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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인문학 1 - 현실과 가상이 중첩하는 파타피직스의 세계 ㅣ 이미지 인문학 1
진중권 지음 / 천년의상상 / 2014년 6월
평점 :
[서평]「이미지 인문학」이미지를 갖고 글을 잃다
「이미지 인문학」를 읽으며 번역이 잘 안 된 외서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분명 한글로 번역된 게 맞는데 행간의 의미 파악이 안 되고 문장 이해가 힘들다. 물론 이 책은 외서가 아니다. 이미지에 대한 포괄적인 진중권 씨의 글을 모아놓은 것이다. 진중권 씨의 책을 한번도 읽을 적이 없어서 원래 문체가 이런지 알 길이 없다.
진중권 씨는 소통하기 힘든 글을 썼다. 표지를 보면 이미지를 못 읽는 자가 미래의 문맹자가 될 거라며 이미지에 중점을 뒀다. 그래서인지 글에 대해 조금 소홀한 것이 아닐까. 글과 문장은 담백하고 전달하기 쉬운 게 최고다. 내용이 어렵고 글마저 어려우면 그 책은 읽기가 힘들다. 내용이 어렵고 글이 쉽다면 그 책은 읽기 좋은 책이 된다. 하지만 내용이 쉽고 문장이 어렵다면 그것은 최악의 글이 된다. 이미지가 무엇인지 책을 이해하지 못했으니 내용이 어려운 건지 쉬운 건지 알 도리가 없지만 문장은 분명 어렵다. 같은 내용을 가지더라도 쉬운 표현을 고를 수 있지 않았을까.
예를 들어 본문에 이런 문장이 나온다. '이 시기에 책은 자연의 거울로 여겨졌다. 세계를 알려면 책을 읽어야 한다. 하지만 전자매체의 등장과 더불어 "구텐베르크 은하"는 서서히 종언을 고한다.'
이 문장은 종이책이 전자매체에 의해 서서히 밀려나고 있음을 뜻하는 문장이다. '구텐베르크 은하'란 최초로 금속 활자를 발명하여 인쇄술에 혁명을 일으킨 구텐베르크를 인용한 묘사다.
구텐베르크가 최초의 금속활자를 발명한 건 유명한 사실이지만 이를 평소에 인지하지 못한 독자라면 '구텐베르크 은하'가 무엇인지 한참 고민해보지 않았을까.
위 문장은 그래도 내가 이해할 수 있었던 몇 안 되는 문장 중 하나다. 「이미지 인문학」에는 이렇게 소통이 소홀한 문장이 가득하다.
이미지를 읽지 못하고, 설령 글자를 몰라 문맹자가 될지라도 소통할 수 있다면 세상을 살아가기에 큰 어려움이 없다. 글자를 알고 이미지를 읽을 수 있더라도 소통할 수 없다면 그게 진정한 사회에 대한 문맹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