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서 클라크 단편 전집 1953-1960 환상문학전집 30
아서 C. 클라크 지음, 고호관 옮김 / 황금가지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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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서 C. 클라크의 단편을 읽은 적이 있는지 모르지만 단편집을 읽기는 처음이다. 이 책 이전엔 대부분 장편이었다. 장편들은 거의 20대에 읽었다. 그 당시 나를 사로잡았던 장르문학의 하나로 SF소설은 굉장히 매력적이었다. 하지만 아서 클라크의 소설은 조금 색달랐다. 전쟁이나 모험으로 가득한 이야기가 아닌 탄탄한 과학 지식을 배경으로 새로운 우주와 인간을 보여준 것이다.  

 

 

 너무나도 유명한 <2001:우주 오디세이> 시리즈를 비롯하여 <유년기의 끝> 등은 다른 분위기에 놀라운 통찰과 인식으로 어리둥절하면서도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그래서 과학 지식이 부족한 나 자신이 어렵게 느꼈던 과학에도 불구하고 주저 없이 선택하였다. 물론 그 후 한 동안 그 책을 읽지는 않았다. 과학 이론을 충분히 이해할 시간도 능력도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단 잡으면 그냥 빠져들었다. 모르는 과학지식은 뒤로 하고, 그가 풀어내는 놀라운 미래 이야기가 충분히 흥미롭고 재미있기 때문이다.  

 

 이번 단편 전집은 이제 고인이 된 작가의 1937년부터 1999년까지 단편을 실고 있다. 나의 부정확한 기억에 의하면 이번 책에선 예전에 읽은 적이 없다. 물론 나의 기억이 믿을 만 하지는 않다. 하지만 장편을 주로 읽은 나에겐 신선하고 놀라우면서도 재미있다. 특히 서문에서 작가가 말하는 SF단편에 대한 이야기는 많은 점을 시사한다. 이질적인 배경을 창출해야 하는 과학 소설가들이 이 작업을 하기 위해 엄청난 지면을 할애해야 한다고 말한 부분이다. 한 예로 프랭크 허버트의 <듄> 시리즈를 말하는데 절대 공감한다. 이 소설을 읽을 때면 그 혹성의 풍경과 놀라운 생명체들을 머릿속에서 상상하는 즐거움을 만끽하는 동시에 낯선 풍경과 환경 때문에 착각을 하기도 한다.  

 

 총 33편의 단편이 있다. 기본적으로 연대순으로 나온다. 각 단편 밑에 작가의 간단한 해석과 출처가 표시되어 있다. 이번 단편집에서 자주 만나게 되는 다른 단편집이 한 권 있다. 그것은 <하얀 사슴의 이야기>다. 나의 귀차니즘 때문에 정확하게 세어 보지 않았지만 상당히 많은 편수가 실려 있다. 그 속에서 만나게 되는 이야기는 기존에 가지고 있던 작가의 이미지를 많은 부분 무너트리게 한다. 정확한 과학 지식을 배경으로 쓴 글도 있지만 왠지 허풍선이 같은 해리의 역할 때문이다. 그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보면 유머와 위트가 가득하다. 어쩌면 상당히 황당할 수 있지만 읽는 재미를 만끽할 수 있다.  

 

 너무 많은 단편이 실려 있어 하나씩 평을 하기가 쉽지 않다. 달에 대한 그의 관심과 애정을 드러내는 단편들과 먼 우주여행을 그려내는 이야기와 해리를 통해 흘러나오는 지구상에서 발생하는 놀라운 과학의 발명(?)들로 간단하게 구분할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이 범주에 포함되지 않지만 놀랍고 흥미로운 단편들이 곳곳에 있다. 그렇지만 각각 다른 이야기와 분야로 놀랍도록 정확하고 예언적인 미래를 지금 현실에 들어맞도록 풀어낸다. 그 속에 시대의 한계가 분명히 보이긴 한다. 누가 소련이 먼저 우주로 나갈 것으로 생각했으면 컴퓨터가 이런 발전을 가져올 것으로 생각했겠는가!  

 

 많은 이야기가 재미있지만 그중에서 인상적인 것이 있다. 소설 공모전에 떨어졌지만 1956년 휴고 상을 받은 <동방의 별>이다. 과학 지식과 종교를 연결하여 이야기를 풀어내는데 과학과 이성으로 놀라운 현상을 해석하고 있다. 물론 그 현상을 어떻게 해석하는냐에 따라 수많은 답이 있을 수 있다. 그리고 해리의 이야기 몇 편은 정말 재미있다. 컴퓨터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해학적인 이야기인 <평화주의자>나 밀주를 만들면서 발생하는 소동을 다룬 <주동자>나 새로운 자연의 보고인 바다를 과학 지식과 욕망으로 풀어낸 <바다를 캐는 사람> 등은 특히 인상적이다. <육식동물>과 <임계질량>의 마지막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반전을 보여주었다. 이런 작품들은 기존에 가지고 있던 작가의 이미지를 깨는데 큰 영향을 주었다. 그렇다고 이 단편집에서 기존에 작가가 보여주었던 작품의 모습이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다른 작품들이 주는 위트와 해학이 더 강하게 다가온 것뿐이다. 다른 단편집도 빨리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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