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은행통장>을 리뷰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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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은행 통장
캐스린 포브즈 지음, 이혜영 옮김 / 반디출판사 / 2009년 3월
평점 :
절판
1943년 작품이다. 자그마한 소품이다. 노르웨이 이민 가정을 통해 훈훈하고 따뜻한 가족애를 느끼게 한다. 작가의 경험담이 담겨 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곳곳에 추억을 회상하는 듯한 문장들이 나온다. 시재는 과거다. 하지만 그 속에 담긴 이야기는 현재도 유효하다. 현명하고 슬기로운 엄마에 대한 기억과 추억으로 읽는 동안 따스함이 조금씩 가슴 속으로 스며든다.
제목은 작가의 어머니가 어릴 때 한 거짓말에서 유래한다. 가난한 이민 가정에 돈이 있을 리가 없다. 하지만 자식들 걱정을 시키지 않고, 희망을 심어주기 위해 엄마는 거짓말을 한다. 작은 돈은 작은 은행으로 불리는 예쁜 상자에 보관되고, 큰 은행 예금통장은 시내에 있다고. 사실 진짜 은행엔 단 한 푼도 예금이 없다. 이 거짓이 드러나는 순간부터 이야기는 과거로 돌아간다.
과거는 지나갔기 때문에 아름답다. 현재의 위치에 의해 과거는 변한다. 작가에게 과거는 어렵고 힘든 일이 많았지만 그 속에 힘차게 자리 잡은 엄마 때문에 추억과 즐거움과 기쁨이 가득하다. 소설의 주인공은 화자가 아니라 엄마다. 엄마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수퍼맨이다. 초인적인 육체적 능력을 발휘하지는 못하지만 자식들의 걱정과 고민을 해결하는데 천부적이다. 문제가 발생하면 허둥거리지 않고 차분하게 현실을 직시하고 해결한다. 그 최고의 백미는 딸 다그마르와 아빠의 병과 관련된 일이다. 이때 보여준 재치와 결단력과 추진력은 보는 이로 하여금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소설은 길지 않다. 한 소녀의 성장을 그려내기도 한다. 에피소드 중심이다 보니 각각의 이야기가 완결된 듯하면서 이어진다. 물론 그 모든 중심에 엄마가 있다. 가족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나타나 문제를 해결하는데 우연과 행운이 깃드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 우연과 행운도 알고 보면 엄마의 노력과 정성과 애정이 빚어낸 소산물이다. 만약 그녀가 우울하고 고뇌하고 주저하고 용기가 없었다면 이런 재미나고 가슴을 울리는 이야기들이 없었을 것이다.
이 소설은 연극으로, 영화로, 텔레비전 드라마로도 제작되었다. 아마 이 책이 지향하는 점이 미국적 가치관과 잘 맞는 것 같다. 고난, 가족애, 노력 등으로 자연스럽게 해결되는 문제들은 자극적인 것에 지치거나 현실의 힘겨움에 부딪히는 사람들에겐 휴식과도 같은 시간이 되었을 것이다. 곳곳에 힘을 발휘하는 엄마의 활약을 보면서 조금씩 잊고 있던 엄마의 모습을 상기하거나 자신과 너무나도 다른 현실의 환상에서 위안을 받고자 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말하자. 흔히 우리는 여자는 약하지만 어머니는 강하다고 말한다. 이 소설을 다 읽은 지금 그 강함은 어머니의 삶을 보고 자랐기에 그 딸들이 자신들의 자식들을 위해 강해질 수밖에 없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재미있고 빠르게 읽힌다. 그 시절의 한 단면을 엿볼 수 있는 장면들이 곳곳에 나온다. 가끔 불편하게 느껴질 때도 있지만 긴 세월을 통해 조금씩 변하고 있음을 느낀다. 화려하거나 탄탄한 이야기 구조를 가지고 있지 않지만 따뜻하고 훈훈함이 가득하다.
- 서평 도서의 좋은(추천할 만한) 점
현명하고 재치 있는 엄마의 활약이 가슴 속에 따스함을 전해준다.
- 서평 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
가족의 따스함을 느끼고 싶거나 멋진 엄마의 이상형을 보고 싶은 모두
- 마음에 남는 '책속에서' 한 구절
“네가 다시는 그런 짓을 안 하도록 만드는 것이 창피야. 하지만 카트린, 창피와 슬픔을 느낄 때, 그런 것으로부터 우리를 구원해 주는 것이 바로 웃음이란 걸 모르겠니?”(18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