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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를 위한 모네 어린이를 위한 예술가
루돌프 헤르푸르트너 지음, 노성두 옮김 / 다섯수레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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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파 화가, 노년의 백내장, 백발의 할아버지, 수련, 기적소리가 들려오는 생 라자르 역, 루앙 대성당 연작, 포풀러 나무, 연필 한다스의 공용 아이디 monet, '모네'를 좋아 한다고 말할 수 있는 증거는 딱 이만큼 입니다. 






그에 반해 피카소나 고흐의 일생과 그림, 영감을 담은 책들은 꽤나 여러 권 읽어보기도 했지만 모네만큼 사랑해서 그런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저 화가 혹은 예술가의 삶이란 어떤 걸까, 궁금했나 봅니다. 이제서야 인터넷 서점을 뒤져보니 시리즈의 연작 말고는 모네의 단행본이 없군요. 모네가 국내 미술 출판계의 지형도에서 변방에 있다는 사실을 다시금 확있했습니다. 

모네가 왜 좋은지 묻는다면 제가 들이댄 증거만큼이나 군색합니다. 고흐를 왜 사랑하는지, 피카소는 왜 좋은지 묻는다면 이보다는 쉬울텐데요. 미술을 실험대 위에 올려놓은 피카소라면 그림 이면에 할 말이 더 많을테고, 고흐의 삶은 예술가의 경전처럼 반복해서 읽히는데다, 눈은 또 얼마나 의심없이 즐거운 가요. 아이러니 하지만 미국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화가라지요. 

그러고 보면 모네에겐 스캔들이 부족한가 봅니다. 회자되는 대상이 그림이기도 하지만 화가의 삶이기도 하기에 조금 억울한 생각도 듭니다. 모네 이야길 듣고 싶어졌습니다. 재미있는 건, 검색된 모네 관련 책이 대게가 어린이를 위한 도서들 이었다는 점입니다.(물론 이 시리즈에는 피카소와 고흐가 포함되어 있을 테지만요) 어린이들에게는 모네가 필요한가요?



팔레트 위에서 색을 혼합하지 않고, 붓에 물감을 직접 묻혀 사용했다는 모네는 중요합니다. 이런 방식은 당시 배색, 조색의 기본 개념조차 무시하는 막무가내였다고 합니다. 이제는 너무나 익숙하지만 보색 관계에 있는 색들을 중간 단계 없이 맞붙여 두는 걸 고전주의 화가들은 끔찍하게 싫어했다지요. 

팔레트를 방불케 하는 캔버스 위에서 빨강, 파랑, 노랑 같은 원색의 무질서한 색점들이 아우성칩니다. 모네는 그림을 그린다기 보다 물감 덩어리로 후려갈기듯이 그렸습니다.-<어린이를 위한 모네>에서

당연히 인물들의 얼굴과 표정은 사라지고, 대상의 윤곽도 색의 조화도 치밀하게 계산되었다고 할 수 없을 겁니다.  

가까이에서 본 <생 라자르 역>은 모호함과 혼돈이 지배하지만, 몇 걸음 떨어져서 관찰하면 눈부신 색감이 살아납니다.-<어린이를 위한 모네>에서

이젠 제가 왜 모네를 좋아하는 지 한 마디는 덧붙일 수 있겠습니다. 그 형태의 무너짐, 그리고 되살아나는 과정이 저를 사로잡았나 봅니다. 실물과도 같은 세밀화를 보고 '어떻게 이렇게 그릴 수 있을까?'를 묻는 순진한 관람객처럼 저는 미술의 마술을 모네로 경험했습니다. (경계를 가진 선이 아닌)뭉개진 붓자국이 만들어 내는 형상이 그저 놀라웠던 것이지요. 피카소의 영리함과 고흐의 멜랑콜리와는 분명히 구분되는 미술의 성취에 대한 순박한 사랑이었습니다.  

서둘러야 해. 아침이 밝으면 새벽의 신비로운 분위기가 달아나 버리거든, 해님은 뭐가 그리 급해 서 발걸음을 서두르는 걸까? 모네 할아버지가 그리려고 했던 새벽 안개 속의 강변 풍경은 아차 하는 순간 삽시간에 사라지고 말지.-<어린이를 위한 모네>에서 


'인상파'라는 용어는 모네의 <인상, 해돋이>라는 그림에 대한 한 기자의 비아냥으로 시작되었습니다. 그게 언제든 기존의 가치를 무너뜨린 낯선 것들은 너그럽게 받아들여지지 못합니다. 그래서 '천재'라는 지칭 앞에는 늘 '시대를 앞선', 고로 '비운한'이란 수식어가 따라다닙니다. 입체, 추상, 다다, 초현실, 포스트 모더니즘, 키치, 팝 아트 등등의 미술 사조를 차례대로 밟아 온 우리에게 모네의 그림은 전혀 파격적이지 않은 건 물론이고 외려 온순한 서정까지 느껴집니다. 

하지만 그의 그림 속에 깃든 미술사의 한 획은 달력의 풍경화를 넘어서 긴박함이 자리합니다. 빛이 색을 만들어 내는 짧은 순간의 노출에 붓과 영감을 일치시키는 현장 회화는, 목가적 풍경을 감상하는 느긋한 감상자와는 전혀 다른 위치에 있습니다. 실제로 모네는 자연을 묘사한 모든 그림은 현장에서 실제로 완성되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소재(素材) 앞에서가 아니면 단 한 번이라도 붓을 휘둘러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서문당 컬러백과-모네> 에서)

이런 강력한 원칙하에 그려진 그림들이 거꾸로, 다듬어지지 않은 '미완'으로 보일 수도 있다는 사실은 모네가 일군 업적이 얼마나 용기있는 것이었나 되짚어보게 합니다. 그 용기가 실은 똑똑한 원리에 입각해 있다는 사실도 놀랍습니다. 


우리가 눈에 적절한 암시만 준다면, 눈은 우리가 거기 있다고 알고 있는 형태 전체를 만들어 준다. (<서문당 컬러백과-모네> 에서)

아마도 모네에게는 근시안의 비평가에게는 없는 확신이 있었을 것입니다. 

모네 할아버지에게 인파를 그리는 건 아주 간단한 일이야. 세로로 붓질 한 번 하면 사람이 완성되니까. 또 가로로 두어 번 붓질하면 마차가 되지.-<어린이를 위한 모네>에서  

눈, 코, 입을 그려넣는게 더 엉터리라고 모네의 눈은 속삭였을 테지요. 얼핏 점과 선조차 사라진 '면'으로만 느껴지는 수련 연작들은 기자의 혹평처럼 '양탄자가 더 예술적으로 보일 수'도(수련 연작에 대한 언급은 아니었습니다) 있겠습니다. 아카데미 미술은 그림을 뜯어보길 요구했나 봅니다. 누가 더 잘 그리는가에 대한 내기는 모네에 의해서 무너져 버립니다. 역시 이제는 당연하지만 예술가 개인의 감각이 무엇보다 중요해진겁니다.                
  
예술가들이 그에게 진 무거운 빚을 생각한다면, 어린이 책으로 모네를 만난 건 오히려 다행입니다.    
 

그림 출처; <어린이를 위한 모네>/루돌프 헤르프루트너/다섯수레/2010.4 와 <서문당 컬러백과-모네>에서 직접 찍은 사진과 네이버 검색이 혼용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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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우리 동네 과학 왕 나는 과학왕 시리즈
요한나 본 호른 지음, 최정근 옮김, 요나스 부르만 그림 / 북스토리아이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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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오늘도 대한민국은 공사중이죠? '도시 미관사업'(짚 앞 공원에 무분별하게 설치된 나무조명에 대한 문의로 시청에서 직접 해명한 말입니다)이란 취지 아래 멀쩡한 교가나 보도블럭이 매년 연말이면 교체된다는 사실은 나랏님만 빼고는 다 알고 있는 것 같습니다. 눈쌀 찌푸려져도 '전국적인 정책'(이것도 직접 들은 말입니다)이라는, 시민을 잘 달래야 하는 공무원들에게 뭘 더 따질 수 있겠습니까. 서로 괴로운 훈계나 원칙만 고집할 뿐이죠. 


하지만 이 공사현장, 아이와 저를 심심치 않게 하네요. 서영이를 업고 다닐 때부터 공사현장의(일부러는 아니지만 찾아다닐 필요도 없을만큼 어디나 공사중 입니다) 포크레인이며, 흙구덩이, 철근, 모래, 레미콘, 용접, 절단 등을 구경했습니다. 기중기가 콘크리트 더미를 가볍게 옮겨 놓고, 용접기가 불꽃을 튀고, 아저씨들 여럿이서 모래를 곱게 고른 땅에 블록 맞추기라도 하면 아얘 자리를 잡고 앉았습니다. 

그곳엔 구경거리, 이야기거리도 있었고, 땀과 노동으로 가득찼습니다. 도시의 원시와 완성품도 있었습니다. <나는 우리동네 과학왕>을 보니 과학도 있었군요. 오늘도 용접 불꽃이 튀는 걸 멀찌감치 바라보다 아이가 묻습니다.

"아저씨가 왜 모자(용접용 헬멧)를 쓰고 계시지?" 저는 모르겠다고 대답합니다. 그러자 아이가 말합니다.
"저건 집 짓느라 그런거야." 대단한 대답도 아니고 멋진 질문도 아닙니다. 하지만 제가 늘 물었던 것처럼 아이가 이제 엄마를 상대로 묻습니다. 물을 때도 대답할 때도 제가 늘 꺼렸했던 '정답'을, 저혼자 묻고 저혼자 그럴듯한 결론으로 도출합니다. 정말 공사현장, 일상, 우리동네에서 과학을 뒤적거릴 수 있을까요?

<나는 우리동네 과학왕>에 등장하는 도시의 소품들은 엘리베이터, 도로, 신호등, 맨홀뚜껑, 터널, 지하철, 현금 인출기 등등 
 입니다. 


거리와 광장에 있는 이것들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그림과 함께 설명합니다. 속설에 대한 진실도 언급하고 궁금했던 상식들도 가르쳐 줍니다. 물론 어른인 저도 절대! 몰랐던, 실은 궁금해 하지도 않았던 지식들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내 아이만은 호기심이 꺾이지 않게 적당한 지식공세를 해주려는 뭍 엄마들과 저도 다르지 않습니다. 

책 속의 궁금증들

엘리베이터는 어떻게 움직일까요?
아스팔트란 무엇인가요?
신호등 색깔
용도가 다른 맨홀뚜껑들
터널에서 빠져 나가기
에스컬레이터의 손잡이
가로등은 언제 켜질까요?
...

아이가 조금 더 크걸랑 저혼자 물은 질문에 대한 대답이 궁색해 질 즘, 그래서 더욱 긍금해 질 즘, 보여주려고 합니다. 이미 공사 마실을 다녀본 가락으로 말이죠. 과학이란 이름이어도 좋고 그저 호기심이어도 충분합니다. 그 다음 아이가 이런 질문도 해오길 바라고 있습니다. "엄마. 고장나지도 않은 다리는 왜 고치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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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근차근 가치육아 - 멀리 보고 크게 가르치는 엄마의 육아 센스 65가지
미야자키 쇼코 지음, 이선아 옮김 / 마고북스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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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육아서 끼리의 갭을 느껴본 적이 있으신가요? 영재성에 몰두하다가도 영재교육의 폐해를 짚은 책이 출몰합니다. 감성지수에 동요 되다가도 다중지능의 전문성에 애써 시야를 넓힙니다. 상냥한 엄마인척 하다가 단호한 기질을 보완하기도 합니다. 그림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가도 노는 게 창의력 발달에는 제일이지 라고 되뇝니다. 아이에게 모든 촛점을 맞추다가 여자의 정체성에 진한 물음표를 그립니다. 결국 아이도 엄마도 똑같은 실험대 위에 올려집니다. 아마 현실과 육아서 사이의 갭은 더 벌어질지도 모릅니다. 

다 여보란듯이 잘 키우기 위한 얘기치않은 갈등입니다. '잘'이라는 목표에 도달하기 위한 수많은 길 위에서 갈팡질팡 합니다. '그냥 내 방식대로'라고 내지르기엔 이 엄마의 주체성은 너무도 미약합니다. 실패를 본보기 삼는 인생의 경험적 교훈은 육아에서 만큼은 미련하고 또 두렵습니다. 그래서 열심히 공부합니다. 아니요, 공부로 도망갑니다. 뭐가 맞는지 이젠 다 알았다고 해도 아이가 아니라고 하면 그만입니다. 육아 도움서들의 은근한 압력에 그만 고무줄을 놓치고 맙니다. 저는 참 바보같은 엄마입니다. 가끔 슬픔에 잠겨 나의 엄마를 떠올립니다.

 
<차근차근 가치육아>는 엄마같은 육아서입니다. 교육적 전문성을 앞세우지도 않고 섬등같은 철학이나 의무에 가까운 요구도 하지 않습니다. 부드럽고 차분하며 유머러스합니다. '미야자키 쇼코'라는 엄마의 육아 가치를 슬쩍 엿보면 그만입니다. 맛있게 먹는 아이, 말이 풍부한 아이, 밉지 않은 아이, 센스 있는 아이, 늠름한 아이, 유연한 아이 등등을 골자로 차근차근 노하우를 풀어 놓습니다. 육아서 사이의 간격이 너무 멀다면, 중심을 잡기 어렵다면, 현실과의 괴리감이 느껴진다면 들춰볼만한 편안한 책입니다. 

재미있는 몇 구절을 옮겨 적습니다. 



골고루 먹기

..어지간한 것은 시간이 해결해 줄거라고 믿고, 우리는 먹는 음식의 폭을 넓히는 일에 마음쓰면 되요. .. '아무리 싫어하거나 맛없어 보이는 음식이라도 딱 한 입은 먹어보기'로 아이와 약속하세요.
 
(편식과 관련해 <내 몸의 사생활>은 아이들이 야채나 쓴 것을 멀리하는 이유가 스스로 독을 막기 위한 진화된 장치였을 것이라는 설을 내놓았습니다. 어느 신문기사에선 엄마의 젖이나 분유로 각인된 단 맛으로 단 것에 열렬한 반응을 보이는 아이들의 식성을 설명하고 있었습니다. 또 <아이 마음속으로>의 저자는 일주일에 한 번 사탕먹는 날을 정했다고 합니다)

자기만의 말을 가지고 있어요.

아이가 자기만의 말로 표현하려고 할 때 방해하지 않는 게 중요해요. 문법이 좀 틀리고 단어가 좀 이상해도 아이의 말을 가로막고 바로잡아 주려는 건 난센스예요. 아이가 하려는 말을 앞질러 해 버리는 것도 좋지 않고요. 그리고 또 하나, 아이가 한 말을 그대로 따라해 주세요.

(마지막 구절은 감정코치 책들에서 아주 자주 등장하는 기술이예요. 이 엄마 저자도 많은 육아서를 읽고 생활 속에 녹여 낸 것 같아요)

부드럽지만 절도 있게 거절하기

모나지 않게 거절하는 비결은 '부탁을 들어주고 싶지만→ 어쩔수 없는 사정이 있어→ 이번에는 좀 힘들겠다' 는 순서로 이야기 하는 거예요. 

눈에 보이지 않는 경외감

우리 집에서는 나쁜 짓을 했을 때 '나쁜 아이 센터'가 등장한답니다. 큰애가 아주 어릴 때는 전화를 거는 척하며 "여보세요? 세 살짜리 아이가 먹는 것을 갖고 장난치는데요" 하고 말하면 '게임 끝'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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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 진보 Real Progressive - 19개 진보 프레임으로 보는 진짜 세상
강수돌.구갑우.김상봉 외 지음 / 레디앙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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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이대근의 물음은 단호하다. 지난 10여년간 집권세력이었던 이른바 민주화정부, '김대중-노무현 정권은 '진보'였는가?' 그는 그 두 정권이 서민들에게서 희망을 빼앗아 간 신자유주의 '보수 정부'였음을 명쾌하게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이명박 정권과 이들의 차이는 질이 아니라 양적인 것에 불과하므로 이들이 주장하는 '민주대연합'론은 허구라고 비판한다.
-<리얼진보>/강수돌 외/레디앙/2010.2 서문에서

  
서문을 한 차례 읽고 이대근(<경향신문>논설위원)의 '김대중-노무현 정권은 '진보'였는가'를 펼쳤다. 민주화의 대표격이랄만한 두 이름이 '신자유주의 보수정부'였다는 공공연한 비밀을 재빨리 확인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 글은 민주 개혁 세력에 대한 냉담한 반응을 주시하며 시작된다. 노무현 대통령 비서실이 발간한 민주정부 10년에 대한 평가는 국가 부도 위기를 극복하고 선진국 문턱까지 진입한, 성공한 10년이라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하지만 으례 그랬던것처럼 한국은 가장 많이 일하고 가장 적게 자고, 가난한 사람은 많고 자살률은 높은 우울하고 행복하지 않은 사회라는 정반대의 통계를 제시한다. 

논지는 분명하다. '민주화세력'이 가난한 서민과 보통 시민을 전혀 우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의 말에 따르면 김대중 정권은 집권 후반기 개혁 후퇴로 일관하면서 재벌의 독점과 집중을 도왔고, 한국을 외국 자본의 투기장으로 변모시켰으며, 생산적 복지개념 역시 최소한의 복지에만 머물렀다. 

김대중의 개혁포기가 시장주의 이념을 급속도로 퍼트렸고 노무현은 아예 시장에 권력을 내주었다고 말한다. 그의 좌파든 신자유주의든 국익에 도움만 된다면 상관없다는 정체성으로 "좌측 깜빡이 켜고 우회전하는 정권"이라는 이미지만 만들어 냈다고 했다.

이명박 정권의 친기업 정책, 무한교육 경쟁, 공기업 민영화 확대, 각종 규제 완화 등 신자유주의에 가속도를 붙인 일이 지난 10년의 정권과 대단한 차이를 둘 만하지 않다는 점은 '민주 대 반민주'구도로 민주세력의 선을 강조할 수 없다는 생존전략의 실패요인으로 나아간다.  
 
아마도 민주당의 비지니스는 반MB가 아닌 지난10년의 정권에 대한 반성(왜 서민들의 삶을 개선하지 못했는지)으로 시작되야 한다는 충고인듯 싶다. 진보적 시민, 다수의 서민들을 묶을 수 있는 진보정치야말로 이명박 정권을 반대하고 극복하는 정확한 해답이라고 말이다. 

의무감처럼 받아보던 한겨레신문도 끊고, tv가 없으니 하물며 김연아의 메달 소식에도 뚱하고, 매일 책 속의 미로같은 글씨나 헤매고 다니는 이 아줌마에게 정치적 견해란, '그놈이 그놈이지'란 허무와 방관에 가깝다. 내게 진보란 아이에게 몸에 좋은 야채를 먹일만한 새로운 아이디어만큼도 의미가 없어졌다는 사실이, 나를 조금 슬프게 했다. 다시 되물었다. '왜 그 놈이 그놈이지?' '정권이 바뀌어도 왜 그대로지?'

이 논설에 의하면 민주주자들이 켜놓은 좌측 깜빡이도 별다른 의미를 생산해내지 못한 결과 때문인가? 내가 그 어떤 정권에서도 우대받지 못했던 보통 시민과 서민이기 때문인가? 나는 내 일상 어디에서 정치의 진보를, 혹은 후퇴를 발견할 수 있을지 의문스러웠다. 그래서 내가 뭘 할 수 있겠어 자조하고 만다. 갑론을박 정치인들을 욕할 만큼의 의지도 내겐 남아있지 않다는 사실은 분명했고, 이 논설은 사실 '의식없는 나'를 더 기운빠지게 만들었다. 

나는 김대중이, 노무현이 최고의 공직에 올랐다는 사실만으로도 마음을 놓았던 바보이기도 했다. 노무현의 탈권위주의, 권력기관의 탈정치화, 지역 균형발전의 추구, 남북 화해 노력 등의 업적에 오히려 중심을 잃은 사람이다. 그가 추구했던 신자유주의 노선이 그의 정신에 위배되지 않기만을 빌면서 방관했던 국민이다. 지난 10년의 민주정권에 잘못이 있다면 그건 누구보다도 민주당이 절감하고 떠안아야 될 일이지만, 기득권만 선점하려는 거짓 얼굴로는 어느 누구도 설득하지 못하며 '민주'와 '평등'을 갈망하는 진보적 시민을 공허하게 할 게 분명하다. 

그래서 결국 이런 목소리는 애정어리지만 다분히 이상적이다. 내가 아는 정치라면, 그게 누구든 반성을 모르는 무뢰한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정치적 허무주의로 흐르리란 것을 잘 알면서도 난 이 글을 시작했고 '진보'에 대한 갈망에 목소리를 보태고 싶어졌다. 비록 무국적 거리에 내던져진 아이를 안고 있는 아줌마이지만 누군가 우리가 앉아 쉴만한 들마루에 걸레질이라도 해주지 않을까 하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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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1등 선생님 - 돈 버는 자녀교육법
박명수, 조영혜 지음 / 열림교육(박명수)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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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스러운 표지=생소한 출판사=구식의 지식 의 틀을 조금 무색하게 만든 책. 그러나 충분히 촌스럽기도한 책. 
책 곳곳에 인용된 각종 신문, 잡지 등에 올랐던 저자의 가족에 대한 기사 자료는 여전히 좀 지나쳤다는 생각. 책은 책 내용으로서 가치가 있는 법이니까. 

읽어본 바로는 충분히 알찬 엄마표 교육법들을 전수하고 있으니 홍보성 페이지가 없어도 예뻤겠다. 하지만 그 교육법들이라는 게 어쩌면 대단히 혁신적이고 새로운 기술이 아니기에 어울리는(?)편집 방향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유아의 영재교육 법으로 널리 알려진 플래시 카드나 태교 혹은 조기 언어교육이 알려주는 비법들과는 적용연령이 다른만큼 교육 방향도 다르다.

부부 저자가 소개한 공부법들에 아무리 '엄마표'라는 이름을 붙인다고 해도 자녀의 의지가 아니라면 성공할 수 없는 방법들이라는 점이 가장 큰 차이다. 영어 동화 오디오를 반복해서 듣고, 쓰고, 말하는 과정 중에 부모가 할 수 있는 일이란 기계를 구입하고, 작품 선택을 상의하고, 감시(?)하고, 성과를 확인하는 정도다. 그 노고가 작다고는 할 수 없지만 어쨌든 결실을 일구는 건 전적으로 아이들의 의지에 달려있다고 할 수 있다. 





영어 외에도 특별한 방법으로 제시되는 과목은 한자다. 이미 한자 교육법 교재를 여러 권 집필했을만큼 체계적인 달성법을 시뮬레이션 해준다. 한자나 영어의 언어에서 강조되는 기술은 다름아닌 반복이다. 하나의 교재로 듣고 읽고 쓰고 말하는 과정을 통달하라는 영어교육 비법은 매우 타당해 보인다. 경제적으로도 큰 부담감이 없음은 당연하다. 공교육은 물론이고 학원교육보다 질이 나을 수 있음을 아이들을 통해 증명하고 이론적으로 설명해낸다. 한자 교육에서도 낱글자의 암기보다는 통글자의 의미를 염두하는 한자 카드법에 수긍이 갔다. 또한 획 순서를 강조하여 쓰기를 지도하는 부모의 역할이 중요하다.

 




이외의 과목에서도 지식의 통합을 늘 염두하고 있었다. 새학기가 시작되기 전 목차를 살피고 흥미로운 사회 과학 서적을 골라주는 것은 부모의 몫이다. 교과서만으로는 지식을 이어붙이기가 힘든것이 사실이다. 

엄마의 수학교육은 문제집으로 이루어지는데, 하나의 문제집을 약 여섯 번 정도 반복하면서 풀이과정을 적게하고 틀린 문제들을 반복해서 살피면서 아이들마다의 약점을 짚어나간다. 누가봐도 알뜰하고 이롭다. 

이 모든 과정은 분명히 부모의 도움을 필요로 하고 있으며 아이들의 적극적인 자세가 우선이다. 사교육 없이 중고등 과정을 마친 이 두 형제는 부모와의 돈독한 관계 속에서 건전한 꿈도 키워나가는 것처럼 보였다. 실천 가능한 부모라면 꼭 참고할 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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