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네가 얼마나 행복한 아이인지 아니? - 여행작가 조정연이 들려주는 제3세계 친구들 이야기, 개정판
조정연 지음, 이경석 그림 / 와이즈만BOOKs(와이즈만북스)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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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넌 네가 얼마나 행복한 아이인지 아니?」불행에서 배우는 행복 

 

 

 

 

 

 

 

넌 네가 얼마나 행복한 아이인지 아니? - 
조정연 지음, 이경석 그림/와이즈만BOOKs(와이즈만북스)

 

 

 웹서핑을 자주 하다보면 눈살을 찌푸리게 되는 경우가 많다. 대한민국 온라인은 매사에 불만으로 가득 차 있고 대한민국은 불평이 넘치는 곳이라는 생각마저 든다. 정도가 과한 네티즌을 보면 이런 말을 해주고 싶다. 넌 네가 얼마나 행복한 아이인지 아니? 대한민국에 해주고 싶은 말이기도 하다. 

 

 베냉 소녀 야미나타는 8살 때 좋은 일자리를 소개해준다는 이야기를 듣고 가봉으로 팔려와 현대판 하녀와 같은 생활을 했다. 먹을 것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하루종일 중노동에 시달렸다. 경찰서로 탈출해봤자 소용없다. 고향으로 가볼테면 가보라는 식의 수수방관이다. 세계적인 관광 도시 두바이에서 펼쳐지는 낙타 경주에는 유치원에 다녀야 할 나이의 아이들이 시속 65km로 달리는 낙타에 매달려있다. 낙타 전용 수영장까지 있을 정도로 부유한 곳에서 낙타몰이꾼 아이들에게는 물을 주지 않는다. 가벼워야 낙타가 더 잘 달릴 수 있다는 이유다. 4살 때 수면제가 들어간 사탕을 받아 먹고 납치되어 온 알스하드는 7살이 되어도 몸무게가 그대로다. 아버지가 천신만고 끝에 알스하드를 찾아내긴 했지만 비자가 만료 됐다는 이유로 추방당하기만 했다. 빚을 갚지 못해 신부로 팔려가는 어린 소녀들. 쓰레기장에서 살며 하루종일 음식 찌꺼기를 찾는 아이들. 부모님이 살해 당하고 그대로 반군 손에 키워져 마약과 총성에 찌든 소년병들. 「넌 네가 얼마나 행복한 아이인지 아니?」에는 이런 행복과는 거리가 먼 불행 속에 사는 아이들의 믿지 못할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이 책에서 등장하는 불행에서 배울 수 있는 건 바로 행복이다. 남의 불행은 곧 나의 행복이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나에게 주어진 현실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깨닫고 감사의 마음을 가질 줄 알며 행복을 찾을 수 있다는 말이다. 좋은 일자리를 통해 가족을 먹여 살리려던 야미나타는 베냉에서 가봉으로 가는 도중 나룻배 위에서 난생 처음 바다를 봤다. 처음 만난 바다에서 느껴지는 황홀감과 아름다움은 곧장 굶주림과 혹독한 태양열에 의해 광폭한 존재로 탈바뀜한다. 이렇게 사람은 희망과 절망만으로도 자신의 풍경을 쉽게 바꾼다. 그런데 우리는 희망으로 넘치는 삶을 살면서도 왜 아름다운 풍경을 가지지 못하는 걸까? 

 반 세기전 우리나라는 「넌 네가 얼마나 행복한 아이인지 아니?」의 배경으로 나오는 가난한 나라에 못지 않게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로 꼽히던 나라다. 한강의 기적을 이루어내고 눈부신 성장을 달렸지만 과연 국민의 행복에 관한 인식의 성장은 얼마나 이루어 냈을까? 

 쓰레기장에서 살며 하루종일 음식 찌꺼기를 찾아 헤매는 아이들도 쓰레기 더미 위에서 즐겁게 뛰어논다. 우리는 우리 아이들에게 행복과 만족, 감사의 마음이 없는 쓰레기장에서 뛰어놀고 있는 게 아닌지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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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리는 글쓰기
나탈리 골드버그 지음, 차윤진 옮김 / 북뱅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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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버리는 글쓰기」글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해

 

 

 

 

버리는 글쓰기 - 
나탈리 골드버그 지음, 차윤진 옮김/북뱅

 

 

 

 글쓰기는 무척 괴롭다. 내가 아는 한 글 쓰는 사람 중 괴로움을 느끼지 못한 사람은 한 명도 없다. 써야되는 글이 있을 땐 단 10분만에 써낼 분량이라도 그 내적인 강요가 너무 힘겹다. 그런데 나는 도대체 왜 계속 글을 쓰는가. 글로 뚜렷한 명예를 얻은 것도 아니고 생활을 유지할만큼 수입이 있는 것도 아니다. 나탈리 골드버그가 워크숍에 참가한 학생에 했던 말이 나에게도 큰 비수로 꽂혔다. "안녕하세요. 저는 엔지니어입니다. 일 년에 4만 6천 달러를 버는데요, 글쓰기를 해서 그 정도를 벌려면 얼마나 연습을 해야 할까요?" "그냥 하던 일 계속 하세요."

 그러고선 나탈리 골드버그는 외쳤다. "출세도 없어! 장담도 못해! 자격증도 없어! 보상도 없어!"

 

 나는 이것저것 관심을 많이 가지는 편인데, 그 장르가 실로 다양하다. 게임은 물론 만화, 영화는 기본으로 좋아하고 음악, 미술, 사진도 즐긴다. 직업적으로는 영업 판매도 적성에 맞는 것 같고 심지어 단순 노동직도 즐겁게 한다. 그런데 이것저것 즐기다보면 결국 질리고 마지막으로 돌아올 곳이 바로 책과 글쓰기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내 안에 글을 누적시키기 위해 쓰고 싶지 않더라도 꾸준히 쓰려 노력한다. 다른 사람은 글쓰기 슬럼프가 왔을 때 어떻게 겪을까? 「버리는 글쓰기」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다.

 

 「버리는 글쓰기」의 저자 나탈리 골드버그의 전작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를 아는 사람이 있다면 이 책의 내용에, 나탈리 골드버그의 지난 10년에 큰 충격을 받을 수 있다.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는 글쓰기 책으로서 대단한 성공을 거두었고 글쓰기 책의 바이블이라고 불릴정도로 큰 영예를 얻은 책이다. 많은 습작기 작가에게 희망과 결실을 주었던 글쓰기 책의 저자가 그 이후 큰 슬럼프를 겪었다니 믿어지는가? 그래서 그런지 「버리는 글쓰기」는 전작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와 무척 대조적인 책이다.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가 노란 황금빛 표지의 희망적인 책이었다면 「버리는 글쓰기」는 모던한 색깔로 하얀색 바탕에 검은색 얼굴 모양 깃털펜이 그려져 있는 내면의 어두움을 표현한 책이다. 

 

 「버리는 글쓰기」는 나탈리 골드버그가 겪었던 슬럼프부터 극복하기까지의 과정이 잘 담겨있다. 내면의 자신을 바라보기에 무엇이 필요한지 어떻게 해야하는지 해답을 얻기에 충분하다. 특히 나탈리 골드버그의 톡톡 튀고 생동감 있는 문체는 이 책의 큰 장점이다. 단어 하나, 문장 하나를 읽는 것만으로도 글쓰기에 도움이 될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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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만의 시 쓰기 비법
한승원 지음 / 푸르메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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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나 혼자만의 시 쓰기 비법」시인의 인생이 곧 시가 된다

 

 

 

 

나 혼자만의 시 쓰기 비법 - 
한승원 지음/푸르메

 

 

 나는 어려서부터 문학(이라기보다는 책)에 대한 관심이 깊어서 여러 합격한 대학들 중에서도 문예창작과를 골라 입학 했다. 수능을 3개월 앞두고도 집을 떠나 주유소에서 기숙하며 아르바이트를 했을만큼 수능 공부에 소홀했지만, 좋아하는 공부의 기회가 찾아왔을 때는 누구보다 적극적인 태도로 수업에 임했다. 강의를 들으며 소설, 희곡, 시나리오, 비평 등 여러가지 문학에 대해 알아가고 있었는데, 그 중 유독 시는 호숫가에 서린 뿌연 안개처럼 한치 앞을 알아보기 힘들었다. 나만 그랬던 게 아니라 동기들은 물론 선배들도 안갯속을 헤매고 교수님조차 시는 원래 그런 거라고 단정을 지으시니 시에 대한 학구열은 비참했다. 시 외의 문학이 배우면 배우는대로 정비례해서 지식이 늘어간다면 시는 풀기 힘든 방정식 같은 학문이었다. 졸업이 가까워 졌을 때까지 시 쓰기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시 읽기에는 어느 정도 감을 잡아 다행이었다. 

 

 한승원 시인의 「나 혼자만의 시 쓰기 비법」에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는 그때 쓰지 못했던 시를 쓸 수 있을까와 같은 희망 같은 것이었다. 교수님 외의 사람에게 시를 배운 적이 없어서 다른 시인은 어떻게 시를 가르치는가도 궁금했다. '나 혼자만의' 시 쓰기 비법이라는 말의 근거도 궁금했다. 나 혼자만이라면 다른 모든 시인은 알지 못하고 한승원 시인만이 알고 있는 비법이 있다는 것인가, 아니면 나만이 할 수 있고 다른 사람은 하지 못하는 비법이라는 것인가. 만약 후자라면 이 책을 읽는다한들 아무 소용 없는 게 아닌가. 여기에는 이유가 있다.

 '글쓰기'에 관련된 책을 읽어보면 무엇하나 똑같은 것을 찾기가 힘들고 오히려 정반대되는 방법이 나오기도 한다. 어떤 작가는 아침 일찍 일어나 태양의 기운을 받으며 정신이 맑은 가운데 글을 쓰라 권하고 어떤 작가는 심야에 충만해진 달의 기운을 받아 감성적으로 쓰라고 권한다. 글쓰기 책을 많이 읽으며 익힌 한 가지 진리는, 작가가 권하는 방법들은 한 가지 예로 참고만 하고 스스로 노하우를 습득해 나가야 된다는 점이다. 시 쓰기도 마찬가지다. 이 책의 제목이 '나 혼자만의' 인 이유도 누구와 비교할 수 없는 자신만의 시 쓰기 방법을 가지기 위해서다. 

 

 책을 읽다보면 시 쓰기 비법은 대체 어디 나오는 거야, 하고 배신감을 드는 독자도 있을 법하다. 시 쓰기 비법은커녕 한승원 시인의 인생 이야기만 가득 담겨 있어서다. 왜 시 쓰기 비법 책에서 인생 이야기가 나오는 것일까? 그건 바로 시인의 인생이 곧 시가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누구와 공유할 수 없는 자신만의 비법이 된다. 똑같은 인생을 사는 사람은 없지 않은가. 이 책은 시 쓰기 비법을 가르치지 않는다. 시인처럼 인생을 사는 방법을 가르친다. 시인의 인생이 곧 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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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인문학 1 - 현실과 가상이 중첩하는 파타피직스의 세계 이미지 인문학 1
진중권 지음 / 천년의상상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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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이미지 인문학」이미지를 갖고 글을 잃다

 


 

 

 「이미지 인문학」를 읽으며 번역이 잘 안 된 외서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분명 한글로 번역된 게 맞는데 행간의 의미 파악이 안 되고 문장 이해가 힘들다. 물론 이 책은 외서가 아니다. 이미지에 대한 포괄적인 진중권 씨의 글을 모아놓은 것이다. 진중권 씨의 책을 한번도 읽을 적이 없어서 원래 문체가 이런지 알 길이 없다. 


 진중권 씨는 소통하기 힘든 글을 썼다. 표지를 보면 이미지를 못 읽는 자가 미래의 문맹자가 될 거라며 이미지에 중점을 뒀다. 그래서인지 글에 대해 조금 소홀한 것이 아닐까. 글과 문장은 담백하고 전달하기 쉬운 게 최고다. 내용이 어렵고 글마저 어려우면 그 책은 읽기가 힘들다. 내용이 어렵고 글이 쉽다면 그 책은 읽기 좋은 책이 된다. 하지만 내용이 쉽고 문장이 어렵다면 그것은 최악의 글이 된다. 이미지가 무엇인지 책을 이해하지 못했으니 내용이 어려운 건지 쉬운 건지 알 도리가 없지만 문장은 분명 어렵다. 같은 내용을 가지더라도 쉬운 표현을 고를 수 있지 않았을까.


 예를 들어 본문에 이런 문장이 나온다. '이 시기에 책은 자연의 거울로 여겨졌다. 세계를 알려면 책을 읽어야 한다. 하지만 전자매체의 등장과 더불어 "구텐베르크 은하"는 서서히 종언을 고한다.' 

 이 문장은 종이책이 전자매체에 의해 서서히 밀려나고 있음을 뜻하는 문장이다. '구텐베르크 은하'란 최초로 금속 활자를 발명하여 인쇄술에 혁명을 일으킨 구텐베르크를 인용한 묘사다. 

 구텐베르크가 최초의 금속활자를 발명한 건 유명한 사실이지만 이를 평소에 인지하지 못한 독자라면 '구텐베르크 은하'가 무엇인지 한참 고민해보지 않았을까. 

 위 문장은 그래도 내가 이해할 수 있었던 몇 안 되는 문장 중 하나다. 「이미지 인문학」에는 이렇게 소통이 소홀한 문장이 가득하다. 

 이미지를 읽지 못하고, 설령 글자를 몰라 문맹자가 될지라도 소통할 수 있다면 세상을 살아가기에 큰 어려움이 없다. 글자를 알고 이미지를 읽을 수 있더라도 소통할 수 없다면 그게 진정한 사회에 대한 문맹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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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세의 문장론 - 책읽기와 글쓰기에 대하여
헤르만 헤세 지음, 홍성광 옮김 / 연암서가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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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헤세의 문장론」책에 대한 아름다운 이해

 


 

 작가에 대한 호감도가 올라갈 때는, 작가가 선택한 소재나 말하고자 하는 주제, 구성, 표현 등 다양한 요소에서 나를 감탄시킬만한 무언가가 나왔을 때다. 나는 보통 작가의 문체에 감탄하고는 한다. 특히 문체는 소설이나 에세이에서 그 빛을 발한다. 문체는 쉽게 말하자면 말투다. 똑같은 이야기를 해도 어떤 사람이 말하면 재밌고 어떤 사람이 말하면 재미 없는 경험을 쉽게 할 수 있는데, 책 또한 역시 마찬가지다.  

 똑같은 소재로 비슷한 이야기를 한다해도 어떤 사람의 책은 재밌고 어떤 사람의 책은 재미가 없다. '별 것'도 아닌 이야기를 참 재밌게 쓰는구나 싶은 작가들이 몇몇 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헤르만 헤세다. 

 

 「헤세의 문장론」은 헤르만 헤세의 그야말로 아름다운 문체덕에 읽을 맛이 나는 책이다. 게다가 이야기에는 '별 것'이 많다. 문장론이라는 책 제목과는 달리 책과 작가, 독서에 관해 많은 이야기를 한다. 인문 도서로 분류되고 있지만 에세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헤르만 헤세의 세계에 구축되어 있는 책에 관한 이해는 문체만큼이나 아름답다. 의무적으로나 강제적으로, 교양을 위한 필수 과제물로 보는 책이 아닌, 인간적인 시각으로 다가설 수 있는 책의 시각을 가지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책 읽는 법을 알지 못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왜 책을 읽어야 하는지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다. 어떤 사람들은 독서를 대체로 힘들지만 그래도 '교양'을 얻기 위한 불가피한 길로 간주한다. 그리고 그들은 온갖 독서로 기껏해야 '교양'을 얻기도 한다. 다른 어떤 사람들은 독서에 대해 시간을 허비하는 가벼운 즐거움으로 생각한다. 그러면서 그들은 지루하지만 않으면 기본적으로 무엇을 읽든 매한가지라고 생각한다.

 

 P. 115 

 

 

 책을 읽는다는 건 곧 하나의 세계에 접속하는 것과 같다. 그 세계를 관찰하고 이해하며 소통하는 과정이다. 독서를 한다는 건 그 작가와 친해지는 것과 같다. 글을 솔직한 것이어서 그 사람이 쓴 글에는 그 사람이 나타나기 마련이다. 「헤세의 문장론」을 읽는 다는 건 책에 대해 이해하고 헤르만 헤세와 친해지는 아름다운 과정과도 같다. 

 

 

 책

 

 이 세상 모든 책이

 그대를 행복하게 해주진 않아

 허나 몰래 알려주지

 그대 자신 속으로 되돌아가는 길을

 

 그대에게 필요한 모든 것이 거기에 있지

 해와 달과 별.

 그대가 찾던 빛이

그대 자신 속에 있기 때문이지

 

 오랫동안 책에서 구하던 지혜

 이제 펼치는 책장마다

 환히 빛나리

 이제 그대의 것이니까.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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