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처럼 살라 다른 길, 자기만의 삶 1
박홍순 지음 / 한빛비즈 / 2014년 7월
평점 :
절판



[인문/서평]「장자처럼 살라」자유로운 삶에 대한 고전


 



 

장자처럼 살라 - 8점
박홍순 지음/한빛비즈


 우리는 모두 삶이라는 문제에 고전(苦戰)을 면치 못하고 있다. 천명관 작가의 소설 「나의 삼촌 브루스 리」를 보면 이런 구절이 나온다. '하지만 그때 나는 깨달았다. 우리의 생은 그것이 무엇이 됐든 우리가 감당하기에 늘 너무 벅차리라는 것을'. 분명 사람들의 삶은 각기 다른데 모두 힘겨운 삶을 살고 있다. 물질적인 풍요는 일시적인 행복밖에 보장해주지 못한다. 인생의 궁극적인 목표가 행복이건만 행복을 위해 달리고 있는지 달리기 위해 살고 있는지 구분이 안 간다. 성공이 행복을 대변해주지 않는다면, 돈이 행복을 장담하지 못한다면 무엇이 행복을 말할 수 있을까? 사람들은 그 답을 인문에서 찾고 있고 인문의 정점이라 볼 수 있는 삶에 대한 통찰은 고전(古典)이 최고의 자리에 있다. 


 직접 자신의 경우로 돌아가 고민해보자. 내일의 이름을 위해 오늘 능력을 쌓는 데 몰두하는 삶, 내일의 성공을 위해 오늘의 행복을 미루는 일상이 반복되는 생활에서 진정 살아 있음을 느끼는가? 무려 15년 가까이에 이르는 청소년과 대학생 시절을 희생하며 원하는 직장에 들어간 지금 자신을 돌아보면 행복한가? 또한 이후 오랜 기간 오직 승진 경쟁에만 몰두하며 살다가 적지 않은 나이에 도달한 현실의 자신을 돌아보면 어떠한가? 혹은 자신의 성적과 남편의 승진을 인생의 목표처럼 여기며 그 오랜 세월을 육아와 가사에만 쏟아오다 문득 돌아본 자신은 또 어떠한가? 모두 인간 존재가 유한하다는 점을 생각하지 못하고, 오늘이 영원히 이어질 것처럼 착각하고 살아간다.

P. 93 


 장자는 논어와 함께 동양 고전에 있어 항상 으뜸을 차지해왔다. 특히 장자의 스토리텔링은 무척 훌륭해 가장 재밌는 고전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그만큼 사람들 입에 많이 오르락 내리락 하다보니 잘못 알고 있는 것과 편견에 사로잡힌 경우가 많다. 「장자처럼 살라」는 장자에 대한 통념을 깨부수고 제대로 된 해석을 보여준다. 자기계발이나 처세술에 있어 심각하게 왜곡된 현실을 바르게 고쳐 잡는다. 책을 읽다보면 장자를 얼마나 충실하게 구현해내려 했는지 노력이 엿보여 기특하기까지 하다. 


 장자에 대한 왜곡은 공자나 맹자보다 더 심한 편이다. 공자의 경우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비교적 간결하게 제시하고, 맹자는 친절하게 풀어서 설명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오해의 여지가 덜하다. 하지만 「장자」에 실린 내용을 보면 온갖 비유가 등장하고, 하나의 단어나 구절 안에 매우 함축적인 의미가 켜켜이 쌓여 있다. 또한 역설적인 논리까지 뒤섞여 있기 때문에 장자의 본래 문제 의식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해석되는 경우가 많다.

P. 5 


 장자는 무척 자유롭다. 장자를 읽는 것 만으로 일상에 속박되지 않고 큰 포부를 가지며 사는 붕(날개로 태양 빛을 가릴만큼 거대한 새. 장자 소요유편에 등장한다)이 된듯한 느낌이다. 그의 의식과 행동의 자유로움은 몇백년 전에 표출해낸 것임에도 불구하고 현대에서도 보편적 가치를 지녔다. 어쩌면 자유민주주의라는 자유를 최고의 가치로 두는 이념 안에 살면서도 가장 부자연스러운 삶을 살고 있는 지금이 가장 장자가 필요한 때인지도 모른다. 


 

장자처럼 살라 - 8점
박홍순 지음/한빛비즈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베스트셀러 절대로 읽지마라 - 내 곁에 있는 책이 나를 말해준다
김욱 지음 / 모아북스 / 2014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서평] 「베스트셀러 절대로 읽지마라」아름다운 내면 바라보기 



 


베스트셀러 절대로 읽지마라 - 
김욱 지음/모아북스



 책 본문에 삽입된 내용으로는 한 해 출판되는 책의 수는 약 2만 권에 달한다. 그중에서 이제 막 독서에 맛을 들이기 시작한 독서 입문자가 좋은 책을 골라 독서의 참맛을 깨닫기란 무척 어려운 일이다. 실제로 내로라하는 다독가들도 '좋은 책 고르기' 에 실패하는 일이 부지기수다. 만병통치약처럼 느껴지는 자기계발서의 제목이나 사진만 봐도 힐링이 될 것만 같은 여행서들은 사람들의 눈을 현혹한다. 그렇게 상품화됐기 때문이다. 

 베스트셀러가 되는 조건은 좋은 내용을 가지고 있느냐가 아니다. 상품화가 잘 됐느냐가 기준이 된다. 「베스트셀러 절대로 읽지마라」에서는 이런 현상을 성형 중독에 빠진 출판계라고 표현하고 이는 꼭 들어맞는다. 독자들은 마치 남자가 예쁜 여자에게 눈을 빼앗기는 것처럼 예쁘게 포장된 베스트셀러에 눈을 빼앗기고 있다. 화려한 외관, 자극적인 광고 문고, 현실성 없는 이야기들. 


 「베스트셀러 절대로 읽지마라」의 저자 김욱 님은 약 팔십 평생 책과 함께 한 삶에 있어 이런 현실을 그냥 두고 볼 수 만은 없었고 그래서 이 책을 여러 출판사의 퇴짜를 거쳐 세상에 선보이게 됐다. 이제는 역사가 되고 있는 일제강점기 때부터 책을 읽어오신 분이라고 하면 얼마나 긴 시간 동안 책에 대한 경험이 축적됐는지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또한 출판계에서 일한 시간도 짧지 않다.

 저자의 경험은 여태껏 어렴풋하게 알고 있었던 사재기 논란이나 기준 미달, 거짓된 내용을 담은 책들의 본모습을 고스란히 독자들에게 전달해준다.  특히 인스턴트 식품과 비교한 자기계발서나, 페이스북과 비슷한 수준으로 전락한 여행서들에 대한 비평은 가슴이 뻥 뚫리는 기분이다. 


 저자의 오랜 독서 경험은 분명 훌륭한 것이고 책으로 배출되기에 충분한 지식이었으나 책 자체에서는 아쉬운 부분이 많이 보인다. 이야기가 조금 헛도는 느낌이 든다. 본인의 주장이 너무 강해 가르치려는 분위기가 생기고 핵심에 다가가지 못한다. 템포가 느리고 이야기가 토막토막이라 똑같은 이야기를 반복해서 듣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잠언집을 보고 있는 착각이 들기도 한다. 

 또한, 곳곳에서 동의하지 못하는 내용도 있다. 예를 들어 모든 베스트셀러와 자극적인 제목을 가진 책에 대한 비판은 있는 그대로 수용하기 힘들다. 여성과 비교한다면 과도한 화장을 하거나 성형을 한 여성이라고 해서 심성이 곱지 않다는 법은 없다. 본인의 외모에 대해 조금 집착을 했을 뿐일 수도 있다.

 고전 작품에 대한 강요도 받아들일 수 없다. 어렸을 때부터 아이들에게 강요됐던 고전 작품은 성인이 됐을 때 독서에 대한 거부감을 가지게 하는 가장 큰 이유로 꼽히고는 한다. 고전이 검증된 좋은 책이라는 건 사실이지만 아직 흡수할 수 없는 사람도 있다. 그와 비슷한 맥락으로 베스트셀러를 바라본다면 무조건 배척하는 건 너무 섣부른 판단이 아닐까. 베스트셀러가 좋은 책일 확률은 낮지만, 독서와 친해질 수 있는 책일 확률은 꽤 있다. 자극적이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나라 독서 환경에서 좋은 책을 고르는 게 먼저인지 아니면 책과 친해지는 게 먼저인지를 선택하라고 하면 나는 후자라고 본다. 그만큼 우리나라는 책을 읽지 않고 있다. 


 「베스트셀러 절대로 읽지마라」는 분명 몇 가지 아쉬운 점은 있지만, 베스트셀러에 대한 경각심을 갖는 의도는 충분히 훌륭한 것이라고 본다. 무분별하게 범람하는 질 낮은 책들에 대한 하나의 경고로서 그 역할을 할 수 있는, '좋은 책'의 범주에 들어가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퓰리처상 사진 - 사진으로 기록한 현대사의 맨 얼굴, 퓰리처상 사진 부문 70년간의 연대기, 2014 개정증보판
핼 부엘 지음, 박우정 옮김 / 현암사 / 2014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장에 꽂아 가끔 펼쳐보는 일만으로도 70년의 생생한 역사가 숨가쁘게 다가온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대통령의 글쓰기
강원국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14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서평]「대통령의 글쓰기」대한민국 글쓰기 대통령들 


대통령의 글쓰기 - 10점
강원국 지음/메디치미디어

 

 

 #1 최고의 글쓰기 책

 

 여태껏 내가 읽었던 글쓰기 책 중에서 단연 최고의 책이다. 글쓰기 책을 많이도 읽었다. 책마다 각기 다른 특색을 가지고 있었지만 중복되는 내용도 많았다. 중복 중에서도 글쓰기 책에서 다른 글쓰기 책을 추천하는 경우가 꽤 있었는데, 최근에 나온 책 중에선 「대통령의 글쓰기」​추천을 빠트리지 않았다. 이유가 있었다. 「대통령의 글쓰기」에는 글쓰기에 충실한 기본과 재치있는 응용이 전부 담겨 있는 책이다. 덤으로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과 인문학적으로 가까워질 수 있는 기회도 준다. 

 

 책을 읽으며 총 67개의 포스트 잇을 붙였다. 책이 총 327페이지니 적어도 책의 1/5 페이지에는 포스트 잇이 붙어있다는 얘기다. '이 책은 정말 좋은 책이다.' 라고 느낀 책에는 포스트 잇을 거의 붙이지 않거나 페이지 넘어가기가 무섭게 여러 개의 포스트 잇을 붙이곤 한다. 반드시 기억하고 싶을 때, 남들에게 알려주고 싶을 때, 다시 내 손으로 적어두어 내 몸에 익히고 싶을 때, 삶에서 그 문장이 필요할 때면 쉽게 찾을 수 있게 그럴 때 붙인다. 그만큼 이 책에는 '글쓰기'를 하며 놓치고 싶지 않은 노하우가 담겨 있다. 문예창작과에서 강의를 받으며 배웠던 것들을 책에서 찾으며 공감했고, 그 이상의 것들을 맛보며 감동했다.


 

 #2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의 글솜씨

 

끝으로, 두 대통령 모두 존경하는 사람으로 링컨을 첫손가락에 꼽는다. 그러나 이유는 다르다. 김 대통령은 링컨의 용서와 화해의 정신, 노 대통령은 겸손한 통합의 리더십이 존경하는 이유다. 이처럼 두 대통령은 여러 면에서 같으면서 달랐고, 다르면서 같았다. 하지만 분명한 것 한 가지는 있다. 우리 현대사에서 가장 필력이 있는 정치인으로 두 사람을 꼽는 데 아무도 이견이 없을 것이라는 점이다. 

P. 294 

 

 글쓰는 방법에 대한 감동 이외의 것으로 두 명의 대통령의 글솜씨가 굉장히 인상 깊다. 이 책은 두 명의 대통령이 평소에 언급했던 글 쓰는 방법과 작성했던 연설문을 기초로 글을 말한다. 보통 일반인의 경우 연설문을 쓰는 경우는 좀처럼 없어 내가 쓰는 글에 도움이 될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대통령의 글쓰기 방법이 모든 사람에게 통할만한 보편적 성격을 지닌 방법이라는 건 정말 놀라운 일이다. 그들이 전문적인 작가도 아닌데 말이다. 대통령이라는 자리에 오를만큼의 역량을 지니고 쉴틈없이 단련한 사람이라면 이정도 글에 대한 식견을 가지고 있는 게 당연한 걸까. 오히려 반대일수도 있다. 그만큼 글에 대한 탐구욕을 지녔기 때문에 대통령이라는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건지도 모른다.

 글은  생각하는 것보다 일상생활 많은 부분에 속해있다. 전문적으로 배우지 않아도 사람으로서 일정한 역량을 가지면 저절로 뿜어져 나온다. 학창 시절에도 언어 영역을 공부하면 자연스레 다른 과목의 점수도 오른다는 선생님들의 말씀이 있었다. 한 분야에 일만 시간을 투자하면 최고의 자리에 오를 수 있다는 말처럼, 대한민국이라는 한 국가에 일만 시간 이상의 감정을 투자한 그들이 글에 대한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는 점은 글 외의 큰 감동이다. 

 

 두 번째 이유는 글쓰기 분야에서 최고인 두 분과 함께했다는 것이다. 대통령 연설비서관실은 글을 쓰는 곳이다. 글 쓰는 사람에게는 참으로 영광스러운 자리다. 더욱이 두 분은 대한민국 최고의 문필가였다. 그곳에서 일하면서 대한민국의 내노라하는 글쟁이들도 만날 기회가 있었다. 학식이 높은 학자와 교수들, 치열하게 사는 운동가들도 만나봤다. 그러나 그 어느 누구도 두 분 대통령과 견줄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P. 318

 

 

#3 인문학적인 대통령

 

 오랜만에 대학 동기를 만났다. 특이한 소설과 시를 잘 쓰던 친구였다. 흔히 말해 4차원. 문예창작과에서 4차원이라고 불릴 정도라면 말 그대로 차원이 다르다. 생각과 행동을 따라잡기 힘들다. 작가를 지향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특이한 것'을 갈망하기 때문에 난 그 친구를 조금 부러워 했다. 동기와 정치 얘길 했다. 현 정부와 대통령을 비난하는 친구에게, 그렇다면 어떤 대통령을 원하는지 물었다. 그 친구는 인문학적인 대통령이라 딱 잘라 말했다.

 나는 노무현과 김대중 대통령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그들이 재임하고 있던 시기에 상대적으로 정치에 무관심한 학창 시절이었다는 점이 변명이다. 가장 '인문학적'인 대통령들이 활동하고 있을 때 정치적인 자각이 없었다는 건 개인적인 큰 불행이다. 「대통령의 글쓰기」​가 주는 글쓰기 방법 이외의 테마는 바로 두 명의 인문학적인 대통령에 대한 이해다. 대외적으로, 상식적으로 알고 있던 모습에 대한 이면의 기록은 다른 글쓰기 책에는 없을 큰 매력이다. 그 둘의 글을 만났다는 건 정말 분에 넘치는 영광이다. 

 

 2004년 11월 브라질 방문 시 룰라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대통령 표현을 빌리자면 '귀국해서 국민에게 자랑할 것이 한 보따리'일만큼 많은 현안이 해결됐다. 이에 대한 감사의 뜻을 대통령은 이렇게 표시했다.

  "선물을 너무 많이 받아서 비행기가 뜰 수 있을지 걱정이니다."

 이런 유머가 나오기까지 얽힌 에피소드가 있다. 정상회담 도중 룰라가 시가를 피워 물었다. 외교 관례에 어긋나는 일이었다. 노 대통령도 시가를 한 대 달라고 했다. '맞담배' 정상외교의 진풍경이 벌어졌고, 현안이 술술 풀여나갔다.

P. 255

 

대통령의 글쓰기 - 10점
강원국 지음/메디치미디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저는 인문학이 처음인데요 - 교양인이 되기 위한 내 생애 첫 인문학
박홍순 지음 / 한빛비즈 / 2014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서평]「저는 인문학의 처음인데요」인문학은 사람답게 살기를 권한다 

 


 

 

 

저는 인문학이 처음인데요 - 
박홍순 지음/한빛비즈

 

 

 #1 인문학이 대체 뭐란 말인가

 

 네이버 국어사전의 정의에 따르면 인문학이란 언어, 문학, 역사, 철학 따위를 연구하는 학문이라고 되어 있다. 쉽게 말하자면 인간에 대해 연구한다는 말인데 쉽사리 개념이 잡히지 않는다. 인문학이란 대체 뭘까? ​ 인문학이 어느 때보다 주목 받고 있다. ​인문학에 대해 말하는 책들이 베스트 셀러에 심심치 않게 오른다. 유명인, 전문가들의 인문학 강의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인문학을 인문학으로 읽고 있으면서도 내가 내 머리 속에서 인문학을​ 정의할 수 없어 그 인문학은 나의 인문학이 아니었다. 「저는 인문학이 처음인데요」​를 읽으면서, 난생 바다를 처음 보는 사람처럼, 커다란 보름달을 처음 보는 사람처럼, 그렇게 인문학을 대하며 읽었다. 지금은 누군가 나에게 인문학이 뭐냐고 물을 때 답할 말이 생겼다. 인문학이란 인간답게 살아가는 삶이다. 

 

 마르쿠제의 지적처럼 현대의 도시인들은 "자동차에서, 하이파이 전축에서, 주택에서, 부엌시설에서 자신의 영혼을 발견한다." 오직 소비만이 점령군처럼 도시의 곳곳을 차지하고 있다. 이제 대다수 현대인은 더 이상 내면에서 자신을 찾지 않는다. 정신적 가치나 삶의 가치보다는 새로운 상품 속에서 자신을 발견할 뿐이다. 아파트의 브랜드나 평수가 자신이다. 집은 어떤 사람의 지위나 성공의 정도를 가장 잘 반영하는 척도가 되었다. 또한 자동차의 엠블럼과 배기량이 곧 자신이다. 유행에 맞는 옷, 장식품 등의 상품 속에서 자신의 영혼을 확인한다. 

P. 90 

 

 

 #2 인간이라는 정체성

 

 인문학에 사람들의 귀추가 주목되는 이유는 우리가 살만해졌기 때문이다. 먹고 사는 문제, 생존의 문제가 어느정도 해결되고 나서는 사람들은 사람다운 삶을 바라고 있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불안한 현대의 문제점을 무의식적으로 느끼고 있고 개선해야 된다는 생각을 공통적으로 가지게 된 것이다.

 실제로 생존이 안정권에 들어 온 현대는 온갖 사람답지 못한 것들로 가득 차 있다. 아파트 단지가 빼곡히 들어 있는 삶의 양식을 보라. 똑같은 시간에 사람들은 똑같은 목표를 향해 문을 연다. 돈을 벌어야 된다는 일념으로 일상을 반복한다. 이것이 양계장에서 계란을 생산하는 닭과 무슨 차이가 있단 말인가. 사람들은 위의 지문처럼 '나'라는 유일무이한 정체성과 개성을 잊어버린 채 소유에 자신을 투영한다. 살고 있는 아파트, 타고 다니는 차가 곧 명함이 되어 버린 일은 아주 오래전이다. 

 '왜?' 라는 상상을 해본 것은 언제인가? 우리는 기계적인 가이드 라인과 도처에 해답이라고 깔려 있는 똑같은 이상을 바라보며 산다. 네비게이션에 신경이 쏠려 내 앞길을 찾아가지 못하고 좋은 대학, 좋은 직장이라는 해답만을 바란다. 가지고 있는 것을 지키려는 데 급급하여 창조의 중요성을 잊고 산다. 오죽하면 인간 근본의 창조적 행위인 출산마저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을까. 이게 과연 인간다운 삶인가. 

 

 소유양식에 젖은 학생들은 단 한 가지 목표밖에 가지고 있지 않다. 즉, 배운 것을 단단히 외우거나 또는 노트를 소중히 간직함으로써 '배운 것'을 지키는 일이다. 그들은 어떤 새로운 것을 생산하거나 창조할 필요가 없다. 

P. 209

 

 #3 책을 잠시 내려놓고…

 

 나는 잠시 이 책을 덮었다. 맛있는 음식을 나중에 먹으려 아껴두는 심정과 같다. 「나는 인문학이 처음인데요」​에서 주제와 걸맞게 소개 된 책들을 같이 읽으며 조금 더 인문학에 대해 곱씹기 위해서다. 치킨과 맥주, 피자와 콜라, 삽겹살과 소주처럼 음식과 음식이 절묘한 조합을 만들어내듯, 인문학의 진수가 담겨있는 책들을 「나는 인문학이 처음인데요」와 함께 읽고 싶다. '왜?'라는 상상을 하며 지나온 나를 돌아보고 죽음을 마주할 수 있으며 인간과 관계를 베풀 줄 아는 '나'. 소유보다는 창조를 꿈꾸고 시간을 즐길 줄 아는 '나'가 되기 위해서 인문학을 읽고 싶다. 

 

 그렇다고 해서 무슨 대단히 형이상학적인 의미를 말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인문학이 도달하고자 하는 목적지는 바로 행복이다. 

P. 39

  

 

저는 인문학이 처음인데요 - 
박홍순 지음/한빛비즈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