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을 먹다 - 음식으로 풀어낸 서울의 삶과 기억 서울을 먹다
황교익.정은숙 지음 / 따비 / 2013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서울을 먹다」진짜 맛이 나타났다! 


 

 

진짜 맛이 나타났다!

예전에 여자친구를 사귈 때 곤혹스러운 일 중 하나는, 여자친구가 맛집에 너무 집착하는 일이었다. 학교 근처의 멀쩡한 음식점은 거들떠도 안 보고 유명 블로그나 TV에 나온 맛집만을 고집하며 자신의 식탁으로 정했다. 오늘도 고군분투 진정한 맛집을 찾아다니는 진정한 미식가 블로거들에겐 죄송한 말이지만 사실 블로그에 올라오는 맛집에 대한 신빙성은 제로에 가깝다. 소정의 원고료를 받으며 포스팅 해 주는 일이 비일비재하며 취미로 블로그를 운영하며 포스팅의 댓가로 무료 시식을 요구하는 횡포를 부리는 블로거도 있다.

이런 블로거들의 만행도 TV 맛집 기행 프로그램에는 못미친다. 맛집 기행 프로그램은 방송에 적합한 메뉴를, 가공의 음식을 만들어주는 브로커가 존재하며 천 만원 가량을 뒷돈으로 넣어주며 주요 방송사 출연을 하기도 한다. 이쯤되면 '맛'을 찾기 위한 노력은 의미없는 행동으로 보이기까지 한다.

「서울을 먹다」 는 이와 비슷한 맥락으로 서울시의 '서울의 전통음식점 발굴지정' 사업 공고를 꼬집는다. 지역의 식재료와 고유의 조리방법을 써서 한국음식의 맛과 향을 이어 가는 친환경 음식점을 대상으로 꼽았지만, 근대화 이후 서울 곳곳에서 발생한 '동네 음식'은 선정되지 않았다.

 

장충동 족발, 신림동 순대, 신당동 떡볶이, 을지로 골뱅이, 마포 돼지갈비, 왕십리 곱창 같은 것들이다. 서울시에서 이런 음식을 내는 식당들을 선정할까 의심이 들었는데, 결과는 의심을 현실화하였다. 서울시에서 내놓은 결과물은 '서울시 선정 자랑스런 한국음식점'이었고 한정식집, 한국정통음식점, 쇠고깃집, 횟집 등이 주로 선정되었다. 위생과 규모 등도 감안한 것이겠지만, 내 눈에는 '서울시 공무원 접대하기 좋은 음식점 목록'으로만 보였다. 서울시는 이 자랑스런 한국음식점 선정 사업을 매년 지속하고 있다.

P. 13

 

음식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허영만의 '식객'을 잊을 수가 없다. 만화가 인기를 끌고난 후에, 비록 흥행하지는 못했지만 영화와 드라마로까지 제작되며 큰 인기를 얻었고 각종 포털 사이트에 맛집이라는 카테고리를 만들어낸 컨텐츠다. 무엇보다 식객이 재밌었던 이유는 음식에 국한되지 않고 음식에 포함되어 있던 정체성, 이야기를 풀어나갔기 때문이다. 「서울을 먹다」도 이를 놓치지 않는다. 해방과 민족 상잔의 아픔을 겪은 이후 먹을 거리를 고민하던 서민들에게 큰 힘이 되어준 음식들부터 젊은 세대 입맛에 맞게 조리된 서울에서 먹을 수 있는 일본 음식까지, 그야말로 가장 서울과 어울리며 서울에 맞는 음식들을 소개해놨다. 우리들의 서울 살이와 같은 시간을 보낸 음식들, 그 추억과 손맛이 배긴 진짜배기 서울의 맛을 느껴보기 좋음 음식들이 먹음직스럽게 차려져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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