책속에서' 한 구절

“네가 다시는 그런 짓을 안 하도록 만드는 것이 창피야. 하지만 카트린, 창피와 슬픔을 느낄 때, 그런 것으로부터 우리를 구원해 주는 것이 바로 웃음이란 걸 모르겠니?”(18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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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플 플랜 모중석 스릴러 클럽 19
스콧 스미스 지음, 조동섭 옮김 / 비채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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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영화로 만난 작품이다. 오래 전이라 정확한 내용은 기억나지 않지만 읽는 동안 <파고>와 종종 혼돈을 일으키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영화로는 <파고>가 더 인상적이었던 모양이다. 그 당시 영화는 나에게 큰 감명을 주지 못했다. 당연히 원작도 그렇게 관심의 대상이 아니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른 후 많은 독자들이 이 책을 말하고 있었다. 내가 기억하는 영화로 생각하면 그렇게 대단한 작품이 아닌데 말이다.   

 

 이런 생각은 소설을 절반 정도 읽는 동안에도 큰 변화를 주지 못했다. 세부적인 내용을 기억하지도 못하고, <파고>와 착각도 하였지만 전체적인 흐름을 잊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영화에서 많이 생략된 감정의 흐름이나 상황에 대한 이해가 숨겨진 재미를 드러내긴 하였다. 하지만 결과를 알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긴장감이 많이 사라진 것이다. 그런데 이것은 나의 착각이었다. 영화가 끝난 그 부분부터 새로운 이야기가 나오고, 한 인간이 탐욕에 휩쓸려 악으로 물드는 과정이 너무나도 담담하면서도 섬뜩하게 그려지기 때문이다.  

 

 행크와 제이콥은 형제다. 그들의 부모님들은 늘어난 부채 때문에 차를 몰고 나가 자살을 한다. 아버지가 바란 것은 새해 전날 자신의 무덤으로 두 형제가 찾아오는 것이다. 매년 이 행사는 잘 이어져왔다. 그러던 어느 날 형 제이콥의 친구 루가 함께 무덤으로 가게 되었다. 미끄러운 길에 조그마한 여우가 나타나면서 사고가 발생하고, 함께 있던 개가 그 여우를 쫓는다. 개를 쫓아간 그들은 눈 속에 파묻힌 비행기를 발견한다. 그냥 신고를 하면 되는데 그들은 비행기 안을 들여다본다. 여기서 어마어마한 돈을 발견한다. 루와 제이콥은 그 돈을 가지자고 하고, 행크는 신고를 주장한다. 돈을 추적한 사람들을 염려한 덕분이다.   

 

 이 갈등의 순간 슬그머니 마음 한 곳으로 악이 스며든다. 아주 간단한 계획 하나를 제안한다. 6개월 동안 이 돈을 사용하지 않고, 그 후 찾는 사람이 없다면 돈을 나누기로 한다. 물론 돈은 신고를 주장한 행크가 보관하기로 한다. 6개월 뒤 돈을 나누기로 하고, 새로운 눈이 추락한 비행기의 흔적을 지워줄 것을 생각한 그들의 계획은 간단하면서도 매력 있다. 바로 이 간단한 계획에서 무시무시한 살인들이 이어지고, 한 인간이 완전히 무감각하게 살인을 저지르는 현실로까지 이어진다.  

 

 소설은 제목처럼 간단한 구성과 전개다. 행운이라 생각한 돈 다발을 가지게 된 사람들의 한 순간 선택이 어떻게 결말에 이르게 되는지 보여준다. 복잡하게 이야기를 꼬지도 않고, 많은 등장인물로 머리를 복잡하게 만들지도 않는다. 하지만 화자인 행크의 심리와 행동을 통해 상상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진다. 이 소설이 주는 가장 큰 재미가 바로 그것이다. 돈에 대한 욕심에서 시작된 살인과 자신이 잡히지 않으려는 노력에서 벌어진 살인이 이어지는데 너무나도 담담하게 쓴 덕분에 더욱 섬뜩하고 끔찍하다. 그 잔인함이 평소 너무나도 평범하게 살았던 중산층에서 나왔기에 더 그런 모양이다.   

 

 영화에서 잘 기억나지 않는 부분이지만 소설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등장인물은 행크의 아내다. 행크가 돈을 보여주었을 때 행크처럼 신고하자고 하지만 금방 설득 당한다. 위험해지면 돈을 태우는 것으로 말이다. 그렇지만 그녀의 마음 깊숙이 자리 잡은 욕망은 비정하고 냉혹하면서 거대하다. 그녀 자신이 직접 손에 피를 묻히지는 않지만 행크 뒤에서 공포에 질려하고, 주저하는 그를 독려하고 독촉하여 무서운 현실로 연결한다. 그녀가 바라는 것들이 하나씩 드러나는 순간 윤리의 가면 뒤에 숨겨져 있던 욕망이 흘러넘친다. 이 욕망이 순간적인 흥분으로 튀어 올랐다면 인간적으로 느껴졌을 테지만 그녀는 냉정하고 비정하면서 주저 없다. 물론 이것은 그녀가 직접 살인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다. 실제 현실이 감각적으로 다가오지 않았기에 이런 현상이 벌어진 것일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하여도 그녀가 곳곳에 드러내는 감정과 욕망은 행크의 욕망과 두려움을 압도할 정도다.  

 

 나에게 영화 때문에 약간 빛을 바래긴 했지만 영화에서 다루어지지 않는 심리와 장면들이 정말 놀랍다. 소설을 읽다 기리노 나츠오의 <아웃>이 먼저 생각났다. 평범한 사람들 속에 숨겨져 있던 악이 얼마나 무시무시하고 거대한지 알려주기 때문이다. 평소라면 잔인하다고 외치면 욕할 행동이 자신들을 위해서는 조금도 주저함이 없다. 인간은 욕심과 자기 안위를 위해서는 무엇이든지 하는 존재인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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