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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애완 텃밭 가꾸기 - 만화로 보는 텃밭 메뉴얼 농부가 세상을 바꾼다 귀농총서 24
이학준 글.그림 / 들녘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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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들녘 귀농 총서 24. 만화로 읽는 텃밭 메뉴얼 <나의 애완 텃밭 가꾸기>





쉽게 보다 큰 코 다쳤습니다. 한 장 한 장 공들여 보느라 한참을 읽었습니다. 귀농을 준비하거나 애완 텃밭 하나 두려는 것도 아닌데 왜 그랬나 싶습니다. 이게 이 책의 묘수입니다. 어수룩한 듯 깐깐하게, 눙치며 뒤통수를 때리는 거죠. 그림 컷과 사진이 번갈아 나오면서 읽을거리도 많지 않습니다. 이론 제하고 밭에 바로 삽 꽂습니다.  

사실 초보 귀농꾼이 제일 궁금한 게 실전 아니겠습니까. 삽질 얼마나 힘든지, 손으로 잡아서 벌레 이기는지, 모종 안죽이고 어떻게 심을지, 관행농법을 비껴 어떤 위험부담과 이익이 있는지, 토마토는 언제 따고, 배추는 언제 묶을지. 제가 제일 궁금한 건 바로 내 손과 허리가 해야할 일들이죠. 

농약과 거름 적게 주고 채소를 기른다면 너도 좋고 나도 좋은 거 알겠지만, 28점 무당벌레는 어쩌고, 서리맞은 고구마는 어쩐답니까. 이론, 실전, 마지막은 늘 '대안'입니다. 故김대중 대통령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행동하는 양심이 아니면 악의 편이다' 대안이 마지막 양심이라는 거 귀농서로 교육받습니다.
 






웃거름으로 주는 '오줌액비'가 나옵니다. 오줌 받아놓고 마개를 닫아 그늘에서 일주일 정도 숙성 시키면 됩니다. 원액을 뿌리면 작물이 타므로 물을 섞습니다. 쌀뜨물로 웃거름으로 쓸 수 있는데 설탕을 한 숟가락 정도 섞어 1~2주 뒤면 사용할 수 있습니다. 오줌이 질소거름이라면 쌀뜨물은 인산거름입니다. 이런 친환경 농법의 핵심들이 심심찮게 등장합니다.





거름을 많이 하면 흙이 빨리 산성화된다, 밭에 널린게 안주다, 거름을 적게 주고 키워야 고소한 채소를 먹을 수 있다, 벌레도 안다 싹쓸어 먹으면 자원이 고갈된다는 것을..-벌레먹은 완두콩 씨도 싹을 틔운다, 거름을 적게 주고 키우면 확실히 병이 적다, 작물과 대화한다, 풀을 모아 빈밭 한 켠에 쌓고 오줌을 뿌리면 풀거름이 된다, 비닐멀칭말고 풀멀칭 한다, 농사짓다 보면 내 안의 수컷을 만난다? -책에서 정리

연차가 높은 텃밭지기가 하수들에게 내공을 전하는 만화로는 이 순환 농사에 대한 잔소리를 들려줍니다. 참 이상도 하죠. 글로 풀면 지루한데 만화로 보면 웃습니다. '웃고 떠든 것 같은데 남는게 있다' 책이건 강의건 이런 고수들에게 반하게 마련입니다. 대단한 사람들 말만 듣다가는 어깨에 힘이 들어갑니다. 귀농. 어딘지 진지한 삶의 자세가 묻어나는 말이지만 이것도 재미없으면 못합니다.  

말이 '애완 텃밭'이지 한 가족 먹을만한 일년치 작물들이 총망라 됩니다. 잎채소, 열매채소, 구근류, 김치거리, 콩, 양념채소, 은근히 '쌀농사'는 안 짓나 이런 생각이 듭니다. '다음은 쌀농사다' 이런 책 내시면 사보겠습니다.







'고추 농사보다 고추 말리기가 더 어렵다''낫이 실종됐던 당시의 우엉밭.코끼리 한 마리 묻을만큼 파야 저 정도 우엉이 나온다.' 





들녘 귀농총서 14 <농사꾼 장영란의 자연달력 제철밥상> 서평으로 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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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 이유있는 레시피 + 전통간식 - 근본을 알고 먹이는 음식
장소영 지음 / 소풍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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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집에 새우가 있어서 목차의 '새우'를 찾은 다음 새우로 할 수 있는 요리들을 훑어봅니다.

'근육과 뼈를 강화하는' 케첩 새우튀김, '칼슘이 풍부해 뼈까지 건강해지는' 마른새우콩볼, '체력을 높이는' 새우크림스파게티.

새우튀김과 콩볼은 일 년에 한 번 냄비에 기름을 쏟을까 말까하는 저희 집에서는 불가능. 새우크림스파게티가 적당하겠군요. 

재료 스파게티 면 300g,새우 12마리, 홍합 6개, 양송이버섯 5개, 다진 양파1/4개 분량, 빨간파프리카 1/2개. 브로콜리 1/6송이, 생크림 2컵, 우유1컵, 파르메산 치즈 가루 2, 후춧가루 약간, 올리브유1또는 식용유) ♥재료중 홍합 파프리카, 브로콜리, 파르메산 치즈가루는 생략 가능

만들어보세요


1. 새우는 내장을 빼고 심ㅅ미한 소금물에 씻어 물기를 뺀다. 홍합은 껍데기를 비벼 문질러 씻어낸 후 검은 실 같은 족사를 떼어낸다.
2.브로콜리는 작은 송이로 떼어 끓는 소금물에 살짝 데쳐 찬물에 헹궈놓고, 파프리카는 사방 2cm크기로 자른다. 양송이는 껍질을 벗기고 납작하게 썬다.
3.넉넉한 물에 소금을 약간 넣고 끓어오르면 면을 넣어10분 정도 삶는다.
4.팬을 달군 다음 식용유를 넣고 다진 양파를 넣어 투명해질 때까지 볶는다.
5.4에 손질한 양송이버섯을 넣는다. 수분이 나오는 것을 막기 위해 강한 불에서 볶다가 새우와 홍합을 넣고 볶는다.
6.볶은 재료에 생크림과 우유를 붓고 끓인다. 파르메산 치즈 가루(1.5)를 넣고 2분 ㅈ어도 더 끓인다.
7.6의 소스에 면과 파프리카를 넣고 버무린 후 후춧가루, 파르메산 치즈가루 약간씩을 뿌린다.




스파게티 생면을 간식으로 씹어먹을 정도로 아이가 스파게티를 좋아해서 의심의 여지가 없었습니다. 액상 생크림을 구하고 다니느라 이틀이 걸렸습니다. 아이도 음식 사진을 보고 만족스런 싸인을 보내더군요. 착오는 이렇게 시작됐죠. 그럭저럭 흉내를 내고나니 사진이랑 별반 다를 것도 없었습니다. 아이도 국물맛을 보더니 고개를 재빨리 끄덕거리더라구요. 빨리 상에 올리라고 성홥니다. 포크대신 젓가락을, 오목한 접시 대신 프라이팬을, 생략 가능하다는 재료는 모조리 빼고, 대신 어린이 치즈 한 장을 추가해서 상에 올린 새우크림스파게티는 결국 개밥으로 직진했습니다. 저희 모녀가 느끼한 음식에 이토록 격렬한 거부반응을 보일거라곤 예상치 못했죠. 오로지 산뜻한 토마토 스파게티만이 저희의 스파게티 였습니다. 

서영이는 모질도록 좋아하는 새우도 마다하고 상을 물리더군요. 아까운 마음에 몇 젓가락을 더 들긴 했지만 무심히도 한계가 찾아옵니다. 마침 오렌지 쥬스가 있었기 망정이지(저희 집 냉장고엔 쥬스가 없습니다.) 그 들뜬 위장을 어떻게 해야했을까요. 꺼내서 닦고 싶은 심정이었죠. 그 날 저희는 오후 늦게가 되서야 현미밥과 김치, 마른김으로 속을 완벽히 달랠 수 있었습니다. 

아닌게 아니라 쭉 훑어보니 편안한 요리들은 아니예요. 국가중요무형문화재 제38호 '조선왕조 궁중음식'국가전수생'식품영양학을 전공한 이학박사, 라는 명찰답게 재료들을 깐깐하게 선정해서 한 끼로 영양적 균형을 잡으려는 그야말로 '이유있는 레시피'네요.
 
하지만 이 이학박사도 아이들의 허약체질과 아토피를 막지 못했던 일하는 엄마의 슬픈 현실을 내비칩니다. 그 때부터 남의 먹거리가 아닌 가족의 먹거리를 바꾸어야겠다는 결심을 하셨다는 군요. 밥은 발아현미로 바꾸고 가능한 된장국과 나물류 같은 전통식단으로 변화를 주고, 외식과 인스턴트 음식을 줄이는 등 평범한 엄마로 요리를 다시 시작합니다.
 





(나물을 국수처럼 먹는 서영이, 밥을 안먹으려고 하는 날엔 방에 돗자리를 펴고 있는 반찬으로 도시락을 쌉니다. 효과 좋아요.
저는 고기를 안 먹지만, 아이를 위해 카레에는 고기를 넣어주는데요, 그마저도 없는 날엔 두부를 구워서 올려 줍니다. 이날은 고구마도 넣었네요.) 




하지만 저같은 엄마는 313개의 요리 중에 10개를 시연 해볼 수 있을까 말까 합니다. 저는 최소한의 조리로 최대한의 이득을 보려는 기업형이죠. 가족사랑형은 아닙니다. 김 몇장 슬쩍 구워서 '바삭바삭한 김요리'라고 큰 접시에 내 놓고, 엄마 먹을 떡볶이를 고추장 넣기전에 얼른 빼서 소금이랑 깨뿌리고 '서영이를 위한 안 매운 떡볶이'라고 으스대고, 찬밥에 쪼가리 야채밖에 없는 날은 특별한 볶음밥이라고 수선을 떨고, 밥 안먹는 날은 오븐에 누룽지를 눌러서 손에 쥐어주고, 야채를 안먹은 날엔 나물을 심심하게 무쳐서 간식으로 주면서 하루하루를 근근히 버티는 중입니다. 원칙은 있지만 한 끼의 균형은 아닙니다.  

이런 제가 무슨 수로 쇠고기 참깨완자, 바지락죽, 다시마부각, 허브닭찜, 백김치, 두부선, 매실떡갈비, 감자시금치선, 연근정과를 해주겠습니까. 






하지만 요리책 만큼은 확실하네요. 처음 소개한 '새우'에 들어가기 전에 새우의 영양, 효능, 특징, 제철, 재료 고르기, 조리 포인트, 보관법을 브리핑 한다음 재료에 따른 요리법을 3~4개씩 소개하는 식입니다. 오늘은 뭘 해먹을까가 아니라, 우리집에 무슨 재료가 있다, 싶으면 펼칠 수 있는 거죠. 까다로운 요리말고 수수한 건강식들도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어 전반적으로는 부족함 없는 요리책입니다.






전통간식을 소개하는 PART 6 이 아주 멋들어 집니다. 쑥갠떡, 대추생강차, 배도라지차, 토란병, 찹쌀떡, 단호박떡케이크, 오미자편, 등등40여가지를 소개합니다. 특히 홈베이킹의 고구마라떼나 바나나딸기 아이스크림은 재료나 과정이 놀랍도록 손쉬워서 제 입맛에 맛습니다. 본문에 들어가기 전에는 식단을, 마치고 나서는 도시락까지 챙기는 꼼꼼함이 가히 엄마의 대단한 열정을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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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꾼 장영란의 자연달력 제철밥상 농부가 세상을 바꾼다 귀농총서 14
장영란 지음, 김정현 그림 / 들녘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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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부터 시작하는 농사달력. 24절기 음식 공부 책. 그런고로 한 해를 두고 봐야 할 장맛 같은 책.
 
다소 경건해지기까지 하는 농사꾼의 일 년을 담은 이 책에는 10년이 넘을 만한 시골의 삶이 차곡차곡 쌓여있습니다. 단번에 읽어치우기가 못내 아깝습니다. 설령 귀농이라도 할라치면 옆구리에 끼고 봐야겠습니다. 


경칩엔, 춘분엔, 백로엔, 좀 더 쉽게 봄 여름 가을 겨울에 몸을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 무슨 씨를 뿌리고 무슨 열매를 거두어야 하는지, 어떤 나물을 캐다 먹어야 하는지, 된장은 고추장은 토마토 병조림은 어떻게 해먹는지, 불은 어떻게 떼는게 좋을 지, 감은 어떻게 말리는지, 집지어 산다는게 어떤 건지, 농사에서 갈무리가 얼마나 중요한지, 셀 수 없이 많은, 어쩌면 전부라고 해도 좋을 시골 살림 살이 내력이 이 안에 녹아 있습니다. 

제가 기준하는 좋은 정보서란 방법을 '일러주는'것이 아니라 '임하는 마음'를 살필 수 있는 것입니다. (꼭 탈무드에 나오는 고기잡이 얘기 같습니다) '정보'에 수용자 스스로 살을 찌울 수 있는, 일테면 영감을 지닌 책이야 말로 진짜 실용서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실용을 앞세운다고 해도 말이죠. 특히 요즘 쏟아지는 육아서들이 떠오릅니다. 출처도 모를 당당한 요구로 배는 부르지만 소화는 안되는 그런 책들에선 하나로 묶인 철학을 만나기 어렵기도 했습니다.  

<자연달력 제철밥상>은 정보와 영감을 골고루 담은, 정다우면서도 따끔한 책입니다.  


사십 가까이 도시내기로 살아온 내가 새로 일을 배워 얼마나 할 수 있겠는가. 그것도 첩첩산중 다랑다랑한 논밭에서. 우리 자신을 알고 우리한테 맞게 자급자족하려 한다. 

농법도 '나대로 농법'이다. ..내 먹을 거니 내가 하고픈 대로 농사를 짓는다. 농약이나 비료는 물론 쓰지 않는다. 기계도 되도록 쓰려고 하지 않는다. 그 덕에 밭은 땅을 갈지 않고 농사지은 지 꽤 된다. 일명 '무경운 농법'이다.

'무경운 농법'이 어디서 시작되었는지 나옵니다. "대부분의 충해는 화학비료나 덜 발효된 퇴비가 발효될 때 나오는 화학물질, 그리고 잡초를 뿌리째 뽑아내는 데서 발생한다. 질소비료 과용으로 진디물이 생기고, 덜 발효된 퇴비로 배추벌레 풍뎅이가 생기는 것은 인위적이기 때문이다." (도쿠노가진의 <무농약 건강채소 기르기>) 

저자가 귀농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준비했을지 짐작가는 대목입니다. 땅 힘만 살아있으면 잘 자라는 예술자연재배. 저도 처음 듣는 이야깁니다. 이 무기술! 하나만 봐도 마음가짐이 단박에 드러납니다. 팔아서 돈 벌려고 든다면 상품을 만들어야겠지만 진짜 상품은 내가 먹을 거리를 만드는데 있다는 분명한 철학 입니다. 도시인으로서는 도무지 상상할 수 없는 일이지만, 7년 전쯤 채식을 시작하고 오래도록 귀농을 꿈꾸고 있는 제게는 이정표와도 같았습니다. 

계절밥상, 자연치유, 환경친화. 도시에 울리는 이런 구호들이 실은 인간에게 어떤 '이득'을 줄까에 촛점이 맞추어져서, 자연에 대한 노골적인 학대보다 한 수 높은 경지에 이른 것 같은 착각이 들 때가 많습니다. 못 배우고 가난한 사람들이 오히려 더 뚱뚱해지는(정보나 지식의 면에서 위축되고, 좀 나은 식재료들을 사기 위해 드는 웃 돈으로 인해)시대에 저런 근본적인 가치조차도 소위 엘리트들만 살 수 있는 '상품'으로 변질되는 것을 마냥 씁쓸하게 바라보고 있습니다. 귀족적 혹은 낭만적 귀농 생활을 영위하려는 움직임이 본래의 의미와 얼만큼의 간격이 있는지는 <자연달력 제철밥상>으로 확인 할 수 있었습니다. 

한마디로 시골살이, 만만치 않다는 겁니다. 그냥 힘든 정도가 아니라 우리 삶의 시스템이 완전히 부서진다는 뜻입니다. 돈 들고 가서 대궐같이 지어놓고 기름 떼고 수세식 화장식 들이고 좋은 공기 마시면서 좋은 음식 먹는 귀농이 자연에 가까워진다고 할 수 있겠냐고 스스로에게 물었습니다. 제 편하게 살자는데 누가 욕하랴마는 '귀농'의 본색과 만나 저는 몸을 움츠렸습니다. 그럴바에야 차라리 도시에서의 삶을 간소화 하는 편이 자연과 나 토착민에게 이로우리라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자연달력 제철밥상>은 시골의 진짜 삶을 시뮬레이션 해줌으로서 요 반만 해도 기특한 일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그 달과 절기의 농사일을 펼쳐놓고 듣도보도 못한, 하지만 지천에 깔린 나물 밥상을 소개하고 '요리'로 이어갑니다. 여기서의 요리란 효소, 엿기름, 고추장, 누룩, 도토리묵 등 우리가 생각하는 '요리'는 아니었습니다. 여기에 요리라 이름 붙인 것도 재미났습니다. 무계절 채소들을 한데 모아놓고 드레싱을 뿌려 건강식을 즐기는 도시인의 요리가 얼마나 초라하고 볼품 없게 느껴지던지. 요리란 말을 처음부터 다시 생각해보았습니다. 

차와 곶감 묵나물 하는 법, 미숫가루 내리기, 씨감자 고르기, 매실작두 만들기, 생명역동용법농사력, 가을걷이, 군불때기, 에너지 이야기, 등등 초보 귀농자에게는 확신과 비법을, 도시인들에겐 비범할 농사력을 보여줍니다. 그녀가 말한 '우리 안의 떡만드는 피'처럼 내 안에 있는 무언가를 길러내는 피가 거세지고 있었습니다.
 
다양한 지식들이 한 가지 마음으로 진행되는 이 책은 완벽한 미장센의 영화필름 같았습니다. 또 가장 자연스러운 삶이 아마존의 극락조만큼이나 희귀하게 여겨지는 것이 도무지 이상했습니다.  

술을 먹는 맛보다 빚는 맛이 좋아질 때까지, 몸을 움직여 일하면 손발이 따뜻해 진다는 걸 직접 느끼기까지, 돈주고 사오는 건 모두 쓰레기를 남긴다는 사실을 알 만큼 쓰레기를 줄이기까지, 지렁이가 생기면 두더지가, 두더지가 생기면 뱀이 나타나는 시간을 견디기까지, 그녀의 귀농이 제 눈엔 고통스럽게 여겨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농사꾼 장영란은 분명 그렇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건 그것을 고통스럽게 여기는 저 때문이고 결국 제 마음이 미천함을 확인하는 일이었습니다. 한편 귀농욕구에 대한 조급함과 걱정이 사라진 것을 느꼈고, 통증이 사라지기 이전에는 그곳이 그렇게 오랫동안 아팠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습니다. 


저도 토마토 병조림은 가끔 해놓는데요, 요게 아주 쉬워요. 해두면 쓰임새도 많구요.



①유리병과 집기, 뚜껑을 모두 끓는 물에 소독해서 물을 빼놓아요.
②물이 끓는 동안 토마토 꼭지를 따고 몇 토막으로 자릅니다. 
③냄비에 담고 물없이 뭉근하게 끓여요.(책에는 거품이 한 차례 올라오고 잦아들면 꺼내라고 하네요)
④뜨거울 때 소독한 병에 담고 얼른 뚜껑을 닫아 뒤집어 세워놓아요. (24시간 실온에서)
⑤바로 돌려 냉장고에 넣어두면 아주 오랫동안 싱싱한 토마토 소스로 먹을 수 있습니다.

빨갛게 잘 익은 완숙 토마토로 해야 하구요, 먹기 위해 뚜껑을 열었을 때 쨈처럼 '퐁'소리가 나야 잘 된 거예요.

하도 맛나서 날토마토 만큼이나 빨리 먹는다는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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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가 가르쳐 준 것
기무라 아키노리 지음, 최성현 옮김 / 김영사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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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고 또 접었습니다. 망설임없이 책의 모퉁이를 접어댔습니다. 결국 216페이지의 반은 접혔군요. 자, 그럼 이제 뭐부터 시작해야 할까요. 아. 다시 독서를 시작해야겠군요. (접은 부분을 늘 새로 읽습니다) 뉴턴이 <기하학>을 읽은 것처럼, 꼬마 신랑이 반짝이는 눈으로 연지곤지 찍은 새색시를 바라볼 때처럼, 이 거인의 어깨 위에 올라앉으려면 접은 부분을 다시 읽는 수 밖에요. 


<사과가 가르쳐준 것>. 기무라 아키노리는 유물입니다. 어쩌면 살아있는 화석일지도 모릅니다. 10년동안 사과를 수확하지 못한 농부가 캬바레에서 밤일을 하다가 야쿠자의 싸움에 휘말려 부러진 이빨을 훈장처럼 남겼다가 결국 몽창 빠져버렸다고 하니 뼈말고, 살만 남은 화석이군요. (사진출처)

글쎄 10년 동안 사과는 안따고 뭘했냐구요? 그 사람 농부 맞냐구요? 자연을 일구는 농부, 아닙니다. 자연을 사색하는 철학잡니다. 10년동안 자연을 탐구해서 뉴턴의 사과나무 한 알을 건져낸 과학잡니다. 

과학자면 뭐하고 철학자면 뭐합니까. 본업은 농부고 딸래미는 "우리 아버지는 사과를 키운다. 하지만 나는 아버지가 기른 사과를 한 번도 먹어본 적이 없다."고 숙제에 폭로하는 걸요. 농약 없이, 제초 없이, 비료 없이 자연이 10년 후 선물한 사과라구요? 아니요. 기우제가 불러온 비같습니다. 인간의 소원이 불러온 환영같습니다.

6년 동안 사과나무에 사과가 열리지 않았다면 그것도 겨우 한 두 알로 시작됐다면 사과나무는 사과나무이길 포기했다고 보는 게 맞을 겁니다. 기무라씨도 밧줄을 들고 농부이길, 아버지이길 포기하려고 산 속에 들어갔습니다. 나무가지 위로 던진 밧줄은 스르륵 떨어집니다. 그것도 산 속의 사과 나무 아래에요.

이쯤되면 인간의 주술이 어떤 힘을 발휘하는 지 상상할 수 있습니다. 고집스런 농부의 목숨을 건진 사과나무는 물론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았는데도 고색창연하게 아름답습니다. 흙은 따뜻하고 부드럽습니다. 꼭 쥐면 잡히고 놓으면 포슬포슬 흩어집니다. 뭐가 좋은 흙인지는 몰라도 좋은 흙은 이럴거란 확신이 듭니다. 자연의 고집과 아량은 상당한 유연성을 발휘합니다. 

무농약 결심을 하고 백방으로 안 해본 것 없는 시도를 했지만 사과나무는 말이 없었고 죽음을 목전에 둔 기무라씨는 자신이 무엇을 기다려야 하는지 알게 됩니다. 사과알 말고 사과밭의 흙이 건강해지길 기다려야 합니다. 흙이 건강해 지려면 '자연 상태' 즉, 그대로 놔두어야 한다는 깨달음에 가까운 진리를 획득합니다. 이걸 '자연 재배'라고 이름합니다.     

<자연달력 제철밥상>에서 '자연재배'법에 얼핏 감흥이 왔습니다. 도쿠노가진의 <무농약 건강채소 기르기>에 "대부분의 충해는 화학비료나 덜 발효된 퇴비가 발효될 때 나오는 화학물질, 그리고 잡초를 뿌리째 뽑아내는 데서 발생한다. 질소비료 과용으로 진디물이 생기고, 덜 발효된 퇴비로 배추벌레 풍뎅이가 생기는 것은 인위적이기 때문이다." 라고 나와 있다고 합니다. 

누가 먼저인지는 알 수 없으나 사과는 채소에 비할게 못됩니다. 손이 제일 많이 가고 약을 제일 많이 친다는 사과는 저자의 다른 책 <기적의 사과>의 말마따나 '기적' 입니다. 썩지않고 시들기만 한다는 사과도 기적이지만 이 농부야 말로 기적입니다. 쌀 한 톨로 상징되던 농부의 땀에 감히 질책을 가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쌀 한톨과 대화하는 기무라 아키노리 일겁니다.

그럼 그의 노하우를 적극 수용해서 그냥 내버려두면 다 잘 되는 거 아니냐구요? 잡초도, 해충과 익충의 구별도 없애고 사과밭을 원시림으로 놔두면, 아담과 이브가 깨물었던 사과를 먹고 우리가 이번 만큼은 진짜! 부끄러워하게 될지도 모르죠. 하지만 꼭 그런건 아닙니다. 자연을 관찰하고 자연의 심부름꾼이 되라는게 그의 철학이지만, 사과밭에 무성한 잡초도 일년에 한 번은 이발을 해주어야 한답니다. 척박한 땅에 비료 대신 콩씨를 뿌리랍니다. 아얘 잡초를 구해서 다양한 잡초 컬렉션을 만들랍니다. 사과나무와 담소하랍니다.
 
다양한 노하우까지야 구하는 사람에게만 유용하겠지요. 하지만 그 사과가 우리가 먹을 게 분명하다면, 우리 아이들이 밟을 땅이 확실하다면, 이건 기술이 아니라 가치철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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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니스 Welleness - 뇌를 바꾸는 운동 혁명
박수현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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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요커들은 센트럴파크에서 초록으로 물든 자연의 평화, 마음의 고요를 발견할 수 있고 무엇보다 휴식을 얻을 수 있다.  ..센트럴 파크는 세계에서 가장 열정적으로 일하는 뉴요커들을 위한 에너지 충전소인 동시에 뜨거운 뉴욕의 열기를 식혀주는 온도조절기다. 센트럴파크의 건설을 촉구하며 "여기에 공원을 짓지 않으면 몇 년 이내에 공원 면적만큼 정신병원이 들어서야 한다"고 했던 19세기 어느 기자의 혜안에 21세기 뉴요커들이 큰 빚을 진 샘이다. <웰니스>/박수현/랜덤하우스2010.3

세상에서 가장 시끄러운 곳에서 가장 고요한 명상을 시도하는 타임스퀘어의 요가마라톤 장면은 기이하기 그지 없었다. 행복을 압수당한 죄수들의 반란처럼 느껴지는 이 집단 체면은 멀쩡한 현대인이 얼마나 큰 장애를 갖고 살고 있는지를 반증한다. 도시가 사랑한 편리에 길들여져 인간의 몸에 각인되었던 운동 욕구의 유전자가 어떤 식으로든 돌출 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빌딩 숲 사이의 센트럴파크 역시 일과 생명이 완벽히 분리된 거대한 공룡세계의 허기를 보여준다. 인간은 운동에 배고프고 운동에 직결된 생명성을 갈망하고 있다. 그 삼켜진 욕구가 자유로운, 나아가 행복한 움직임이라는 사실을 절실하게 깨닫는다면 지금 당장 자리를 털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어쩐지 일도, 공부도, 스트레스도 운동을 통해 조절되어야 한다는 <웰니스>의 실용적 대안은 처절하기까지 하다. 모두 맞지만, 그것이 틀린 삶이 문득 그리워지는 것이다. 


숲은 둘도 없는 내 일터다. 토요일을 애써 비우고 농장으로 갈 때마다 나는 손바닥만한 숲에서 꽤 오랫동안 보낸다. 도끼는 인간이 다루어 온 것 가운데 가장 건강에 좋은 연장이다. 늘 앉아서 글을 써버릇하는 사람들이나 사무직 노동자들에게는 더욱 그렇다. 도끼질을 하면 굽은 어깨가 뒤로 넘어가면서 가슴이 펴지기 때문에 허파가 크게 열린다. 열다섯 살에서 쉰 살까지 남자들이 하루에 두 시간만 도끼를 휘두른다면 지구위에 소화불량이 사라지고 관절염도 거의 찾아보기 힘들게 될 것이다. 나는 도끼질이 서툴다. 하지만 도끼는 내 의사이자 기쁨이다. 도끼질을 하노라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잡생각에 빠져들지 않고 정신이 또렷해 진다. 몸에 있는 근육들이 맘껏 운동을 하지만 지치지 않는다. 사내라면 모름지기 도끼를 사랑해야 한다
-<월든>에 인용된 호레이스 그릴리의 말 


일부러 걷고, 뛰고, 한 방에 모여 요가와 심호흡을 하고, 무거운 것을 기계적으로 들어올리고, 런닝머신 위에서 햄스터처럼 돌고,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원점으로 돌아와서야 비로소 생산적인 작업에 돌입할 수 있는 현대인의 등짐이 참 버겁다는 생각이 들고만다. 이미 이것들은 일상적인 풍경이 되었지만 일과 노동이 하나일 수 없는, 도끼요가(이런 말이 가능하다면)가 불가능한 우리의 세계는 기술이 발달하기 이전만큼이나 비효율적이다.  

자동차와 대형마트와 영화관과 엘리베이터를 버리고 도시에서 사는 일은 누가 봐도 미련한 일이다. 하지만 미련하게 한 걸음 더 걷고 한 시간 일찍 일어나고 조금 더 서두르는 일이 나의 정신 건강, 즉 행복과 직결된 일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이런 감상적인 결과물이 아니라 운동이 학교 성적, 일의 능률, 항암, 항우울, 창조성, 몰입까지 관할 한다고 친다면 더더욱 열을 올릴 것이다.
 

책은 이런 누구나 혹 할만한 능력들이 운동에 내제되어 있음을 증명하느라 동분서주한다. 미국 타임 스퀘어부터 안양복지회관까지, 요가로 삶을 바꾼 럭비선수부터 송파여성축구단의 주부까지 바쁘게 발을 옮기며 '운동'의 효능을 증명할 누군가를 찾아낸다. 운동이 발휘하는 놀랄만한 효과에 주목하며, 몸을 쓰지 않고 일하는 현대인에게 운동 신드롬을 선사한다. 

웰니스;  well-being과 fitness의 합성어로, '몸의 건강과 마음의 행복'을 추구하는 한 차원 진화한 운동 개념.

한마디로 행복해지기 위해선 운동을 하란 말씀이다. 운동이 몸과 마음에 미치는 영향을 기획적으로 다룬 책이다. 

스트레스 예방접종, 학습속도 개선효과, 치매 예방, 창조적 아이디어 창고 등, 이 책에서 운동은 소위 팔방미인의 모습을 하고 있다. 강력한 주문이다. 그리고 운동을 향한 표지판이다. 무슨 운동을 어떻게 시작할 지는 지금 자신의 상황에 맞게 골라야 한다. 지금 당장 헬스장이나 요가원에 등록할 수도 있고, 팔을 휘두르며 산책로를 빨리 걸을 수도 있을 것이다. 아니면 자신의 몸의 무게를 이용한 근력 운동이나 손쉬운 줄넘기를 시작해 볼 수도 있다. 중요한 건 주문에 걸리는 것이다. 의심하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종래는 호레이스 그릴리와 같은 움직이는 삶을 꾸리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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