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혼자만의 시 쓰기 비법
한승원 지음 / 푸르메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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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나 혼자만의 시 쓰기 비법」시인의 인생이 곧 시가 된다

 

 

 

 

나 혼자만의 시 쓰기 비법 - 
한승원 지음/푸르메

 

 

 나는 어려서부터 문학(이라기보다는 책)에 대한 관심이 깊어서 여러 합격한 대학들 중에서도 문예창작과를 골라 입학 했다. 수능을 3개월 앞두고도 집을 떠나 주유소에서 기숙하며 아르바이트를 했을만큼 수능 공부에 소홀했지만, 좋아하는 공부의 기회가 찾아왔을 때는 누구보다 적극적인 태도로 수업에 임했다. 강의를 들으며 소설, 희곡, 시나리오, 비평 등 여러가지 문학에 대해 알아가고 있었는데, 그 중 유독 시는 호숫가에 서린 뿌연 안개처럼 한치 앞을 알아보기 힘들었다. 나만 그랬던 게 아니라 동기들은 물론 선배들도 안갯속을 헤매고 교수님조차 시는 원래 그런 거라고 단정을 지으시니 시에 대한 학구열은 비참했다. 시 외의 문학이 배우면 배우는대로 정비례해서 지식이 늘어간다면 시는 풀기 힘든 방정식 같은 학문이었다. 졸업이 가까워 졌을 때까지 시 쓰기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시 읽기에는 어느 정도 감을 잡아 다행이었다. 

 

 한승원 시인의 「나 혼자만의 시 쓰기 비법」에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는 그때 쓰지 못했던 시를 쓸 수 있을까와 같은 희망 같은 것이었다. 교수님 외의 사람에게 시를 배운 적이 없어서 다른 시인은 어떻게 시를 가르치는가도 궁금했다. '나 혼자만의' 시 쓰기 비법이라는 말의 근거도 궁금했다. 나 혼자만이라면 다른 모든 시인은 알지 못하고 한승원 시인만이 알고 있는 비법이 있다는 것인가, 아니면 나만이 할 수 있고 다른 사람은 하지 못하는 비법이라는 것인가. 만약 후자라면 이 책을 읽는다한들 아무 소용 없는 게 아닌가. 여기에는 이유가 있다.

 '글쓰기'에 관련된 책을 읽어보면 무엇하나 똑같은 것을 찾기가 힘들고 오히려 정반대되는 방법이 나오기도 한다. 어떤 작가는 아침 일찍 일어나 태양의 기운을 받으며 정신이 맑은 가운데 글을 쓰라 권하고 어떤 작가는 심야에 충만해진 달의 기운을 받아 감성적으로 쓰라고 권한다. 글쓰기 책을 많이 읽으며 익힌 한 가지 진리는, 작가가 권하는 방법들은 한 가지 예로 참고만 하고 스스로 노하우를 습득해 나가야 된다는 점이다. 시 쓰기도 마찬가지다. 이 책의 제목이 '나 혼자만의' 인 이유도 누구와 비교할 수 없는 자신만의 시 쓰기 방법을 가지기 위해서다. 

 

 책을 읽다보면 시 쓰기 비법은 대체 어디 나오는 거야, 하고 배신감을 드는 독자도 있을 법하다. 시 쓰기 비법은커녕 한승원 시인의 인생 이야기만 가득 담겨 있어서다. 왜 시 쓰기 비법 책에서 인생 이야기가 나오는 것일까? 그건 바로 시인의 인생이 곧 시가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누구와 공유할 수 없는 자신만의 비법이 된다. 똑같은 인생을 사는 사람은 없지 않은가. 이 책은 시 쓰기 비법을 가르치지 않는다. 시인처럼 인생을 사는 방법을 가르친다. 시인의 인생이 곧 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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