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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주식회사 - 질병과 비만 빈곤 뒤에 숨은 식품산업의 비밀
에릭 슐로서 외 지음, 박은영 옮김, 허남혁 해설 / 따비 / 2010년 12월
평점 :
절판
책을 모두 읽은 후 다시 책을 보니 접어놓은 곳이 상당히 많다. 최근 나의 책읽기는 귀차니즘 때문에 접는 곳도 밑줄 치는 곳도 거의 사라졌다. 그런데 이렇게 많은 곳을 접었다는 것은 이성과 감성에 와 닿는 내용이 그만큼 많았다는 의미다. 그 대부분은 낯선 사실들인데 미국의 판박이가 되어가는 우리의 현실을 생각할 때 섬뜩한 마음이 들지 않을 수 없다. 그것은 단순히 먹을 것과 삶의 질을 넘어 생존으로까지 인식이 뻗어나가기 때문이다. 그리고 최근에 읽은 몇 권의 책에서 얻은 지식을 다시금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모두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는 영화 자체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고, 로버트 케너 감독의 개인적인 제작 후기와 <패스트푸드의 제국>의 저자 에릭 슐로서와의 인터뷰를 포함한다. 많지 않은 분량이지만 현재 미국의 흐름을 대강이나마 알 수 있게 한다. 그리고 소위 야채모독법으로 불리는 식품비방금지법의 무서운 현실을 마주하게 된다. 권력을 가진 식품회사가 어떻게 일반 대중을 효과적으로 겁주면서 식품에 대한 진실을 원천봉쇄 하는지 알게 되었다. 하지만 그는 담배회사의 권력을 줄였던 과거를 생각하며 우리의 노력이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란 희망을 품는다.
2부는 좀더 구체적인 이야기 속으로 들어간다. 유기농과 식품과학과 식품과 기후변화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내면서 자본과 식량이 어떻게 맺어져 있는지 보여준다. 특히 “지구상에서 가장 강력한 힘을 가진 것은 다름 아닌 비즈니스다.”(111쪽)란 문장을 읽으면서 불과 며칠 전 읽은 박범신의 신작 <비즈니스>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유기농이 우리의 건강한 삶에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고, 유기농이 식품을 넘어 생존이라고 말한 대목에선 오랫동안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식품과학이란 소재로 넘어가게 되면 유전자조작이나 개조 같은 현실을 만나게 된다. 이 주제는 책 속에서 약간 상반된 의견이 나온다. 지구촌 기아라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필수적이라는 피터 프링글의 주장은 이 식품이 지닌 위험성을 지적한 유기농소비자연합과 로니 커민스의 글에서 충돌이 발생한다. 피터가 “오늘날 유전자변형 반대자들의 두려움을 부풀려졌을 가능성이 크다.”(135쪽)고 말한 반면에 커민스 등은 “유전공학 생산물들은 사람의 건강에 유독하며 위험을 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명백히 드러난 상태다.”(149쪽)라고 주장한다. 이에 대한 사례를 나열하는데 이런 프랑켄푸드의 위험에 눈길을 주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식량부족으로 기아에 허덕이는 수많은 사람들을 생각하면 척박한 땅에서 제대로 수확을 얻기 위한 하나의 수단이 아닌가 하는 고민을 하게 된다. 물론 여기엔 몬샌토 같은 유전자 조작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기업에 대한 견제와 필요한 사람들 손에 쥐어주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고 이것을 역설하고 있다.
최근에 개인적으로 관심을 가지는 식품이 옥수수다. 한때 바이오디젤로 불리며 석유의 대체에너지로 인식되었던 식품이다. 이 옥수수가 미국 경제와 세계 경제와 기아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다른 책에서 어느 정도 인식하고 있었지만 이 책은 더 깊은 곳으로 들어가고, 자료를 보여주면서 에탄올 사기극을 파헤친다. 특히 “25갤런 들이의 SUV 차량 연료통을 채우기 위해 소요되는 곡물이면 한 사람이 1년 내내 먹을 약식이 된다.”(172쪽)는 지적에선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전에 이 연료가 가난한 사람들의 식량부족과 기아에 미치는 문제만 생각했지 얼마나 심각한 것인지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런 단순한 사실이 세계화와 식량의 무기화를 제대로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고, 관련 단체와 언론이 만들어낸 허구를 직시하게 만든다.
값싼 식품 이야기로 넘어가면 법의 약점을 꼭 파고든 혹은 계획한 사실을 알게 된다. 수많은 하청업체를 통해 최상층부의 책임문제를 교묘하게 벗어난 것이다. 이것은 다시 한국의 수직적 하층구조를 생각하게 만든다. 자신들의 책임을 밑으로 전가시키는 방식 말이다. 그리고 “상품은 자유롭게 무역하지만 사람들에게는 닫힌 국경의 땅, 미국에서는 국경을 통과할 때 이미 거기서부터 자기 권리가 무엇인지를 점검할 수 있다.”(239쪽)는 문장에서 자유무역이란 용어가 지닌 허구성과 자기기만을 보게 된다. 이 문제들은 자본과 식량의 장으로 넘어가면서 요약 정리되는데 어두운 현실에 고개를 떨구지 않을 수 없다. “2007년 한 해에만 인도에서 2만 5000명의 농부들이 자살을 했다.”(273쪽)는 예는 자본의 무자비한 자기증식과 파괴를 살짝 들여다보는 느낌이 든다. 이것은 우리의 농민들이 예전에 보여주었던 분신 등의 극단적 저항행위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마지막 3부에선 우리가 이것에 저항하기 위해 할 수 있는 것들을 보여준다. 먼저 <잡식동물의 딜레마>로 식품 등에 대한 나의 인식을 바꾸는데 큰 역할을 했던 마이클 폴란의 텃밭 가꾸기다. 이 조그마한 행동이 지구온난화와 개인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간결하게 보여준다. “큰 문제 대부분은 우리가 하는 매일매일의 작은 선택의 총합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며, 그 외의 것들도 필요와 욕구, 기호라고 하는 이름 아래 만들어진다.”(302쪽)는 문장은 삶에 대한 그의 깊은 통찰력을 보여준다. 이것은 영화 <불편한 진실>에서 고어가 전구 교체가 답이라고 말한 대목에 대한 답이자 인식의 시발점이다.
안전한 먹거리에 대한 문제는 결코 간단하지 않다. 하나의 식품에 대해서도 의견이 다수로 갈라지는 경향이 있기에 쉽지 않다. “궁극적으로 식품의 안전성은 개인의 선택과 양심의 문제라는 것이다.”(327쪽)에서 알 수 있듯이 남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개인이 풀어야 하는 주관적인 문제인 것이다. 이것은 다시 식품 영양에 대한 이야기로 가면 다시 고민하게 되는데 고대부터 전해져오는 생활습관의 원칙을 그대로 재현한다. 적게 먹고, 많이 움직이고, 과일과 채소를 많이 먹고, 현미 같은 도정하지 않은 곡물을 먹는 것 같은 습관 말이다. 이것은 다시 어린이 영양 개선과 개인에서 시작하여 지역공동체의 건강으로 문제인식이 옮겨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