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고 한 조각 내인생의책 푸른봄 문학 (돌멩이 문고) 8
마리아투 카마라.수전 맥클리랜드 지음, 위문숙 옮김 / 내인생의책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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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시에라리온에서 자란 한 소녀 이야기다. 내전 중에 반군에서 양손을 잃고, 그 전에 벌어진 성추행으로 아이를 낳은 마리아투의 실제 이야기다. 처음 이 책에 대한 소개글을 보면서 참으로 기구한 운명에 할 말이 없었다. 그런데 책을 읽으면서 마주한 사실들은 이보다 더했다. 그것은 단순히 마리아투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수많은 남녀들에게 실제 일어난 일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집으로 가는 길>에서 만난 소년병들의 무시무시한 행동이 나오면서 지옥이 현실에 재현된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마저 생겼다. 

분량은 많지 않다. 간결하게 이야기가 진행된다. 문명의 혜택을 전혀 받지 못하던 시골 소녀 마리아투의 어린 시절을 간략하게 말하면서 시작한다. 그녀는 아버지의 두 아내 사이에서 벌어진 갈등 때문에 고모집에서 자란다. 사랑을 많이 받았다고 말하는데 우리의 관점에서 본다면 그렇게 보이지 않는다. 이런 관점의 차이는 책을 읽는 내내 만나게 된다. 그것은 문화와 종교와 삶의 차이가 만들어낸 것이자 관습이라 부르는 악습이 빚어낸 것들이다. 특히 여자가 성인으로 인정받기 위해 할례를 받는 장면은 더욱 두드러지게 부각된다. 그 나라에서 어쩔 수 없는 문화라고 하지만 이런 악습이 그들의 발전을 가로 막고 있는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열네 살 소녀가 겪는 참혹한 장면은 앞부분에 나온다. 반군들이 올 것이란 소문을 듣고 안정한 곳으로 옮겨갔지만 먹을 것을 가져오라는 고모부의 강력한 요청에 마을로 되돌아간다. 진짜 지옥은 바로 이때부터 생긴다. 총으로 쏘아죽이고, 불로 태워 죽이는 학살을 넘어 강간과 마체테로 불리는 칼을 이용한 살인이 조금의 주저함도 없이 이어진다. 자신들의 말에 조그마한 토를 달아도 바로 죽는다. 임산부도 어린 아이도 마찬가지다. 얼마나 잔혹했으면 그녀가 잡혔을 때 죽음을 바랐겠는가. 그들이 보여준 잔혹 행위 중 하나가 살아있는 사람들의 양손을 칼로 자르는 것이다. 한 손도 아니고 양손 모두 말이다. 자비로운 죽음마저 그들은 용납하지 않는다. 

양손이 잘린 후 그녀는 다른 마을 사람들의 도움으로 살아남는다. 그 도중에 만난 남자의 망고 한 조각 도움은 정말 절실했다. 그녀가 잘린 손을 치료하기 위해 옮겨 다니는 중 한 마을에서 부딪힌 사건은 그 당시 사람들이 느낀 불안과 공포가 얼마나 무시무시했는지 알려준다. 소문과 의문이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살인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어쩌면 소년, 소녀병들의 살인행위보다 더 무서운 장면인지도 모른다. 조금도 남을 믿지 못하니 긴장과 공포 속에서 하루하루를 살아야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나중에 마리아투가 영국에서 평온한 상황을 마주할 때 악몽을 계속해서 꾸는 것과 묘한 대조를 이룬다. 

힘들게 프리타운에 도착한 그녀가 의사 등의 도움으로 상처를 치료하지만 예상하지 못한 임신 소식을 듣는다. 그리고 다행인지 모르지만 그녀처럼 양손을 잘린 사촌오빠와 언니를 만난다. 병원은 그녀처럼 양손이 잘리거나 다른 곳에 상처 입은 사람으로 가득하다. 이 장면을 보면서 이 참혹한 운명이 그녀만의 특별한 사건이 아님을 알게 된다. 하지만 그녀는 운이 좋은 편이다. 비록 낳은 아들을 잃게 되지만 신문 인터뷰와 사진으로 통해 서방에 알려지고, 시에라리온을 떠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거기에 교육을 받아 가족들과 차별화된 삶을 살 기회를 얻는다. 물론 이런 일들이 단순히 행운만으로 이루어질 수는 없다. 그녀 자신의 의지와 용기와 노력이 뒷받침 되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사실 책을 읽으면서 약간은 나의 개인적 바람인지 모르지만 왜 이런 내전이 발생하고 그런 참혹한 사건들이 일어나게 되었는지 그녀의 생각을 듣고 싶었다. 간략하게 설명이 나오기는 하지만 충분하지 못하다. 아마 이 때문에 더 깊은 감동으로 다가오지 못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집으로 가는 길>의 저자 이스마엘과 그녀가 만나는 장면은 시대의 두 피해자를 한 곳에서 보여주는 역할을 한다. 이 둘 모두 책을 썼고, 모두 베스트셀러가 되었다는 사실은 그만큼 우리가 평온한 환경에서 살고 있음을 알려준다. 가끔 만나게 되는 아프리카의 내전은 언제나 나에게 충격을 주고 평화로운 나의 삶에 고마움을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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