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선행학습을 금지해야만 할까?
열린사회참교육학부모회 지음 / 베이직북스 / 2013년 3월
평점 :
품절


「왜 선행학습을 금지해야할까?」꿈을 위한 평생공부

 

 

 

 

꿈을 위한 평생공부

 

2009년 국제비교연구에서 우리나라는 151개 고교에서 5612명이 참가하였고, 문제해결력 소양 평가에서 1위를 차지하고 학업 성취도에서 읽기 2위, 수학3위, 과학 4위를 기록했다고 한다. 국제비교에서의 이런 성취는 교육계는 물론 국민적으로 매우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P. 104

 

대한민국의 청소년들은 참 대단하다. 위와 같은 학업 성적이? 아니, 대부분의 학생들이 365일 내내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오직 공부에만 매달려 살아가며 마치 행복을 잠시 미뤄둔 듯, 공부외의 모든 것이 유보되어 있는 삶을 끈기있게 버텨내는 것이 대단하다. 난 학창 시절에도 어지간히 입시 공부에 집착하지 않았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그토록 열심히 할 수 있을까에 대해 혀를 내두르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과연 그들은 공부라는 참 의미를 알고 있는 것인지, 지금 외우고 있는 수학 공식과 영어 단어가 인생에 필요한 지식인지는 의문이다.

 

언젠가 미국의 미래학자인 앨빈 토플러가 "한국 학생들은 하루 15시간 이상 학교와 학원에서 자신들이 살아갈 미래에는 필요하지 않을 지식을 배우기 위해 허비하고 있다." 고 꼬집은 적이 있다.

P. 30

 

우리는 선행학습이라는 과도한 교육열을 바탕으로 사교육과 조기교육을 키워냈으며 청소년들을 15시간 이상 책상 앞에만 매달려 있는 괴물로 만들어내고 있다. 이는 나라를 망치는 고질적인 병폐, '망국병'의 근원이라는 비난을 뒤집어쓰고 있으면서도 그 기세는 멈출 줄 모른다. 「왜 선행학습을 금지해야할까?」는, 도대체 우리 교육의 문제는 무엇인지, 선행학습이 정말 문제의 근원이 되고 있는지,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지 등 우리가 선행학습을 통해 잃어버린 것들과 앞으로 찾아야할 것등을 구체적으로 조명한다.

 

앞서 말했다시피 나는 공부와는 전혀 인연이 없는 학생이었다. 부모님께서는 내가 공부를 하길 원하셨지만 별다른 강요를 하지 않으셨고 나 또한 학교에서 하는 공부에 전혀 의미를 둘 수 없었다. 서울대에 장학금을 받으며 입학한 2살 터울의 누나가 입학 후에도 공부에 매달려 있는 걸 보며 그 이유를 물어보니 "공부는 평생 하는 거야." 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땐 이해할 수 없었지만 지금은 누나의 말에 동의하고, 책 212페이지에 수록되어 있는 국제고등학교 1학년 최유진 학생의 사례에 절실히 공감했다.

난 그때 공부에 대해 착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대부분의 청소년들도 역시 공부라는 개념을 착각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걱정이 된다. 공부는 일반적으로 입시에 맞춰 수리, 언어, 외국어를 주입식으로 배우는 행동을 생각한다. 하지만 공부는 자신이 원하는 지식을 습득하는 데 의미가 있다. 수학자가 꿈인 아이는 개념 원리를 꾸준히 이해하는 게 공부가 되겠지만, 축구 선수가 꿈인 아이는 해외 축구리그를 시청하는 일이 공부가 될 수 있고, 프로 게이머가 꿈인 아이는 유명 프로 게이머의 강의 동영상을 보는 게 공부가 된다. 나는 요즘 하루의 대부분을 나의 꿈을 위한 공부로 시간을 보내며 즐거움을 느낀다. 그리고 학창 시절에 루트나 로그 따위를 배우며 낭비 했던 시간을 아깝게 생각한다.

 

그런데 중학교 1학년 때 학교 과학 선생님의 수업을 듣고 나서 이과로 진로를 정하게 되었어요. 그 때부터 확실한 저만의 꿈이 생겼죠.

'MIT에 진학해서 훌륭한 뇌공학 교수가 꼭 되겠다.' 이게 제 꿈이에요. 꿈이 생기고 나니 단순히 내일 시험이 있으니까 공부하고, 모레까지 숙제가 있으니까 공부하는 수동적인 생활에서 벗어나서, 제가 스스로 하고 싶은 공부를 찾아서 하게 되었어요. 학교 공부 이외에 스스로 하는 공부에 대해 저만의 커리큘럼을 제 손으로 짜보기도 했어요.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공부는 '당연한 것'을 넘어서 '즐거운 것'이 되어 있었어요.

물론, 학교를 다니다 보면 제가 하고 싶은 공부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 하는 공부가 제 꿈을 이루기 위한 단계라고 생각하니 공부하는 것이 정말 즐거워졌어요. 공부의 진짜 재미를 찾은 거죠.

P. 216

 

위 인터뷰는 국제고등학교 1학년에 재학 중인 최유진 양의 인터뷰다. 최유진 양은 사교육의 주범으로 찍혀(?) 늘 공격을 받는 국제중학교에서도 사교육을 받지 않고 혼자 공부해서 2년 내내 거의 1등을 놓치지 않으며 한 학년을 뛰어넘어 조기졸업을 하였고, 그 후에도 고등학교에서 선배들과 함게 공부하며 최상위권 성적을 유지하는 대단한 학생이다. 과연 최유진 양은 남들과 다른 두뇌를 타고 나서 이런 일이 가능할까? 그렇지 않다.

우리가 맹신하고 있는 선행학습은 오히려 학생들의 학업 의욕과 동기를 무너트리며, 불행하게도 그 효과는 미미한 것으로 밝혀졌다. 가장 가슴 아픈 일은 우리 학생들이 미래에 대한 꿈을 꾸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입시 공부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학생들은 뭘 하고 싶은 지, 뭘 해야할 지도 모른체 아무런 목적 의식없이 기계적으로 학교를 다니며 인생을 소비하고 있다. 학교 안에서 별다른 목표가 없기 때문에 시간을 보낼만한 탈선과 일탈을 생각하고, 시간을 때울만할 일을 찾다가 재미로 친구들을 괴롭히기에 이른다. 사실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이다. 현재 우리 사회엔 공부 잘하는 학교와 그렇지 않은 학교가 순서대로 줄 서있을 뿐, 학생들의 적성과 인성을 고려한 학교는 존재하지 않다고 봐도 무방하다.

 

학벌을 중시하는 사회에서는 보통교육 단계의 학교들까지 서열화하려고 든다. 얼마 전 우리는 그런 일을 경험한 바 있다. '학교 선택권 보장'과 '교육의 질 제고'란 미명 하에 도입된 자립형 사립고가 그것이다. 고등학교조차 '자립형 사립고, 특수목적고, 자율학교, 일반계고, 실업계고" 순의 서열 체계를 갖추게 되었다. 학교가 서열화디어 있는 비평준화 지역에서 오히려 학교간의 교육적 경쟁이 원천적으로 봉쇄된다는 경험적 사실을 외면할 작정인가?

P. 139

 

홍익대 수학교육과 박경미 교수는, 선생학습을 '일어서서 영화 보기'라며 조롱 했다. 영화관에서 맨 앞줄 관객이 일어나면 그 다음 줄 관객은 할 수 없이 일어서야 하고 결국 모든 사람이 일어나는 것과 같다. 선행학습은 일부가 시작하면 옆 사람은 눈치 보며 따라할 수밖에 없다. 앉아서 보나 서서 보나 동일한데 괜히 일어나 관람함으로써 피로감만 쌓이는 것처럼, 선행학습은 소모적이라는 뜻이었다. 공교육의 붕괴와 사교육비로 인한 가정경제 파탄 등 학생, 학부모, 교사 모두가 원치 않는 선행학습은 가장 먼저 일어선 학부모의 조바심과 이기심으로 시작 됐다. 그리고 그런 조바심과 이기심을 부추긴 정부의 교육 제도는 장기간적으로 돌아볼 필요가 있다.

나는 아직도 훗날 자녀가 생겼을 때 어떻게 교육을 시켜야할 지 많은 고민이 된다. 불안감을 이기지 못해 남들과 같이 선행학습의 늪에 빠질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때 「왜 선행학습을 금지해야할까?」을 읽으며 느꼈던 교훈을 바라보게 된다면 아마도 꿈을 위한 교육을 시킬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나와 같은 고민을 가진 학부모, 예비 학부모가 있다면 「왜 선행학습을 금지해야할까?」를 읽으며 선행학습에 대한 오해와 문제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는 게 좋을 것이다.

 

루소의 에밀 중에 이런 글귀가 있다. "자식을 불행하게 만드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언제나 무엇이든지 손에 다 넣어 주는 일이다." 이 한 마디에 '부모 역할'의 요체가 숨어있다. 진정 자녀를 사랑한다면 수동적으로 끌고 다니기보다 스스로 능동적으로 움직이게 이끌어야 한다. 그것만이 자녀가 공부를 '고통'이 아닌 '행복'으로 느끼게 하는 유일한 비결이다.

P. 206

 

 배고픈 골방 바로가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