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더 나이트
커트 보니것 지음, 김한영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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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트 보네거트를 만난 건 행운이다. 글쓰기의 한 경지로 보이는 블랙 코미디와 풍자를 자유자재의 상상력 속에 버무릴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내 찬사는 아낌없다. 단호하면서도 유머러스하게 평화적 메세지를 전달하는 솜씨 또한 대단하다.
블랙유머나 풍자에 맛을 들이면 그 기쁨의 지평이 얼마나 넓은지 알게된다. 조선시대 실학자 박지원을 유명하게 만든 소설을 풍자를 빼놓고 설명할 수 있을까?  그것들은 단계적으로 어쩌면 아주 뒤늦게 독자를 자극할 수도 있다. 그래서 우리 삶의 지표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게 그가 주는 소설 속 교훈의 올바른 경로다.

 


교훈이라는 말은 문학에서는 매우 위험한 표현이지만 커트 보네거트에 한해서는 예외다. 지루하지도 권위적이지도 응큼하게 숨기지도 않는 쿨한? 교훈이 이곳에 있다. 커트 보네거트의 공식사이트에 그가 남긴 스케치들을 보면 소설보다 빨리 그를 습득할 수 있을지 모른다.

시대는 점점 전쟁과 멀어져 예술 속에 남은 전쟁의 파편은 전시 자체가 아닌 전중의 개인에 집중된다. 개인의 경험을 둘러싼 배경으로, 적절한 위력 관계를 묘사하는데 쓰이는 것이 현대의 전쟁이야기다. 피카소의 <게르니카>가 2009년 발표 된다고 한들 어떤 충격도 이 시대로 가져오지 못한다. 우리가 <태극기를 휘날리며>를 보고 반전의 구호를 먼저 떠올렸다면 그만한 흥행몰이는 어렸웠을 것이다.  

데모처럼 반전을 외칠만큼 총, 칼 무차별적 죽음이 우리 가까이에 있는 건 아니지만 그리 먼 이야기도 아니다. 굳이 신문의 국제면을 들추지 않아도 세계는 아직 전쟁 중이며 특히 분단 상황에 놓인 우리는 지나친 말로 늘 전시에 있다고도 할 수 있다. 이런 경각심을 깨우는건 그의 소설 단 한 편만으로도 가능하다. 전쟁이 개인에게 어떻게 지대한 영향을 끼치며, 전쟁이 얼마나 무식한 자들의 무의미한 도발인지 명징하게 드러나는 것이다. 

메세지를 먼저 들먹거리는 일이 작품을 만나는데 방해가 되지 않기를 바라면서 최신작 <마더 나이트>를 둘러본다.

1961년, 그의 나이 39세에 발표된 <마더 나이트>는 히틀러가 주도한 유태인 학살과 전쟁, 그리고 거대한 그의 조국 미국을 타겟으로 한다. 전쟁과 민주주의, 인종차별과 자유의 국가, 이 부조리한 세계 현실만으로도 웃지못할 블랙 유머로 가득찰 수 있다는 점을 포착해 낸다.
수백만 명의 인간을 죽여 없애기 위해 설립한 아우슈비츠의 확성기에서는 하루 종일 훌륭한 음악들이 흐른다. 그 사이에 나오는 안내 방송은 "시체 운반원은 경비실로 오라"는 것이다. 이 년 동안 매일 이 방송과 음악을 들으면 시체 운반원이 아주 훌륭한 직업으로 들린다는, 기이한 웃음을 유발해낸다.

가죽끈으로 교수형에 처할 사람을 묶는 일과 가방을 묶는일이 거의 똑같이 느껴질 만큼 전쟁중의 사람들은 백치 미치광이가 되어가도 그 사실을 자각하지 못한다. 하지만 주인공 하워드 w.캠벨 2세는 다르다. 항상 자신이 한 일을 알고 있고, 잊지 않고 살아 간다. 그러나 우습게도 이건 그의 대쪽같은 성품때문이 아니라 '현대인이 널리 향유하는 아주 단순한 혜택, 정신분열증 덕분'이라고 말한다.(커트보네거트의 아들 역시 같은 병을 앓았고 또 소설을 썼다)

그의 비판의 활촉은 동시다발성을 띄고 있어서 만능활이라 부르고 싶을 정도다. 법을 수호하는 미국이라는 나라는 그를 전쟁 스파이로 고용하고도 증거인멸로 발뺌하고, 여자 군악대장을 앞세워 "미국인은 전쟁을 아주 섹시하게 생각"하는 가면을 태연히 쓰고 있다.

하워드w.캠벨 2세는 너무 깊어서 그 어떤 말도 도달할 수 없는 영적인 사랑을 잃고, 결국 스스로 전쟁의 희생자가 된다. 소설은 '다른 사람이 어디로 가라고 말해주지 않으면 아무데도 못가는 사람, 다음에 무엇을 하라고 말해주기를 애타게 기다리는 사람, 무엇을 하라고 말해주면 무엇이든 하는' 아우슈비츠의 수 천 명중 한 사람이 되고마는 그가, 나치의 선전 방송원이었다는 역설을 품고 있다.          

커트 보네거트는 숨김없이 반전주의자 이자 낭만주의자다. 그가 만들어낸 주인공은 사실 어떤 정치색도 없는 시대의 예술가이자 희생물일 뿐이다. 그저 '둘만의 제국'에서 사랑의 뿌리로만 살고싶은 한 남자의 갈망은 운명을 조롱하는 로맨스로 향하지만 작가가 서문에서 언급했듯이 '사랑이 남는 장사'라는 말은 언제든 유효하다. 전쟁이 사랑의 비극을 만들었다는 점만이 그의 영혼을 파괴할 수 있을 뿐이다.

블랙 유머나 풍자가 단 몇 줄 로 드러나기는 힘들다. 생각이 책을 덮고 덮어서 쉽지 않은 코드로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굳이 베일을 벗기기보다 느낌을 믿어보는 편이 좋겠다. 그가 남긴 스케치의 군더더기 없는 선들이 만든 우스꽝스러움을 감상해 보자. 아는 사람들 끼린 커트 보네거트를 읽었어.라는 말로 충분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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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길 위에서 자란다
김선미 지음 / 마고북스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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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기분 좋게 속고 말았다. 블로깅 중 우연히 발견한 <아이들은 길 위에서 자란다>는 평범한 세 모녀의 특별한 여행기라고 짐작했었다. 다니던 직장에 그만둘 각오로 한달의 휴직계를 쓰고 어린 두 딸과 보름간의 야영기록을 담은 김선미씨의 책이다.  

남편도 홀로두고 마로네 세 모녀가 집 앞3번 국도를 따라 남쪽 끝까지 가보겠다는 야심찬 계획은 정말이지 특별해 보였고 게다가 제목처럼 '길 위에서' 잠도 자고, 밥도 먹는 텐트 생활은 내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이 모든 것이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라니, 책을 열기도 전에 내 몸이 근질거리며 떠날채비를 하고 있었다. 집을 팔아 세계일주를 했다던 신문 속의 가족 이야기가 대단해보이긴 했지만 피부에 닿는 여행기는 아니었다.
하지만 이 책이 세계일주를 한 가족만큼이나 특별한 사람들의 특별한 기행문이라는 걸 부인할 수 없었다.  

그들은 1999년 가을, 경기도 광주의 원적산 자락으로 이사해 가족들끼리 '별밭'이라부르는 시골마을에 8년째 살고 있었다. 밥벌이를 위해 서울로 힘겨운 출퇴근을 하면서도 별밭을 떠나지 못하는 네 가족은 자연을 진정 벗으로 여긴다. 각각 '높은 산''큰 바다'라는 뜻의 마로와 한바라는 두 딸의 이름이다. 두 딸은 왠만한 놀이동산보다 도서관을 좋아하고, 서울에 가는 일을 도시체험학습으로 아는 특별한 아이들이다. 산악전문지 월간<MOUNTAIN>에서 일하는 저자 김선미씨는 생협을 통해 농산물을 받아먹고 남편과의 연애를 등반으로 했을 만큼 산과 자연을 사랑한다. 

이 정도면 우리 눈에 도통 평범한 경지는 아니다. 우리가 살고있는 현대는 세계일주보다, 이 가족처럼 생태주의를 실천하는 일을 더 어렵게 만드는지 모른다. 필요와 쓸모, 편리함과 쾌적함에 한없이 길들여져 그 외의 가치를 외면했던 나의 삶이 길 위로 나온 그들과 부딪히고 또 섞이기도 한다. 마로네 세 모녀 역시 세상과의 충돌을 숨기지는 않았다.

아이들에게 스팸을 먹이기 싫어서 나중에 나중에라고 미루는 김선미씨의 고투가 여행중 '식'의 해결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또 아빠가 없는 자리에 들어선 궂은 일에 대한 감회가 딸들과의 토닥거림으로 진솔하게 드러난다.  

'기행문'이라고 하면 읽기에도 지루하고, 쓰라고 하면 더 고역이고, 온통 금수강산이나 유적지에 대한 미사여구로 가득차, 아름답지 못한 장르라고 생각했었다. 김훈의 <자전거 여행>에 이어 <아이들은..>은 기행문의 통념을 깨뜨려준 고마운 책이다.

유려한 장관의7번 국도가 아닌 집 앞의 길이 어디로 통하고 어디서 끝나는지를 목적으로 하고, 숨어있는 야성 깨운다는 야영 생활을 감행한 것은 여행의 새로운 이정표로 남을 듯 하다. 

마로와 한바라의 일기가 보름간의 여행일지에 포함되어있는데, 내겐 이 점이 특히 매력적이었다. 솔직 담백 간결한 두 딸의 일기 솜씨에 여행의 정수를 맛보기도 했다. 한바라는 여행 내내 길에서 만나는 문화재들이 보물찾기 놀이 같다고 재미있어 했다. 빠질 수 없는 여행팁들은 가족야영을 염두해둔 독자라면 매우 유용할 것 같다. 실용적 팁도 팁이지만 낭만적 생태적 충고도 잊지 않는다.

야영장에선 어둠과 친구가 되어야 한다...그런 시간을 충분히 느낀 다음, 불을 밝히는게 좋다. 어둠에 익숙해지면 바람소리, 새소리 같은 것에도 예민하게 귀가 열린다.      

산악전문지의 기자답게 전국을 누빈 품새가 은근히 드러나고, 장소에 걸맞는 추억담이 아스라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대단한 관광지나 굳이 볼만한 꺼리가 아니어도 어떤 식으로 여행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지, 나무 한 그루가, 시멘트 돌탑이 여행의 기쁨을 어떻게 선사하는지 섬세하게 다가간다. 간혹 인간의 언어는 인간의 감정을 초월하기도 한다. 결국 기행문이 주는 즐거움은 우리의 감상을 확장시키는 일 같다. 

저자는 이 여행이 가능한  한 불편하고 힘들게 움직여야 무엇인가를 해냈다는 자신감이라도 얻을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라고 고백한다. 아이들을 위한 여행이 오히려 내가 배우기 위해 떠난 여행이었다고도 말한다. 모두 맞는 말이다. 아이들은 길 위에서 새로운 꿈을 향한 불씨를 당기고 어른들은 들뜬 일상을 차분히 돌아보고, 독자는 집 밖으로의 여행을 계획하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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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어주고 이야기해주는 부모들
유소영 외 지음 / 쿠북(건국대학교출판부)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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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에게 이야기를 들려주어야겠다고 결심한 어느 날. ‘내일로 미루지 말고 알고 있는 이야길 해주자’ 하며 주머니를 뒤집듯 기억을 털어보는데 호랑이, 토끼, 여우 따위의 동물들만 머리 위를 둥둥 떠다닐 뿐 정작 중요한 플롯이나 대사는 한 줄도 떠오르지 않는 것이었다.

시험지 앞에 앉은 수험생처럼 억지로 기억을 더듬어 겨우 한 가지 이야기를 완성할까 말까였다. 다행히도 ‘호랑이와 곶감’ 이야기는 비교적 상세히 떠올랐는데 그것도 서영에게 한 스무 번쯤 이야기 해주고 나서야 만듬새가 괜찮아지더란 어이없는 사실에 도서관을 찾았다.

 
다시 초등학생이 되어 ‘이솝이야기’를 빌려온 날. 무릎을 탁탁 쳐가며 금도끼 은도끼, 황금알 거위, 양치기 소년 이야기 등등을 읽어나갔다. 한 달 동안 ‘호랑이와 곶감’ 이야길 해주면서 중요한 대사와 극적 포인트를 기억하는 일이 중요하단 사실을 알았기에 들려주려고 읽는 부모의 특별한 입장이 되었다. 그런데 제목만 봐도 줄줄 꿸 것 같았던 이야기들이 통 입에 붙질 않는 것이다. 또 뭐가 문제일까 안개 속을 헤매던 중에 다시 도서관을 찾았다.


역시 책은 길이요 문이요 열쇠였다. <책 읽어주고 이야기 해주는 부모들>이란 책을 만났을 때의 반가움을 말해 무엇 할까. 물론 뚜껑을 열어봐야 아는 법이지만 제목은 마침 기다리던 책이었다.
 

그 즈음 이야기 해주기의 의욕도 조금 수그러든 상태였는데 이런 내용이 있었다. 시리얼을 무료로 유치원에 공급했더니 이후 아이들이 자라서 자녀를 기르게 되었을 때도 시리얼이 계속 팔렸다는 이야길 해주면서 (p.86) 시리얼을 먹고 싶다는 생각이 나도록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독서하고 싶은 생각이 나는 것은 선천적인 것이 아니라 부모와 교사가 이야기하기, 읽어주기로 맛을 들여 주는데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간간히 이야기를 예로 들면서 이야기 해주기의 힘을 더하고 있다. 또 옛이야기가 왜 이야기 해주기에 좋은지, 안 좋은 이야기는 무엇인지 세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공들여 골라 보여주고, 원본이야기를 압축해서 들려주기 좋도록 고치는 실 예를 들어주기도 한다. 실용적이기도 하지만 이야기 보는 재미까지 있다. 

 
전문가의 말에 따르면 옛이야기는 ‘지루한 설명 없이, 사건의 연속으로 이야기가 진행되고, 그 사건들은 그림을 보듯 이야기의 진행을 상상할 수 있게, 생생하게 제시되고 일말의 반복성이 있다’는 것이다.(p.94) 이야기를 들려주고자 한다면 이 한 줄에서도 수많은 힌트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저자는 이야기해주는 할머니의 입장으로 인자하고 세심하게 아이들의 입장을 염두하고 있는데, 아이 경험과 환경을 고려하여 이야기해주는 방법도 적고 있다.(p.114) 꽤 분량을 두어 좋은 책을 소개 하는 마지막 챕터도 알차다. 

 
이 책은 전문적이면서도 매우 독창적인 책이다. 이런 종류의 책은 정말 드물다고 단언할 수 있다. 이 책까지 읽고 나니 정말 든든하다.

이제 나에게 필요한 건 연습이다. 어차피 이제 갓 돌을 지난 서영은 두 세 마디의 생활어 밖에 알아듣지 못한다. 지금이 연습의 적기라고 본다. 많은 이야기를 읽고 감상하고 감동해서 내 것으로 만들고 가장 질 좋은 버전이 되었을 때 즈음 서영은 엄마의 이야기를 재미있게 들어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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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동아이 부모의 7가지 잘못
캐롤린 화이트 지음, 김귀련 옮김 / 파란자전거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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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태 봐 온 육아서들의 공통된 내용은 '합리적으로 사랑하라'는 것이다. 합리적으로 연애한다면 정떨어질 일이지만 아이와 부모와의 관계는 조금 다른가보다. 하지만 필자는 연애하듯 아이를 키우고 싶었다. 아이와 함께 웃는 엄마가 되고 싶었고 참고 인내하는 어른보단 같이 고민하는 관계를 만들고 싶었다. 꽁무니를 쫓으며 애지중지 하는 것이 아니라 멀찍이서 아이를 바라보고 싶었다. 시대는 내게 언제나 자유를 주었고, 나 역시 방관에 가까운 자유로운 육아의 결과물 이었다.
 
우리는 지속적으로 지당한 자유의 공기를 맛보았다. 우리 세대의 육아도 이와 맞물려 아이의 의견과 독립된 존재에 대한 존중으로 육아의 기틀이 새로 마련 되었다. 부모는 인도자가 아닌 안내자로서의 역할에 무게가 실린다. 폭군은 권위를 잃고 아이의 친구가 되지 못하면 소외될 수도 있다. 이 모든 것을 당연하게만 여겼던 시간을 흔드는 책이 바로 <외동아이 부모의 7가지 잘못>이었다. 

과잉방임, 과잉보호, 규율실패, 과잉보상, 완벽주의, 어른취급, 과잉칭찬. 언뜻 듣기에도 무시무시한 실수들이 표지에 방점까지 찍혀 언급되고 있다. 어떤 것들은 자주 듣던 말이고 또 어떤 것들은 갸우뚱하다. 한낯 도그마(의미없는 구호)처럼 받아들인다면 이런 실수쯤이야 언제든 피해갈 수 있는 현명함을 자신할지도 모르겠지만 책을 여는 순간 부모로서 한 번쯤 저지른 실수들과 만나게 될 것이다.
 
우리나라도 하나만 낳아 잘 기르자던 대통령은 가고 없지만 구호는 오랫동안 남아서 핵가족 문화를 정착시키기에 이른다. 이젠 전세계를 통틀어 인구 증가율이 꼴지인 나라가 되었다고 하니 부모들이 외동아이를 잘 키우는 방법에 대해 목말라 하는것은 당연하다. 국내 사정에 비해 학계의 움직임은 좀 늦은 가운데 외동아이에 대한 구체적이고 다양한 사례들이 잘 정돈되어있는 이 책은 정말 반갑다. 저자는 지난 7년동안 모든 연령의 외동아이와 부모, 친척, 친구들을 위한 출판물인 [외동아이]의 편집장으로 재직했고 외동아이를 키우고 있는 엄마이기도 하다. 

그녀가 쓰고 있는 실제적 지침들은 이렇게 스스로의 경험과 수많은 간접 경험을 토대로한다. 어쩌면 이 책의 등장 자체가 외려 외동아이를 기르는 일의 위험요소를 광고하는 것일 수도 있다. 지나치게 잘못만 지적하다보면 부모들은 걱정으로 휩싸인다. 그러나 외동아이 기르기의 장단점을 고루 실어서 부모들이 흔들림 없이 중심을 잡는데 도움을 줄 것이다.
 
저자도 말했듯이 독자들이 필요한 부분만 들춰볼 수 있도록 각 실수별로 챕터를 나누어 놓았고, 오랫동안 수백명의 외동아이와 외동아이의 부모를 만나 이야기를 나눈 소스가 전문가 빰치는 충고에 녹아 있어서 매우 실용적이다. 

자유를 중시하는 육아법과 관련된 실수는 규율실패와 완벽주의, 과잉칭찬 전반에 걸쳐 퍼져있었다. 저자의 연구 사례에 따르면 적당한 규율 속에서 자란 아이가 행복감을 더 잘 느낀다는 것이었다. 그러면 아이들은 더 안전하다고 느끼고, 결국 스스로를 잘 제어할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한단다! 청소년기 아이들에게도 이 사실은 마찬가지다. 부모에게 '내버려둬'라고 소리치는 이면에 '날 좀 잡아줘'라는 말이 숨어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함께 규율을 만들면서 반항을 최소화하고 그 후에 자유가 따라야한다고 설득한다. 

칭찬에 대한 합리적인 규칙을 말해주면서 '칭찬만능주의'에 휩싸인 요새 부모들을 일깨운다. 또 외동아이는 아이 네 명 중 하나를 키우는것처럼 하란다. 오늘이라도 당장 실천할 수 있는 것부터 육아의 기본을 단단히 잡아주는 바탕까지, 이 책이 도서관 소유만 아니었다면 밑줄로 넘쳐났을 것이다.
 
우리가 외동아이들에게 얼만큼의 환상을 가지고 있는지, 또 환상을 만들어주고 있는지 책 속에서 확인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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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의 다섯 가지 중대한 질문 - 아이와 나누는 종교적 대화, 2008년 간행물윤리위원회 청소년 권장도서
프리드리히 슈바이처 지음, 손성현 옮김 / 샨티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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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누구지?
왜 죽어야 하지?
내가 맘놓고 기댈 수 있는 곳은 어디지?
왜 다른 사람에게 잘해줘야 하지?
왜 어떤 아이는 다른 종교를 믿어요?

저자가 뽑은 종교와 관련된 어린이의 다섯 가지 질문이다. 부모 혹은 성인이 된 우리에게도 위의 질문들은 여전히 ?로 남아있다. 답을 찾기 위해 애쓰기도 했지만 결국 초라한 답안지는 바람에 날아가버렸다. 내게도 무척 호기심어린 시선을 주었던 <아이와 나누는 종교적 대화-어린이의 다섯 가지 중대한 질문>은 추리소설만큼이나 결론이 궁금했다. 저자가 다다른 종착역은 '아이들의 종교권리'와 '올바르게 사용되는 종교의 힘'이다. 하지만 결론이 중요한 류의 책은 아니었다. 
 
책이 지향하는 종교가 하나님을 내세운 권위나, 신적인 경이, 도덕적 완벽을 추구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 힘겨운 독서를 마치게 해주었지만 어린이의 질문만큼이나 결코 만만하지 않았다. 유럽의 종교적 배경과 우리나라의 경우가 적지않은 차이를 두고 있어서 쉽게 공감할 수 있는 부분도 적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육아서로써 접근했던 시작부터 뭔가 틀렸던 거다. 나의 아이에게 어떻게, 어떤 종교를 선택하게 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 엄마가 읽어야할 개운한 실용서는 절대 아니다. 또 기독교에 대한 일말의 지식이나 접근을 당연시 하고 있어서 불교이거나 남여호랑교^^인 부모들에게 적합한 참고서도 아니다. 

내 기대감은 모두 무너졌지만 쉽게 버릴 수 없는 해법들이 있었다. 어린이와 나눈 대화의 예시들은 아이들의 질문이 얼마나 진지한 것이며 어른들이 아이들과 어떻게 소통해야 하는지 힌트를 얻는다. 저자도 강조하고 있지만 아이들의 질문은 어떤 것이든 존중 받아야 마땅하며 아이 나름대로의 일관성과 그들만의 세계를 구축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결론보다 중요한 본론은 아이와 함께 종교적인 질문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태 위의 질문들은 뭣모르는 아이의 철없는 물음이거나 '죽음은 삶의 일부야'라는 정도의 추상적인 답변 혹은 어른도 모르는 '하늘나라'에 모든 것을 맡기는 급작스런 마무리로 대체할 수 있는 아이들의 세계일 뿐 이었다. 하지만 이제 어른들을 당황스럽게 만드는 이런 질문에 미리 대비하고, 아이와 소통하기 위해 노력하면서 우리에게도 이런 질문을 멈추지 말길 기대하고 있다. 


아이(여섯 살) : 하나님은 공기야?
부모 : 아니, 하나님은 공기가 아니야. 하지만 조금은 공기 같기도 해.
:
아이 : 왜 하나님은 모양이 없어?
부모 : 하나님은 어떤 생각 같아. 생각이 어떤 모양이 있어?
아이 : (잠시 가만히 있다가 웃으면서)없어.
부모 : 거봐. 하나님은 어떤...아주 강력한 생각 같기도 해.

이런 예시는 이 책이 부모들에게 충분히 쉽게 다가갈 수도 있음을 암시하기도 했지만 여전히 실용적 소스를 얻어내기엔 조금 난해하다. 하지만 현재 기독교로 아이를 인도하고 싶거나 영적인 질문에 대해 폭넓은 대비를 하고 싶은 부모라면 도전해 볼만한 인문학 서적이다.

마치 불교의 선문답처럼 느껴지는 이런 식의 대화가 올바른 방향으로 제시되고 있다. 아이의 질문에 답을 주는 건 어른도 성경도 아니다. 바로 대화와 소통이며 느낌으로 전달되는 강력한 메세지이다. 아이들이 영적인 발전영역에서 단절을 느끼지 않고 충분히 파고들 수 있도록 어른은 더 깊은 고민으로 이어지는 질문을 던질줄 알아야 한다. 하지만 방향은 있을지언정 답을 가지고 있어서는 안된다. 

또 한가지 귀기울일 말은 '아이들의 종교권리'이다. 요새 아이들은 종교를 가지지 않을 권리만 만연되 있다는 것이다. 오히려 그런 방치 속에서 고민할 권리를 빼앗긴다는 지적은 꽤 의미있어 보인다. 역시 어른들의 세심한 접근이 꼭 필요한 부분임에 틀림없다.

객관성과 전문성을 확보하기에 좋아서 인지, 책 자체의 연구적 성격 때문인지 유독 인용문이 많다. 인용문에 이어지는 저자의 의견을 들으면서 아쉬움을 많이 느꼈다. 육아에 꼭 필요한 이렇게 좋은 주제에 대해 학문적인 접근만 있는 것 같아서다. 다른 버전의 풀어쓴 책이 한 권 더 있다면 더 많은 부모들이 책을 펴들 수 있었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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