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농장 비채 모던 앤 클래식 문학 Modern & Classic
조지 오웰 지음, 김욱동 옮김 / 비채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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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정도 나이가 있는 사람들이라면 이 책 제목을 모두 알 것이다. 제대로 읽지 않은 사람도 꼭 읽은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책이기도 하다. <동물농장>이란 고전이 학창시절 늘 추천도서 혹은 필독서로 올라왔고, 때로는 반공교육을 위한 하나의 교재로 이용되기도 했다. 나 자신도 읽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는데 아마 초반부를 잠시 훑어본 것이 전부가 아닐까 생각한다. 아니 그 당시 읽었다고 해도 정확한 의미를 모르고 읽었을 가능성이 더 많다. 그만큼 이 소설은 낯익고 많은 상징과 비유와 은유로 가득하다.

많은 고전들처럼 <동물농장>도 참으로 많은 출판사에서 번역 출간되었다. 모든 판본을 제대로 읽지 않았으니 정확한 비교를 하기 힘들지만 비채 판은 상당히 많은 주석을 달아놓았다. 처음에 이 주석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고민되었다. 이런 정치 우화 소설의 경우 주석자의 의도에 따라 작가의 원래 의도가 변질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적지 않은 주석이 이야기의 흐름 속으로 빠져 들어가는 것을 방해할 때도 많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 고민을 하다 주석을 하나씩 읽기 시작했고 나의 지식 한도 내에서 그 해석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주석들이 결코 한쪽으로 치우쳤다는 느낌을 전혀 주지 않았다. 그것은 아마 원작이 말하고자 하는 내용과 의미를 충실히 따르고자 한 덕분이 아닐까 생각한다.

내용은 너무나도 잘 알려줘 있다. 구 소비에트연방 초창기를 우화적으로 다루었다. 레닌의 분신인 듯한 돼지 메이저 영감의 꿈 이야기에서 시작한다. 공산주의에 대한 그의 희망을 동물농장의 동물들이 받아들이고, 협동하여 농장주를 몰아낸다. 러시아 10월 혁명이 바로 떠오른다. 이어서 나폴레온과 스노볼이라 불리는 두 돼지가 등장한다. 각각 스탈린과 트로츠키의 분신이다. 이 둘의 권력투쟁과 함께 소비에트연방의 초창기 인민들의 삶이 그대로 농장 속에서 재현된다. 그들이 외치는 구호와 삶의 변화는 역사 속에서 이미 실컷 본 소비에트나 북한의 모습을 너무나도 닮아 있다. 동물농장으로 바꾸었다고 해도 원래 목적은 밖으로 그대로 드러난다. 그래서 주석에 대한 고민도 함께 사라지기 시작한다.

워낙 유명한 작품이고 이 소설의 뒤편에 나오는 해설에서 충실히 소개되었을 테니 그 의도나 의미 등은 생략하겠다. 다만 읽으면서 어릴 때 본 만화 영화가 계속해서 머릿속에 맴돌았다. 그 영화는 반공영화 <똘이 장군>이다. 정확한 내용이야 기억할 수 없지만 이 영화가 머릿속에 떠오른 것은 바로 동물농장의 지도자 역할을 하는 돼지들 때문이다. <똘이 장군>이란 만화 영화 속에서도 공산주의자는 모두 돼지 혹은 늑대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런 캐릭터가 돼지가 지닌 욕심과 잡식성 탓으로 여겼는데 이 소설을 읽으면서 얼마나 많은 것을 이 소설에서 빌렸는지 깨달았다. 억지로 그런 만화를 만들어야 했던 당시 감독과 연출부의 창조성이 표절 아닌 듯한 표절로 이어질 수밖에 없지 않았나 생각한다. 한 가지 고백한다면 어릴 때 이 영화를 보고 정말 공산당은 모두 그렇게 생긴 줄 알았고, 이 영화를 무척이나 좋아했다.

단숨에 읽을 수 있는 분량이다. 조금 긴 중편 소설 정도다. 하지만 그 속에 담긴 이야기는 한 시대를 담고 있다. 그래서인지 눈은 활자를 쫓지만 머릿속은 그 이야기를 분석하고 해석하기 바쁘다. 그 시대 상황을 알면 알수록 많은 재미를 발견하는 것도 사실이다. 학창시절 이것저것 주워들은 것이 있어 대충 이해하는 데는 무리가 없다. 아마 대부분 사람들이 읽으면서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정도의 난해함과 비유로 가득하다. 그 이상 알게 되면 더 좋겠지만 그 정도만 알아도 충분히 왜 이 소설이 그렇게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지 알 수 있다. 

인간을 적으로 규정하고 투쟁하던 동물농장에서 인간들과 함께 축배를 드는 돼지들을 보면서 다른 동물들이 느낀 감정을 담고 있는 문장은 의미심장하다. “이미 어느 것이 돼지 얼굴이고 어느 것이 인간의 얼굴인지 도저히 구별할 수가 없었다.”(188쪽)는 문장은 원래의 의도가 변질되고 왜곡된 현실을 이보다 더 잘 표현할 수 없다. 모두를 위한다는 혁명이 소수를 위한 것으로 변할 때 썩은 내가 나고, 다시 혁명의 싹은 피기 시작한다. 이것은 또 자본주의가 점점 사회를 양극화 시키는 요즘 세대의 현실이자 미래 모습이다. 소수에게 부가 집중되고 나머지는 그들의 손발이 되는 현실. 이런 현실이 자신들의 노력 부족 때문이라고 세뇌하는 현실. 사유재산은 신성해서 누구도 손 델 수 없다는 믿음을 강요하는 현실, 악법도 법이라고 강요하며 법치주의란 화려한 거짓 껍데기를 뒤집어쓰고 있는 현실들 말이다. 이 책에 담긴 상징이나 비유 등을 해석하는 것도 즐거움이지만 현실의 우리 모습을 비추어 보는 것은 더 큰 즐거움이다.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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