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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선행학습을 금지해야만 할까?
열린사회참교육학부모회 지음 / 베이직북스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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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선행학습을 금지해야할까?」꿈을 위한 평생공부

 

 

 

 

꿈을 위한 평생공부

 

2009년 국제비교연구에서 우리나라는 151개 고교에서 5612명이 참가하였고, 문제해결력 소양 평가에서 1위를 차지하고 학업 성취도에서 읽기 2위, 수학3위, 과학 4위를 기록했다고 한다. 국제비교에서의 이런 성취는 교육계는 물론 국민적으로 매우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P. 104

 

대한민국의 청소년들은 참 대단하다. 위와 같은 학업 성적이? 아니, 대부분의 학생들이 365일 내내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오직 공부에만 매달려 살아가며 마치 행복을 잠시 미뤄둔 듯, 공부외의 모든 것이 유보되어 있는 삶을 끈기있게 버텨내는 것이 대단하다. 난 학창 시절에도 어지간히 입시 공부에 집착하지 않았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그토록 열심히 할 수 있을까에 대해 혀를 내두르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과연 그들은 공부라는 참 의미를 알고 있는 것인지, 지금 외우고 있는 수학 공식과 영어 단어가 인생에 필요한 지식인지는 의문이다.

 

언젠가 미국의 미래학자인 앨빈 토플러가 "한국 학생들은 하루 15시간 이상 학교와 학원에서 자신들이 살아갈 미래에는 필요하지 않을 지식을 배우기 위해 허비하고 있다." 고 꼬집은 적이 있다.

P. 30

 

우리는 선행학습이라는 과도한 교육열을 바탕으로 사교육과 조기교육을 키워냈으며 청소년들을 15시간 이상 책상 앞에만 매달려 있는 괴물로 만들어내고 있다. 이는 나라를 망치는 고질적인 병폐, '망국병'의 근원이라는 비난을 뒤집어쓰고 있으면서도 그 기세는 멈출 줄 모른다. 「왜 선행학습을 금지해야할까?」는, 도대체 우리 교육의 문제는 무엇인지, 선행학습이 정말 문제의 근원이 되고 있는지,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지 등 우리가 선행학습을 통해 잃어버린 것들과 앞으로 찾아야할 것등을 구체적으로 조명한다.

 

앞서 말했다시피 나는 공부와는 전혀 인연이 없는 학생이었다. 부모님께서는 내가 공부를 하길 원하셨지만 별다른 강요를 하지 않으셨고 나 또한 학교에서 하는 공부에 전혀 의미를 둘 수 없었다. 서울대에 장학금을 받으며 입학한 2살 터울의 누나가 입학 후에도 공부에 매달려 있는 걸 보며 그 이유를 물어보니 "공부는 평생 하는 거야." 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땐 이해할 수 없었지만 지금은 누나의 말에 동의하고, 책 212페이지에 수록되어 있는 국제고등학교 1학년 최유진 학생의 사례에 절실히 공감했다.

난 그때 공부에 대해 착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대부분의 청소년들도 역시 공부라는 개념을 착각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걱정이 된다. 공부는 일반적으로 입시에 맞춰 수리, 언어, 외국어를 주입식으로 배우는 행동을 생각한다. 하지만 공부는 자신이 원하는 지식을 습득하는 데 의미가 있다. 수학자가 꿈인 아이는 개념 원리를 꾸준히 이해하는 게 공부가 되겠지만, 축구 선수가 꿈인 아이는 해외 축구리그를 시청하는 일이 공부가 될 수 있고, 프로 게이머가 꿈인 아이는 유명 프로 게이머의 강의 동영상을 보는 게 공부가 된다. 나는 요즘 하루의 대부분을 나의 꿈을 위한 공부로 시간을 보내며 즐거움을 느낀다. 그리고 학창 시절에 루트나 로그 따위를 배우며 낭비 했던 시간을 아깝게 생각한다.

 

그런데 중학교 1학년 때 학교 과학 선생님의 수업을 듣고 나서 이과로 진로를 정하게 되었어요. 그 때부터 확실한 저만의 꿈이 생겼죠.

'MIT에 진학해서 훌륭한 뇌공학 교수가 꼭 되겠다.' 이게 제 꿈이에요. 꿈이 생기고 나니 단순히 내일 시험이 있으니까 공부하고, 모레까지 숙제가 있으니까 공부하는 수동적인 생활에서 벗어나서, 제가 스스로 하고 싶은 공부를 찾아서 하게 되었어요. 학교 공부 이외에 스스로 하는 공부에 대해 저만의 커리큘럼을 제 손으로 짜보기도 했어요.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공부는 '당연한 것'을 넘어서 '즐거운 것'이 되어 있었어요.

물론, 학교를 다니다 보면 제가 하고 싶은 공부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 하는 공부가 제 꿈을 이루기 위한 단계라고 생각하니 공부하는 것이 정말 즐거워졌어요. 공부의 진짜 재미를 찾은 거죠.

P. 216

 

위 인터뷰는 국제고등학교 1학년에 재학 중인 최유진 양의 인터뷰다. 최유진 양은 사교육의 주범으로 찍혀(?) 늘 공격을 받는 국제중학교에서도 사교육을 받지 않고 혼자 공부해서 2년 내내 거의 1등을 놓치지 않으며 한 학년을 뛰어넘어 조기졸업을 하였고, 그 후에도 고등학교에서 선배들과 함게 공부하며 최상위권 성적을 유지하는 대단한 학생이다. 과연 최유진 양은 남들과 다른 두뇌를 타고 나서 이런 일이 가능할까? 그렇지 않다.

우리가 맹신하고 있는 선행학습은 오히려 학생들의 학업 의욕과 동기를 무너트리며, 불행하게도 그 효과는 미미한 것으로 밝혀졌다. 가장 가슴 아픈 일은 우리 학생들이 미래에 대한 꿈을 꾸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입시 공부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학생들은 뭘 하고 싶은 지, 뭘 해야할 지도 모른체 아무런 목적 의식없이 기계적으로 학교를 다니며 인생을 소비하고 있다. 학교 안에서 별다른 목표가 없기 때문에 시간을 보낼만한 탈선과 일탈을 생각하고, 시간을 때울만할 일을 찾다가 재미로 친구들을 괴롭히기에 이른다. 사실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이다. 현재 우리 사회엔 공부 잘하는 학교와 그렇지 않은 학교가 순서대로 줄 서있을 뿐, 학생들의 적성과 인성을 고려한 학교는 존재하지 않다고 봐도 무방하다.

 

학벌을 중시하는 사회에서는 보통교육 단계의 학교들까지 서열화하려고 든다. 얼마 전 우리는 그런 일을 경험한 바 있다. '학교 선택권 보장'과 '교육의 질 제고'란 미명 하에 도입된 자립형 사립고가 그것이다. 고등학교조차 '자립형 사립고, 특수목적고, 자율학교, 일반계고, 실업계고" 순의 서열 체계를 갖추게 되었다. 학교가 서열화디어 있는 비평준화 지역에서 오히려 학교간의 교육적 경쟁이 원천적으로 봉쇄된다는 경험적 사실을 외면할 작정인가?

P. 139

 

홍익대 수학교육과 박경미 교수는, 선생학습을 '일어서서 영화 보기'라며 조롱 했다. 영화관에서 맨 앞줄 관객이 일어나면 그 다음 줄 관객은 할 수 없이 일어서야 하고 결국 모든 사람이 일어나는 것과 같다. 선행학습은 일부가 시작하면 옆 사람은 눈치 보며 따라할 수밖에 없다. 앉아서 보나 서서 보나 동일한데 괜히 일어나 관람함으로써 피로감만 쌓이는 것처럼, 선행학습은 소모적이라는 뜻이었다. 공교육의 붕괴와 사교육비로 인한 가정경제 파탄 등 학생, 학부모, 교사 모두가 원치 않는 선행학습은 가장 먼저 일어선 학부모의 조바심과 이기심으로 시작 됐다. 그리고 그런 조바심과 이기심을 부추긴 정부의 교육 제도는 장기간적으로 돌아볼 필요가 있다.

나는 아직도 훗날 자녀가 생겼을 때 어떻게 교육을 시켜야할 지 많은 고민이 된다. 불안감을 이기지 못해 남들과 같이 선행학습의 늪에 빠질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때 「왜 선행학습을 금지해야할까?」을 읽으며 느꼈던 교훈을 바라보게 된다면 아마도 꿈을 위한 교육을 시킬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나와 같은 고민을 가진 학부모, 예비 학부모가 있다면 「왜 선행학습을 금지해야할까?」를 읽으며 선행학습에 대한 오해와 문제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는 게 좋을 것이다.

 

루소의 에밀 중에 이런 글귀가 있다. "자식을 불행하게 만드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언제나 무엇이든지 손에 다 넣어 주는 일이다." 이 한 마디에 '부모 역할'의 요체가 숨어있다. 진정 자녀를 사랑한다면 수동적으로 끌고 다니기보다 스스로 능동적으로 움직이게 이끌어야 한다. 그것만이 자녀가 공부를 '고통'이 아닌 '행복'으로 느끼게 하는 유일한 비결이다.

P. 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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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야, 우리가 미안하다 - 따뜻한 신념으로 일군 작은 기적, 천종호 판사의 소년재판 이야기
천종호 지음 / 우리학교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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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야, 우리가 미안하다」새싹들과 소통하기


 

 

 

새싹들과 소통하기

먼 훗날 자녀를 가지고 됐을 때 내 자녀들을 마음놓고 학교에 보낼 수 있을까? 요즘 벌어지고 있는 청소년 관련 범죄의 낱낱을 보면 배움의 전당이어야 할 학교가 단지 사회 생활의 전초전이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권력과 탐욕이 난무하고 개인의 쾌감과 이익만을 추구하며 약자를 괴롭히는 일상이 나날이 지속되고 있다. 게다가 가해자와 피해자가 아직 내면적인 성숙도에 솜털밖에 나지 않은 어린 아이들이라는 점이 더욱 무섭다. 피해자가 받는 평생의 고통 또한 무서운 것이지만 가해자의 마음에 새겨질 날카로운 가시 시도 무시하지 못할 끔찍한 산물이다. 여린 마음속에 독한 바늘을 품고 있는 아이들을 하나의 개체적인 괴물로 키워나가느냐, 아니면 돋아난 상처에 따스한 위로를 품어주느냐를 최종 결정하는 곳은 법원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법원의 판정을 단지 형벌로서 받아들이는 일과 참회의 기회로 받아들이는 일은 천지 차이다. 「아니야, 우리가 미안하다」에서는 오갈데 없는 가시 돋힌 마음을 편히 쉴 수 있도록 최선의 배려와 사랑의 매를 휘두르는 천종호 판사의 소년재판 이야기가 담겨 있다.

 

비행을 저지른 소년 역시 아직 소년이기에 얼마든지 다시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다. 소년범죄는 충분한 보호와 감독, 적절한 교육을 통하면 치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에 청소년 스스로의 노력과 더불어 사회적 차원에서 우리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비행을 교정하기 위한 노력이 빠른 시간 안에 결실을 맺기는 물론 힘들다. 하지만 소년비행이 성인범죄로 나아가기 전에 그들에게 손을 내밀어준다면 그들은 비행의 그늘에서 벗어나 우리 사회의 건강한 구성원의 한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소년들의 인생에 서둘러 마침표를 찍기전에 그들이 발 딛고 선 벼랑 끝, 그 가파른 현실에 먼저 눈을 돌려야 할 것이다. 그래야 진정한 어른이고, 그래야 어른 대접도 받을 것이 아닌가.

P. 195

 

문예창작과에 입학해서 사랑이나 절망 등 무수히 많은 소설 속 주제를 접했지만 그 중 가장 가치 있는 주제로 마음에 와닿은 건 바로 소통이었다. 세대간의 격차, 빈부간의 격차는 물론 사람과 사람간의 격차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오로지 소통뿐이라는 생각이 시도때도 없이 들었다. 소년범죄를 저지르는 아이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아직 표현하기에 어색하고 서투르다. 소년범죄가 갈수록 급증하고 사태가 심각해지는 지경에 비른 것은 어쩌면 그들의 이야기에 점점 더 귀를 기울이지 않는 어른들의 책임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막 사회에 피어나는 새싹들이 무사히 안착해서 아름다운 꽃을 피우기 위해 어른들의 노력이 더욱 필요할 때다.

 

"목사와 복음성가 가수가 되는 것이 꿈이라고?"

"네."

"그래? 그럼 복음성가 한 곡 불러볼래?"

재판을 받으러 왔다가 느닷없이 노래를 부르라는 주문을 받자 현수는 몹시 당환한 듯했다. 한참을 망설이다, "일반 가요를 부르면 안 되겠습니까?"라고 말하는 현수를 보자 가벼운 처분을 받기 위해 건성으로 목사가 되겠다고 말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호통을 쳤다.

"목사가 어떤 직업인지 알고는 있는 거냐? 목사와 복음성가 가수가 희망이라면 적어도 언제 어디서나 복음성가 한 곡 정도는 부를 수 잇어야 하지 않느냐!"

(중략)

"판사님, 어차피 소년원에 갈 아이인데 무슨 말을 하려 했는지 한번 들어주시면 안 될까요?"

이 말에 아차 싶었다. 늘 '청청'과 '경청'이라는 글자를 마음에 새기며 재판에 임하려 노력하고는 있지만 판사도 사람인지라 간혹 놓칠때가 없지 않다. 이럴 때 주변에서 그걸 일깨워주는 사람이 있으면 큰 도움이 된다. 나는 현수를 다시 불러들였다.

"하고 싶은 얘기가 있느냐?"

그러자 현수가 울먹거리며 말했다.

"복음성가를 부를 수 있습니다."

이윽고 현수가 떨리는 목소리로 가쁜 호흡을 몰아쉬며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눈물에 젖은 아이의 애절한 목소리가 법정에 낮게 울려퍼졌다.

법정은 일순 숙연해졌고 눈시울을 적시는 분들도 있었다. 그들은 오후 내내 소년들의 안타까운 사연에 눈물을 흘려야 했는데, 그 눈물이 채 마르기도 전에 또다시 현수로 인해 울게 된 것이다.

P.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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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을 먹다 - 음식으로 풀어낸 서울의 삶과 기억 서울을 먹다
황교익.정은숙 지음 / 따비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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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을 먹다」진짜 맛이 나타났다! 


 

 

진짜 맛이 나타났다!

예전에 여자친구를 사귈 때 곤혹스러운 일 중 하나는, 여자친구가 맛집에 너무 집착하는 일이었다. 학교 근처의 멀쩡한 음식점은 거들떠도 안 보고 유명 블로그나 TV에 나온 맛집만을 고집하며 자신의 식탁으로 정했다. 오늘도 고군분투 진정한 맛집을 찾아다니는 진정한 미식가 블로거들에겐 죄송한 말이지만 사실 블로그에 올라오는 맛집에 대한 신빙성은 제로에 가깝다. 소정의 원고료를 받으며 포스팅 해 주는 일이 비일비재하며 취미로 블로그를 운영하며 포스팅의 댓가로 무료 시식을 요구하는 횡포를 부리는 블로거도 있다.

이런 블로거들의 만행도 TV 맛집 기행 프로그램에는 못미친다. 맛집 기행 프로그램은 방송에 적합한 메뉴를, 가공의 음식을 만들어주는 브로커가 존재하며 천 만원 가량을 뒷돈으로 넣어주며 주요 방송사 출연을 하기도 한다. 이쯤되면 '맛'을 찾기 위한 노력은 의미없는 행동으로 보이기까지 한다.

「서울을 먹다」 는 이와 비슷한 맥락으로 서울시의 '서울의 전통음식점 발굴지정' 사업 공고를 꼬집는다. 지역의 식재료와 고유의 조리방법을 써서 한국음식의 맛과 향을 이어 가는 친환경 음식점을 대상으로 꼽았지만, 근대화 이후 서울 곳곳에서 발생한 '동네 음식'은 선정되지 않았다.

 

장충동 족발, 신림동 순대, 신당동 떡볶이, 을지로 골뱅이, 마포 돼지갈비, 왕십리 곱창 같은 것들이다. 서울시에서 이런 음식을 내는 식당들을 선정할까 의심이 들었는데, 결과는 의심을 현실화하였다. 서울시에서 내놓은 결과물은 '서울시 선정 자랑스런 한국음식점'이었고 한정식집, 한국정통음식점, 쇠고깃집, 횟집 등이 주로 선정되었다. 위생과 규모 등도 감안한 것이겠지만, 내 눈에는 '서울시 공무원 접대하기 좋은 음식점 목록'으로만 보였다. 서울시는 이 자랑스런 한국음식점 선정 사업을 매년 지속하고 있다.

P. 13

 

음식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허영만의 '식객'을 잊을 수가 없다. 만화가 인기를 끌고난 후에, 비록 흥행하지는 못했지만 영화와 드라마로까지 제작되며 큰 인기를 얻었고 각종 포털 사이트에 맛집이라는 카테고리를 만들어낸 컨텐츠다. 무엇보다 식객이 재밌었던 이유는 음식에 국한되지 않고 음식에 포함되어 있던 정체성, 이야기를 풀어나갔기 때문이다. 「서울을 먹다」도 이를 놓치지 않는다. 해방과 민족 상잔의 아픔을 겪은 이후 먹을 거리를 고민하던 서민들에게 큰 힘이 되어준 음식들부터 젊은 세대 입맛에 맞게 조리된 서울에서 먹을 수 있는 일본 음식까지, 그야말로 가장 서울과 어울리며 서울에 맞는 음식들을 소개해놨다. 우리들의 서울 살이와 같은 시간을 보낸 음식들, 그 추억과 손맛이 배긴 진짜배기 서울의 맛을 느껴보기 좋음 음식들이 먹음직스럽게 차려져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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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집 혁명 - 100년 후를 내다보는 자녀양육법
애나 캠벨 지음, 주정자 옮김 / 푸른지식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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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집 혁명」아이와 함께 성장하는 성장 메뉴얼


 
아이와 함께 성장하는 성장 메뉴얼

 농사 중 가장 어려운 농사는 자식 농사라지만 요즘은 너무 이자식이고 저자식이고 형편없는 수확물이 되는 경우가 많은 거 같다. 청소년 범죄가 사회적인 문제로 끊임없이 대두되면서 정말 입이 떡 벌어지지 않고선 못베기는 사건들이 연달아 터지고 있다. 부모된 입장에서야 아이들이 유능하고 현명하며 사려 깊은 아이로 키는 것을 원하면서 빛과 소금을 주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가보다. 「벌집 혁명」의 저자 애나 캠벨은 그 중에서도 미래에 대한 준비를 전혀 하지 않는 점을 꼭 짚어내며 경종을 울린다.

인구과잉, 급등하는 유가, 기후 변화, 식량 부족, 세계화, 자연재해, 에너지 부족, 전쟁, 테러, 핵 확산, 유전 공학, 인구 고령화, 물 부족, 사회 불안, 무너지는 사회 기반, 경지 면적의 손실, 세계적 유행병, 심신 장애 등 앞으로 생존에 심각한 장애를 초래할 문제에 대해 우리가 너무 안일하게 대처하고 있음을 알려주고 아이들에게 물려줄 지구를 걱정하고 있다. 그리고 어떻게 하면 아이들에게 효과적으로 지구를 물려줄 것이며, 또한 아이들에게 지구, 세계와 공존하는 지혜를 가르친다. 

만약 이웃집 아이가 사나운 개한테 쫓기는 장면을 본다면, 누구라도 아이를 구하려고 뛰어가서 달려들 것이다. 또한 술에 취한 사람이 가게 앞에서 아이들에게 겁주는 장면을 본다면, 그 아이들을 안전하게 지켜주려 할 것이다. 자기 아이가 혼잡한 도로에 떨어진 공을 주우려고 뛰어드는 모습을 본다면, 분명히 큰소리로 경고할 것이다.
어떤 사람이든 자식의 안전이 당장 위협받는 장면을 본다면 신속하면서도 단호하게 행동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대다수의 사람은 먼 훗날 아이가 맞닥뜨릴 위협에 대해서는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아니 그런 문제가 일어날 가능성 자체를 꿈에도 생각하지 않는다.
P. 13

그녀가 제시한 아이들과 함께할 수 있는 활동 중 텃밭 가꾸기는 특히 마음에 드는 부분이었다. 텃밭은 아이들의 내적 성장을 촉진시킬 수 있는 좋은 활동일뿐만 아니라 부모 자신 또한 같이 성장할 수 있는 가족의 터전이 될 것이라 생각 했다. 무라야마 유카의 연작 소설 「별을 담은 배」의 주인공 중 한 명은, 아내의 만류와 주위 사람들의 눈총을 받으면서도 주말을 통째로 소비하며 자신이 가꿀 텃밭을 찾아헤매곤 한다. 자신이 안주할 땅으로 텃밭을 선택했고, 초록 빛깔 여러가지 작물과 함께 마음도 같이 심는 것이다. 이처럼 아이들에게, 혹은 나에게 양방향적 소통을 느낄 수 있는 텃밭 가꾸기는 여러모로 유용한 지혜임이 틀림없다. 

또한 텃밭은 아이들에게 인생을 가르치기에 이상적이다. '뿌린 대로 거둔다'거나 '모든 것은 사랑으로 자란다',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와 같은 옛말의 의미를 불현듯 깨달을 수 있다. 아이들은 보답을 받으려면 노력을 쏟아야 한다는 사실을 경험으로 알게 된다. 또한 자신이 누리는 현재 생활 방식의 많은 부분을 사회가 제공한 것이라는 좋은 교훈 또한 얻을 수 있다.
P. 177

아이들은 종종 어른들에게 순수한 가르침을 올려주곤 하는데, 이에 관해 굉장히 인상깊은 TV광고가 있었다. 이제 막 돌을 지난 듯한 어린 아이 두 명이 나와 수화기 장난감 하나를 가지고 사이좋게 노는 광고였다. 그 중 한 아이는 청각 장애를 가지고 있는 아이였는데, 이는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부수려는 공익 광고였던 것이다. 재밌는 점은 광고의 비하인드 스토리다. 그 광고를 촬영했던 감독이 방송에 나와 광고를 찍기 전 많은 고민을 했다는 말을 했다. 만약 그 두 아이가 사이좋게 놀지 않으면 촬영에 큰 차질이 빚어질 거라는 걱정이었다. 하지만 매우 우습게도 두 아이는 아무런 거리낌 없이 서로를 배려하며 순수한 우정을 나누었고 감독의 걱정이야말로 장애에 대한 편견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이처럼 어른은 아이와 함께 성장할 때가 있다. 「벌집 혁명」도 마찬가지다. 단순히 현명하고 유능하며 사려 깊은 아이로 만들기 위한 책이 아니다. 아이들과 함께 나 자신도 성장할 수 있는 훌륭한 지구 구원 성장 메뉴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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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운 책 2012 - 지난 한 해 우리가 놓친 숨은 명저 50권 아까운 책 시리즈 2
정혜윤.김갑수.강양구 외 지음 / 부키 / 2012년 4월
평점 :
절판


 

2011년 책을 항해하는 나침반

사람마다 좋아하는 풍경이 다르다. 누구는 탁 트인 바다를 좋아하고 누구는 숲이 빼곡한 산을 좋아한다. 그런가하면 봄햇살을 좋아하는 이가 있고 봄비를 좋아하는 이가 있다. 나는 특이하다면 특이하게도 정오에 비추는 태양보다 자정에 빛나는 별을 더 좋아한다. 마주 바라보지도 못하는 태양보다 밤하늘의 까만 공백을 메워주는 별들에게 더 감격한다. 나에게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이 닥쳐도 항상 그 자리에서 담담하게 빛을 보내주는 그들에게 위로 받는다. 그 빛이 이미 오래전에 사라지고 남은 흔적이기에 더 여운이 남는다. 그런 나에게 별과 같은 존재가 하나 더 있다. 바로 책이다.

 

우주에는 정말 많은 별이 있습니다. 천억의 천억 제곱 개라고도 하고 지구 위의 모래알보다 훨씬 많다고도 하지요. 그러나 이 별들 가운데 맨눈으로 볼 수 있는 것은 수천 개 정도입니다. 겉보기 등급 6등성까지의 별이지요. 인류는 이 가시권 안의 별들을 보면서 꿈을 꾸고 좌표로 삼아 왔습니다. 고대의 항해사나, 식민지에서 태어나 별 헤는 밤을 보낸 시인이나, 알프스 도데 소설 속 양 치는 목동이나 다 마찬가지였을 겁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별은 인류에게 감흥을 주지 못합니다. 읽지 않은 책은 세상에 없는 책이나 마찬가지고요. 

P. 7

 

책이란 항상 내곁에 머물며 연인이 되어 주기도 하고 친구가 되어 주기도 한다. 언젠가는 따끔하게 혼내 가르침을 주는가하면 상냥히 보듬어 위로해주기도 한다. 그런데 미처 바라보지 못하고 사라져 버리는 책들이 있다. 한국에서 볼 수 있는 별이 제한되어 있는 것처럼 우리의 시야 밖에서 정처없이 떠도는 책들이다. 그 놓쳐버릴 아까운 책들을 가시권 안쪽으로 데려와 주는 책이 바로 「아까운 책」이다.

 

한 해 우리 도서 시장에 새로 나오는 책이 4만여 종이라고 한다. 우리나라 성인 일인당 연간 평균 독서량은 열 권 남짓으로, 이 결과를 토대로 생각하면 4만 종의 신간 중 열 권을 읽는 것이다. 이 중 자신의 취향에 맞는 책을 고르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오랜동안 책을 탐하고 벗으로 삼아온 독서광들도 자신에게 맞는 책을 고르는 건 매우 어렵다. 어떤 책은 명백한 명저임에도 불구하고 취향에 맞지 않아 덮게 되고, 어떤 책은 지면을 낭비하고 있다는 생각만 드는 것도 있다. 「아까운 책」은, 책들과의 무수히 많은 인연 중에 마치 큐피트가 짝을 찾아 화살을 쏘아주듯 나에게 빛과 소금이 될 책들을 골라 담았다.

 

「아까운 책」은 2011년 종합 베스트셀러 100위 이내의 책은 제외한다는 최소 기준만을 남기고 50명의 저자들이 꼽은 책 50권을 소개하고 있다. 인문, 사회, 경제·경영, 문학, 어린이·청소년, 과학, 문화·예술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입맛에 맞게끔 포진해놨다. 서평을 실은 50명의 저자들은 책읽기의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전문 독서광(?)들이다. 그만큼 각 책의 핵심과 주제를 훌륭하게 설명, 혹은 묘사해놨고 문체와 필력 또한 웹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리뷰와는 다르다. 그동안 봐왔던 서평이 고등학생 정도의 과외였다면 이 책에 실린 서평은 서울대 수석 학생정도의 과외라고 보면 된다. 한 해를 그냥 넘기기에 아까운 책을 알게 되는 순기능 외에도 탄탄한 서평을 감상하는 옵션까지 달려 있으니, 이건 맛있는 양서를 제대로 즐길 수 있는 코스 요리를 대접 받는 기분이다.

 

어른들이 아이들의 안전사고에 신경을 쓰는 것이나 아파트 층간 소음 문제로 골머리를 앓는 것도 알고 보면 다 아이들의 천방지축 때문이다. 물론 우리는 다 알고 있다. 아이들은 본디 뛰어놀며 자라야 한다는 것을. 하지만 주위를 둘러보자. 도시 생활이란 이 생기 넘치는 아이들에게 얼마나 부적당한가. 주택가 골목이든 아파트 주차장이든 자동차가 없는 곳이 없고, 익명의 이웃은 믿기 어려우며, 어른들의 삶도 바로 앞이 보이지 않을만큼 팍팍하다. 그러니 아이들은 가정이나 학교, 학원에서 얌전히 '관리'되어야 한다. 자유보다는 안전이랄까? 놀이터나 골목길보다 텔레비전이나 컴퓨터 앞에서 노는 것이 훨씬 안전하다는 것은 사살이되 슬픈 일이다. 아동 문학이 좀 더 떠들썩하고 흥미롭고 즐거워야 할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중략)

「보물섬」이나 「허클베리 핀의 모험」같은 작품들은 모두 당대의 시대적 흐름 속에서 쓰여진 것들이니 우리에게 바다로 나가는 위대한 소년 정신 같은 걸 기대하는 게 무리라면 무리다. 게다가 뒷산에 개구리 잡으러 가는 것도 불안한 요즘에는 가상의 아이들일망정 그들에게 모험을 권하기도 몹시 미안한 일이 되어 버렸다.

P. 315

 

나는 베스트 셀러 코너를 굉장히 신뢰하지 않는다. 양산적인 느낌과 상업적인 냄새가 폴폴 풍기기 때문이다(실제로 출판사는 3T 전략(Time, Table, Taget)을 통해 베스트 셀러를 창조하곤 한다). 또한 주위에 책을 많이 읽는 친구가 없어서 추천 받는데 곤란함을 겪기도 한다. 이처럼 좋은 책을 만나는 항해에 난항을 겪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아까운 책」에 정박하고 있는 책 좀 읽은 형, 누나들과 간단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으로 나침반을 바로 잡아보자. 또한 아직도 스스로 마주할 책을 고르지 못하고 베스트 셀러 코너 앞에서 서성거리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아까운 책」 을 놓치지 말길 바란다. 

 

  

 

아까운 책

작가
강양구, 강인규|임승수|정혜윤|김갑수|목...
출판
부키
발매
2012.04.27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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