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까운 책 2012 - 지난 한 해 우리가 놓친 숨은 명저 50권 아까운 책 시리즈 2
정혜윤.김갑수.강양구 외 지음 / 부키 / 2012년 4월
평점 :
절판


 

2011년 책을 항해하는 나침반

사람마다 좋아하는 풍경이 다르다. 누구는 탁 트인 바다를 좋아하고 누구는 숲이 빼곡한 산을 좋아한다. 그런가하면 봄햇살을 좋아하는 이가 있고 봄비를 좋아하는 이가 있다. 나는 특이하다면 특이하게도 정오에 비추는 태양보다 자정에 빛나는 별을 더 좋아한다. 마주 바라보지도 못하는 태양보다 밤하늘의 까만 공백을 메워주는 별들에게 더 감격한다. 나에게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이 닥쳐도 항상 그 자리에서 담담하게 빛을 보내주는 그들에게 위로 받는다. 그 빛이 이미 오래전에 사라지고 남은 흔적이기에 더 여운이 남는다. 그런 나에게 별과 같은 존재가 하나 더 있다. 바로 책이다.

 

우주에는 정말 많은 별이 있습니다. 천억의 천억 제곱 개라고도 하고 지구 위의 모래알보다 훨씬 많다고도 하지요. 그러나 이 별들 가운데 맨눈으로 볼 수 있는 것은 수천 개 정도입니다. 겉보기 등급 6등성까지의 별이지요. 인류는 이 가시권 안의 별들을 보면서 꿈을 꾸고 좌표로 삼아 왔습니다. 고대의 항해사나, 식민지에서 태어나 별 헤는 밤을 보낸 시인이나, 알프스 도데 소설 속 양 치는 목동이나 다 마찬가지였을 겁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별은 인류에게 감흥을 주지 못합니다. 읽지 않은 책은 세상에 없는 책이나 마찬가지고요. 

P. 7

 

책이란 항상 내곁에 머물며 연인이 되어 주기도 하고 친구가 되어 주기도 한다. 언젠가는 따끔하게 혼내 가르침을 주는가하면 상냥히 보듬어 위로해주기도 한다. 그런데 미처 바라보지 못하고 사라져 버리는 책들이 있다. 한국에서 볼 수 있는 별이 제한되어 있는 것처럼 우리의 시야 밖에서 정처없이 떠도는 책들이다. 그 놓쳐버릴 아까운 책들을 가시권 안쪽으로 데려와 주는 책이 바로 「아까운 책」이다.

 

한 해 우리 도서 시장에 새로 나오는 책이 4만여 종이라고 한다. 우리나라 성인 일인당 연간 평균 독서량은 열 권 남짓으로, 이 결과를 토대로 생각하면 4만 종의 신간 중 열 권을 읽는 것이다. 이 중 자신의 취향에 맞는 책을 고르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오랜동안 책을 탐하고 벗으로 삼아온 독서광들도 자신에게 맞는 책을 고르는 건 매우 어렵다. 어떤 책은 명백한 명저임에도 불구하고 취향에 맞지 않아 덮게 되고, 어떤 책은 지면을 낭비하고 있다는 생각만 드는 것도 있다. 「아까운 책」은, 책들과의 무수히 많은 인연 중에 마치 큐피트가 짝을 찾아 화살을 쏘아주듯 나에게 빛과 소금이 될 책들을 골라 담았다.

 

「아까운 책」은 2011년 종합 베스트셀러 100위 이내의 책은 제외한다는 최소 기준만을 남기고 50명의 저자들이 꼽은 책 50권을 소개하고 있다. 인문, 사회, 경제·경영, 문학, 어린이·청소년, 과학, 문화·예술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입맛에 맞게끔 포진해놨다. 서평을 실은 50명의 저자들은 책읽기의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전문 독서광(?)들이다. 그만큼 각 책의 핵심과 주제를 훌륭하게 설명, 혹은 묘사해놨고 문체와 필력 또한 웹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리뷰와는 다르다. 그동안 봐왔던 서평이 고등학생 정도의 과외였다면 이 책에 실린 서평은 서울대 수석 학생정도의 과외라고 보면 된다. 한 해를 그냥 넘기기에 아까운 책을 알게 되는 순기능 외에도 탄탄한 서평을 감상하는 옵션까지 달려 있으니, 이건 맛있는 양서를 제대로 즐길 수 있는 코스 요리를 대접 받는 기분이다.

 

어른들이 아이들의 안전사고에 신경을 쓰는 것이나 아파트 층간 소음 문제로 골머리를 앓는 것도 알고 보면 다 아이들의 천방지축 때문이다. 물론 우리는 다 알고 있다. 아이들은 본디 뛰어놀며 자라야 한다는 것을. 하지만 주위를 둘러보자. 도시 생활이란 이 생기 넘치는 아이들에게 얼마나 부적당한가. 주택가 골목이든 아파트 주차장이든 자동차가 없는 곳이 없고, 익명의 이웃은 믿기 어려우며, 어른들의 삶도 바로 앞이 보이지 않을만큼 팍팍하다. 그러니 아이들은 가정이나 학교, 학원에서 얌전히 '관리'되어야 한다. 자유보다는 안전이랄까? 놀이터나 골목길보다 텔레비전이나 컴퓨터 앞에서 노는 것이 훨씬 안전하다는 것은 사살이되 슬픈 일이다. 아동 문학이 좀 더 떠들썩하고 흥미롭고 즐거워야 할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중략)

「보물섬」이나 「허클베리 핀의 모험」같은 작품들은 모두 당대의 시대적 흐름 속에서 쓰여진 것들이니 우리에게 바다로 나가는 위대한 소년 정신 같은 걸 기대하는 게 무리라면 무리다. 게다가 뒷산에 개구리 잡으러 가는 것도 불안한 요즘에는 가상의 아이들일망정 그들에게 모험을 권하기도 몹시 미안한 일이 되어 버렸다.

P. 315

 

나는 베스트 셀러 코너를 굉장히 신뢰하지 않는다. 양산적인 느낌과 상업적인 냄새가 폴폴 풍기기 때문이다(실제로 출판사는 3T 전략(Time, Table, Taget)을 통해 베스트 셀러를 창조하곤 한다). 또한 주위에 책을 많이 읽는 친구가 없어서 추천 받는데 곤란함을 겪기도 한다. 이처럼 좋은 책을 만나는 항해에 난항을 겪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아까운 책」에 정박하고 있는 책 좀 읽은 형, 누나들과 간단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으로 나침반을 바로 잡아보자. 또한 아직도 스스로 마주할 책을 고르지 못하고 베스트 셀러 코너 앞에서 서성거리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아까운 책」 을 놓치지 말길 바란다. 

 

  

 

아까운 책

작가
강양구, 강인규|임승수|정혜윤|김갑수|목...
출판
부키
발매
2012.04.27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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